사이펀 신작시|공광규
수선화 외
덕산 스팔라스리솜에서
예당호 가는 길 응봉면 어디쯤 길가
수선화 피었다
한들한들 꽃송이들
봄 인사가 반갑다
내 고향은 여기서 가까운
청양
구기자나무 울타리 아래
어머니가 심은 수선화도 피었겠다
돌아가신지
십 수 년이 되었는데도
봄날 마당가 수선화로
환하게 오시는 어머니
어머니 뼛가루를 뭍은 감나무 가지에도
머지않아 잎눈이 트고
감꽃 피면
어려서 죽은 동생 울음처럼
벌들이 잉잉거리며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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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
제주 글래드호텔 후원
바위틈에서 솟아난
붉은 동백 한 송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접시에 담아온 오렌지와
바나나 토막 껍질을 벗기고
마늘빵을 잘라 딸기잼을 바르는 나를
습한 바위를 덮은 이끼와 덩굴식물
바다머위와 고란초와 뱀고사리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는 나를
붉은 동백 한 송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기를 품고 총 맞은 엄마의 발자국 따라간
눈 위에 쏟아진 핏자국과
불에 활활 타던 집이 생각나
동백을 보면 동백나무를 베어버리고 싶다던
할망의 핏발선 눈빛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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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담장을 허물다』, 『서사시 금강산』, 『서사시 동해』 외 여러 권과 산문집 『맑은 슬픔』 등이 있다. 녹색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