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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명분없는 파병’ 과연 실익 있나 | |
‘장밋빛 국익론’ 제2, 제3의 희생 불러 | |
김성걸 기자 | |
☞ 평화 기여? 중동권 반미정서 번지며 덩달아 불똥 ☞ 안전 파병? “위험없다”는 정부 홍보 거짓말로 드러나 ☞ 한미 동맹? 북핵 등 공조…동조 전쟁은 반대많아
탈레반이 벌인 테러의 애꿎은 희생자가 된 고 윤장호 병장의 죽음은 언제까지 명분 없고 위험한 ‘테러와의 전쟁’에 한국군을 참여시켜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동안 국외 파병 때마다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국익 증진이었다.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며, 정부는 중동 석유자원 확보와 국익 증진을 자신했다. 2004년 이라크 추가파병을 앞두고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미국은 550억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한국을 핵심그룹으로 선정했다”며 △단기적으로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서 경제적 실익 확보 △중·장기적으로 중동지역 석유화학, 통신사업 등에 진출 △안정적 원유 도입처 확보 등을 열거했다.
정부가 예측했던 이런 장밋빛 성과는 이라크 전후 처리가 수렁에 빠지면서 물거품이 돼 가는 형편이다. 한국 업체들이 이라크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파병에 따른 현지 여론 악화로 ‘김선일씨 사망’과 같은 불행한 일을 겪어야 했다. 2004년 이후 자이툰 부대 등 국외파병 비용 3000여억원도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됐다.
또 이라크 추가 파병이 중동 국가들과의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과는 달리, 이라크 파병 뒤 한국 외교는 현지의 냉소적 시선을 의식해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 됐다. ‘이라크전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침략전쟁’이라는 중동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숨진 윤 병장이 속한 아프간 다산부대에 근무했던 강성주(연세대 경영4)씨는 2월28일 <한겨레>에 보내온 글에서 “파병 생활 동안 한국군 소총 앞에서 겁에 질린 현지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분쟁지역에서 또다른 ‘점령군’일 수밖에 없는 한국군의 모습인 셈이다. 강씨는 또 “한국군 간부가 현지 근로자들에게 ‘보석을 사오라’고 협박했다”고 밝혀, 병영 안의 ‘추악한 진실’도 드러냈다.
다만, 최근 북한 핵문제가 풀리는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내세운, 파병을 통한 한-미 동맹 강화가 간접적 효과를 냈다거나 군의 국외 파병 경험이 축적된 것은 성과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한국군의 우수한 대민활동을 홍보하지만,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우리 병사들이 인도적 지원보다는 현지 다국적군 지원에 주로 동원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해외 8개 지역에 한국군 2500여명이 파병돼 있고, 오는 7월에는 레바논 남부에 350여명이 별도로 파병된다. 이라크에 파병된 2200여명의 자이툰 부대는 4월 1200여명으로 줄어들 예정이지만, 분명한 철군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등 미국의 여러 동맹국들이 이미 이라크에서 자국군을 철수시켰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정부가 한-미 동맹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필요하게 아프간 파병 연장을 결정하고 한국군 주둔지의 치안상황이 안정돼 있다는 거짓정보로 국민들을 속여 왔다”며 즉각 철군을 촉구했다. 김성걸 박민희 이재명 기자 s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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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7-02-28 오후 06:31:06 기사수정 : 2007-02-28 오후 11:04:43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934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