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7일 AM09:30 MBC라디오 여성시대 "윤병대의 맛있는 여행" (FM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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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인사)
MC> 봄이 오는가 싶더니 꽃샘추위라 하고 요즘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네요 이럴 때는 어디를 가면 맛있는 것이 있을까요?
윤> 요즘 같은 때는 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31번 국도를 따라 해풍에 실려 오는 신선한 봄바람을 맞으며 울산 정자항으로 가서 입맛을 돋우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봄의 초입에 정자항에 잡혀 오는 참가자미가 산란기를 앞두고 최고의 맛을 선사합니다.
MC> 참가자미 좋죠 드디어 제철이 되었나 보군요?
윤> 봄 도다리야 이미 다 아는 봄철 대표 생선이고, 늘 이 시간에 제가 말씀 드리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음식은 제철음식이 최고입니다.
도다리는 가자미 과의 생선인데 주로 남해 쪽에서 많이 잡히고, 같은 시기에 동해안에는 도다리 사촌쯤 되는 참가자미가 많이 잡힙니다.
정자항은 비록 작은 어항이지만, 국내에서 유통되는 활어 참가자미의 70%가 거래되는 참가자미 어항입니다.
그래서 인지 대구시내 곳곳에는 울산 정자항 참가자미 횟집이 참 많이 보입니다.
이렇게 참가자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수온에서 살면서 양식이 되지 않는 100% 자연산이기 때문입니다.
울산 앞바다에서 참가자미가 많이 나는 이유는 3월에 이 곳의 수온이 참가자미가 서식하기에 좋은 온도인 5.5도를 유지하기 때문인데, 참가자미가 한창 많이 잡힐 때 정자 앞바다는 '물 반 참가자미 반'이란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 곳은 국내 최고의 참가자미 어항답게 새벽 3시만 되면 40여척의 어선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고 참가자미 잡이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어선들이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2~4시쯤인데 이때 정자항은 갓 잡은 참가자미로 활기가 넘쳐 납니다.
참가자미는 수족관에서 2~3일 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속성이 필요하고, 정자항 참가자미의 유통은 대부분 어선과 활어 수송업자간의 직거래 형태로 이뤄집니다.
정자항을 출발한 참가자미의 도착지는 울산을 비롯해 부산, 대구, 포항 등지의 전국 횟집으로 팔려 나가지요.
MC> 아~ 참가자미도 성질이 급하군요 그럼 정자항에 가면 저렴하게 먹을수 있나요?
윤> 이맘때쯤 정자항에 가시면 저렴한 참가자미 가격 때문에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시내 보다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요즘 횟감 중 자연산은 정말 찾기 힘들지만 참가자미만큼은 양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믿고 먹어도 되는데, 3월에는 참가자미를 즐기는 미식가가 많아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철을 맞은 지금은 조금이라도 신선한 참가자미 회를 드시려면 정자항으로 직접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자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직판장에서 직접 가자미를 구입, 회를 떠서 인근 초장집으로 가면 여러 가지 반찬과 음식을 곁들여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4~6월 산란기를 앞둔 3월에 잡히는 참가자미는 기름기가 없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쫄깃쫄깃한 것이 겨우내 잊어버렸던 입맛을 되찾게 해주고 영양가도 최고로, 특히 뼈까지 함께 먹을 수 있는 참가자미회의 고소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여서 '참가자미 세꼬시'는 미식가들에게 최고 인기입니다.
비린내 없이 고소한 참가자미는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 할 수 있는데, 비늘을 벗겨 햇빛에 한나절만 말리면 꾸덕꾸덕 해져서 조림이나 튀김으로 만들어 먹기 좋은 참가자미가 되고, 신선한 참가자미를 그대로 미역과 함께 끓여 내면 시원하고 고소한 참가자미 미역국이 됩니다.
MC> 참가자미 말고 정자항에서는 또 어떤 맛이 있나요?
윤> 정자항 사람들이 최근 손꼽는 또 하나는 맛은 대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게 하면 경북 영덕이나 울진을 떠올리는데 정자 대게만의 특별한 점이 뭐냐고 물어 보면 이 곳 사람들은 "정자 배가 잡으면 정자 대게고 영덕 배가 잡으면 영덕 대게죠" 라고 말합니다.
정자 대게는 정자항에서 4시간가량 떨어진 동해 바다에서 잡아 오는데, 그 곳에 가면 영덕이고 울진이고 각 지역 대게잡이 배들이 다 모인다는 겁니다.
그래도 정자 대게의 특징이라면 ‘정자 대게’는 껍질이 얇고 크기도 그리 크지 않지만 대게의 향이 살아 있어 대게찜, 대게탕 등으로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입니다.
현재 정자항에만 60여 개의 대게 가게가 성업 중이고, 대게는 직판장에서 바로 사서 식당에 가서 쪄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역시 정자항의 마지막 봄 맛은 미역입니다.
정자항 앞바다는 암초가 많고 물살이 빨라 그 바다 속 바위에는 아예 미역바위라 이름 붙은 곳도 있습니다.
강동 화암 주상절리가 있는 곳으로, 이맘때면 정자항 곳곳에서 미역을 채취해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의 미역이 맛있는 이유는 물살이 빨라 미역이 많이 흔들리며 자라기 때문에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은 미역귀를 자르고 틀에 맞춰 모양을 만든 후, 햇볕과 바닷바람에 말리면 되는데, 이맘때쯤 물미역은 워낙 부드러워서 그대로를 쌈을 싸 드시기도 하고 대게 살을 파내 초고추장에 무쳐 드시기도 합니다.
MC> 정자항 주변에는 어떤 관광지가 있나요?
윤> 정자항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강동 화암 주상절리 해안부터 주전까지 가는 해안산책로와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 보시면 좋습니다.
낮에 가는 해안은 포구와 해안가의 소나무 풍경이 볼 만하고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암 주상절리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전해 줍니다.
반면 저녁 무렵에 가는 해안은 운치 있어 더 좋은데, 특히 어둠이 짙어질 무렵 찾은 주전해안은 어촌의 아늑한 불빛과 바다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의 불빛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거기에 파도소리, 몽돌소리까지 더해지니 분위기 잡기엔 그만이지요.
주전해안이 끝나는 곳에서 차로 20분 가량을 달리면 울산 12경으로 꼽히는 일산해수욕장의 대왕암 공원에 다다릅니다. 신라 문무대왕비의 전설이 서린 대왕암 주변은 기암괴석과 수백 년 된 해송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왕암 주변에 '사랑의 자물쇠'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사랑의 자물쇠는 두 사람이 사랑을 약속한 뒤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를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리면 그 사랑이 영원토록 변치 않는다는 속설에 따른 것으로, 이탈리아 피렌체 베키오 다리와 중국 장가계 천하 제일교 난간 등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대왕암은 부부의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부부소나무가 유명해지면서 연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고 그러면서 사랑의 자물쇠도 생겨나게 됐습니다.
MC> 정자마을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윤> 경주IC에서 보문단지 쪽으로(울산 반대편) 직진해서 보문단지를 지나 덕동호를 넘어 감은사지, 감포 3거리(대왕암) 에서 우회전 정자항으로 가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정자항에 들른 다음 시간이 되면 울산 방어진 쪽으로 넘어와서 울산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대구로 올라오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