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9일(화) 집 떠난 지 다섯째 날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나가려다 다시 잠들어 눈을 뜨니 아침 7시다. 어제 저녁 휴대폰 충전을 한다는 게 깜박하고 그냥 자버리는 바람에 휴대폰 시계가 가버렸다. 배터리가 나흘 간 버텼으니 제법 쓸만하다. 다시 충전하면서 휴대폰을 켜보니 시간이 12:00부터 가기 시작한다. 캄보디아에서 시간을 보려면 +7시간 환산하여 시계로 사용해야 한다. 로밍 서비스는 비용 문제도 있지만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에 신청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휴대폰은 시계와 계산기로 사용하면 된다.
어제 모으지 못한 짐을 모아 엘로힘 센터로 보낼 준비를 한다. 유적 답사팀은 8시 지나 각자 오늘 행로로 떠났다.
오늘도 HK 환전소에서 환전하다. 1달러=4,120 리엘, 100 달러 412,000 리엘이라고 해서 20 달러만 환전하다. 보통 환전할 때 소액권보다 고액권 환율이 더 좋은 편인데, 이곳에서는 그런 우대가 없다. 단기 여행자는 환전하여 사용할 필요 없지만, 우리는 보름 정도 머물 예정이라 현지 리엘로 환전해서 사용한다. 캄보디아에 여러 번 다니면서 터득한 지혜다. 지금 환율로 100 달러 환전하면 3 달러(12,000 리엘)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강변여인숙(Siem Reap Riverside Guesthouse) 컴퓨터는 속도가 너무 느려 씨와타(Siwatha) 거리 피씨방(iCLICK INTERNET)에 가서 접속하다. 네이트온으로 라이글과 대화를 나눈다. 오늘 밤중에 씨엠리업에 도착한단다. 하여 내일 12시에 대장금에서 점심 식사하기로 약속하였다. 새우깡 사놓았다고 달쌉에게 전해주라고 한다. 한달 이상 여행중인 달쌉이 제일 먹고 싶은 게 새우깡이다. 라이글과는 서울에 있으면서는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캄보디아에서 겨우 만나게 되었다.
여행 중에 네이트온 메신저가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네이트온 문자로 포항에 있는 ㄱ 에게 8월 재택 전화 날짜를 바꾸어달라고 부탁한다. 캄보디아에서 문자를 받을 수는 없지만,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문자는 보낼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인터넷 사용료는 한 시간에 0.75 달러, 3,000 리엘 지불하다. 간혹 한 시간에 0.5 달러 하는 인터넷 카페도 보인다.
리버사이드 로비에서 ㅅ 을 기다리며 늦은 식사를 하다. 확인해야 하는 건, 내일 점심 '대장금' 예약 일단 6명, 오늘 6시 '평양랭면관'에 3명 추가 예약하여 총 17명 참석 예정이다. 우리가 가지고 온 옷과 학용품 등 물건 전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진 촬영이 필요한지. 어느 곳에 어떻게 전달할지. 밥퍼 봉사와 톤레삽 관광은 9시부터 하는 것으로, 버스는 8시 30분에 와서 봉사한 뒤에 톤레삽으로 갔다 오기. 바우처, 버스 전세 비용 다시 확인하기. ㅅ ㅂ 이 오전에 수고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열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삼십 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어제 어려운 발걸음을 했는데, 짐을 제대로 챙겨놓지 못해서 다시 오게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밖에 가서 전화를 걸다. 이번에는 1분 이내 통화를 마쳤다. ㅅ 은 시간을 잘못 봐서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 하긴 동남아시아에서 시간과 날짜 흐름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고나 할까.
전화 요금 300 리엘 내다. 캄보디아 공중 전화는 휴대폰을 빌려서 하는 것인데, 1분 1초도 2분으로 계산한다. 게다가 호출음이 울릴 때부터 시간이 계산되므로, 신호를 몇 번 보내도 받지 않을 경우에는 끊고 다시 거는 게 좋다. 번호에 따라 다르지만 분당 300 리엘-400 리엘을 받는다.
ㅅ 과 함께 실무적인 문제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다. 대화가 거듭되면 오해가 풀리고 진행은 점차 매끄럽게 된다. 승용차에 짐을 싣고 엘로힘 센터로 간다. 나와 세오녀는 자전거를 타고 따라 갔다. 어차피 내가 자전거로 왔다 갔다 해야 할 곳이라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가지고 가야 한다. 어제 혼자서 한 시간 이상이나 엘로힘을 찾느라 고생을 했다. 엘로힘은 내가 상상하던 위치와 반대 쪽에 있었다. 내 머리 속 그림 밖에 있었으니 찾을 도리가 없었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로 바꿀 수 있지만, 내가 상상하지 못한 꿈은 절대로 현실화 시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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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간판과 십자가가 달린 엘로힘 선교회와 학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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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리업에서 한글을 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ㄱ 이 웃통을 벗은 채로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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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마국상 목사님을 통하여 ㄱ 이 이번 봉사 여행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두 개의 교실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옆이 시원하게 트인 야외교실이지만, 전기가 들어와 선풍기와 형광등까지 갖추어진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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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에 있는 건물은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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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 교실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곳이다.
엘로힘 학교는 캄보디아 정규 학교 수업을 마치고 방과후 수업 형태로 진행된다. 오후 5시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 수업을 하고, 6시부터 고등학생들이 온다. 우리 봉사 팀은 영어와 한글 수업, 색종이 접기와 종이접기, 노래와 댄스 등으로 특별 순서를 넣으려고 했다. 엘로힘에는 마이크 시설과 신디와 기타도 있어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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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활동은 하루 아침에 그냥 이루어지기 어렵다. 십여 년 가까이 일본 교사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 우리 단체에서 이번 독도 파동이 생기면서 계획된 학교 방문조차도 취소되었다. 분위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계획된 단순한 방문조차도 당국에 의해 '불허'되는 현실이다. 하물며 고심하여 짠 커리큘럼이 있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철학에 의해 움직이는 활동에 틈입자 개입에는 많은 협의과 고려가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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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뒤쪽에는 해먹을 달아놓고 있어 점심 뒤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하다. 이 학교 건물은 2004년 11월 14일에 완공되었다. 우리가 '장원가든'에서 마국상 목사님을 처음 만난 건 2004년 1월 첫 캄보디아 여행 때였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엘로힘 선교회는 마국상, 추원경 목사 부부가 세운 캄보디아 선교 단체다. 두 사람 모두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정기 모임에도 참석한 적이 있는 '친구'다. 두 분의 연세는 일흔이 넘는다. 마국상 목사는 미국 국무부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아내가 병을 얻게 되었다. 아내 추원경 사장은 국내 손에 꼽히는 건설회사와 디자인 학원을 경영하고 있었다. 병을 고치기 위해 두 사람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하나님에게 매달렸고, 치유된 후 늦은 나이에 신학을 전공하였다. 두 사람은 목회자가 되었고, 이후 가진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교회를 개척하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위해 선교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선교비를 지원받지 않고 자신들이 마련한 돈과 자식들로부터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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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목사님 부부는 이번 여름에는 아직 캄보디아에 방문하지 못한 상태다. 베트남 하노이 근처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은 상태고, 미국과 일들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한다고 하였다.
마국상, 추원경 목사님 부부에 대한 이야기는 <몸으로 전하는 예수>(눌러보세요)를 참조 바란다.
엘로힘 사람들이 앙코르사람들이 모은 옷과 학용품 등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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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모두 고장 나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한국에서 부품과 LCD 모니터를 가지고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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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후 한마음은 컴퓨터 부품 20kg 한 박스를 모았다. 하지만 전달하는 일이 큰 문제다.
캄보디아를 통해서 마국상, 추원경 목사님과 같은 훌륭한 분들을 만난 것을 지금도 참으로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행은 만남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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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힘 선교회로 가는 길에 있는 마을 사무소다. Sala Kam Reuk Commune
* 여행일자 : 2008년 7월 25일(금)-8월 24일(일) 30박 31일
* 여행장소 : 포항-서울-태국 방콕-아란-캄보디아 뽀이뻿-씨엠리업-바탐봉-씨엠리업-태국 방콕-타이완 타이중-컨띵-까오슝-타이페이-서울-포항
* 함께 여행한 이 : 태국-캄보디아(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회원 17명)
이후 연오랑 세오녀 찬이 가족여행
* 환전 : 1달러=1,012.38(2008년 7월 외환은행 사이버환전 70% 우대)
1달러를 4,120 리엘로 바꾸다(2008년 7월 28일, 씨엠리업 HK 환전소)
* 1994년부터 시작된 연오랑의 아시아 여행은 벌써 서른 네 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여행기는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
http://cafe.daum.net/meetangkor
첫댓글 웬 이니셜이 가득!! ㄱ ㅅ 나는 나중에 ㅈ으로 될라나 이번처럼 암호해독 난수표 같은 글은 ... 나중에 연오랑님은 ㄱ ㅅ 이 누군가 기억하실란가!!!
공개되는 글이라 이니셜로 처리했습니다. 물론 원본에는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지요.
저도 ㅈ?..... 아님 ㅅ?......
살아가면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일을 하는 것도 축복이구요...유성용의 세계테마기행 이란편에서 만난 어부가 자신의 아들이 어떤 삶을 살게되길 바라느냐 물으니 '올바르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더군요. 그래, 올바르게 산다는게 무언지 다시 물으니 정직하게 자신의 노동을 통해 얻은 것으로 살고 나쁜일을 하지 않는것이라 하던데 그 소박한 문답 속에 제가 아름답다 여기는 많은 것들이 녹아있음을 느꼈지요. 스무살 시절부터 '올바르게' 살고자 했으나 과연 올바르게 살고 있는 걸까...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