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밭, 대나무 숲, 물에 잠긴 버드나무 군락지 모두 볼 수 있어
기름진 들판과 넓은 바다, 나즈막한 산과 강을 모두 품은 도시가 전북 군산이다. 이 곳 ‘구불길’은 걷기여행 매니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져 구불길로 이름 지어졌다. 구불길 코스는 비단강길, 햇빛길, 큰들길, 구술뫼길, 물빛길, 달밝음길, 탁류길, 새만금길, 고군산길 등 8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힐링트레일 여행사 블루라이프는 만추의 계절 11월에 걷는 코스로 구술뫼길 중 옥산저수지 둘레길을 추천한다.
구슬뫼(玉山)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평화로운 저수지를 둘러싼 작은 산들이 마치 구슬을 이은 듯 자태를 뽐낸다. 1939년 다섯 마을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군산저수지는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통제돼 오다 최근 개방됐다.
옥산면사무소를 지나 더 들어가면 저수지 양수장관리사무소가 나온다. 힐링트레일은 이곳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제방에 오르면 오른편에 물억새가 한창이다. 왼편엔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저수지를 보호하듯 둘러선 소나무가 호수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갈대를 헤쳐 온 오리 떼가 그림자 속으로 유유히 헤엄쳐 간다. 솔잎이 가득 깔린 오솔길은 두 갈래 길로 나뉜다. 능선을 따라 걷는 등산길과 물가를 걷는 길이다. 아래쪽 물가로 방향을 잡고 걷는다. 동산이 잔잔한 수면에 떠 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소나무 숲길이 끝날 무렵 황금빛 갈참나무 단풍 아래 벤치에 앉아 쉬어가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옥산저수지 둘레길은 소나무와 갈참나무가 무리를이루며 각기 다른 풍광을 자랑한다. 억새 밭과 대나무 숲, 물에 잠긴 버드나무 군락지 등 풍경이 다양하다. 젖은 길엔 나무를 통으로 다져놓아 나무 산책길이기 걷기에 편하게 조성돼 있다. 습지엔 부교를 설치해 물 위로 탐방할 수 있다. 노랗게 물 들은 수변길을 지나면 습지가 나타난다.
길은 다시 버드나무 군락지로 가는 호숫가 길과 저수지 옆 청암산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로 갈라진다. 청암산 정상에 서면 저 멀리 금강 물줄기가 보인다. 물가를 따라 좁은길로 들어서면 은빛 파도를 만들어내는 억새의 향연이 펼쳐진다. 억새 밭 옆엔 물에 잠긴 버드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감청색 짙은 호수의 빛과 노란 잎, 파란 하늘 빛, 어디선가 들어온 붉은 빛이 묘하게 어우러져 호수 물빛이 일곱 가지 색으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