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개발한 첫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다. 임상 3상이 생략된 채 사용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로 '물 백신'으로 불렸던 스푸트니크V가 '등록후 임상'(임상 3상) 결과, 미국의 화이자나 모더나에 못지 않는 효능(91.4%)을 나타냈다는 사실이 권위있는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리면서다.
물론, 그 이전에 미 뉴욕 타임스 모스크바 특파원이 현장에서 접종기를 올리고, 블룸버그 통신 의학담당기자가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는 기사를 썼지만,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각국의 방역당국의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랜싯에 실린 스푸트니크V 백신/캡처
하지만, 랜싯의 검증을 받고, 관련 자료가 공개된 이상, 러시아 백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측이 이름을 붙인 그대로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와 같은 충격을 '스푸트니크V' 백신이 서방 측에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국내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중견제약사 GL라파(지엘라파)가 러시아 측과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고 '스푸트니크V' 생산을 시작했다. GL라파 측은 자회사인 한국코러스 춘천공장에서 지난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생산 규모는 연간 1억5,000만 도즈로 전량 중동지역에 공급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생산되지만, 국내에 공급될 가능성은 아직 전무하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스푸트니크V 도입 계약을 위한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그러나 '스푸트니크V'를 추가로 생산하려는 움직임은 포착됐다. 제약분야 대기업에 속하는 GC녹십자 측이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와 위탁생산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RDIF는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한 뒤 해외 생산및 마케팅, 유통 등을 맡고 있다.
중앙일보는 8일 "GC녹십자가 ‘스푸트니크V’를 한국에서 추가로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RDIF 측은 세계 각국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의 도입 의사(혹은 도입 가능성)를 타진하자, 한국에서 이 백신을 추가로 생산할 업체를 찾고 있다고 한다.
RDIF 측은 지난달 한국코러스(GL라파) 측에 생산량 확대를 타진했으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들은 뒤 녹십자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생산이 유력한 곳은 녹십자 오창 공장이다. 하루 8시간 가동을 전제로 연 10억 도즈까지 생산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십자는 그러나 본계약 체결전까지 접촉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 생산 거점이 4개국 10곳이라고 보도한 현지 매체 '모스크바24'/캡처
RDIF측에 의하면,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하는 곳은 '한국코러스'를 포함해 인도 중국 브라질 등 4개국 10개 제약사(공장)다. 인도에 5개, 중국 3개, 브라질 1개(예정) 등 모두 10개 생산시설로, 모두 해외 공급을 위한 생산기지라고 할 수 있다.
RDIF 측은 스푸트니크V의 경쟁력을 3가지로 꼽았다. 면역 효능이 91.4%(특히 중등·중증환자 예방율 100%)로 높고, 국제 시장 가격이 20달러(약 2만3000원·2회 접종분) 이하로 저렴하고, 냉장 운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은 모더나(50~74달러)·화이자(40달러)의 반값에 불과하고, 2~8℃의 상온 유통이 가능하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은 상온 유통이 가능하지만, 화이자·모더니 백신은 초저온(-71~-20℃) 냉동 유통이 필요하다.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측은 2회 접종이 아니라 1회 접종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낮지 않는 '스푸트니크 라이트' 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등 빈곤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용이라고 한다.
스푸트니크V 백신, 2주내 25개국서 추가 등록 계획/얀덱스 캡처
RDIF 측은 스푸트니크V는 현재 CIS권 국가들과 남미와 중동 등 19개국에서 사용 승인이 받았으며, 앞으로 25개국에서 추가로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목할 것은 달라진 유럽연합(EU)의 분위기다. EU에서 탈퇴한 영국과 달리, 백신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EU 회원국들은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전통적인 의학강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스푸트니크V의 자료가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는다면 어떤 백신도 차별하지 않고,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측은 독일 생명공학기업 IDT 바이오로지카(IDT Biologika)와 공동 생산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EMA 승인은 언제쯤 나올까? RDIF는 “EMA 측이 3월 초에는 스푸트니크V의 긴급 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에 대한 EMA측의 승인이 떨어진다면, 스푸트니크V는 진짜 '제 2의 인공위성'급 충격을 서방측에 안겨줄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