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youtu.be/EeD0VxHV9e8
참혹한 광경을 처음 목격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세예드 나세르 에마디는 여전히 신경가스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1987년 이라크와의 전쟁에 병사로 참전했을 때, 그는 이라크 군이 살포한 - 타분(tabun)이나 사린(sarin)으로 추정되는 - 신경가스로 살해된 동료들의 시신이 널린 산비탈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현재 이란의 테헤란에서 피부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에마디는 이렇게 회상한다. "숨을 쉴 수 없는 희생자들은 인후에 구멍을 내기 위해 손톱으로 목을 할퀴었다. 사실, 그들의 기도는 멀쩡했지만, 신경가스가 중추신경계의 호흡 제어기능을 차단하는 바람에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러니 죽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신경가스의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참고 1). 그러나 적절한 해독제가 있었다면 이란 병사들은 즉각적인 사형선고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참고 1】 신경가스의 장기적인 효과
오래 전, 사람들은 '신경가스에 노출되면 사경을 넘나들지만, 만약 생존한다면 정상적이고 평균적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즉, 신경가스는 장기적인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 특히 도쿄에서 테러공격이 있었던 이후 - 그런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사린에 노출되었던 일본인들은 장기적인 효과로 고통을 받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것은 새로운 사실로, 이란의 과학자들은 신경작용제의 피해자들을 찾아내어 현재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여, 신경가스의 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과정을 알아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것은 과학자들에게는 독특한 기회이지만, 희생자들에게는 매우 비극적인 스토리이다. 그러나 현대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화학무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곳은 이란밖에 없다. |
에마디가 그런 경험을 한 지 몇 년 후인 1991년 걸프전에 참가한 미군 병사들은, 자신을 - 이론적으로 - 호흡곤란과 경련에서 구해줄 수 있는 약물이 충전된 자기주사기(autoinjector)를 휴대했다. 이라크 군이 또 다시 신경가스를 살포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는데, 대부분의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런 일은 재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공격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오늘날에도 위협은 상존한다. 현재 유망한 화합물들이 파이프라인에 계류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좀 더 나은 대응책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독일의 화학자들이 처음 합성한 신경작용제(nerve agent)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AChE: acetylcholinesterase)에 결합하는데, AChE는 시냅스로 분비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다. "AChE는 알려진 효소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 중 하나로, AChE 분자 하나로 1분당 60만 개의 아세틸콜린 분자를 가수분해할 수 있다"라고 UCSD의 파머 테일러 박사(약리학)는 말한다.
"신경작용제(신경가스)는 AChE의 활성중심(active center)인 '좁은 틈'에 침투한다. 일단 신경가스가 자리를 잡은 다음 세린기(serine group)와 공유결합을 형성하면, AChE는 그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미 육군 화학방어 의학연구소(USAMRICD: U.S. Army Medical Research Institute of Chemical Defense)의 제임스 매드슨은 말한다. 분해되지 않은 아세틸콜린이 시냅스에 누적됨에 따라, 희생자들은 무도증(몸의 일부가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과 '악마의 춤'에 시달리다, 경련발작을 일으켜 온몸을 비틀며 쓰러진다. 의학적 개입이 없을 경우, 뇌는 호흡을 제어하고 혈압을 관리하는 근육에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한다. 그러면 희생자들은 혼수상태에 빠져 호흡을 멈추게 된다. 몇 밀리그램의 신경작용제만 있어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데 충분하다.
미군 병사들은 경련에 대처하기 위해 항경련제(anticonvulsant)를 휴대한다. 최우선적인 항경련제는 디아제팜(diazepam)이지만, 미 국립보건원(NIH)과 미 국방부는 속효성 화합물인 미다졸람(midazolam)을 선호해 왔다.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미다졸람이 디아제팜보다 훨씬 더 우수한 약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NIH의 데이비드 젯 박사(신경과학)는 말한다.
다른 치료제들은 증상의 원인인 아세틸콜린 과잉을 겨냥한다. 벨라돈나라는 식물에서 유래하는 아트로핀(atropine)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는데, 이란-이라크전에서 신경가스 희생자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아트로핀은 AChE에 달라붙은 신경가스 분자가 AChE와 비가역적 결합(irreversible bond)을 형성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신경가스가 비가역적 결합을 통해 AChE를 못쓰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노화시간(aging time)이라고 하는데, 사린의 노화시간은 5시간이고, 이보다 덜 알려졌지만 훨씬 더 무서운 신경가스인 소만(soman)의 노화시간은 겨우 2분에 불과하다.
아트로핀만 투여 받은 생존자들의 경우, 신체가 몇 주 동안에 걸쳐 AChE를 재생한다. 따라서 그들은 가능한 한 빨리 옥심(oxime: 알데히드와 케톤의 카르보닐기 >C=O가 >C=NOH로 변한 화합물의 총칭)을 투여 받아야 하는데, 매드슨은 이것을 '진정한 해독제'라고 부른다. 옥심은 노화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 마치 빠루처럼 - 신경가스를 AChE에서 떼어내는 역할을 한다.
【참고 2】 치명적 결합
신경작용제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AChE)에 결합하는데, AChE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수준을 통제하는 효소다. 모든 신경작용제들은 노화시간(aging time)이 제각기 다른데, 노화란 신경작용제에서 이탈기(leaving group)가 떨어져나감으로써 신경작용제와 AChE의 결합이 비가역적으로 되는 현상을 말한다.
1. 소만(soman)은 노화시간이 불과 2분밖에 안 되므로, 소만에 노출되기 이전에 AChE 차단제(아트로핀)를 투여해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2. 사린(sarin)은 노화시간이 5시간이므로, 사린에 노출된 후 옥심(oxime)으로 치료할 시간을 약간 벌 수 있다. 옥심은 노화가 완료되기 전에 신경작용제를 AChE에서 떼어낸다.
3. VX(독성작용제 X: venomous agent X)는 가장 독성이 강한 신경작용제로, 몇 밀리그램만 피부로 흡수되어도 치명적이다.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화시간은 36.5시간이다.
4. 타분(tabun)은 1936년 한 독일의 화학자가 우연히 인간에게 치명적임을 발견했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최초의 신경작용제로, 노화시간은 46시간이다. |
미국의 경우, 신경작용제 분자를 해독하는 용도로 승인된 옥심은 염화프랄리독심(2-PAM: 2-pralidoxime chloride) 하나뿐이다. 그러나 2-PAM은 양전하를 띠고 있으므로, 뇌혈류장벽(BBB)를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그것은 심각한 결격사항이다. 왜냐하면 신경가스는 뇌 안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라고 테일러는 말한다.
2001년 테일러가 이끄는 연구진은 스크립스연구소의 K. 배리 샤플리스 박사(화학)와 함께 '양성자를 상실하여 중성(neutral)이 될 수 있는' 옥심을 만들었다. 이 화합물은 뇌 안으로 들어가 양전하를 회복할 수 있는데, 빠루 역할을 하려면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7년 8월 사린에 노출된 마우스와 마카크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화합물은 노화를 신속히 역전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카를로스 발데스 박사(화학)가 이끄는 연구진도 강력한 중성 옥심을 개발했는데, 이것은 기니피그의 뇌로 쉽게 진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미시시피 주립대학교의 재니스 체임버스 박사(생물학)는 고인이 된 남편 하워드 체임버스와 함께 새로운 옥심을 개발했는데, 지방을 선호하는 그룹이 있어서 BBB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그것은 신경가스에 노출된 랫트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추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방위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래에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신경가스는 사린이라고 한다. 사린은 물만큼 휘발성이 높고 공기 중에 널리 확산되며 잔류성이 낮아, 사린을 살포한 군대가 신속히 전장(戰場)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소만도 가공할 만한 위험물질이다. 그것은 사린보다 다섯 배나 빨리 증발하므로, 환경 속에서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다. "소만의 전술적 가치는, 핵심 지역을 오염시킴으로써 못쓰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USAMRICD에서 일했던 조너선 뉴마크 박사(신경생물학)는 말한다.
소만의 노화시간이 2분에 불과하다는 것은, 옥심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걸프전 당시 전장에서 신경가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병사들은 적극적으로 브롬화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 bromide)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중증근무력증(myasthenia gravis)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로, AChE의 틈을 일시적으로 점령하여 신경가스의 결합을 방지한다. 그러나 신경가스에 노출되기 전에 사용해야 하는 방어수단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사전에 예고하지 않으므로, 만약 그들이 소만을 손에 넣을 경우에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1.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1/three-decades-after-iraq-unleashed-chemical-weapons-iran-scientists-there-are
※ 출처: www.sciencemag.org/news/2018/01/how-defeat-nerve-ag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