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세계

[오교수]

거짓말의 세계

오종락

   오늘도 거짓말이 춤을 추고 있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짓말은 사람들의 대화속에서나 공기중에 전파를 타고 이리저리 쉼 없이 날아 다닌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수많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세상속에 놓여진 처지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거짓말을 즐겨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해진다. 그 까닭은 아마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전적으로 참말만을 사용하면서 다 규정짓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 자연 발생적으로 거짓말이 태워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짓말 화법에는 상대를 요리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잘 들어맞는 컨셉트를 쉽게 구성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의 내면심리와도 일치하는 경우 더욱 마음속 깊이 자리잡게 되고 많이 애용하는 것 같다.

  심리학자 제럴더 제리슨은 “사람들이 참말만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참 끔찍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인간세상에 거짓말의 존재 필요성을 역설한 말이지 아니한가! 내가 생각해봐도 참말만 하는 세상은 너무나 무미건조한 세상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거짓말은 이런 인간관계의 속성을 이용하여 틈새시장을 비집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인간들이 거짓말이란 도구를 너무 무분별하게 오용.남용함으로써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데 있다. 거짓말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잘하게 되고 습관화 된다.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듯이 거짓말하는 버릇도 처음에 못 고치면 나중에는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결국엔 고질병처럼 굳어져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끄집어내어 사용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문제가 된다.

  퇴직후 개인사업을 하는 동우회 C선배는 내가 사업을 해보니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곧잘 하더라, 월급쟁이 출신인 나의 사고와는 많이 다르더라”고 말했다.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만연해 있고 살아가기 힘들면 그럴까.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에서는 거짓말이 또 하나의 삶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진다.
 
  거짓말과 참말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쉽지가 않다. 우리는 일상화된 거짓말 속에 악의가 있느냐와 악의가 없느냐에 따라 구분한다. 진실한 말이 아닌 것은 대부분이 거짓말의 영역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거짓말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은 그 거짓말의 허용범위를 색깔로 분류하기까지 이르게 된 것 같다. 거짓말을 색깔별로 분류해 보면 악의가 있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새빨간 거짓말, 새까만 거짓말이 있고,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여 어느 정도 용인되어 그리 비난받지 않고 통용되는 하얀 거짓말, 무지갯빛 거짓말, 핑크빛 거짓말, 노란 거짓말 등이 있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이야기’라는 수필에서 “나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약간 하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작가들의 칠색이 영롱한 무지갯빛 거짓말은 용인하는 입장이다.

  거짓말과 참말의 관계는 음지와 양지의 관계와 같다고나 할까! 음지가 있어야 양지가 있고, 음지가 있어야 양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나게 만들며, 거짓말이 있어야 참말의 존재가치를 더욱 진실되게 해주는 것은 아닐런지! 그렇다고 하여 거짓말이란 존재가 칭찬해 주고 싶은 재롱 잘 부리는 애완견 같은 그런 존재는 아니다. 거짓말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색깔과 타인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당히 사용하는데 그쳐야 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받드시 말해 주어야 할 참말을 해주지 않은 부작위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다. 이번 메르스 최초 감염자는 사우디에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제대로 이야기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결과가 되었다. 부작위에 의한 거짓말로 인하여 신종감염병 발견도 늦어졌고 결국 온 나라에 불안과 공포를 주며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또한 대구시 공무원은 신분도 망각한 채 메르스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거짓말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거짓말은 작위든 부작위든 자칫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신중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사건으로 거짓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지를 우리는 뼈저리게 실감했다.

  우리는 모임이나 직장 출근시간에 늦게 도착하면 거짓말을 하면서 이유를 된다. 다른 사유로 늦었어도 ‘차가 막혀서’라며 이런 종류의 거짓말을 곧잘 한다. 우리는 그럴 경우 애교로 받아 넘기기 일쑤다. 이유를 되며 거짓말하는 자체는 한편으로는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으로 받아 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대와 대화를 하면서 거짓말을 일정부분 용인하고 있는 것 같다. 대화내용 속에 거짓말이 일정량 있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약간 중요한 이야기를 들으면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하며 ‘정말이야, 진짜인거니’라며 몇 차례 다짐을 받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뻥이 심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은 신뢰성의 상실로 그 사람 말을 쉽게 믿으려 들지 않는다. 반면 평소 허튼소리 잘 안하는 사람은 인간적인 유머는 좀 부족하지만 말의 신뢰지수가 높아 잘 믿게 된다.

  인간세상에 거짓말이 얼마나 많이 횡행하고 있기에 만우절까지 정하여 사람들에게 거짓말 해방구를 만들어 놓았을까. 우리사회의 거짓말은 필요악 같은 존재로써 그 나름대로 하는 역할도 있는 것 같다. 거짓말은 가족, 친구, 지인, 직장동료 등의 관계에서 평화에 이바지하는 역할도 하고, 갈등을 조장하고 불신을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거짓말이란 상품을 과대포장하고 남용하여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악의적인 거짓말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는 절대로 삼가해야 한다. 사회 통념을 넘어서는 거짓말은 범죄로 간주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마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남용하여 신뢰를 잃거나, 비난받을 색깔의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 색맹인 사람은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하겠다.    15.7.12.(10)

[대경상록자원봉사단]

거짓말의 종류가 재미있습니다. 새빨긴 거짓말과 새까만 거짓말은 안해야 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이수영]

선악과에서부터 잉태한 참과 거짓에 대한 판단과 그에대한 대응은,
우리네 삶의 영원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석염]

거짓말에 색갈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공감됩니다. 거짓말은 색갈에 따라 독이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거짓말을 여러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