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과 세련의 시 / (김별)
- Barbie. 민지현에게
〔장미, 남은 것은 장미, 장미 위에 포도〕
말하자면
수요일, 아니면 목요일
유리구슬
이 시가 지면에 실리는 것은 그날부터 이미 벌써 지나지 않은 사건
사건현장에서
널뛰고 연이라도 날리다가 멀리 내다보면
말하자면 이런 것이 대과거시제,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서 영어를 배웠을지도 모르고
지면에 실리기도 전에 제조일자를 매기는 건 내키지 않아
아무튼 내 애인은 항상 나를 내켜했을까
이런 민족들에게는 그만한 일조차도 사건이 되고
바야흐로 국가적 민족적 세련의 사건
지적인 남자가 물 없는 수영장에서 놀다가 웃어 보인다거나
아니나 다를까, 〔조그만 장미 위에 포도 위에 팬더〕
다가오는 금요일부터는 인절미 먹는 것도 세련일지 몰라
꿀떡
꿀떡꿀떡하는 비유는 암호처럼 느껴지지만,
암호가 아니더라도
사실은 그것도 하나의 이름,
양키 애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에 선녀 옷을 입혀주듯이
우리는, 그러니까 우리는……
아름답고 세련된 떡방앗간의 아가씨를 졸졸 따라다니는,
선한 존재들의 달콤한 전단지를
마저 읽었네
〔장미 위에 팬더, 남은 것은 장미, 영원한 장미〕
(2012. 계간《다층》가을호.)
첫댓글 우리는, 그러니까 우리는...... 영원한 장미~~~
장미를 주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