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SSM 매장을 이용해 재래시장 등을 위협해왔던 대형유통재벌이 지난해말부터 창고형 매장 형태의 도매업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도매상인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마트가 지난해 11월, 매출이 저조한 영업점을 창고형 도소매 매장인 트레이더스로 전환해 도매시장 진출에 속도를 붙이면서, 관련 업체의 추가 진출을 부추기고 있어 도매상인들의 생존권이 더욱 위협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대량구매를 통한 낮은 가격'을 무기로 기존 고객과 함께 인근 자영업자들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경기 용인 구성점, 인천 동구 송림점, 대전 서구 월평점, 부산 서면점 등 4개 직영점이 트레이더스로 전환해 영업 중에 있으며, 약 4300개의 핵심상품으로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기존 이마트 직영점에 비해 품목수가 더욱 늘어났을 뿐 아니라 술, 과자류 등 고급 수입제품과 냉동냉장 제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중상류층 고객 및 일반 자영업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기존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와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코스트코를 이용하기 위해선 회원가입과 함께 특정카드를 사용해야 하지만, 트레이더스는 누구나 이용가능하며 모든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또 트레이더스에서는 대량구매와 함께 낱개 구매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거품을 없앤 합리적인 가격의 새로운 할인점'을 모토로 내건 트레이더스의 공격적 마케팅이 전국 도소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지역 도소매인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자영업자 장악 나선 이마트 트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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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경제위 조경태 의원 지난 9월 열린 중기청 국정감사에서 이마트의 도매진출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
ⓒ 김영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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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위 간사 민주당 조경태 의원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경우 트레이더스 인천 송림점 개장 이후 지역 도매상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산지역 도소매 상인들은 이마트 서면점의 트레이더스 전환에 대한 사업조정제도 신청 시 함께 제출한 자료에서 음료 6500만 원→3500만 원(46.2%), 어육연제품 11500만 원→5600만 원(51.3%), 공산품 14900만 원→5000만 원(66.4%), 빵과자 18000만 원→4000만원(77.8%), 유제품 2900만원→1400만원(51.7%)으로 각각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레이더스 진출에 따른 지역 도매업체 피해와 관련해 조경태 의원은 "동네 슈퍼마켓 등 개인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법인몰 '이클럽'은 경계 대상 1호"라며 "이는 B2B 모델을 강화해 소매유통상인들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며, 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업소용대용량 매장 코너인 트레이더스까지 시작해 도매유통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이마트는 자영업자들에게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하는 등 도매시장 장악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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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호객행위 도매업 진출 이후 문자 대량발송을 통한 이마트 호객행위가 부쩍 늘었다 |
ⓒ 김영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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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유통상인연합회(이하 전유연)는 '(이클럽)오뚜기 당면행사 가격에서 추가 10% 추가 인하 하였습니다', '엔젤소프트 45M*24 5,225원, 물먹는하마 8입 7100원, 황토가들려주는쌀 20Kg 3만7800원(이클럽)' 등의 고객유도 메시지를 음식점 및 슈퍼마켓 자영업자에게 대량 발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유연의 한 관계자는 "트레이더스 출점 이후 이마트가 도매업 진출을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며 "이번에 드러난 이클럽의 호객행위 문자발송은 트레이더스 재개점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중기청도, 공정위도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전국의 모든 이마트 직영점은 출점 당시 도소매업으로 사업자등록을 신청했기 때문에 이마트의 도매진출은 법적으로 하자가 전혀 없다. 최근 이마트 대구 비산점의 사업조정 신청에 대해 중소기업청이 반려한 이유도 바로 도매업 사업자등록 근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8월 10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 사업조정 대상여부 심의결과,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므로 신청서를 반려한다. 다만, 향후 도매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하기 바람' 등의 내용을 명시한 공문을 신청자에게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9월초 기자와 한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이마트의 도매진출을 차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추가 사업조정 신청이 있더라도 이번 답변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공정거래위원회 홍보담당관도 "물건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파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중기청과 공정위 답변대로라면 이마트의 추가 트레이더스 전환뿐 아니라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도매진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유연 이동주 실장은 "향후 도매업 사업 확장될 경우 사업조종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중소기업청의 답변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며 "도매 진출은 사업조정 대상이 안 되고 사업 확장을 해야만 조정 대상이 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전유연은 이마트 대구 비산점의 추가 사업조정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마트 도매업 진출, 무자료 거래만 부추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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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할인점의 골목상권 진출로 골목슈퍼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
ⓒ 김영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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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를 포함한 대형유통 업체의 도매업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이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폐단도 자연히 늘어난다는 것이 중도매 유통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자료거래다.
수십 년 간 도매업에 종사해온 한 관계자는 지난 9월 초 "불과 2년 전만 해도 홈에버(현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무자료 거래가 국세청 합동단속에 적발됐다"며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그래도 무자료 거래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류 및 담배의 경우 국세청의 강력한 무자료 거래 퇴출 의지에 따라 다소 줄었지만 약 2만여 가지가 넘는 공산품의 경우 현실적으로 적발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관계자의 주장이다.
대형유통재벌의 도매업 진출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유통 관련 단체의 한 실무자는 "2년 전 국세청의 합동단속에 적발된 무자료 거래는 주류"라며 "당시에도 공산품의 무자료 거래는 일반화되다시피 했는데 대형마트의 도매업 진출은 무자료 거래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마트의 경우 일인당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돼 있다, 그 이상 구매할 경우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한 '실수매자구매관계'를 만들어 국세청에 제출해야 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심스럽다"며 "대형마트 상품권을 이용한 카드깡이 지금도 성행하는 것은 실수매자구매관계 작성 및 제출을 대형마트도 꺼린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결국 주류의 무자료 거래가 다시 고개 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상품권을 이용한 카드깡은 한꺼번에 대량으로 상품권을 구입할 경우 10~20% 정도 할인받을 수 있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 상품권으로 물건을 구매할 경우 10~20% 정도 더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자는 결국 그만큼 차액을 챙기게 된다. 카드깡을 통해 구입된 제품은 지역 슈퍼마켓에 공급되는 실정이다.
대형마트가 도매업에 본격 진출할 경우 카드깡을 이용한 거래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며, 또 카드깡과 유사한 불투명한 거래에 대형마트가 직접 참여하다 보면 무자료 거래와 같은 불탈법 역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유통인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