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과거에 종종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안티'라는 비난을 독자들로부터 받았다. 그래서 그런 잘못된 인식을 없애기 위해, 먼저 호날두가 올해 발롱도르를 받아야만 하는 선수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왜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받아야 하는가? 거기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그의 07/08 시즌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한 시즌에 42골을 넣고, EPL 득점왕과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 유럽 골든 부츠까지 차지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더블의 주역이 되었다.
둘째 이유는 첫째 이유만큼이나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간과되고 있다. 바로 호날두에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와 스페인 팀들이 유럽 무대에서 보여준 초라한 모습들은 클럽 활약만으로는 발롱도르를 탈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잉글랜드 팀들만 남게 되는데, 클럽 활약으로 호날두를 넘을 수 있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호날두와 발롱도르를 놓고 경쟁할 만한 상대는 오직 유로 2008 우승팀인 스페인에서만 나올 수 있다. 이케르 카시야스는 레알 마드리드 리그 우승의 영웅이었고, 유로에서도 전체적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특히 이탈리아와의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선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카시야스는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끔찍한 출발을 하면서 경쟁 기회를 날려버렸다. 마르코스 세냐는 유로 2008 대회에서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수비형 미드필더가 이런 큰 상을 받는건 드문 일이다. 특히 비야레알같은 중소 구단에서 활약한다면 더욱.
사비는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의 부진 때문에 호날두의 아성에 도전하기 힘들고, 유로 2008에서 다비드 비야의 활약은 과장된 면이 있다(그는 조별 예선 이후 전혀 보여준게 없다). 결국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득점한 페르난도 토레스만이 남게 된다. 그만이 유일하게 호날두에게 도전할 수 있는 선수이다.
그래서 난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환상적인 업적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 상대조차 없는 운까지 따라주고 있다. 난 이를 버락 오바마의 당선에 비유하고 싶다. 물론 오바마가 훌륭한 대통령 후보였기도 하지만, 그의 경쟁 상대가 72살의 늙은이 존 매케인이었다는 점도 크게 기여했다.
호날두는 발롱도르의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호날두가 나중에 축구계에서 역대 최고의 전설 반열에 들 수 있을까?
물론 아직 23살에 불과한 호날두에게 이런 말을 하는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호날두가 강팀과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큰 경기와 국제 대회에서 이제부터라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가 역사에 남을 전설들과 함께 거론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호날두는 큰 경기에 약한가? 그의 현재까지 커리어를 살펴보면, 답은 '그렇다' 쪽으로 기운다.
호날두가 치른 수많은 큰 경기 중에 유일하게 호날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것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에게 선제골을 넣은 것이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도 호날두는 후반전부터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플레이로 일관했고, 결정적인 승부차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일한 실축을 기록했다. 존 테리가 마지막에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호날두는 패배의 원흉으로 몰렸을 것이다.
호날두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것은 결코 미신이 아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호날두는 지난 2시즌 연속 4강전에서 형편없는 활약을 펼쳤다. 4강전의 스타는 카카와 리오넬 메시였고, 호날두는 가투소와 잠브로타에게 완벽히 봉쇄당했다. 04/05 시즌 16강전에서, 호날두는 36살의 파올로 말디니를 상대로 킥조차 거의 해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공헌한 호날두의 업적을 칭찬하지만, 2007년 전까지만 해도 호날두를 그렇게 과장하고 있는 잉글랜드 언론조차 호날두를 유럽 무대에서 부진한 선수로 취급했다는 점은 거의 잊혀진 것 같다. 2007년 4월 10일, 그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1 경기 이전에, 호날두는 챔피언스 리그 34경기에 출전해 단 1골밖에 득점하지 못했다.
국제 무대로 가도 호날두의 부진은 이어진다. 호날두는 유로 2004 결승전에서 쉬운 1:1 찬스를 놓치며 그리스에게 충격패한 원흉으로 몰렸다. 2006 월드컵에서, 잉글랜드(8강전)와 프랑스(4강전)를 상대로 한 중요한 토너먼트 경기에서 호날두의 존재감은 없었다. 유로 2008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별 예선이 끝나고 정작 중요한 8강전이 시작되자, 독일을 상대로 호날두는 다시 한번 사라져 버렸다. 혹시 포르투갈이 강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속한 조에서 그들보다 더 재능있는 팀이 있었는지를 한 번 살펴보길 권한다.
호날두는 59번의 A매치에서 21골을 넣었다. 꽤 좋은 기록이다. 하지만 이 골들이 누구를 상대로 나온 건지 살펴보자.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2), 룩셈부르크,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그리스, 사우디 아라비아(2), 이란, 아제르바이잔(2), 카자흐스탄(2), 벨기에(2), 아르메니아,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호날두가 국제 축구 대회의 '초강팀' 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 독일을 상대로 득점이 없는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골든볼을 마땅히 받아야될 선수이다. 하지만 그가 뛰어난 선수들, 뛰어난 팀을 상대로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가 은퇴할 때 '전설' 대우를 받지는 못할 것이다. 시즌 전체에 걸친 꾸준한 활약은 발롱도르 선정에서 종종 과소평가되는 부분이지만, 정말 위대한 선수는 단기적인 큰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나폴리를 세리에 A 우승팀으로 만들었지만 1986 월드컵에서 부진했다면 그가 지금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까? 펠레가 신화에 가까운 1281골을 넣고도 1958 월드컵, 1970 월드컵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면 지금같은 평가를 받고 있을까?
그 대답은 둘 다 물론 '아니오' 이다.
번역 :
원문 : http://www.goal.com/en/news/1717/editorial/2008/11/29/987937/ballon-dor-big-game-flop-ronaldo-may-never-be-an-all-time-great
댓글만 봐도 공감하는 분이 많네요
틀린말은 아님.
07/08시즌의 활약만은 진짜 비교할 선수가 없었죠ㅎㅎ, 강팀과의 대결에선 뭐..아직 어린 선수이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서 어느 경기에서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거라 믿어요..그래서 꼭 역대최고가 되길
오랜만에 좋은 글 읽었네요^^
호날두 개인적으로 별로맘에 안드는 선수지만,, 이제 강팀에게 강한면모만 보여주면 진정한 최고가 될듯해요 이점만 모자르지 다른점은 다 대단한선수..
또 편가르기네;; 솔직히 포르투갈 축구로 세계최고가 되기 힘들다. 브라질과 비교? 전성기의 호나우두(브라질)과 같은 선수가 포르투갈에 있으면 모를까. 포르투갈 선수들은 너무 혼자한다. 브라질과 같은 유연한 패스웍에 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