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25일(한국시각) 자신의 미니홈피에 적은 각오였다. 여민지는 대회 우승컵과 함께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과 득점왕(8골)에게 주는 '골든 부트'까지 거머쥐며 각오대로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뚜렷하게 새겼다.
- ▲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8골을 터뜨린 여민지가 26일 득점왕에게 주는‘골든 부트’트로피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대회 최우수선수로도 뽑힌 여민지는 “한국 축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한국 가면 엄마가 해준 밥하고 라면을 먹고 싶어요. 몸 생각해서 원래 라면은 잘 안 먹는데, 우승까지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현지 시각으로 26일 새벽 4시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여민지는 전화 인터뷰에서 들뜬 목소리로 "미국 가서 재미있게 놀고 싶다. 자유의 여신상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경기를 마치고 밤을 꼬박 새운 상태였지만 쾌활한 목소리였다. 그는 "대회 내내 칭찬도 많이 들었고, 환호 속에서 귀국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한국 도착한 다음 날 청와대도 가기로 했다"고 자랑했다.
개인상 트로피를 두 개나 챙긴 여민지는 "결승전에서 골도 못 넣고 별로 잘하지 못했는데, 혼자만 상을 받아서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건 감격스러워요. 축구 시작하고서 득점왕은 거의 휩쓸었는데, MVP가 된 건 처음이거든요."
- ▲ 창원 명서초등학교 4학년 때의 여민지(오른쪽). /여민지 가족 제공
창원 명서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시작한 여민지는 6학년 때 팀을 다섯 차례나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주목을 받았다. 중학생이던 2007년엔 17세가 아닌 19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되며 '천재 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련도 있었다. 2008년 4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9개월 넘게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여민지는 지난 7월에도 연습경기 중 오른쪽 무릎 인대가 5분의 1 정도 끊어졌지만 독하게 몸을 만들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여민지의 축구 이력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적어온 '축구 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학 노트 6권 분량의 일기장엔 훈련 스케줄과 전술 분석 등 기술적인 내용도 많지만 '눈부신 유혹을 이기면 눈부신 성공을 맞이한다' 등의 정신력을 가다듬는 좌우명이 심심찮게 보인다. 여민지는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으면 꼭 일기장에 옮겨 적는다. 목표의식을 다시 생각하게 돼 경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민지는 "이제 (성인) 국가대표팀의 세계 제패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떤 팀에도 무서운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 여민지가 꼼꼼하게 정리한 축구일기. 여민지는 7년간 6권에 달하는 '일기'를 쓰면서 기술을 발전시켜 나아갔다./창원=이 건 기자
첫댓글 잘했다 딸들아~
큰 희망을 보았단다.
더 많이 발전하여 국민 모두가 웃을수 있는 그런 젊은이가 되어다오~~~
정말 장한 대한의 딸들....
열악한 환경에서의 우승이라 어느경우보다 값진 승리입니다.
대한의 딸들이 이래서 자랑스럽습니다, 본 받을 지어다.
아들 들이여
민지야 수고 했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