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력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십 여년 전에 읽은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을 죽인 주인공은 그 죄를 숨기기 위해 지나가는 여자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 차서 감옥에 들어간다.. 작은 죄를 저질러 큰 죄를 덮으려는 간교한 수작이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한 형사의 끈질긴 추적으로 주인공의 죄를 밝혀낸다는 스토리였다.. 맞는지 모르겠다..
이해찬 총리가 결국 골프파문으로 사퇴를 했다.. 그런데 방송이나 언론에 보도되는 사퇴 이유가 골 때린다.. 40만원짜리 내기 골프를 쳤기 때문에 여론의 비난을 받고 사퇴하는 걸로 결론을 내린다.. 웃기지도 않아 피식~ 실소가 나온다.. 과연 국민들이 분노하고 이해찬 총리를 비난하는 것이 40만원 내기골프 때문일까? 방송이나 노빠 언론들은 그렇게 호도하고 싶겠지만 그게 아니다..
그 자리 그 모임 자체가 썩은 내가 풀풀 풍기기 때문이다.. 선거직전, 실세총리가 3.1절 철도파업이란 국정현안도 마다하고 부산까지 내려가, 노 정권에게 뇌물을 바쳐 문제가 되었던 불량 사업가들을 만나 골프를 쳤다.. 이 정도면 오뉴월 땡볕 아래 열흘은 푹 썩힌 생선더미보다도 더 썩은 냄새가 나는 일이다.. 국민들의 분노는 그 썩은 악취에서 비롯된 일이다.. 국민들의 상상력은 결코 빈곤하지는 않다..
그걸 40만원 내기골프 때문이라고 적당히 때우려고 한다.. 황제골프 어쩌구하는 이상한 말까지 만들어 낸다.. 언 넘은 짐짓 40만원 내기골프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며 이해찬을 타이르기까지 한다.. 정말 웃기고 자빠졌다.. 내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작은 죄를 내세워 큰 죄를 가리고 대강 때우려는 헛 수작같이 보일 뿐이다.. 마치 살인을 하고 여성의 엉덩이를 걷어 차서 감옥에 들어간 소설의 주인공처럼…
그러나 그 수작은 먹히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오뉴월 땡볕 아래 열흘 썩은 생선더미 악취를 숨기자고, 그 앞에서 방귀를 열라게 뀌어봐야 그 냄새가 감춰질까? 국민의 공분과 비웃음만 살 뿐이며 방송과 언론은 자신의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을 수 밖에 없다.. 이해찬 총리가 사퇴를 해도 국민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에 열린당과 노 정권은 처절한 응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노무현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가지다.. 40만원 내기골프 어쩌구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코메디는 그만두고, 이 사건의 진상을 스스로 낱낱이 밝히는 수 밖에는 없다.. 그래서 총리사퇴는 물론이고 감옥에 갈 일이면 감옥에 보내고 관련된 자들을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엄단을 해야 한다.. 물론 그게 불가능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뻔하지 않은가?
문제는 이 웃기지도 않은 코메디가 연장이 된다는 점이다..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의 남산 테니스장 이용문제가 일부 언론에 의해 부각되고 있다.. 그들의 바람이야 안 봐도 비디오다.. 40만원 내기골프로 대강 때우고 사퇴한 이해찬이란 죽은 돌로 야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를 흠집 내자는 속이 뻔한 의도이다.. 나는 그 돌머리들의 행위를 보면서 밥은 먹고 댕기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황제테니스라는 또 하나의 신조어까지 만들어 어떻게 해서든 이해찬과 이명박을 비슷한 경우로 엮어내려는 수작인데, 과연 그 돌머리들은 그게 먹히리라고 믿고 밀어 부치는 것일까? 오뉴월 땡볕 아래 열흘은 푹 썩은 생선더미의 악취를 감추려고 방귀 한방 뀌고 사퇴한 이해찬이, 이명박도 방귀를 뀌었다며 주접을 싸면, 생선 썩은 내에 코를 붙잡고 있는 국민들이 속아 넘어가 줄까? 정말 그렇게 믿는 걸까?
그 돌대가리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보며 일면 애처로운 느낌까지 든다.. 물론 나는 이명박 시장의 행위가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 사람의 경험담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어느날 기숙사 방에서 같은 방을 쓰는 두 친구가 싸우고 있더란다.. 그 싸움의 원인은 한 친구가 방에 붙인 쭉쭉빵빵걸의 누드사진 때문이었다.. 다른 친구가 그 사진을 땔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사진을 때라는 이유이다.. 자신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생각이며, 따라서 자신의 방에 누드사진이 걸려있었다는 것은 정적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기에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자기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공짜 테니스를 즐긴 이명박 시장의 잘못은 있다..
만일 이명박 시장이 대권에 꿈이 없고 서울시장으로 만족하는 사람이었다면 그것이 문제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그 정도야 우리사회에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관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은 이명박 시장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흠집을 내고자 하는 자들이 널렸다면 대통령을 꿈꾸는 하버드 법대생 정도의 자기관리는 필요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 코메디를 바라보는 느낌은 그리 좋지 않다.. 썩은 생선더미 앞에서 방귀 뀌고 사퇴한 실세총리, 그 방귀를 엮어서 정적을 흠집 내려는 돌대가리 홍위병 언론들, 작은 실수로 곤란을 겪는 야권의 대권후보, 그들이 엮어가는 코메디는 우리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본질은 간 데 없고 거짓과 선동만이 판을 치는 이 블랙 코메디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뇌는 없고 턱뼈만 강해 물고 늘어지는 데만 이골이 난 하이에나 같은 언론들을 어찌할까?
<출처: 프리존/시대유감>
첫댓글 테니스장은 어디에나 있으나, 골프장은 부잣집에만 있죠.
고군분투를 주의해야합니다.
지넘들이 싸놓은 똥 냄새 덜나게 하려고 별것아닌 테니스 잡고 생쑈하는 거잖아요. 하이에나 언론도 마찬가지구요. 정말 이참에 정리좀 해야겠습니다. 찌라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