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07:32분경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의 충격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아직 상세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기 스파크!"라는 속보가 뜬다.
16:00시 현재 "사망 37명, 중경상 79명"이라고 한다. 보통 참사(慘事)가 아니다.
해군 복무 기간 동안 내 직책은 함정에서 불 끄고 침수를 막는 보수관이었다.
A 급 화재는 타서 재가 남는 화재. B 급 화재는 우류 화재, C 급 화재는 전기로 인한 화재....
귀에 못대가리가 앉도록 지겹게 듣던 소리였다.
며칠 전에 이 카페에서, 해군에 있을 때 어느 겨울밤 진해 앵커 로터리에 있는 단골 등대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석유 난로에 불길이 치솟았는데 담요를 덮어쒸워 숨통을 막아 불을 끈 이야기를 했다.
일찍이 문호 톨스토이도 말했다. "화재는 초기 진압이 가장 중요하다!"고.
톨스토이의 농장에 불이 났는데 소작인의 초기 진압 실패로 끝없이 넓은 밀밭을 다 태웠던 것이다.
일설에는 '악명 높은 톨스토이 부인'에게 앙심을 품은 소작인의 방화(放火)라고도 한다.
제대를 하고 배를 타면서도 나는 한 시도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버릴 수 없었다.
바다 위를 떠도는 선박에 불이 나서 진화에 실패하면 도망갈 곳은 바다뿐이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 학교 교사(校舍)에 불이 나서 교실 네 개?를 몽 땅 다 태운 사건이 있었다.
그때는 시골에 소방서도 없었다. 목조건물에 불이 붙자 뜨거워서 근처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무더운 여름날 한낮에 텅빈 교실에서 불이 나다니? 도깨비 장난인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서 주임이 그 원인을 밝혀냈다. 두 아이들이 서로 다투는 소리를 엿듣고서.
그 당시 교실 바닥은 마루판이었고 그 밑에 들어가면 틈새로 빠진 몽당연필, 지우개, 유리구슬, 차랑(베어링)
등등 아이들의 보물이 많이 있었다. 학교 근처에 사는 두 아이(지금은 칠십 중반 노인이 되었다)가 보물을 찾으려고
어두운 교실 마루 밑에 들어가 성냥불을 켰다. 그러다가 먼지와 종이조각에 불이 붙자 연기에 숨이 막혀
붙는 불을 내버려두고 도망 치고 말았던 것이다.
두 아이는 교실이 다 타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한쪽 구석에서 마주 앉아 울먹거리며 서로를 원망했다.
"니가 먼저 들어가자 안 캤나!" "성냥불은 니가 안 캤나!" 하고 다투는 소리를 지서 주임이 엿들었던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 바뀌었지만, 1980년대까지 북한에서 자랑하던 영웅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1969년 4월 미국 최신첩보정찰기 EC-121기를 격추시킨 현기수 대위, 그리고 전투기 훈련을 마치고 기지로 돌아오다
엔진고장으로 김일성 주석의 동상을 들이받을 뻔했는데 주석님의 동상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비상탈출하지 않고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당겨 기체와 함께 산화(散花)한 길영조 조종사가 있다. 이 두 사람은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사람들은 산불을 끄다 산화한 북한의 영웅들이다.
( 이 이야기는 오래 전에 북한에 구호물자를 싣고 갔던 박 某 선장의 체험담이다.)
백두산에 불이 났다. 거기에는 [위대하신 령도자 김정일 장군 만세!]라고 새긴 큰 바위가 있었다.
경비대원이 출동했지만 불은 이미 사방으로 번진 뒤라 불길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위대하신
장군님의 얼굴(碑)을 불에 그을리게 할 수는 없었다. 경비대원들은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웠다. 불길은 점점 장군님의
얼굴 가까이 접근했지만 충성심에 불타는 대원들은 목숨을 걸고 불과 싸웠다. 낫으로 주변의 풀을 베고 나뭇가지를
잘랐다. 불길은 마침내 큰 바위를 삼키려고 뜨거운 혀를 날름거렸다. 그러자 세 사람의 경비대원들은 장군님의 얼굴을
육신으로 덮었다. 그 뜨거운 불길과 숨막히는 연기 속에서도 탈출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장군님의 얼굴을
감싸 지켰던 것이다. 아무리 뜨거운 불길이라 해도 육탄으로 떠받드는 충성심 앞에서는 장군님의 얼굴을 조금도 건드리지
못했다. 바위 주변은 새카맣게 그을렸지만 [위대하신 령도자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글자는 한 획도 훼손되지 않았다.
그 후 이 세 사람은 영웅 칭호를 받았다.
이 영웅들을 박 선장에게 자랑하던 북한 초그당 비서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는 수령님의 기념비나 동상도 살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요. 우리 공화국을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것은 당 중앙에 대한 충성심이다. 그 말이요! 우리 공화국에는 목숨으로 장군님을 떠받드는 영웅들이 수없이 많이
있단 말이요. 남조선에는 그런 영웅 몇 명이나 있갔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