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가 보여주는 숨길 수 없는 음주의 위험
얼마 전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 외신이 한국인들이 1주일에 평균 13.7잔의 술을 마셔 조사 대상 44개국 중 압도적 1위라고 보도했다. 2위는 러시아( 6.3잔)이고 이웃나라 일본은 4.4잔, 중국은 1.5잔 정도였다. 물론 이 자료는 증류주인 위스키, 보드카, 소주 등만 조사해 와인, 맥주 등이 빠져있고 마시는 잔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 자료이지만 실제로 세계 180개 증류주 브랜드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한 술이 참이슬‘과 ’처음처럼‘이다(유로모니터 2012). 거의 한국에서만 팔리는 ‘소주’가 전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모든 증류주를 제치고 10년 이상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2012)이 발표한 주요 질환의 진료비 지출 비중을 보면 음주와 관련된 37개 질환 중 고혈압 33.8%, 당뇨 16.0%가 전체의 49.8%를 차지하고 허혈성뇌졸중, 허혈성심장질환, 출혈성 뇌졸중 등의 의료비 지출비중도 상당히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중년에 누구나 두려워하는 대표적 만성질환들의 발생에 음주가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이 맘때면 뉴스에 꼭 등장하는 게 대학생들의 음주사고 소식이다. 대한보건협회(2012)에서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음주실태조사를 보면 대학생의 96.5%가 술을 마시고, 1회 평균 음주량은 소주 5.8잔이며, 3명중 1명(33.2%)은 음주 후 ‘필름끊김’ 경험이 있으며 술 마시는 여학생의 28.3%는 알코올 중독수준의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20대의 음주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복지부, 2012)에서 흔히 알코올중독이라 부르는 알코올의존의 발병연령 분포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50.1%이고 특히 여성 알코올중독의 58.8%는 20대에 발병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오늘부터 대학생이나 직장에 다니는 딸이 ‘술이 좀 세다’ 싶으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질병, 폭력, 사고, 범죄의 우울한 늪에 빠져 들도록 이끄는 공통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술이다. 지나친 음주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많은 폐해를 가져 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오늘도 청소년의 82.6%가 ‘술을 사는 것이 쉽다‘ 라고 말하고(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통계, 질병관리본부 2012), 아기를 임신한 상태에서 임신부의 36.8%가 술을 마신다(관동대제일병원 2010).
우리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24시간 술을 언제 어디서든 살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만취해 경찰서 가서 갖은 추태를 부려도 취객이라며 보호해 주고, 술 먹고 범죄하면 심신미약상태라며 처벌 수위 낮춰주고, 술은 에너지원이라며 작업 중에도 음주하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사회가 여기쯤에서 술에 대한 인식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어느 조직의 리더라면 내가 속한 곳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작은 것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매스미디어의 환경이 바뀌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예리한 눈들도 필요하다.
혹시 애주가이신가요? 직장에서 상사이신가요? 술 자리를 주도하시나요? 직장인들이 회식자리에서 가장 싫은 꼴불견 1위가 ‘술 강요하는 사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