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공포 확산...개장전 동시호가 91개 무더기 하한가
담보부족 계좌서 증거금 채우지 못한 반대매매 매물로 추정
개인투자자 비중 높은 코스닥시장 ‘휘청’...하락 악순환 우려
이인아 기자
입력 2022.06.14 10:34
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반대매매 공포가 커지고 있다. 14일 오전 8시 40분, 개장전 동시호가 시작과 동시에 91개 종목이 예상 체결 기준 하한가에 이름을 올렸다. 신용거래 계좌 중 전날 주식 담보부족 계좌로 증거금을 채우지 못해 반대매매가 발생한 종목으로 추정된다.
14일 오전 8시 40분 기준 예상체결 하한가 종목 일부./키움증권 HTS 캡쳐.
전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여러 지점에서 담보부족 계좌가 다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PB는 “오후 3시 기준으로 신용거래를 이용하는 고객 계좌에서 증거금 부족이 많이 떴다”며 “코스닥지수가 4% 떨어지면서 강제 처분 위기에 몰린 고객 계좌가 급증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대매매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후, 주가가 하락해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증권사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단기융자 상품을 제공한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보유한 주식의 주가가 내려가 통상 담보유지비율이 140% 이하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개장 직후 하한가로 주식을 팔아 부족한 금액을 채운다.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반대매매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이달 초 127억원대였지만, 지난 10일에는 174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달 6거래일동안 914억1100만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52억3500만원이 강제로 처분된 셈이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신용거래 활용이 빈번한 코스닥시장에서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진다면, 다시 지수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전날 코스닥지수가 828.77까지 밀린데 이어 14일 장 초반에도 코스닥지수가 809.78까지 떨어지면서 아직 집계되지 않은 반대매매 금액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는 여전히 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충헌 독립리서치법인 밸류파인더 대표는 “담보부족 계좌라는 신호가 뜨면 급하게 주식을 매도해 140% 이하로 맞추곤 하는데, 전날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매도세가 의미있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지수가 조금만 더 떨어져도 담보 부족을 메우지 못한 개인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개인투자자는 코스닥시장에서 1000억원대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신용비율잔고 상위 코스닥 종목은 빅텍(5,810원 ▼ 520 -8.21%), 조광ILI(8,270원 ▼ 330 -3.84%), 선광(85,200원 ▲ 2,300 2.77%), 피씨디렉트(19,000원 ▼ 950 -4.76%), 스페코(6,820원 ▼ 620 -8.33%), 이루온(2,520원 ▼ 245 -8.86%), 티플렉스, 고려시멘트(3,620원 ▲ 70 1.97%)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