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금융권 전직 임원이 저축은행 대출 비리 연루 혐의로 구속돼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호경)는 보해저축은행 대출 비리에 연루돼 수배 중인 금융 브로커 이철수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IBK캐피탈 전 이사인 윤모 씨를 지난 9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윤 씨는 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4월 브로커 이철수 씨로부터 1억 원을 받으면서, 코스닥 상장 기업인 씨모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억 원을 "IBK캐피탈이 인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IBK캐피탈은 신주인수권부사채 50억 원을 인수했다.
윤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정몽준 의원 보좌관도 거치는 등, 10년 가까이 국회 보좌관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씨가 이같은 이력을 통해 정관계에 상당한 인맥을 쌓았을 것으로 보고 보해저축은행 감사 무마 등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MB 보좌관-MB 조카사위-브로커 이철수'의 관계는?
윤 씨 구속의 배경이 씨모텍이라는 점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씨모텍은 전종화 씨가 설립한 나무이쿼티가 지난 2009년 11월 인수한 회사다. 전 씨는 이상은 주식회다 다스 회장의 사위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조카사위가 된다. 전 씨의 동업자가 바로 금융 브로커이자 기업 사냥꾼인 이철수 씨다. 윤 씨, 전종화 씨, 이철수 씨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이철수 씨는 보해 저축은행과 삼화 저축은행으로부터 3000억원 을 불법 대출받고 저축은행 감사 무마 로비 등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한 상태로 현재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다. 앞서 구속된 윤 씨는 이철수 씨로부터 씨모텍의 제이콤 인수 자금 200억 원을 대출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으나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수 씨는 이 대통령 조카사위 전종화 씨를 등에 업고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 그는 지난해 7월 씨모텍을 통해 제이콤을 헐값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500억 원 이상을 횡령했고, 개미투자자들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후 씨모텍을 상장 폐지 위기로 몰아갔다. 이 과정에서 씨모택 김모 대표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문순 당시 민주당 의원(현 강원도지사)은 "전 씨가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씨모텍의 주가가 널띄기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었다.
심지어 이철수 씨는 제이콤을 통해 삼화저축은행을 헐값에 인수하려는 계획도 세운 것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 됐다. 금융당국은 삼화저축은행을 영업정지 시켰고, 이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보해저축은행, 삼화저축은행 사태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 씨에 대해 "이철수를 잡으면 정관계 비리 의혹이 풀리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