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쁘다. 달리는 모습이.
그녀는 정말 이쁘다. 1등으로 골인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녀의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영화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레이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초반에는 절대 선두로 나가지 않는다.
가장 후미에서 달린다. 그리고 중반쯤 중간 그룹에서 달린다.
그러다가 800미터쯤 남기고 선두그룹에 합류한다.
그리고 200미터를 남기고 마지막 질주가 시작된다.
마지막 200미터는 거의 100미터 기준 11초대, 200미터 기준
23초대로 달려 마치 100미터, 200미터 경기를 보는 듯
초 스피드로 달려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골인을 한다.
5천미터도 그렇고 1만미터도 그렇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두 종목 모두 이렇게 달려서 금메달을 땄다. 정말 화재가
됐던건 1500미터의 경기에서 후미그룹에서 달리다가 다른
주자의 발에 걸려 넘어지고도 1위로 골인을 했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투지와 스피드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중장거리 선수다. 1500미터, 5천미터, 1만미터를
주로 달린다. 그녀는 1시간 달리기와 1마일 달리기, 5천미터
도로 달리기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독보적인
레이스로 그녀를 "신인류"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중장거리에서 독보적인 선수인 그녀의 이름은
다름 아닌 시판 하산이다. 그녀는 네덜란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티오피아에서 태어나 15세에 난민으로 네덜란드에
귀화를 한 무슬림이다. 귀화해서 처음에 간호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다가 병행하여 육상을 했는데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올 봄, 그러니까 4월 23일 런던 마라톤에 참가를 했다.
중장거리 선수가 마라톤대회에 참가를 한다고 하니 ~~다들 의아해 했다.
중장거리 선수가 마라톤에 입문하는 선수도 드물고 성공하는 사례도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분한 연습도 없이 대회에 참가를 했기
때문이다.
참가 전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연습을 많이 못했다고 했다.
올초 에디오피아에 전지훈련을 갔는데 물이 맞지 않아 조기 귀국을
해야 했고 돌아와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대회를 한달
남기고는 무슬림의 라마단 기간이어서 해가 떠있는 동안 음식은 커녕
물 한방울도 마실수 없어서 훈련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라마단 기간은 4월 22일인 대회 하루전에 끝났다.
게다가 대회 10일전 달리다가 넘어져 다리에 부상을 입어 미통이
있기에 그것도 레이스에 큰 부담이라고 했다. 입상 전망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지만 하프 이상 경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25km 정도를 달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녀를 지도한 팀 로우베리 코치 역시 마라톤 선수를 지도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녀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이번 런던 마라톤
대회는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집결했기에 그녀의 성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 않았다.
리우 올림픽 1만미터 금메달을 획득한 2시간 17분 기록을 갖고 있는
--아야나 선수, 도쿄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이고 최근 5회 연속
마라톤대회 우승을 한 2시간 17분 기록 보유자-- 쳅 치르 치르,
2시간 14분으로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코스케이,
22년 런던 마라톤 디펜딩 참피언인 2시간 17분의 ---예우 할라우.
그래서 이번 런던 마라톤 대회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참가를
했기에 과연 누가 우승을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러한 어마무시한 선수들과 함께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드디어
2023년 런던 마라톤 대회의 출발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를
포함한 많은 엘리트 선수들이 힘차게 달려나갔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회는 진행되었고 선수들은 우중주 속에서 레이스에 집중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시판 하산도 선두그룹에 합류하여
순조롭게 레이스를 이어 나갔다. 문제가 된건 19km 지점이었다.
시판하산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다리 스트레칭을 했다.
근육경련이 일어난 것 같았다. 선두는 이미 70미터 이상 달려갔고
다시 경련이 난 다리를 이끌고 달려가는 시판하산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렇게 잘 달려가나 싶었는데 24km 지점에서 시판 하산이 다시
멈추었다. 다리에 다시 경련이 일어난 것이다. 고통스런 표정으로
다시 다리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다시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제 선두와는 150미터 가량이 벌어졌다. 경련이 일어난 다리 때문에
불완전한 자세로 달려가는 시판하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녀가
감내하고 있는 고통이 얼마인지 갸름이 되지 않았다.
이모습을 지켜본 런던 마라톤 중계 해설자 -- 전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영국의 폴라 레드 클리프트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시판하산은 여기서 경기를 멈추어야 된다고~~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코치라도 나서서 경기를 중단시켜야
된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의 염려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하산은 페이스를 되찾았고
30km 지점에서 선두와 합류를 했다. 그리고 5명의 선두그룹 선수들과
함께 레이스를 이어갔다. 그렇게 레이스는 이어졌고 40km 지점에 이르러
하산을 포함한 4명의 선수로 압축이 되었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생겼다. 40km 급수대에서 급수를 하기 위해 뛰어가다가
뒤따라 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할뻔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이 충돌은
하지 않았지만 오토바이를 피하기 위해 몸을 90도로 꺾다가 넘어질뻔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정말 가슴이 출렁한 사건이었다.
마라톤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라마단 기간이라 장거리 훈련하면서
물마시는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해야 하나.
이제 1km가 남았다. 1위를 다투는 선수는 하산을 포함한 3명.
1위를 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달려온 41km
거리보다도 그녀들이 이 대회 우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인내하며
훈련을 했을까를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남은 거리는 500미터 ~~이제는 승부를 가려야한다. 1위와 2위 3위를~~
그러나 그녀들의 간격은 벌어지지 않는다. 누가 우승을 할지 예상을
할 수 없다. 다만 달리는 피치와 자세, 그리고 호흡소리를 들으며 누가
우승을 할 것인가를 그려본다.
정말 최근 마라톤 대회는 골인점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1-2초 차이로
승부를 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 개최된 도쿄 마라톤에서도
3명의 선수가 마지막까지 경합을 하여 1, 2위 선수가 2시간 5분 22초로
초까지 같은 기록으로 골인하였고, 3위 선수도 2시간 5분 25초로 3초 차로
골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판하산은 마지막 200미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를 갖고 있지 않는가. 그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00미터를
남기고 스퍼트를 했다. 하산이 스퍼트를 하는 순간 가슴이 쫄깃쫄깃 했다.
중계를 보면서 이렇게 내 발가락에 힘이 들어갈 줄 몰랐다.
하산의 질주는 어마무시했다. 정말 시원시원하게 달려갔다.
거의 100미터나 200미터 경주를 하는 것처럼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갔다.
그리고 맨 먼저 결승테이프에 몸을 맡겼다. 힘차게 들어올린 양팔과
멋진 미소가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그녀를 어찌 사랑할 수 없겠는가.
기록은 2시간 18분 33초.
대뷔전 우승에다가 기록도 준수하다. 세계기록 14분과 견주어도
4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말 이번 대회에서 시판하산이 우승을 한건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우승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시판 하산의 올해 나이 30세. 첫 마라톤 대회에 대뷔한 만큼
앞으로도 좋은 기록으로 멋진 레이스를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쨋든 앞으로 마라톤 대회에서 시판 하산의 레이스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부터 가을 베를린 마라톤 대회와 내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그녀가 멋지게 달리는 모습이 기대가 된다.
우승후 환하게 웃는 시판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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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 김순홍
첫댓글 잘 달리는 얼굴상이네요
말상..
그런데 잘 돌리니까 이뻐 보이네요..^^
와~~~ 정말 대단한 선수네요.
정말 관상학적으로 봐도 발상... ㅋㅋㅋ
그래서 잘 달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