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는 흐르는 강물처럼
늘푸른언덕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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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3세의 고령임에도 끊임없는 집필과 강연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지성인이자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의 강연을 감동적으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메모지가 부족할 정도로 수많은 지혜의 말씀을 쏟아내셨는데 그중 기억하는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그분은 사람의 일생을 자신의 삶에 빗대어 세 단계의 인생으로 나눕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30세까지로 인생 1막에 해당하며 사회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준비하는 교육과 훈련의 시기입니다. 인생 2단계는 직장에서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펼쳐나가는 시기로 인생 나이 60까지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3단계는 사회 지도자로 일하는 시기로 인생의 나이 60세 이후라고 정의합니다.
이런한 분류는 보편적인 시각에서 보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년으로 직장 생활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활동도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 인생 백세를 맞이하면서 ‘신중년’이라는 신조어과 함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이미 이러한 삶을 몸소 실천하시면서 강단에서 자신의 삶의 모습을 자신 있게 선포합니다.
그분의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의 인생 나이 14세가 되던 시절, 워낙 병약해서 주변에서 스무 살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하나님과 자신의 인생을 건 서원 기도를 하게 됩니다.
‘만일 병약한 자신에게 건강을 허락하여 생명을 연장시켜 주시는 은혜를 베풀어주시면
평생을 하나님을 위하여 살겠노라고....’
놀랍게도 생명을 건 그의 간절한 은혜의 간구는 이루어집니다.
그 후 인생 나이 60세까지 자신이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은사를 바탕으로 대학 강단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마음껏 누리면서......
그리고 대학에서의 정년인 인생 65세를 맞이하는 날,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학계에서 열심히 일한 노(老)교수를 뜨거운 박수로 환송할 때 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의 인생 지론과 하나님과의 언약을 기억한 것입니다.
'인생 65세부터 80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신이 받은 은혜를 이 나라와 이 사회에 돌려주는 일을 하겠노라고....'
그렇게 그의 새로운 인생 3막이 열렸습니다.
놀랍게도 자신의 기대수명이었던 인생 90을 훌쩍 지나 103세가 되는 지금까지도 자신이 받은 은혜를 나누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간증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은혜와 영광을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에서 신앙인으로서의 놀라운 영성을 발견합니다.
오늘 이야기, ‘은혜’의 관점에서 인생을 3단계로 나누어 보면 1단계인 30세까지는 은혜를 구하는 시기이며 2단계인 60세까지는 그 구한 은혜를 누리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3단계에 해당하는 60세 이후부터 하늘의 부름을 받을 때까지는 그동안 받은 은혜에 감사하고 그 받은 은혜를 이 세상에 다시 돌려주며 살다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물질이든 혹은 정신적인 지적 가치이든.....
요즘은 코로나19로 뜸해졌습니다만 해외 여행이 자유롭던 시절, 해외를 여행하다 보면 거리의 카페에서 낯선 커피 이름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서스펜디드 커피 (Suspended Coffee)’입니다.
우리 말로 해석하면 ‘맡겨둔(유보) 커피’라는 의미가 됩니다. 따뜻한 마음과 물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커피값을 미리 지불함으로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커피를 말합니다.
이렇게 커피를 기부하는 운동은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카페 소스 페소’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2010년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이탈리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가 결성되면서 다시 부활했습니다. 이어서 영국 불가리아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널리 행해지게 되었습니다.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며 기부할 커피의 수를 말한 후 그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한다고 합니다.
기부된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 사람은 카페에서 ‘서스펜디드 커피’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커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유보 커피의 정신을 본떠서 ‘미리내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커피 외에 음식 및 영화티켓으로까지 기부 항목이 확대되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을 접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물질의 축복을 먼저 받은 사람은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렇지 못한 이웃을 생각하며 기부하는 모습이 진정으로 아름답습니다.
자신이 받은 은혜는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 가야 아름다운 세상이 됩니다.
서스펜디드 커피’처럼 은혜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그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는 것을 사회적 용어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합니다.
이 말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의 합성어입니다. ‘고귀한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으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지위만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특권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고 고귀한 신분일수록 의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을 말할 때 쓰입니다. 이 말은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인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합니다.
비록 이 말이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할지라도 오히려 법적인 구속력보다 소위 귀족들의 명예와 도덕성이 더 치명적이고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점에서 서양에서 일찍부터 발달되어 전해 내려오는 아름답고 전통적인 정신유산으로 평가됩니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받은 은혜를 세상에 나누어야 할 거룩한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은혜를 통한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먼저 은혜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은혜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쉬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쉼 없는 기도 가운데 쉬지 말고 하늘의 은혜를 간절함으로 사모하며 구하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을 두려움 가운데 살았던 성경 속의 인물, 야곱이 얍복강가에서 간절함으로 하늘의 축복을 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늘의 축복을 받기 위해 밤이 새도록 땀을 흘리며 하늘의 천사와 씨름을 합니다. 몸이 상할 정도로 목숨을 건 담판을 벌린 야곱은 결국 축복의 은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받은 은혜를 세상 가운데 돌려주는 새로운 인물인 ‘이스라엘’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제 삶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주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오늘의 나 된 모습은 그대로 하나님의 온전한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 크신 사랑의 은혜에 빚진 자들입니다. 그런 우리는 이제 그 값없이 받은 은혜를 다시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기쁨으로 감당해야 할 주님의 영적 군사들입니다.
열렬한 전통적 유대교도로서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러 가다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의 음성을 듣고 새롭게 거듭나며 그 구원의 은혜에 힘입어 남은 생애를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전념했던 사도 바울의 살아있는 신앙고백을 마지막으로 함께 나누기 원합니다.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
나는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고린도전서 15장 9절~10절
첫댓글 살아가면서 누리게 되는
하늘로부터의 축복과 은혜는
감사함으로 다시
그 은혜가 필요한 곳으로
강물처럼 흘러들어갈 때
비로소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됩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