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지하철 분당선 기흥역 인근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을 기리고, 그의 작업을 모아놓은 백남준 아트센터가 있다. 그의 명성만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지만, 아트센터 맞은 편에 있는 ‘지앤아트스페이스’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 지앤아트스페이스 전경/허성준 기자
나지막한 야산에 4324㎡(약 1000평) 규모로 들어앉은 지앤아트스페이스는 곁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됐다. 백남준 아트센터는 단일 건물을 놓고 그 안에 공간을 구성했다. 지앤아트스페이스는 출입구가 분명치 않고, 카페·레스토랑·도예공방·리빙숍·화원·어린이창작스튜디오·갤러리·가마실 등의 공간이 대지 위에 놓인 몇몇 건물 몸체에 자리하고 있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네모 반듯한 인공 연못이 있는 레스토랑이 나오고, 갤러리가 있는 건물 뒤편으로 가면 삼삼오오 모여 도자기를 빚는 사람들이 보인다. 갤러리 곁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아기자기한 리빙숍과 어린이들이 만든 형형색색의 재미난 도예작품이 눈에 띈다.
조성룡은 1966년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 1975~1994년 우원 건축 대표를 지냈고, 1995년 조성룡도시건축를 세웠다. 2007년 성균관대 석좌교수에 올랐고, 2001년 의재미술관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2003년 서울 선유도공원으로 한국건축가협회상, 김수근 문화상, 서울시 건축상을 휩쓸었다.
- 조성룡 건축가
선유도공원를 가는 방법은 2가지다.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서 내려 한강 쪽으로 가서 구름다리 형태의 선유교를 통해 가는 방법, 승용차나 버스 등을 이용해 양화대교에서 진입하는 방법 등이다. 선유교를 통해 진입하면 선유도 전망대와 과거 정수시설로 이용되던 원형공간이 나온다. 환경교실, 환경놀이마당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카페는 과거 취수펌프장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용원 선유도공원 관리소장은 “최근에는 여름이다 보니 수생 식물원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에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아침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고 야간에는 전망대가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건축적으로 선유도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정수장이었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변용했다는 점이다. 크게 수질정화원·녹색기둥의 정원·수상식물원·시간의 정원 등 4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는 공원은 예전 정수장 시설의 자취가 남아 있다. 과거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 시설과 풀과 나무, 호수와 연못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단순 철거 방식의 건축보다 더욱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 선유도공원 전경/김재경 사진작가
실제 선유도 공원은 산업사회의 건축적 산물을 현대의 것으로 변용한 국내 첫 사례다. 선유도공원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평가가 이어지면서 철거 대상에 오른 다른 산업 유산에 대한 리모델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는’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2’의 저서에서 “근대화의 주요 공신이었지만 혐오시설로 남기 쉬운 산업화 시대의 잔재를 매력적인 생태공원으로 살려냈다”며 “선유도공원은 근대화 시기 개발의 미덕을 후기 근대화 시기 문화의 미덕으로 이어주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