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씨앗지켜 평화 키웁니다”
-영월 ‘서강지기’최병성 목사-
‘서강지기’ 최병성 목사(41)는 행복하다. 진정한 신앙과 삶의 행복이란 화두를 좇아 강원 영월 서강에 자리를 잡고 ‘도를 닦은 지’ 11년이 지났다. 팔자에 없는 투사가 되기도 했다.
1999년 서강에 쓰레기매립장 건설이 발표되자 사재를 털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벌였다. 결국 계획을 백지화시켰고, 그 와중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최목사의 행복론은 ‘못생김’의 미학이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눈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친 것이다.
“제 앞마당에는 못생긴 미루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가운데는 썩어 움푹 파였고 내 머리보다 큰 혹이 달랑 달려
있습니다. 또 이 녀석이 서강의 전경을 가리지요. 가끔 집에 오는 손님들은 이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이 나무가 나에게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데요.”
불과 10년 전에도 이 동네엔 미루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번듯하게 생긴 녀석들은 모두 젓가락 공장으로 팔려갔다.
이 근처에선 오직 ‘못생긴’ 이 나무만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았기에 젓가락이 주는 효용에 비할 수 없는 몇 배의 일을 한단다. 꾀꼬리, 청딱따구리, 까치와 어치, 직박구리, 올빼미와 소쩍새까지 이 나무에서 안식을 취한다.
지난 여름 큰 비로 물이 앞마당까지 치고 올라왔을 때 본 광경. 물의 위협을 알아차린 벌레들이 줄을 이어 이 못생긴
미루나무로 대피를 했다. 근처에 달랑 남은 이 나무가 아니었다면 모두 휩쓸려 내려갔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들을 품어주는 생명의 터전인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숨결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행복합니다. 11년간 자연으로부터 배운 지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죠. 겸손함과 성실함, 평화로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죠.”
얼마전엔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이란 책도 냈다. 축복이었던 자연과 함께하며 느낀 점을 사진과 함께
풀어낸 것이다.
최목사는 생태학교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대부분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가르쳐 주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 최목사는
“이름도 모르는 들꽃에도 생명의 경이를 느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는 게 중요하다”며 “책을 읽듯이 자연을 ‘읽는’
법을 배운다면 아파트 보도블록 사이에 핀 잡초를 보고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느낀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부단히 강연을 다닌다. 그의 강의는 인기가 높다.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라서
딱딱하지 않고 몸으로 체득한 지식이기에 남들이 궁금해하는 게 무언지 잘 안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더 바빠질 것 같다. 생태신앙에 대한 글과 아이들 동화도 구상 중이다. 직접 찍은 이슬사진으로
전시회도 열려고 준비 중이다. 근처에 생태박물관을 세울 계획이다.
공룡알 화석, 새집, 벌집 등이 넓지 않은 집을 꽉 메우고 있다. 빨리 분가를 시켜야 하는데 재정적 여건이 따라주질
않아 안타깝다. 혼자 누리기엔 너무 아까운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최목사는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누림”이라고 말한다. 최근 암, 뇌출혈 등으로 주변 사람들을
많이 보내면서 더욱 절실한 점이다. ‘조금만 더 소유하면 행복해지겠지’란 생각에 차일피일 행복을 미루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할 시간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입니다.”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12월 31일 14: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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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목사님이시구나...세상에...좋은 정보 넘 감사합니다. 구경꾼님...^^*
사진전에서 직접 봤다면 정말 좋았겠당... 고맙습니다~ 구경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