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초가을 유감
어느새 초가을이라 밤 점차 길어지고,
청풍 산들산들 더더욱 서늘하네.
이글이글 무더위 사라진 고요한 초가,
계단 아래 풀숲엔 반짝이는 이슬방울.
不覺初秋夜漸長(불각초추야점장) 淸風習習重凄凉(청풍습습중처량)
炎炎暑退茅齋靜(염염서퇴모재정) 階下叢莎有露光(계하총사유로광)
―‘초가을(초추·初秋)’ 맹호연(孟浩然·689∼740)
* 習習(습습) : 미풍이 살살 부는 모양. (새나 날개 달린 것들이) 날아다니는 모양. 진윤陳潤은 「宿北樂館」이란 시에서 ‘溪流潺潺雨習習, 燈影山光滿窗入(사내 졸졸 흐르고 비 부슬부슬 내리는데 / 등 그림자와 산빛이 창으로 가득 들어오네)’이라고 읊었다.
* 炎炎(염염) : 작열하다. 후끈후끈하다. 《시경詩經·대아大雅·운한雲漢》에서 ‘赫赫炎炎, 云我無所(메마르고 뜨거워서 / 이 몸 둘 곳 없도다)’라고 했는데, 《모전毛傳》에서 ‘炎炎熱氣也(염염은 뜨거운 기운이다)’라고 하였다.
* 茅齋(모재) : 띠풀로 지붕을 올린 집. ‘齋’는 대개 서재, 즉 책을 두고 공부하는 방을 가리킨다.
* 叢沙(총사) : 풀덤불. ‘莎’는 ‘향부자香附子’라는 약초를 가리킨다.
오랜 무더위를 씻는 맑은 바람을 즐기며 더러 풀숲에 반짝이는 이슬방울을 찾아냈던 가을밤 정경, 누구나 맛보았을 법한 정겨운 추억이다. 시골 마을에 특별히 고요한 계절이 따로 있을 리 없고 또 달빛 아래 이슬이 가을이라고 유난히 영롱할 것도 없으련만 시인에게는 가을의 맛이 예사롭지 않은 듯하다. ‘어느새 초가을’이라며 짐짓 계절 변화에 둔감한 척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가을의 발걸음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밤이 점차 길어지는’ 것조차 알아챌 만큼 섬세하게 관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는 평생 벼슬을 추구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낙향해버린 시인의 만년작.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 한가로이 마당을 거니는 것인지, 장안의 명사들과 교류했던 화려한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불면의 외로운 밤을 견디는 중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당대 산수전원시파의 조종(祖宗)으로서 왕유(王維)와 함께 ‘왕맹’이라 추존되는 맹호연. 서른 후반 뒤늦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낙양 등지를 유람하다 마흔이 다 되어서야 과거를 치렀지만 급제하진 못했다. 더욱이 우연히 당 현종을 배알한 자리에서 시를 읊었는데 하필이면 그중에 ‘재주 없어 명군께서 날 버리셨다’는 시구가 담기는 바람에 황제로부터 ‘내가 언제 그대를 버렸단 말인가’라는 핀잔을 들으며 그길로 속절없이 낙향해야 했던 시인. ‘황망 중에 보낸 30년 세월, 학문과 무예 둘 다 이룬 게 없구나. … 이젠 그저 술이나 즐길 뿐, 누가 다시 세상의 공명을 논하랴’라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 맹호연(孟浩然, 689~740)은 이백이나 두보, 왕유와 동시대에 활동한 중국 당나라의 저명한 시인이다. 이름은 호(浩)이며, 자는 호연(浩然), 호(號)는 녹문거사(鹿門處士)이다. 중국 양양(襄陽,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사람으로 젊어서 과거에 실패하고, 한때 녹문산(鹿門山)에 숨어 살았다. 40세 때 장안(長安)에 나가 시(詩)로써 이름을 날리고, 10년 연상의 장구령(張九齡), 10년 연하의 왕유(王維) 등과 비슷한 시풍을 지녀서인지 나이를 넘어 친하게 사귀는 망년지교(忘年之交)를 맺었다고 한다. 그는 격조 높은 시로 산수의 아름다움을 읊어 왕유와 함께 ‘산수전원시인(山水田園詩人)’의 대표자로 불린다. 절친하였던 장구령은 당나라의 재상까지 지낸 고관(高官)이기도 했다. 맹호연은 장구령을 통하여 벼슬을 구하고자 「임동정호상장승상(臨洞庭湖上張丞相)」이라는 시(詩)까지 보내기도 하지만, 죽기 3년 전에 장구령의 막객(幕客: 일종의 고문)을 지낸 것이 공직(?)의 전부다. 그것도 1년을 채 채우지 못했다.
1일(현지시간) 스페인 그란 카나리아섬의 아르기네긴에서 한 가족이 슈퍼문을 구경하고 있다. 이번 달은 드물게 슈퍼문이 두 번 뜨는 달이다. 오는 30일 밤에 뜨는 두 번째 슈퍼문은 올해 뜨는 보름달 중 가장 클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인 ‘슈퍼 블루문’이 31일 오후 8시 10분경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꼭대기 옆에서 빛나고 있다. 이 보름달은 평소보다 달이 크게 보이는 ‘슈퍼문’인 동시에 8월 중 두 번째로 뜨는 ‘블루문’이다. 달이 가장 작을 때보다 크기는 14%, 밝기는 30%가량 더 밝다. ‘슈퍼 블루문’은 약 14년 뒤인 2037년 1월 31일에 다시 볼 수 있다. 이한결 기자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3년 09월 01일.(금)〉,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9월2일 토요일
행복한 주말 아침입니다☆
이제 더욱 조석으로 차가운 기온이 피부를 파고 드는 느낌입니다.
살아가면서
화는 마른 솔잎처럼 조용히 태우고, 기뻐하는 일은 꽃처럼 향기 전하고, 역성은 가을 바람에 시원하게 날리고,
칭찬은 징처럼 멀리 울리게 하고,
미움은 물처럼 흘러 보내고,
은혜는 황금처럼 간직하며
살라고 하네요.
오늘도 즐거운 만남으로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