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파치 인디언들의 결혼 축시
두 사람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만남을 꿈꾸며
박렬
그대와 내가
어느 전설이 깃드는 강안의 기슭에서
비상할 수 잇는 한쌍의 새라면 좋겠습니다.
낙조가 그림같이 내리는 황혼역에서
서걱이는 갈대의 은밀한 소리를 엿들으며
하늘같은 사랑을 꿈꿀 수만 있다면
아니 노루떼들이 철모르게 뛰도는 들짐승의 고향
어느 이름없는 꽃들이 흐트러지게 핀곳에서
추억을 쫒는 그런 작은 새의 행복만 있다해도
젊음이 아픈것임을 기쁨이라 노래 하겠습니다.
우리가 도시의 바램이었던 시절
날개돋는 꿈을 위하여 춤추며 뛸 때
그 얼마나 바람과 자연의 사랑이 그리워
어느 소설책에서 봄직한 진부한 아픔따라
사랑앓이를 그 얼마나 많이도 해야 했습니까.
어느 먼 풍경속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이 슬퍼, 그렇게
아니 고독한 모습을 밤마다 감춰야 했습니까.
그러나 지금 우린 세월을 정처없이 달려오다
어느 거리 마디에서 꺼꾸러지고
이제는 앉은뱅이로 주저앉은 영혼
사랑하고픈 사람이 곁을 스쳐도
그저 바라만보다 그 환상을 서줄러 지워야 하는
그런 갈대밭의 풍경을 안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만남을 기다리며
이용채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낯선 얼굴로
그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만
어차피
우리들의 삶은
서로가 만나고 헤어지며
그렇게 부대낄 수밖에 없는,
서로가
큰 삶의 덩어리들을
조금씩 쪼개어 갖는 것일뿐,
누구나가
그들 나름대로의 자를 들고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서로를 재고 있겠지만
언제나
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오늘조차
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보이는 것은
쉽게 변할 수 있고
보이지 낳는 것조차
추한 모습일 수 있겠지만
보이는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의
껍데기일 뿐.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일이
어쩌면
가장 힘겨운 일일 수 있기에
사랑이 더욱 값진 것이겠지만
우리들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마져
때로느 거짓일 수 있고
그에게 슬픔일 수 있기에
나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위해
더욱 노력하며
살아야지
너에게 띄우는 글
이해인
사랑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 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을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 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재까지 변치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더욱더 진실한 것은
김찬수
가슴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 때보다
아무말도 할 수 없을 때가
더욱더 가슴 저미는 아픔이다.
보고싶어 아무 말 없이 찾아갈 수 있을 때보다
보고픈 마음을 눈물로 지울 때가
더욱더 마름 절이는 그리움이다.
가슴속에 모아놓은 사연이 많아 긴 장문의 편지를 띄울 때보다
애달픈 마음에 손 떨려 하얀 백지만을 띄울 때가
더욱더 진실된 마음의 표현이다.
떠나버리지 않을까 마음조이며 사랑한다는 말을 되물이 할 때보다
맑은 눈빛으로 다가서며 아무 말 없이 미소를 띄울 때가
더욱더 가슴 넓은 사랑이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
한소라
오늘같이 비오는 밤이면 불러도 대답없는,
보고 싶은 그런 얼굴 하나가 있어.
밤이 지나면 또 다른 내일이 찾아 오지만
결코 올 줄 모르는 야속한 사람. 너
너 없는 세상 생각조차 해본 적 없고
그 눈부신 아름다움은 진정 내가 나일 수 있는 깊은 의미를 주었었지
그러나 지금 남은 건 빛바랜 추억과 내 텅빈 가슴뿐이구나!
내 모든 것이 너이듯 너의 모든 것이 나일길 바란건
희망사항에 그쳤을 뿐
먼 훗날,
미소 지으며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이 왔다는 사실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이렇게 스쳐 보내면 시간이 그져 스쳐가듯
그렇게 잊혀질 수 있을까......
당 신
김용택
마음이 가면
봄갈이 해논 밭흙같이
보드랍고 따스한 몸이 오는 그대
그대 사랑은 한없이 크고
끝도 갓도 없이 넓어서
내가 그대 앞에 서서
이만큼 이만큼
이, 이, 이만큼 보다 더 크게
내 아무리 두 팔이 찢어지게
다 별려
저 하늘
이 땅만큼
그대 사랑한다 해도
그대는
내가 사는
저 하늘 이 땅 같아
나는 그대 사랑안에 있고
그대 사랑은
내 손 내 맘 안 닿는 데까지
피어나는 꽃처럼
일어서는 봄산처럼
세상을 환하게 열어줍니다.
가난하고 쓸쓸했던 내 세상
봄이 오는 들길을 따라
불쌍한 우리 보리피리 불며
산 설고 물 설은 산중 땅
찾아온 그대
내가 저문 산처럼 배고파 누우면
그대는 내 곁에
저문 강으로 따라 누워
당신의 피와 살을 주어 채워 적시고
내가 새벽 산처럼 어둡게 서 있으면
그대는 훤한 앞산으로
해 받아 일어서서
내 이마에 이마를 대어
산문을 열어줍니다.
사랑하는 당신
아직은 그대 앞에 두 손 다 편히 내려놓고
그대 바라볼 수 없이
흔들리는 우리 땅
우리들의 사랑
초 애
박진석
사랑한다 너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눈이 시리도록
보고도 보고픈
초가을 하늘처럼
그렇게 시린 너의 모습
그땐
핏발선 백안으로
쓰러져도 좋으련만
언어를 넘어선 감정의 폭발음
내 가슴을 찢는 불덩어리
가늘 수 없어
침묵의 밤하늘을
그땐
그렇게 헤매어도 좋으련만
생활을 떠나서
모든 관계의 길을 떠난
너의 모습을
애무하고, 포옹하고, 입맞추고 싶다.
먹고 싶도록 달콤한 너
입술이 얼굴이 되고
너의 모습이 빛이 되고
눈동자를 채우고
태우고 재가된다.
먹고는 내가 죽을
첫사랑이 된다.
사 랑
이충기
사랑을 깊이 생각하세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세요
사랑이 지나가고 있어요
당신의 유일한 위대성은
당신의 마음 은밀한 곳에 있는 사람 입니다
사랑을 사랑하기를 배워야 합니다
사랑을 배우기를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을 슬프게 하는 것을 생각하세요
많은 죄들이 사랑을 조롱하고 있어요
사랑으로 마음에
생명을 주도록 하세요
사랑이 깃들면 작은 것들도
아주 큰 것이 됩니다
기적도 사랑의 단순한 표시이며
사랑안에서는 죽음까지도
단순해 집니다.
사랑을 사랑하기를 배워야 합니다.
사랑을 배우기기를 사랑해야 합니다.
이 생명을
모윤숙
임이 부르시면 달려가지요
금띠로 장식한 치마가 없어도
진주로 꿰멘 목도리가 없어도
임이 오라면 나는 가지요
임이 살라시면 사오리다
먹을것 메말라 창고가 비었어도
빚더미로 옘집 채찍을 맞으면서도
임이 살라시면 나는 살지요
죽음으로 갚을 길이 있다면 죽지요
빈 손으로 임의 앞을 지나다니요
내 임의 원이라면 이 생명을 아끼오리
이 심장의 온 피를 다 빼어 바치오리다.
무엔들 사양하리 무엔들 안 바치리
창백한 수족에 힘 나실 일이라면
파리한 임의 손을 버리고 가디니요
힘 잃은 그 무릎을 버리고 가디니요
사랑 그대로의 사랑
유영석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이른아침 감은눈을 억지스레 떠야하는 피곤한 마음속에도
나른함속에 파묻힌 채 허덕이는 오후의 애뜻한 심정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런 모습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속에도
10년이 훨씬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꺽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 노래속에도
당신의 그 사랑스런 마음은 담겨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느낄수 있겠죠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도 느낄수 있겠죠
비록 그날이 우리가 이마를 맞댄채 입맞춤하는 아름다운 날이 아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잊혀져 가게 될 각자의 모습으로 안타까워 하는
그런 슬픈날이라 할지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신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서정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대 속에 빠져
그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대를 찾기에 지쳐 있다.
하나는 이미 둘을 포함하고
둘이 되면 비로소
열림과 닫힘이 생긴다.
내가 그대 속에서 움직이면
서로를 느낄 수는 있어도
그대가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해 허둥댄다.
이제 나는 그대를 벗어나
저만큼 서서 보고 있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그냥 좋은 것
원태연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U. 샤퍼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아무도
그대가 준 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아닌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첫사랑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걸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사랑한다는 것으로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칼릴 지브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고백
김남조
열. 셀때까지 고백하라고
아홉. 나 한번도 고백해 본적 없어
여덟. 왜 이렇게 빨리세?
일곱. .....
여섯. 왜때려?
다섯. 알았어. 있잖아
넷. 네가 먼저 해봐
셋. 넌 고백 많이 해봤잖아
둘. 알았어
하나반. 화내지마 ..있잖아
하나. 사랑해
공개적인 사랑
용혜원
우리들의 사랑은
제한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로부터 떠나고 싶어하기도 하고
사람들 속에
파묻혀 버리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사랑을
나타내 보이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때로는
심술쟁이 같아 보입니다
그대를 닮은 모양입니다
그대의 얼굴 표정도
그날 그날의
마음의 일기예보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랑은 역시
공개적인 사랑이어야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행복 만들기
원태연
화장실에 앉아
담배에 불을 땡기고
신문을 펼쳐드니
이 시간만은
누구도 안 부러운 거 있지
근데 이게 웬일이야
나오자 마자 시작되는
이 걱정거리들은
역시 사람들은
무언가에 열중해 있을 때
가장 행복하지 싶어
해서 생각한 건데
행복이란
생각하기 나름이지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