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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705 : 옥천군 이원면)
*일 시 : 2005. 7. 31(일), 제38차(23명), 날씨(구름 낀 오전과 오후 맑음)
*코 스 : 윤정리 마을회관 앞-삼거리안내판-281봉-절터-삼거리 안부-625봉-대성산
-꼬부랑재-송전탑-709봉아래 갈림길 삼거리-승지골 합수점(대성기도원)
-포도과수원-홍도가든-충혼탑
*소 시 : 오전 9시 20분 ~ 오후 2시 00분 → 총 10Km, 4시간 40분간 소요
「 덕운봉(한자 : 大聖山)이다.
대성산은 옥천군 이원면소재지에서 3.5km정도 떨어진 남서쪽 방향에 위치하고 있으며 옥천군과 충남 금산군의 경계다. 옥천 남쪽의 장룡산과 양산의 천태산 줄기가 길게 누운 능선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대성산-천태산능선과 남북으로 대칭을 이루며 양산으로 이어진 501번 지방도로 동쪽으로 월이산(=달이산)-국사봉이, 그 남쪽으로는 월영산-갈기산-비봉산-마니산 줄기가 칸을 채우고, 서쪽으로는 서대산 줄기가 U자로 가로막는다.
충북 옥천군과 충남 금산군의 경계인 대성산은 주변의 서대산(905m)을 제외하면 最高로 주위에 크고 작은 저수지를 거느린 이원분지의 젖줄을 대는 母山이다. 이원면 윤정리 입구에서 바라본 대성산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직접 능선에 오르면 기암괴석과 깊숙한 계곡, 독특한 산세에 새로운 맛을 음미할 기회가 된다.
옛날부터 큰 성인이 나타난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오는 대성산은 겉에서 보면 남북으로 달리는 평범한 산봉우리이지만 그 산자락을 헤집고 들어서면 기암괴봉과 높은 폭포가 줄줄이 걸려있어 별천지임에 놀란다. 백제와 신라의 접전지대였던 대성산 계곡의 폭포는 전체 4개가 있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비교적 규모가 작고 세 번째와 네 번째는 20m가 넘어 웅장한 규모다. 문박골의 큰폭포, 폭포골의 작은 폭포, 어름골의 어름폭포 중, 세 번째 폭포에는 아름다운 폭포의 모습에 감탄한 옛날 어느 선비의 폭포예찬비가 세워져 있다. 碑高 50cm로 5언 절구의 한시가 새겨져 있는데 ‘폭포예찬비’는 흔한 경우가 아니다.
絶壁堂空險 당당하게 깎아지른 벼랑 하늘 위험한 곳에
寒泉倒掛流 찬 샘물 걸려 흘러내리니
殷殷雷鼓轉 은은한 천둥소리 연이어 치고
源雨滿山頭 비의 근원이 산머리에 가득 몰린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대성산 정상을 데구름, 데구리 또는 덕운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한시의 마지막 절구에 덕운봉(德雲峰)이라 예찬하고 있어 이곳 사람들은 대성산을 덕운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성산의 북쪽자락에는 옥천에서 최초로 세워졌던 삼계서원 터가 자리잡고 있다. 석축의 흔적으로 보아 그 크기가 매우 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서원은 효종 8년인 1657년 조헌 선생의 위차(位次)문제가 당쟁에 휘말려 헐리고 말았다. 」
2004년 12월 30일 대성-천태산 종주 후기 일부다.
오전 9시 00분.
경부고속도로 옥천IC를 빠져나왔다. 여름휴가철을 감안하더라도 참여회원수가 생각보단 많았다. 토요일 오후 늦게 불참을 통고한 회원보다, 참여를 통고해온 회원이 많았다. 대신 아무런 연락없이 불참한 회원까지 합하면 7명이다. 특히 권순천씨가 그의 內子외 함께 참여해 무척 반가웠다. 양서중-염창중학교에 근무하는 이기섭-이정연 선생님 부부를 비롯해, 이범진-조순영씨 부부, 김영운-이옥심씨 부부 등 5쌍의 커플이 승차했다. 고속도로변에 활짝 핀 자귀나무와 배롱나무 꽃이 무엇보다 화사한 오전이다.
오전 9시 20분.
4번 도로에서 501번 지방도로를 바꿔 타고 이원면을 지난 지 수 분만에 만난 윤정교 앞이다. 그 우측에 이정표가 서있다.
<윤정리 → >
대형차 진입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문을 일별한 후 외진 포장소로를 따라 동향했다.
약 400m 진입한 윤정리 마을회관 50m 지점에서 회차를 위해 정차했다. 막 열탕에라도 들어선 느낌이다. 뜨거운 오전의 열기와 상큼한 풀냄새가 코를 찌른다. 버스는 이 지점에서 방향을 돌려 50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3~4분 거리인 개심저수지 앞 충혼탑에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9시 25분.
윤정리 노인회관 겸 마을회관으로 이용하는 단층건물이 아담하다.
「윤정리 마을 자랑비
윤정리는 충남 금산군 금북면에 인접한 도계인 산악지대로, 아름답고 수려한 이곳은 해발 705m의 대성산이 웅장한 한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 마을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 정기를 이어받은 우리 마을은 마치 포근하고 따뜻한 어머님의 품속 같기도 하다. 이 아늑한 마을은 대성산 양계고의 물이 흐르고 있으니 마치 섬 같기도 하고, 마을 모양은 우리나라 지도와 흡사하다. 50여 호의 금씨 대성촌으로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근래 젊은 층은 서울, 대전, 부산 등 대도시로 직업과 생활 따라 출향자가 늘고 있다.
400년 전 우봉 이씨 할머니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곳에 터전을 닦았다. 이 아들은 곧 성장하여 임진왜란 때 중봉 조헌 선생과 문무를 겸비하고 충남 금산 벌에서 왜적과 싸우다 장렬하게 순절하였으니 그 시신이 칠백의총에 봉안되어 700의사의 한사람으로 매년 9월 23일 후배들이 모여 배향을 올리고 있는 충절의 마을이다. 이가 곧 봉화금씨 금의 시조의 17대손으로 이름은 應信 선략장군으로 병판공의 시호를 얻게 되었다.
2002년 5월 8일 윤정리 마을 주민일동 」
건물 앞 우측에 얕트막하게 앉아있는 마을자랑비석 내용이다.
본격적인 자드락길이다. 이방인을 맞은 吠犬소리는 일종의 양념이다. 시멘트 포장소로를 따라 고샅을 돌아들면 100여 평 가량의 畜舍(한우와 사이로가 들어찬)를 지난다.
<등산로→>
마을이 끝나면 완만한 산록에 자리한 다랑논을 우측에 둔 비포장 소로를 따라 올라가는 문안골이다. 참깨밭, 콩밭, 고추밭, 고구마밭, 돌보지 않아 망초에 묻힌 도라지밭과 봉숭아-살구-자두-감나무 묘목밭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묘목이 조밀하게 심어진 밭에는 ‘아침 안개 맑음’이란 기상 속담대로 구름사이로 새어나오는 염천에 한참 지쳐있는 모습이다. 미풍이라도 불었으면 좋으련만 습기를 잔뜩 밴 바닥에서 복사하는 열기가 생각보다 화끈하다.
9시 28분.
삼거리 정 중앙 코너에 등산안내판에 서서 오늘의 코스를 설명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들이 하산할 709봉-대성기도원-개심저수지 코스는 안내판에서 제외됐다.
접어든 좌측소로엔 흰 樹皮의 거제수 군락지대가 자리하고, ∧모양의 쐐기형 봉우리 두 개가 초병처럼 갑갑하게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혹서를 피해 오전 늦은 이 시간까지 참깨밭을 매는 촌로(여)의 손길이 바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산록에 붙은 참깨밭을 매던 기억이 떠올라 노부인의 행동을 잠시 눈여겨봤다. 마치 그네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흔적이라도 찾아 볼 요량이라도 챙길 것처럼 말이다. 45년 전의 여름과 지금의 여름은 동일하지만 이미 내겐 기억으로 남아있을 뿐 사라진 실체에 대한 회한이 뼈아프다.
질경이가 깔린 바닥 주변은 고삼(=도둑놈의 지팡이), 며느리배꼽, 환삼덩굴이 헝클러져 행보를 더디게 한다. 거북꼬리, 박주가리, 딸기나무, 파리풀, 노루오줌, 짚신나물, 깻잎풀이 제철이다. 이마에 고였던 땀이 머리에 묶은 수건에 고인 수위를 감당 못하고 폭포처럼 등산화 끝에 떨어진다.
9시 38분.
‘산불조심 ’이란 프레카드가 걸린 삼거리다.
좌측 소로로 옮겼다. 통행인이 적고 무성한 여름 잡초가 소로를 덮었다. 이깔나무, 상수리, 떡갈나무, 졸참나무와 거제수가 어우른 혼합림지대는 뜨거운 열기로 전신은 땀범벅이다. 오늘 흘리게 될 땀의 양을 계산해봤다.
9시 46분.
좌측에 작은 케언과 움막은 작년 그대로다.
고마리 군집지대, 도둑놈의 갈고리, 수국, 누리장꽃이 핀 지그자그 오르막 에움길이다.
9시 53분.
지능선 안부 한옥 반 칸 크기의 선바위 삼거리에 닿았다.
<정상← 큰폭포↓ 윤정리 하산로 →>
안부 좌측은 불당골과 의평리로 내려가는 코스다. 윤정리 코스보다는 좀 길지만 대성폭포를 완상할 수 있는 의평리를 들머리로 올라온 개인 등산객을 만났다. 고습도에 미풍조차 없는 지금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회원 모두가 전신이 물에 빠진 강아지처럼 축 늘어진 모양새다. 후미에는 정감사님-왕언니-홍대장님 등도 悍浴을 맞았으리라 짐작했다. 틈을 이용해 최이사께서 뱉은 농담이다. 정감사님 카페 닉네임인 라이파이를 빗대어 ‘쵸코파이, 정도가니, 정기오, 홍재근’ 운운하는 익살이다. 후미 그룹이 막 올라섰다. 홍대장님 표정이 영 개운치 않다.
햇살이 숲 사이로 파고드는 지능선 수평 사면로다.
좌측 광불사가 있는 강천리 마을이 솜이불같은 아침물안개에 덮여있었던 겨울철이 생각났다. 청미래덩굴, 개암나무가 보이는 차츰 가파른 오르막이다. 잡목이 조밀하게 깔린 좌측 벼랑에 ‘위험’표지가 걸려있다.
오전 10시 02분.
절터 삼거리다.
<정상 1.2Km ← 작은 폭포 ↓ 큰 폭포 하산로 → >
원추리 한 송이가 외롭다.
자연과 사람은 이름을 부를 때 한층 친근하고 빛난다. 그렇듯 꽃도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꽃이 된다는 시인의 말을 상기하는 지금이 능준하다. 좌측으로 접어든 수평사면로가 이어간다. 고도가 높아가는 지그자그 오르막이다.
10시 16분.
전망대 사거리 지능선 안부다.
<정상 1.2Km ← 서원동하산로↑ 작은폭포 ↓ →큰폭포>
이정표의 표기 오류다. 절터에서 만난 이정표도 정상이 1.2Km인데 여기도 같은 거리 표지를 재확인했다. 후미를 기다리는 휴식시간을 가졌다. 거우벌레의 작품(?)들이 바닥에 흩어져있다. 수학공식처럼 다시 이어지는 수평 사면로에 이어 삼거리 좌측 능선오르막은 철쭉과 상수리나무가 어우른 터널이다. 숲 사이로 보이는 대성산 정상이 저만치에서 걸려있다.
진달래가 가로수처럼 즐비한 능선이다. 각종리본들이 무수하게 걸려있는 된 비알이다.
이어 송림이 터널을 이룬 능선을 만났다. 좌측 산록과 의평리-지정리 마을은 이내에 묻혀 분간조차 어렵다.
10시 40분.
625봉 3거리에 올랐다.
봉우리 한 가운데 이장한 무덤자국처럼 깊게 함몰되어있다.
후미를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성에 차지 않는 미풍이다.
불운의 오늘인가. 가까스로 감지되는 미풍을 타고 올라가는 된 비알이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신발코에 떨어지는 땀으로 등산화는 이미 반 이상 젖어있다.
10시 50분.
대성상 정상에 섰다.
<삼각점 이원301>
<천태산 5시간 소요 ← → 장룡산 5시간 소요, 해발 705m, 이원로터리클럽>
철책이 둘러친 홍수경보시설물에 부착한 안내문과 정상 중앙의 이정표 내용이 동일하다.
들머리에서 가로막았던 동북방향 지능선에 우뚝한 구독점 같은 楔形의 봉우리들이 코 아래다. 정상에 닿기 전 설렘이 기다림이 되고, 기다림은 설레는 꿈이 된다는 시인의 지극한 헌사가 정상에 서면 금새 속수무책이고 허망하다. 육장 그렇듯이 반복하는 산행의 심리적과정이다. 산매가 들린 우리들이런가?
정상에서 남쪽으로 40m 떨어진 지점이 오히려 조망이 활달하다.
지능선보다는 예서 내려다본 조망이 다소 열려있다. 동북쪽 옥천읍내가 아물거린다.
숲 사이로 비친 501번 도로 건너편엔 국사봉과 마니산-월(달)이산이, 서쪽으로는 서대산-식장산-고리산 등이 멀찌기 서있다. 장룡산 너머로 서대산이 그 좌측 멀리로 702고지-선녀봉 줄기와 대둔산 정수리도 가물가물하다. 이 지점보다는 남쪽으로 600m쯤 떨어진 꼬부랑재에서의 경관이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남으로는 덕유산 향적봉이 첩첩이 쌓인 대간줄기를 달고 남덕유산을 향해 내달린다. 蛇行川과, 직선으로 뻗은 도로와 철도, 딱정벌레처럼 그 위를 기어가는 각종교통기관, 평화스런 농가와 넓은 평야 등 주변풍광이 돌스럽고 깨끔하다.
긴 시간을 기다렸다. 이기섭씨 부부, 김영주씨 일행, 권순천씨 부부는 기다림이 지쳤는지 우리들보다 일찍 일어섰다. 후미 일행들이 정상에 올랐음을 확인하고 내리막에 섰다. 꽃며느리밥풀이 깔린 지대다. 어수리가 보인다.
11시 15분.
좌측으로 하산로가 보이는 3거리 안부다.
635봉을 향한 오르막이다. 좌우로는 조밀하게 들어찬 진달래 능선이다. 좌측산록의 의평리 의평저수지와, 그보다 훨씬 넓고 큰 규모의 개심리 개심저수지가 여름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우측은 금산군 군북면 신안리다.
11시 20분.
635봉을 통과했다. 팽팽한 고압선이 잠시 휴식을 즐기는 철탑전주가 버티고 있는 봉우리다. 이곳은 四界정리가 잘 되어 조망처로는 훌륭하다. 남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등로는 709봉을 정점으로 말안장 같은 능선이 편안하게 누워있다. 물레나물, 원추리, 도라지꽃이 보인다.
9부 능선을 가르는 사면로다.
최이사님과 산악회 전반에 관한 긴 이야기를 나눴다. 가능하면 본디의 분위기가 계속되기를 희구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레샴의 법칙이 도태되는 그런 심정으로 말이다. 초지일관과 초심을 유지하는 신뢰가 필요하다. 불순물질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빠른 轉移다. 은근한 稀釋은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다.
산은 산이다. 때론 신앙이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수단이 아름다워야 목적도 아름답다. 산은 우리들의 수단이며 합목적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함수를 같이 할 때 山도 종교로 승화할 수 있다는 논리의 비약이 파라독스가 아니길 바란다. 항용 그런 마음으로 새벽을 열고 집을 나선다.
11시 30분.
안부에서 작은 봉우리를 우회하는 직진 斜面로를 지나간다. 곧 주능선과 합류다.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 손이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올려놓거나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정호승 시인의 ‘위안’에서 위안을 받는다.
11시 35분.
595봉 지점을 통과했다.
우측 금산군 금북면을 휘감는 穹窿상을 이룬 능선모양이다.
멀리 서대산 줄기 능선의 곡선이 퍽 육감적으로 보인다.
11시 40분.
좌측개심저수지와 기도원 방향으로 하산하는 3거리에 앉았다.
709봉이 저만치에 서있다. 709봉에서 천태산까지 약 5Km다. 평범한 행보로 2시간 30분 거리다. 후미를 기다리는 긴 휴식시간이다. 냉동수도 많이 마셨지만 발산하는 땀의 양도 대단하다. 이 작은 체구에서 흘러버릴 수분이 얼마나 된다고 한도 없이 쏟아내는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 와중에 조낙연씨가 준비한 작은 패트병의 소주와 안주를 꺼냈다. 이열치열의 極暑 방법인가. 건조지대에도 잘 자라는 삽주 한 뿌리가 기름진 잎새를 보인다.
선두를 치고 달린 7명을 제외한 16명이 합류한 시각은 정오였다.
처절하게 녹아버린 홍대장님 표정이 내겐 일품으로 보였다. 빙긋 웃고 말 일이다.
일본의 실전 경영학 전문가 시미즈 류에이의 지적이다.
“사장은 참는 직업이다.”
그렇듯이 산행도 克己란 의미의 참는 작업이다.
김영주씨와의 통화로 정상에서 능선을 먼저 탄 7명의 위치를 대략 확인했다.
급박한 좌측 내리막능선의 시작이다.
때로는 직선으로, 그리고 지그자그로 이어가는 내리막엔 송림지대도 보이고 어쩌다 만난 잔 돌사닥 길은 행보를 비틀리게 한다. 흰색 분말을 뒤집어 쓴 녹색 노간주 열매가 아름다운 여름을 맺고 있다.
12시 55분.
계곡의 계류를 만났다. 부족했던 식수를 채웠다.
이 지점부터는 경사가 무딘 호젓한 오솔길 형태다.
차츰 길과 계곡의 너비가 넓어진다. 어린아이들을 대동한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다. 뒤돌아보니 끝머리가 여전히 흘러있다. 여과없이 합류할 것이란 판단이다.
오후 1시.
대성산본향기도원 옆구리 계류에 몸을 풀었다.
세상이 내 것이다. 이어 후미 일행이 당도했다. 마을을 가르는 고향의 개울이 이러했다.
그래서 한없는 희열에 빠졌다. 휴대폰을 잠깐사이에 빠트리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말이다.
“매번 실수군요.”
잦은 물건의 분실을 목격한 정감사님의 일침이다.
산만한 주의력이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기도원은 평화스런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동쪽으로 뻗은 포장소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어느 농장주인의 소유인 수컷 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서있다.
하우스재배의 포도밭의 표도송이가 영글다. 가을을 향한 여름이다.
오후 1시 40분.
버스가 머물고 있는 홍도가든 옆 충혼탑에 내렸다.
후미가 당도한 시각은 2시였다.
윤정리 마을회관 앞을 출발, 삼거리안내판-281봉-절터-삼거리 안부-625봉-대성산-꼬부랑재-송전탑-709봉아래 갈림길 삼거리-승지골 합수점(대성기도원)-포도과수원-홍도가든을 지나 충혼탑에 이르는 약 10Km 거리를 4시간 40분에 마쳤다. 예정보다 40분을 초과했다.
여름이 여름하고 있는 폭염 탓이리라.
2시 02분.
예약한 옥천역 앞 돌머리식당으로의 이동이다.
충청도의 명물 올갱이국을 미리 주문한 바 있다.
개심저수지가 파랗게 호흡하는 오후다.
2시 22분.
식당 앞에 당도했다.
흘린 양만큼 섭취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요즘은 대개 수입올갱이로 조리한다는데, 그래서인지 1995년도 전후해 맛들인 제천시 중앙로 2가 금왕식당(645-5953)의 올갱이국과는 감히 비교의 대상이 못되는 맛이다. 서글서글하고 수더분하며 다소 사교적인 늙은 주인여자의 입심이 공허한 틈새를 상쇄하고 있음이 다행이었다. 준비했던 다래주와 급냉동한 소주, 그리고 김영주씨가 추가로 시킨 안주로 몇 잔을 더 얹었다. 24명의 식탁을 거들던 장년과 청년의 두 남자가 약속처럼 식탁 한켠에서 다모토리를 즐긴다. 고약스러운 멋이다.
3시 30분.
옥천을 떠났다.
오늘은 빠른 귀가가 되겠다. 다음 주 설악 매봉산 귀로가 길어지리란 예상이다.
경부고속도로 전용차선을 시원하게 가른다.
오이사님 부부와 송원동씨가 양재동 입구 도로변에서 하차했다.
우회하는 시간을 없애주려는 그들의 배려다.
5시 56분 당산역, 6시 10분 발산역에 내리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오후가 무색할 지경이다.
심각한 갈증을 윤여사네 가게에서 풀었다.
감각을 잃은 목젖의 방황인가.
늦동이 섭섭이와 함께 하는 저녁이 포실하다.
*교통
-열차
서울역~옥천역 1일 15회 운영, 옥천역~세산~이원~장화~구미 방면 12번 버스로 의평리나
개심저수지서쪽이나 장회 충혼탑 앞 하차
옥천-양산행 시내버스[이원중학교 또는 대성초등학교 하차]
-승용차(서울~대성산)
경부고속도로 옥천 I.C(167.2km)-옥천(영동 방면)-삼청~건진 삼거리(우회전)
-의평~서원동마을-4번국도, 501번 지방도 이용 (15.8km)
*숙식
-옥천군 숙박업소[조흥장(043-732-1282), 비원장(-731-2020), 동양장(-732-8663)]
-돌머리식당(043-732-1464 올갱이해장국), 금강식당(043-732-3654),
별미식당(043-733-3523), 김천식당(-731-4382), 동해동태찜(-731-3313),
보신각식당(-733-2155 삼계탕전문), 옥천아바이순대(-732-8813)
-이원면 개심리[스위트파크(-732-1970), 개심파크(-733-9632)]
*관광
-양산8경 :
제1경(영국사), 제2경(강선대), 제3경(비봉대), 제4경(봉황대), 제5경(함벽정),
제6경(자풍당 구선대), 제7경(용암), 제8경(여의정)
-금산8경 :
제1경(적벽강), 제2경(진락산), 제3경(대둔산), 제4경(12폭포), 제5경(서대산),
제6경(천내강과 봉황대), 제7경(국사봉과 신음산), 제8경(귀래정)
-옥천 특산물 : 포도, 복숭아 (구입 : 농협043-732-2302)
-금산 특산물 : 인삼(한국인삼유통텔 043-751-2501)
*축제 :
1)지용제 [시기 : 매년 5월 중 (3일간)]
- 장소 : 정지용 생가를 비롯한 옥천 일원
- 행사 : 지용문학상 시상, 강변 페스티발, 음악회, 백일장, 국악공연 등
- 문의 : 옥천문화원 (043-33-6000)
2)중봉충렬제[시기 : 매년 9월 중 (3일간)]
- 장소 : 옥천 일원
- 행사 : 열린 음악회, 중봉선생추모제, 포도아가씨 선발대회 등
- 문의 : 옥천문화원 (043-33-6000)
3)금산인삼축제[시기 : 매년 9월 중 (5일간)]
- 장소 : 금산읍 인삼, 약초의 거리 및 주변행사장
- 행사 : 인삼요리, 약초전시회, 민속행사공연, 문예행사 등
- 문의 : 인삼축제 집행위원회 (043-54-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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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 땀은 흐르고… "밤이 무서워" 조선일보 2005-07-27
열대야, 어떻게 이기나
[조선일보 여성조선 기자]
밤이면 집집마다 ‘더워서 못 자겠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도시 기온이 교외보다 높게 나타나는 ‘열(熱)섬 현상’이 한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熱帶夜)로 이어지고 있다. 찬물로 샤워해도 그 때 뿐. 어떻게 해야 할까.
■“더워서 못자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일반적으로 수면에 적정한 온도는 18~20도지만, 사람마다 잠을 잘 수 있는 온도가 다 다르다. 그러므로 “모두, 절대적으로 잠을 못 이루는 열대야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 유태우 서울대 가정의학교실 주임교수는 “잠을 못 이루는 근본적인 이유는 온도 때문이 아니고 더워서 못 자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외부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가 흥분돼 각성상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체는 더우면 덥고 추우면 추운 대로 적응하며 살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더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성격이 급한 사람, 몸 컨디션이 안좋은 상태인 사람이 더위에 따르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조그만 변화에 민감해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면 지금 자신의 몸 상태가 건강치 못하다는 얘기다.
■입고 자야 더 시원하다!
더울수록 옷을 벗고 자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덥다고 벗고 자면 우리 몸은 표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열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수면의 질(質)이 나빠진다. 얇은 면 이불을 덮고 옷을 벗고 잔
사람과 입고 잔 사람의 이불 속 온도를 실험한 결과, 벗고 잔 사람은 실험 15분 후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한 시간 후에는 36℃까지 상승했고, 옷을 입은 사람의 이불 속 온도는 34℃로 일정했다. 옷을 벗고 자면 몸의 땀이 이불에 그대로 흡수되어 습윤열이 발산되면서 이불의 온도가 올라간다. 결국, 더울수록 잠옷을 입고 자야 시원한 여름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불켜면 더 덥다!
백열등은 빛과 열을 발산해 실내 온도를 높인다. 특히 형광등의 경우 열도 열이지만, 밝은 빛은 각성효과를 주며 수면과는 상극이므로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집안의 불만 끄는 게 아니라 커튼을 쳐서 집 바깥의 불빛이 들어오는 걸 차단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맥주 한 잔 마시면 잠이 잘 온다?
알코올이나 스포츠 음료는 탈수현상을 일으킨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졸린 듯 하지만, 수면의 질이 나쁘며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개운치 않다. 또한 무엇이든 먹고 나서 이를 닦으면 몸을 자극해 각성 상태가 된다. 늦은 밤에 덥다고 시원한 수박이나 음료수를 찾으면 화장실에 가느라 자주 깰 수도 있다. 잠이 잘 온다는 우유 역시 마시고 나서 이를 닦으면 잠이 달아나므로 큰 도움이 안 된다.
■찬물로 샤워하면 더위가 가신다?
찬물 샤워는 몸의 온도를 급격히 낮추기 때문에 우리 몸이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열을 생성한다. 요즘 인기 있는 반신욕이나 족욕은 휴식의 의미는 있지만, 잠과는 별 관련이 없다.
수건에 물을 적셔 꼭 짜서 돌돌 말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때때로 사용하는 것도 좋다. 자기 전에 물수건으로 얼굴과 목만 닦아도 개운하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간접적으로 쐬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
■돗자리 위에서 잠이 잘 온다!
더워서 땀을 흘리면 이불이 몸에 달라붙어 잠을 못 이룬다. 모시나 마 소재의 침구는 몸에 붙지 않고 땀에 젖어 눅눅해지지 않으므로 한결 시원하다. 대나무로 만든 돗자리는 밤새 서늘한 감촉이 그만이다.
(도움말=유태우(서울대학교 가정의학교실 주임교수)·㈜좋은 사람들(080-320-6600) )
(이덕진 여성조선기자 [ dukjiny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