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콜렛트//
번역 정진수
각색 아니타 루스
연출 강영걸
인물수 T7//M2//F5//C//E
등장인물 ( //지지(G)// ) ( //알바레즈 부인(A)//지지의 할머니) ( //안디르(AD)//지지의 모(母)) ( //갸스똥 리샤이으(T)// ) ( //빅터(V)// ) ( //알리샤(AL)// ) ( //시드니(S)//하녀)
공연일정 1988.3.11-1988.5.30//
구분 번역극//일반극//성인극
배경 1900년경//파리//
줄거리
1막 1장
지지는 열일곱,여덟의 말괄량이 소녀이다. 그녀의 어머니 안드리는
오페라의 3류 배우이다. 할머니 알바레즈부인은 집의 주인으로 가난한
음악가와 결혼했던 그녀의 딸을 못마땅해 했기 떠문에 지지에 대한
교육과 관심은 각별하다.
한편, 지지의 집에 종종 방문하는 갸스통은 부자이자 바람둥이이다.
현재 그와 리안느라는 여자와의 이별은 장안의 화제거리이다. 갸스통은
지지의 집을 방문해 알바레즈 부인과 리안느와의 결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1막 2장
알바레즈부인의 언니 알리샤는, 젊은날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보석만 많은 독신녀이다. 그녀는 지지의 교육을
맡고 있다. 알리샤는 지지의 집에 부자인 갸스통이 종종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어느새 숙녀가 되어가고 있는 조카 손녀를 갸스똥의 눈에
띠게 교육시키려 한다. 알리사는 남녀관계에서 배경과 재산을 아주
중요시 여기고 있다.
1막 3장
갸스통은 여전히 알바레즈 부인과 여자의 탐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그는 마침 집에 돌아온 지지와 습관대로 카드놀이를 한다. 둘
사이는 장난을 쉽게 칠 수 있는 스스럼없는 사이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갸스통과 지지의 시선이 어색하게 마주친다. 이후 갸스통은
스위스로 다시 여행을 떠난다.
2막 1장
알리사는 주책인 지지의 어머니가 지지에게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되어 그녀를 자신의 집에서 교육을 시킨다. 알리사는 지지의 사교계
후원자로 돈이 많은 갸스통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살소동으로
갸스통의 관심을 다시 사려는 이네즈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다.
스위스에서 돌아온 갸스통은 아름다워진 지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해
한다.
2막 2장
알리샤는 빈틈없는 갸스통에게 물질적으로 지지의 확실한 후원자가
되어주길 요구하고, 계약서를 요청한다. 지지는 이모할머니의 이러한
물질적인 허영심이 싫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2막 3장
허영심이 가득찬 알리사는 지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지는
그런 애정없는 조건은 싫다며 거절하고, 갸스통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지지는 갸스통의 유명세와 바람기에 대해 비난을
한다. 그러나 갸스통은 자신이 진실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제목] 지지(GIGI)
[페이지] F01
지지(GIGI)
원작.콜렛트
각색.아니타 루스
번역.정진수
연출.강영걸
小劇場(소극장) 空間舍廊(공간회랑) 開館(개관) 12週年(주년) 記念公演(기념공연) 作品(작품)
劇團(극단) 空間(공간)
[페이지] F02
지지(GIGI)
원작.콜렛트
각색.아니타 루스
번역.정진수
연출.강영걸
小劇場(소극장) 空間舍廊(공간회랑) 開館(개관) 12週年(주년) 記念公演(기념공연) 作品(작품)
1988年(년) 3月(월)11日(일)-5月(월)30日(일)
[페이지] 001
<등장인물>
지지 (G)
알바레즈 부인 (지지의 할머니) (A)
안드리 (지지의 母(모)) (AD)
갸스똥 리샤이으 (T)
빅터 (V)
알리샤 (AL)
시드니 (하녀) (S)
[페이지] 002
1 막
1 장-알바레즈부인의 거실
2 장-알리샤의 거실
3 장-알바레즈부인의 거실
2 막
1 장-알바레즈부인의 거실
2 장-알리샤의 거실
3 장-알바레즈부인의 거실
때:1900년경 곳:파리
[페이지] 003
[막] 제 1 막
[장] 제 1 장
막이 오르면 지지가 피아노에 앉아 연습중이다. 무대 밖에서는 지지의 母(모) 안드리의 노래
연습 소리가 들린다. 현관문이 열리면 알바레즈부인이 등장한다. 60대의 당당한 체구로 이 집의
주인이다. 쇼핑백을 들고 있다.
[A] 지지! 지지!
[G] (깜짝놀라) 할머니 오셨어요?
[A] 처음 불러서 대답하면 탈나니?
[G] 아뇨, 엄마 노래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요.
[A] 네 엄만 아직도 연습장엘 안나갔니?
[G] 엄만 3막 뒤에 가서야 나온대요.
[A] 자, 이걸 부엌에 갖다 놓으렴. (옷을 벗어 걸며) 그리고 너 오늘 알리샤 이모한테
공부하는거 잊지 않았겠지?
[G] (부엌에서) 할머니! 거긴 내일 가면 안돼요?
[A] 알리샤 이모와의 약속을 어기겠다구?
[G] (홍당무를 씹으며 부엌에서 나오면서) 그럼 머리는 이대로 가면 안될까요?
[A] 안된다. 거기좀 앉거라! (앉는다. 종이로 머리에 컬을 넣어준다.) 네 예쁜 다리를 보면
내가
[페이지] 004
왜 너한테 무용렛슨을 시키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는구나.
[G] 그야 할머니가 시키지 않으셨으니까 못했죠.
[A] 하지만 네 엄마가 음악렛슨을 받는데 너까지 무용렛슨을 시킬 엄두가 나지 않았지.
(안드리의 돼지 목따는 듯한 노래소리 들린다) 결국 네 엄만 오페라 조연배우 신세밖에 더 됐니.
그러니 널 무용 선생한테 안 보낸게 다행인지 모르지.
[G] 하지만 엄마라고 주연배우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A] 하긴 공연을 망치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니. (다시 엄마의 노래소리. G, A 상을
찡그린다.) 물론, 주연배우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는거야 나쁠게 없지만.
[G] 하지만 주연배우로 유명해진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잖아요?
[A] 누구 얘기냐?
[G] 가령 폴레르 같이요.
[A] 폴레르! 그 여자가 노래나 연기를 잘해서 유명한 주연배우가 된 것 같으냐?
[G] 그럼 러시아 공작을 애인으로 두었기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뜻인가요? (다리를 벌려
앉으며)
[A] 그만두자. 그보다 앉을땐 항상 다리를 모으라고 하지 않았니?
[G] 하지만 속옷을 입었는걸요.
[A] 다리를 모으는 것과 속옷은 관계가 없는 일이다.
[G] 그래도 속옷을 입으면 그동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구요.
[페이지] 005
[A] 지지! 그 동네라니. 어디서 그따위 소리를 배웠지?
[G] 학교 친구요.
[A] 앞으로 그 애하고는 놀지 말아라.
[G] 그럼--- 그 동네를 뭐라고 부르죠?
[A] 아무렇게도 부르지 않아. 거기엔 이름이 없단다. (안드리 등장 31세, 한물간 여인)
[G] (엄마를 보고) 참!
[A] 왜그러니?
[G] (엄마에게) 엄마가 부탁한 잡지를 사오는걸 잊었어요.
[AD] 오, 저런.
[G] 지금 가게에 뛰어갔다올까요?
[A] 아니 그꼴로 말이냐. 도대체 그 잡지란게 뭐길래 그러니?
[AD] 새로 나온 "극장소식"인데요. 거기에 내 사진이 나왔대요. (지지에게 동전을 준다.)
[A] 그래? (전혀 감동없이)
[AD] 다 팔리기 전에 어서 가서 하나 사오렴.
[A] 그렇담 다녀오려므나. 그리구 가는 길에 내가 보는 주간지도 하나 사오구.
[G] <질 브라> 말이죠? (퇴장)
[AD] (가운을 벗으면 코르셋 차림이다. 소파에 한 발을 올리고 스타킹과 가터 끈을 맨다.) 잰
언제나 철이 들까요? 게다가 발육이 느린
[페이지] 006
건지 여자태는 하나도 나지 않구 꼭 망아지 같잖아요. 저 나이에 나는 벌써---
[A] 그 나이에 네가 어쨌었는지 추억하고 싶지 않다. 갖은 애를 써서 신흥 밀가루 재벌의
애인으로 키워놓은 순간 빈털털이 음악선생과 눈이 맞아 그만 달아난 주제에.
[AD] 그 얘긴 그만둬요. (의자로 가서 등을 붙잡고 자세를 취한뒤에) 이 코르셋이나 매주세요.
[A] (매주며) 하필 고르고 골라서 그 마음씨 좋은 재벌 양반이 너를 위해서 음악선생을
구해주었는데 배은망덕도 분수가 있지.
[AD] 허지만 그 할아버지는 너무 싫었는걸요. 그 집에서 뛰쳐 나오기 위해서는 그 집
정원사하고라도 달아났을 거예요. (A, 무릎을 허리에 대고 잡아당긴다.) 아! 아파요.
[A] 참아. 그것도 못참으니 네 신세가 오늘날 이모양 이꼴이 된거야.
[AD] 그래도 그 음악선생은 마음씨가 고왔다구요. 내가 지지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때
즉각 결혼을 제의했었으니까요.
[A] 결혼! 그래도 그 최악의 사태만은 내가 막았으니 망정이지. 그랬다간 정말 끝장이지.
[AD] 엄마가 막은게 아녜요. 난 오페라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죠.
[A] 그래, 이번 작품에도 주인공을 맡을 가능성은 전혀 안 보이니?
[AD] 보나마나 주인공은 도 티파니에게 돌아갈께 뻔해요. 주인공은 항상 그것한테만 돌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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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네가 선택한 길이니 탓할거 없다. 그렇더라도 좀 버젓한 애인이라도 생겼으면 좋겠구나.
[AD] 오늘도 푹푹 찌겠는걸요. (가서 모자를 쓰며)
[A] 내 말을 못알아듣겠니?
[AD] 알아요. 하지만 듀랑씨 정도면 어때요. 우편국 서기 정도면 그리 나쁠것 없잖아요.
퇴직하면 연금도 두둑하게 받는다는데.
[A] 허! 연금받을 때까지 널 애인으로 삼을것 같으냐. 그럴싸한 남자들이 허구많은데.
[AD] 극장에 나가면서 사람만날 시간이나 있나요. 집에 전화라도 있으면 몰라도, 제발 우리도
전화를 놓을 수 없어요.
[A] 전화 놓아서 뭐하게? 네 속셈을 모를줄 아니? 그 듀랑인가 뭔가하는 건달하구 수다나 떨게
뻔한데.
[AD] 허지만 엄마.
[A] 전화란 큰 사업을 하는 남자거나 거짓말을 수시로 해야될 필요가 있는 여자들에게나
필요한 거다. 네가 제법 그럴싸한 애인이라도 구한다면 내가 먼저 전화를 놓자고 하겠다. 허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니 이제 지지가 더커서 사교계에 진출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AD] 지지라구요. 그 철부지가 언제. 그리고 난 지지의 인생이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구요.
[A] 네 인생이나 걱정하렴.
[페이지] 008
(지지 등장)
[G] 엄마, 여기 있어. (찬장에서 사탕을 꺼내 먹으며 콧노래를 부른다.)
[AD] 고맙다.
[G] 할머니 여기. (주간지를 주며) 그리고 오늘은 옆머리에도 웨이브를 좀 넣어주지 않을래요?
[A] 안돼! 그건 사구려 애들이나 하는 짓이야.
[AD] 여깅구나.
[A] 어디 좀 보자.
[AD] 마지막 휘날레 장면이예요.
[A] 그런데 너는 어디 있냐?
[AD] 여기요. 이 춤추는 여자 어깨에 가려서 잘 안보여요.
[A] 사진 찍을 때 그 여자 옆구리를 한대 쥐어 박았더라면 잘 나왔을텐데.
[AD] 그래도 얼굴은 반 이상 보이는데요. 엄마, 내 저녁 차리지 말아요. 극장 근처에서 대강
때울테니까요.
[A] 저녁을 대강 때우다니, 안된다. 소고기 스튜를 따스하게 데워놓을테니까 집에 와서 먹어.
[AD] 알았어요. (지지에게) 갔다올께, 우리 망아지.
[G] 다녀오세요. 참, 그런데 뜨게질은 언제 가르쳐 줄 거예요?
[AD] 오참!
[G] 오늘 밤에 하면 안돼요?
[AD] 오늘은 공연 첫날이라 안돼.
[페이지] 009
[A] 뜨게질 따위나 배우다니 둘 다 똑같구나. 그러다가 그 다음엔 우편국 근처나 어슬렁댈가봐
걱정이다.
[G] 우편국 근처에 가면 왜 안돼요?
[A] 왜냐하면 그건 가장 밥통같은 짓이니까.
[AD] 그래도 우린 행복하기만 한데. 안그러니?
[G] (사탕을 입에 잔뜩 물고) 어헝!
[A] 어헝이라니 말버릇하군.
[AD] 자. 갔다올께. 알리샤 이모네 가서 재밌게 보내렴. (퇴장)
[G] 허지만 거기선 재미있게 보낼 수가 없다구요.
[A] 자, 잔소리말고 어서 갈 준비 하렴.
[G] 그럼 오늘은 그냔 코트만 입고가면 안돼요?
[A] 그럼 오늘이 일요일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니. 오늘은 세일러복을 입고 가라. 장갑도
잊지 말구. (G,세일러복을 꺼내와서 입기 시작) 장갑은 어쨌니?
[G] 주머니 속에요. (심술이 나서 다리를 벌리고 서서)
[A] 지지! 그렇게 서 있다간 네 다리 사이로 세느강이 흐르겠구나. (G, 다리를 모은다.)
게다가 넌 있지도 않은 배를 어째 그리 불쑥 내미는 재주를 가졌니? (도어벨 소리)
[G] 갸스똥이예요.
[페이지] 010
(달려가서 문을 열자 30세의 젊은 남자가 들어선다. G, 달려들어 껴안는다.) 갸스똥! 갸스똥!
[A] 갸스똥! 아니 자네가 웬 바람이 불었나.
[T] 마미타! (가서 포옹)
[A] 난 자네가 아직도 니스에 가있을 줄 알았는데.
[T] (모자와 스틱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그럴만한 일이 생겼죠.
[G] 난 알아! 갸스똥은 리안느와 헤어졌대요.
[A] (다가가며) 아니 얘 말이 참말인가? (T, 한숨을 내쉬며 장갑을 벗는다.)
[G] 여기 <질 브라>에 그렇게 나와 있는걸요.
[A] 저런! (주간지를 펴며)
[G] 우리 반애가 그걸 들고 학교에 와서 애들한테 모두 보여줬는걸요.
[T] 지지, 그만.
[G] 허지만 우리 반애들은 모두 당신 편이라구요. 갸스똥, 그 애들은 리안느가 잘못했대요.
[A] 오, 여기 나와있구나. (읽는다.) "설탕재벌 갸스똥 리샤이으, 새 연인과 결별"이라.
[T] 오, 제발, 마미타!
[A] 갸스똥, 정말 안됐구만. (계속 잡지를 읽는다.)
[G] 오늘은 어떤 차를 몰고 왔죠? (창밖으로 내다 보며) 저건 새로 나온 디온부똥
스포츠카잖아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당신은 한손
[페이지] 011
으로도 운전을 한다면서요.
[T] 그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다.
[A] (책을 다읽고) 갸스똥, 정말 안됐네. 자, 지지 이제 리샤이으씨한테 작별 인사하고 알리샤
이모한테 가야지.
[G] 오, 갸스똥, 하필 알리샤 이모한테 수업받는날 오셨죠. 아니면 오랬만에 당신하고
카드놀이를 할 수 있었을텐데.
[T] 카드놀인 다음에도 할 수 있지.
[G] 좋아요. 그럼 약속한거죠. 할머니, 다녀올께요. (키스한다.)
[A] 잘 갔다 오너라.
[G] 안녕, 갸스똥.
[T] 잠깐 지지, 내 차를 빌려줄테니까 타고 가겠니? 오늘은 운전사를 데려왔으니까.
[G] 오, 갸스똥. 정말요?
[A] 그럼 애 버릇 나빠지겠는데.
[G] 알리샤 이모네집 수위 아저씨가 놀래자빠지겠는걸. 갸스똥, 알리샤 이모가 창문으로
내다볼 때까지 그 집앞에서 기다리게 해도 돼요?
[T] 오, 그럼.
[A] 자, 어서 가거라.
[G] 네, 가겠읍니다. (달려나간다.)
[A]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T] 카밀레 차 한잔 만들어 주겠어요?
[페이지] 012
[A] 그러세, 우리 같이 한 잔씩 하지! (부엌으로 퇴장. T,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다가 G의
사탕깡통을 보고)
[T] 지지 사탕 몇 개 먹어도 괜찮겠죠?
[A] (안에서) 그럼, 자네가 사다준건대.
[G] 알리샤 이모는 여전하신가요? (A, 등장)
[A] 항상 여전하지. 우리 언니는 아름다운 과거에 파묻혀 사시는 양반이니까. 알리샤와
스페인의 황제, 알리샤와 이집트 총독, 알리샤와 밀라노의 공작등 얼마나 환상적인
추억들이겠나.
[T] 허지만 돌아가신 아버님 말씀에 의하면 그게 모두 사실이라던데요.
[A] 아, 물론 사실이지.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전설적인 얘기들이 아닌가.
[T] 허지만 마미타 역시 한때 그런 전설적인 로맨스의 주인공이었잖아요.
[A] 나야 우리 언니하곤 비교가 안되지. 물론 알바레즈공은 내 일생을 통해 가장 멋진
로맨스를 안겨주었지. 그인 알리샤 언니의 어떤 애인보다 훌륭한 남자였다네. 그런 훌륭한
사람이 악마같은 부인을 만났다는게 이해가 안되지만.
[T] 이 세상에서 안함으로서 가장 좋은 것이 바로 도박과 결혼이죠.
[A] 옳은 말일세. 자, 이제 2분이 지났으니 마실까. (차를 따른다.) 그런데 왜 리안느와
헤어지게 됐는지 얘기해 줄 수 없겠나.
[T] 오, 그 얘긴 더 하고 싶지 않아요. 하루종일 그 일에 관한 세상 사람들의 짖궂은 농담을
들었는데 내가 들어도 우습더군요. 따라서
[페이지] 013
웃고나니까 그 주인공이 바로 나더라구요.
[A] 허지만 난 그 일을 가지고 자넬 놀리려고 물은게 아닐세. 난 항상 자네가 내 아들처럼
느껴졌는걸.
[T] 오. 마미타 물론 알아요. 파리 전체를 통털어서 내가 가장 마음 편한 곳은 여기 마미타의
집 뿐이아구요. 리안느를 다른 사내의 침대 속에서 발견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여기라구요.
[A] 오, 갸스똥. 정말 안됐군. 카밀레 차를 한 잔 더하지.
(암전)
[장] 2 장
(알리샤의 2층 거실, 하인 빅터가 지지를 안내해 들어온다.)
[G] 이봐요, 빅터. 내가 저 자동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놀라지 않았어요?
[V] 놀랐다고 표현하는 것으로는 부족한데요, 아가씨.
[G] 그래 처음 본 순간 어떻게 느꼈어요?
[V] 아가씨께서 나를 놀라게 해 줄 방법은 이제 꼭 한가지 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했읍니다.
[G] 그게 뭐죠?
[V] 풍선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죠.
[G] 오- 우리 다시 한번 내려다봐요.
[페이지] 014
(G, 창밖으로 운전사에게 휘파람을 불자, 클락션으로 대답의 신호가 들린다.)
[AL] (등장) 지지!
[G] 오, 안녕하세요, 알리샤이모할머니.
[AL] 뒤의 할머니 소린 빼라고 했지.
[G] 아, 네. 그런데 알리샤이모 또 머리가 아프신가보죠.
[AL] 그렇단다.
[G] 전 알리샤이모가 머리에 그 이상한 레이스 달린 것을 매신 날에는 항상 머리가 아프시다는
걸 알아요.
[AL] 그 이상한 레이스 달린 것은 '휫슈'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건 프랑스 왕비가 쓰던
물건이란다.
[V] (약과 물잔을 AL에게 주고나서) 또 필요하신 것 없으신가요. 부인.
[AL] 됐어요. 빅터. (V, 물러간다.)
[G] 오늘은 머리 아픈것 대문에 수업을 못하실 것 같은데, 맞아요?
[AL] 그래, 그대신 부엌에 내려가서 오늘 만든 케익을 가져가거라.
[G] 고맙습니다. 그런데 오늘 케익은 뭐죠?
[AL] 모카 케익일거다. (G, 가려하자) 그전에 여기 5분동안 앉아서 쉬었다 가거라.
[G] 허지만 전 피곤하지 않아요. 오늘은 자동차를 타고 왔는걸요.
[페이지] 015
[AL] 자동차를?
[G] 갸스똥의 디온 부똥 스포츠카요. 지금 우리 집에 와 있거든요. (창으로 가서) 저기
보세요.
[AL] (따라간다) 갸스동이 파리에 와 있단 말이냐? 내가 알기엔 니스의 꽃 축제에 가있을텐데.
[G] 이번엔 꽃 축제에 안간대요. 리안느와 헤어졌거든요. (창밖으로 소리친다) 알베르!
(클락션소리)
[AL] 리안느와 어떻게 됐다구?
[G] 헤어졌대요. (다시 소리친다) 알베르! 가지 말아요. 지금 내려갈께요. (클락션으로
알았다는 대답)
[AL] 지지, 2층 난간에서 소리를 질러서 하인에게 지시해선 못써.
[G] 잘못했어요. 그런데요. 제가 저 자동차를 타고 오는걸 보셨어야 하는건데. (흔들리며 차에
타있는 흉내를 내보이며) 전 이렇게 앉아서 몹시 권태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지긋 감고
있었죠. 곁눈으로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이 보였어요. 에펠탑 근처에서는 어떤 신사가
나한테(모자에 손대며) 절을 하기도 했다구요. 난 갑자기 내가 어른이 돼서 사교계의 스타가 된
것같은 기분이 느껴졌다구요.
[AL] (G를 다시 살펴보고 깊은 생각에 빠지며) 네가 그런 기분을 느꼈다구?
[G] 그럼 안녕히 계세요. 제가 자동차에 타고 가는 모습을 찬밖으로 내다 보세요. (문으로
달려간다)
[페이지] 016
[AL] 지지, 잠깐 기다려라. 서두를것 없다.
[G] 허지만 전-
[AL] 거기 좀 앉아라. (G, 망서리자) 앉아! (앉는다. AL, 다가가서) 그러니가 리샤이으와
리안느가 마침내 헤어졌단 말이지?
[G] 네.
[AL] 그래서 넌 기분이 안 좋으니?
[G] 그럼요. (어린애처럼 다리를 꼬고 앉아서 구두를 만지작거리며) 갸스똥은 이제 새로운
애인을 구해야 할 판이니 오죽 바빠지겠어요? 그럼 우리집엔 올 틈이 없을테구, 그러면 같이
카드놀이도 못하고 내 사탕도 안 사다줄거구. 그래서 난 기분이 아주 안 좋다구요. 그럼 이만 가
볼께요. (일어난다)
[AL] 그 코트를 벗어봐라.
[G] 왜요?
[AL] 시키는대로 해. (G, 벗는다) 어디 한번 돌아봐라. (돈다) 네가 어른이 된 기분을
느낄만도 하구나. 그런데 그 괴상한 옷은 어디서 났니?
[G] 엄마가 입던 건데 할머니가 고쳐주셨어요.
[페이지] 017
[AL] 알만하다. 그런 차림을 설마 갸스똥이 보지는 않았겠지.
[G] 열번도 넘게요. 그럼 내주에 다시 올께요. (코트에 한 팔을 끼며)
[AL] 잠깐! 다시 앉아라. 생각해보니 네 수업을 게을리할 때가 아니로구나.
[G] 허지만 이모할머니!
[AL] 또 할머니! 비록 머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네가 이렇게 숙성한 걸 보니 한시가 급하구나.
어서 모자를 벗어.
[G] 허지만 알리샤이모.
[AL] 오늘 점심은 여기서 나랑 같이 먹고 수업을 해야겠다.
[G] (포기하며) 알았어요. 그런데 갸스똥의 자동차를 돌려보내구요. (창으로 가려한다)
[AL] 또 소리를 칠 셈이냐. 자동차는 빅터에게 시켜서 보낼테니 앉아있어. 너한테 가르쳐줄
물건을 가져오겠다. 오늘 수업은 아주 중요하단다. (퇴장) (G, 앉아서 모자를 격렬하게
집어던지고 코트를 집어던진다. 이번엔 테이블을 걷어찬다. 이때 V, 등장)
[V] 잘하셨어요. 아가씨. 저도 항상 그 물건이 미웠답니다.
[G] (걷어찬 발을 손으로 감싸고 한발로 껑충거리며) 농담할 기분이 아니라구요. 그리구
자동차를 돌려보내주세요. (AL, 보석상자를 들고 등장)
[V] 알겠읍니다. 아가씨
[AL] 오, 빅터, 오늘 점심은 두 사람분을 차려요.
[페이지] 018
식사는 지지의 수업을 마친 뒤 30분후에 할테니까.
[V] 알겠읍니다. 부인 (지지의 모자와 코트를 챙겨서 퇴장)
[AL] 지지, 네 나이가 정확히 몇이지?
[G] 지난주일하고 똑같아요. 열일곱요.
[AL] 그리구 혹시 너한테 관심을 보이는 남자는 없니? 책가방을 끼고 다니는 대학생이라든가,
아니면 중년신사같은? 거짓말을 하면 난 금방 알 수 있다.
[G] 허지만 아무도 없는걸요. 누가 저에 대해서 뭐라고 하던가요?
[AL] 아니다. 혹시나 해서 물은것 뿐야.
[G] 그렇지만 할머니는 왜 나한테 오는 모든 초대를 무조건 거절하라고 하시죠?
[AL] 왜냐하면 널 초대하는 사람들이란 한결같이 보통사람들 뿐일테니까.
[G] 그럼 우린 보통사람들이 아닌가요.
[AL] 물론이지. 넌 나나 너의 할머니가 보통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G] 아뇨.하지만 보통사람들과 우리는 어떻게 다르죠?
[AL] 무엇보다 우리들은 결혼따위를 하지 않는다는게 다르지.
[G] 그럼 왜 우리는 결혼을 해서는 안돼나요?
[AL] 보통사람들에겐 결혼밖엔 할게 없지만 우리들에게 결혼이란 파멸이다.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그건 최악의 경우에 취하는 최후의 길이다.
[G] 왜 처음에 결혼을 하면 안돼죠?
[AL] 처음부터 우리와 결혼을 하겠다는 사람은 보통사람들이니까.
[페이지] 019
[G] 하지만 맨 나중에 결혼을 하게되는 사람들도 보통사람일 수 있잖아요.
[AL] 그럴수 있겠지. 하지만 그때까지 우린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게 되지. 자, 오늘 수업을
시작해야겠다. (보석 상자를 연다)
[G] 알리샤이모!
[AL] 넌 내가 이렇게 많은 보석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 못했겠지?
[G] 전 프랑스 전체를 통털어 이렇게 많은 보석이 있는줄 몰랐어요.
[AL] (반지를 하나 꺼내서) 자, 이게 뭐지?
[G] 다이야몬드요.
[AL] 종류는?
[G] 어- 오블롱요.
[AL] 맞았다. 그리구 크기는 5캐럿트다.
[G] 그래요?
[AL] (다른 것을 꺼내서)그리구 이 루비가에 돌아가며 박힌 다이야몬드들을 보렴. 각기
반캐럿트다. (G의 옷에 대보이며) 이보다 조금이래도 못한 것들은 싸구려야. 알겠니?
[G] 네.
[AL] (다른 것을 보이며) 오, 이 반지를 보니까 또다시 옛추억이 되살아나는구나.
[G] 이 보석은 굉장히 큰대요.
[AL] 이건 내 어머니가 주신거다. 내 손가락에 끼워 주시면서 말씀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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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이걸 끼고 있으면 아무도 이보다 작은걸 내게 선물하려들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았단다. (그 반지를 G에게 끼워주고 다른 것을 꺼낸다.) 이것은 뭔지 알겠니?
[G] 어- 수정 아닌가요?
[AL] 수정이라구? 내 보석함에 수정 따위를 간직할 것 같으냐?
[G] 미안해요.
[AL] 황옥이나 묘안석이라 해도 난 내버렸을 거다.
[G] 그럼 뭐예요?
[AL] 이건 황색 다이야몬드라는 거다. 이 꼬마 무식쟁이야. 잘 관찰해둬라. 아니면 네 일생이
수정 따위로 끝나버릴테니가. (또다른 걸 보이며) 이건 뭐지?
[G] 에메랄드요. 오, 정말 예뻐요.
[AL] 이 세상 에메랄드 가운데 이처럼 신비스런 푸른 색을 가진 것은 매우 드물단다.
[G] 이건 누구한테서 받았어요?
[AL] 왕손에게서
[G] 임금님요?
[AL] 아니 임금의 친척말이다. 임금님은 이런 귀한 보석을 함부로 뿌리지 않는단다.
[G] 왜요?
[AL] 왜냐하면 대체로 왕은 구두쇠들이란다. 그렇지만 비록 왕에게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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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결코 싸구려 보석이라도 받아서는 안된다. 알겠니?
[G] 네.
[AL] 최고 중의 최고가 돌아올때가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G] 그런데도 안돌아오면요?
[AL] 그렇더라도 너의 이상을 포기해선 안돼. 손가락엔 비록 서푼짜리 구리반지가 끼었을 망정
마음 속엔 크나큰 이상을 품고 있어야지. 그것이 고작 3천프랑짜리 다이야반지를 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났단다.
[G] 서푼짜리 구리반지보다요?
[AL] 그럼 왜냐하면 서푼짜리 구리반지는 어렸을적 여자친구의 선물이었다고 둘러댈 수 있지만
3천프랑짜리 다이야반지는 너의 품위를 여지없이 떨어트리니까. 그리고 한번 너의 값이 매겨지면
돌이킬 수 없단다.
[G] 그런데 어던 남자가 최고 중의 최고를 선물하죠?
[AL] 출세에 눈이 어두운 남자들이 최고지. 그 사람들은 값진 보석을 뿌려댐으로서 자기를
과시하려들고 그것이 교양미의 표준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교양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결단코 인조보석을 걸쳐서는 안된다. 그건 우리 가문의 수치야.
[G] 하지만 할머니는 아주 예쁜 캐미오 목걸이를 항상 하고 계시는데요.
[AL] 예쁜 캐미오란 이 세상에 없다. 그건 단지 싸구려일 뿐이다. 오직 값진 보석들과
진주만을 상대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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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알았어요. 그런데 전 오팔이 좋은걸요.
[AL] 좋아하는건 할 수 없지만 절대로 몸에 걸치지는 마라.
[G] 그런데 오팔은 악운을 준다는데 그건 미신이 아닌가요?
[AL] 물론 미신이지. 그렇지만 여자가 미신을 가지는건 남자들을 상대할 때 필요한 것이다.
[G] 왜요?
[AL] 왜냐구?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보다 똑똑치 못한 족속들이다. 남자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여지들이 똑똑한 걸 참지 못하지. 그러니까 여자들이 어리석음을 가장하기 위하여 미신을
가지면 남자들은 안심을 하거든. (일어나며) 자, 일어나서 저쪽에 저쪽에 가서봐라. (G를
세워놓고 자세히 검사한다) 네 턱이 아주 일품이로구나. 어디 이- 해봐라. (이- 한다) 이도 아주
훌륭하구나. 프랑스를 통째로 먹어치울 수 있을만큼, 입모양도 완벽하고, 코만 조금 높았더라면
구라파 전체를 휘어잡을 수 있을텐데.
[G] 오, 알리샤이모!
[AL] 다 좋아, 훌륭해. 눈매, 눈썹, 머리, 그리구 몸매까지! 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의상에 대한 네 취미가 어떤지 모르겠구나. 잘 차려 입었을 때의 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니?
[G] 그렇지만 전 어떤 의상이 제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는걸요. 패션잡지에서 마담루씨가 입은
옷을 보았는데 그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페이지] 023
머리에서 발끝까지 진주빛깔 레이스를 주욱 달아서 (요란하게 제스츄어를 쓴다)
[AL] 제스츄어가 너무 요란스럽구나. 제스츄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천박해 보인다.
[G] 그리구 또다른 그림을 봤는데요. 까만 벨벳천 바탕에 파란 무늬를 넣은 드레스인데 뒤에
공작 꼬리처럼 기다란 (또 제스츄어를 쓴다)
[AL] 꼭 여배우 같구나.
[G] 제가요?
[AL] 칭찬으로 한 말이 아니다. 그건 그렇구 내 말을 들어라. (노트에 기록하며) 이 주문서를
들고 당장 파낀느에 가서 옷을 한벌 맞춰야겠다.
[G] 파낀느요!
[AL] 그래, 파낀느는 내 오랜 친구란다. 그 여자도 한때는 사교계에 진출하려 했으나 실패를
하고 패션디자이너가 됐지.
[G] 파낀느에서 옷을 맞춰 주신다구요!
[AL] 그렇게 좋으냐? 난 네가 옷에는 관심이 없는줄 알았더니.
[G] 집에서 만들어 주는 옷이 마음에 안들었을 뿐이죠.
[AL] 그건 이해할 수 있겠다. 자, 여기 있다. (주문서를 준다)
[G] 오, 고마워요. 알리샤이모! (달려든다)
[AL] 그만, 그만! 내 머리 다 헝클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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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소리)
들어와요.
[V] 점심이 준비됐읍니다. 부인
[AL] (일어나서 보석상자를 들고 침실로 가며) 곧 내려가겠다. (퇴장)
[G] 빅터, 오늘은 어떤 요리를 먹는걸 배우게 되죠?
[V] 첫번 코스는 달걀과 무쓸린 아 렝페라티쓰랍니다. 아가씨,
[G] 까다로운 음식인가요?
[V] 그건 그냥 마시면 되는 거랍니다. 그 뒤의 메인 코스로 나오는 오틀랑이 까다롭죠.
[G] 그 고약한 참새요리말이죠. 어떻게 먹죠?
[V] 나이프를 가지고 위엄있는 동작으로 한번에 두쪽을 내서 통째로 삼키면 됩니다.
[G] 뼈까지 모두요?
[V] 뼈까지 모두요.
[G] 으으-
[V] 그렇지만 참새뼈는 크지 않답니다.
[G] 그래도 그걸 다 아작아작 씹어 먹어야 할 거 아녜요.
[V] 아작아작 소리는 나지 않도록 해야죠. 입을 꼭 다물고 씹어야 해요.
[G] 하지만 알리샤 이모는 바로 그때 말을 시킬거라구요.
[AL] (등장) 빅터, 우리가 곧 내려갈거라고 했을텐데.
[페이지] 025
[V] 알겠읍니다. 부인. (퇴장)
[AL] 자, 지지. 이 늙고 연약한 이모를 아랫층까지 네가 데려다 주겠니? (G, 부축해 준다)
점심이 끝난 뒤에 씨가를 고르는 법을 가르쳐 주지.
[G] 씨가라구요? 그걸 피우란 건가요!
[AL] 아니다. 그걸 피우란 것이 아냐. 다만 남자들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아둬야 하기
떠문이지. (입구에서) 자, 이제 앞서가라. 그렇게 걸어선 못써. 자기가 가는 방향을 보고 한발씩
내딛어야지. 고개를 들고, 여자는 걸음을 걷는게 아니다. 미끄러지듯 흘러가야해. 백조처럼
말이다.
(암전)
[장] 3장
(한시간 뒤. 알바레즈 부인의 거실. 갸스똥은 방안을 거닐며 소파에 앉은 알바레즈 부인과
얘기중이다.)
[T] 그게 전부예요. 마미타. 하지만 아무것도 부족하게 해준 것이 없는데 왜 여자들은
정숙하지 못할까요?
[A] 요즘 여자들은 믿을 수가 없다네.
[T] 뿐인가요. 여자들의 탐욕엔 끝이 없어요. 전 심지어 잠자리에서 다이야몬드 커프스를
잃어버릴가봐 걱정이
[페이지] 026
되기도 하는걸요. 이 금담배갑도 배개 밑에 숨겨야 할 정도예요.
[A] 정말 안됐군. 그런데 사람들은 부자들은 걱정이 없을 거라고 말들하지.
[T] 걱정이 없어요? 돈을 쓸 때마다 항상 속는다는 기분이 들어요. 유일하게 속는다는 기분이
안들 때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떠 뿐이에요. 그때는 애당초 내게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A] 그래, 돈을 쓸 대마다 창밖으로 내던지는 것 같은 기분일테지.
[T] 맞아요. 그렇지만 전 그렇게 낭A비하는 편은 아니라구요.
[A] 물론.
[T] 제가 작년에 요트를 한척 샀을 떠만해도 낭비벽 때문이 아니라구요. 석달 뒤에 두배의
값으로 불가리에 왕한테 팔았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새요트보다 프랑스의 재벌이 쓰던 요트가 더
값나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요는 돈을 버는 일은 어렵지가 않은데 벌은 돈을 간수하기가
어렵다니까요. 한 순간도 마음이 놓일 때가 없다구요.
[A] 정말 딱하군.
[T] 그런데 이런 걱정거리에서 잠시나마 헤어나기 위하여 만나는 애인까지 내게 실망을
안겨주다니. 가만, 몇시죠? 이제 가봐야겠어요. 쟉키클럽에 약속이 있는데.
[A] 쟉키클럽! 남자들이 모이는 데로구만. 그래요. 자넨 같은 또래의 남자친구들과 더 자주
어울리는게 좋을것
[페이지] 027
같군.
[T] 그러려고 해요. 차 잘마셨어요.
(악수)
[G] (등장) 야! 가스똥의 차가 아직도 밖에 서있는걸 보구 아래서 부터 뛰었어요.갸스똥
나하구 카드놀이할 시간 있죠?
[T] 그런데 클럽에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G] 허구한 날마다 약속이 있다구 핑계를 대죠!
[A] 지지, 이 양반을 조르면 안돼.
[G] 오, 꼭 한 판만 해요.
[T] 그러지 떡 한판이라면!
[G] 카드 가져올께요. (설합에서 꺼내온다)
[A] 그래, 알리샤이모는 어떠시냐?
[G] 글쎄 처음엔 골치가 아프시다고 하셨거든요.
[A] 그 양반 골치야 항상 아프시잖니.
[G] 그리군 갑자기 마음이 달라지셨나봐요. 내가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구 하시면서 벼라별
것을 한꺼번에 다 가르쳐 주셨다구요.
[T] 지지가 벌서 어른이 됐다구!
[G] 내 사탕 누가 다 먹었지? 가스똥, 당신이 그랬지?
[T] 참, 내가 그걸 다 먹었던가!
[G] 그래요, 그러니 다음번에 새걸로 한통 사와야 돼요.
[T] 그러지 내일 스위스에 가니까.
[G] 잊어버리지 말아요. 참, 할머니, 깜짝 놀랄 소식이 있어요.
[페이지] 028
알리샤이모가 나한테 파낀느에서 새옷을 맞춰 주셨어요.
[T] 파낀느?
[G] 당신과 카드놀이를 할 때 그걸 입으라고 했어요. 근사하죠?
[T] 너무나 근사한데.
[G] 자, 준비됐죠?
[A] 지지, 스커트 자락을 내려라.
[T] 이번엔 설탕 10파운드를 걸까?
[G] 또 설탕! 어, 지겨워.
[A] 지지! 무슨 말버릇이냐.
[G] 갸스똥은 항상 설탕을 건다구요. 자기 회사에서 공짜로 생기는거니까.
[A] 지지!
[T] 그럼 넌 뭘 걸었으면 좋겠니?
[G] 좋은 생각 없어요?
[T] 실크 스타킹?
[G] 싫어요. 그럴 신으면 다리가 가렵다구. 자, 떼요. (카드를 내민다) 뭘 가지고 싶은지
생각좀 해 봐야지. 자, 돌려요. (카드를 돌린다) 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아주 비싼데.
[T] 좋아, 뭐든지 말해봐.
[G] 나일-그린-코르셋, 장미무늬가 있는 가터가 달린 걸로.
(갸스똥, 휘파람 소리를 낸다)
[페이지] 029
[T] 좋아, 그런데 이번엔 내가 이길것 같은데. 난 한장도 바꿀 필요가 없는걸.
[G] 허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진걸. 자신만만해 하지 말아요.
(안드리, 등장)
[AN] 갸스똥 아녜요.
(갸스똥 일어난다. 그 순간 G, 그의 카드를 훔쳐본다)
[T] 안녕하세요. 안드리.
[AN] 오, 안녕. 괜찮아요. 앉아요.
(앉는다)
[G] 갸스똥이 오늘따라 우리 집에 온게 뭐 특별한가요?
[AN] 그건 아니지만 오늘은 분장실에서 하루종일 갸스똥과 리안느의 얘기가 화제가
되었으니까.
[T] 제발 모두들 그만 입좀 닥쳤으면 좋겠군.
[AN] 그래요. 사람들은 모두 당신편을 들었다구요.
[A] 놀라운데, 거기 사람들이 남자편을 들 때도 있다니.
[G] 당신 차례예요, 멍청이!
[T] 알았다, 이 밥통아!
[AN] 집에 전화만 있었어도 저녁 먹으러 오진 않았을텐데.
[A] 무슨 일이 있었니?
[AN] 저녁 초대를 받았다구요.
[A] 어떤 남자한테서?
[페이지] 030
[AN] 연출가 르 클레르씨
[A] 연출가라구?
[AN] 그 남자의 부인요. 새작품의 배역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집에
전화만 있었어도 문제가 없었을텐데. (둘의 카드를 본다.)
[T] 그래요. 왜 전화를 안 놓으시죠?
[A] 보나마나 쟤가 쓸데없는 통화나 해댈테니까.
[AN] 우리 엄만 지지가 사교계에 진출할 때까진 전화를 안놓으시겠다는 거예요.
[T] 지지가 사교계에? (그 사이 G, T의 카드를 얼른 집어간다.) 잠깐만 이 사깃꾼!
[G] 엉터리!
[AN] 글쎄 우리 엄만 전화란 거짓말하는 여자에게나 필요한 물건이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G에게 다른 카드를 내려 놓으라고 신호한다.)
[A] 그래, 오늘 공연은 잘 했니?
[AN] 그럼요. 제가 잘 한다고해서 다라질 건 없지만.
[T] 내가 안보는 사이에 카드를 숨겼지?
[G] 천만에, 난 그런 적이 없다구요!
[A] 오, 싸우지들 말아요.
[AN ]갸스똥, 여기 휘가로지에 큼지막하게 난 리안느 사진을 좀 볼래요?
[G] 엄마, 갸스똥은 리안느 얼굴은 지겹게 봤대요.
[AN] 내가 당신이라면 말예요, 갸스똥. 난 리안느보다 훨씬 뛰어난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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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새애인으로 만들어서 복수를 하겠어요.
[T] 그것 괜찮은 생각인데요.
[AN]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올림피아 극장에 출연하는 여자 곡예사가 있는데 대단한
미인이라던데요. 파리의 신사들이 모두 눈독을 들인다고들 해요.
[T] 아, 그 여자.
[A] 누구라구?
[T] 예명이 코브라죠.
[G] 당신 차례란 말예요. 이 얼간이!
[T] 알았어. 이 머저리!
[AN] 그 코브라가 정말 그렇게 미인이예요?
[T] 소문대로예요.
[A] 허지만 갸스똥이 일개 곡예사와 어울릴순 없지. 갸스똥에겐 참신한 여자가 필요해.
[AN] 참신한 여자요? 이 코브라는 등장할 때 요만한 (큰 수박만한 크기를 만들어 보이며)
바구니에 담겨서 나온대요. 그리곤 그 바구니 속에서 꼭 코브라처럼 (몸을 비틀어 흉내내며)
몸을 뒤틀며 나온대요. 세상에 그보다 더 참신한 여자가 어디 있어요?
[A] (일어나며) 안드리, 너 벌써 목이 쉬는것 같구나. 그러다 저녁 공연을 어떻게 하겠니?
[AN] 오, 내 목이요?
[A] 자, 들어가서 좀 쉬었다 가려므나.
[페이지] 032
[AN] 알았어요, 엄마.(퇴장)
[A] 저런 철딱서니 하군!
[T] (자신있게 카드를 던지며) 자, 이래도 날 이길 수 있겠어. 어때, 이 꼬마 아가씨야!
[G] 흥! 고까짓걸 가지고 날 이기려구! 자, 내가 먹었죠. 허풍쟁이 신사 나리!
[T] 이 꼬마 사깃꾼 악당 같으니! 또 날 속였지!
[G] 뭐-라-구-요!
(테이블 한쪽을 잡아 당겨서 테이블보를 T의 머리에 씌운다. 두 사람 넘어져서 싸운다.)
[T] 아니, 무슨 숙녀가 이 모양이야!
[G] 나보구 사깃꾼, 악당이라고 했죠!
[A] 자,자, 이제 그만들 해요. 지지! 갸스똥!
[G] 당장 그 말 취소하고 패배를 인정하라구요.
[T] 좋아, 좋아, 항복!
[G] 그럼 페티코트와 사탕 틀림없이 사다주는 거죠?
[T] 약속할게 틀림없이.
[]G (풀어주며)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T] 휴- 살았다.
[A] 지지, 너 다큰 애가 장난이 너무 심하구나.
[G] 숙녀한테 버릇없는 소릴하니까 그렇죠.
[T] 미안합니다. 숙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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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오늘 저녁은 어디서 먹을 거예요.
[T] 글쎄, 맥시이겠지, 아마
[G] 맥심이라구요! 뭘 먹을건데요?
[T] 송아지 안심?
[G] 음-, 우린 소고기 스튜를 먹을건데.
[A] 소고기가 아마 돼지고기로 바뀔지 모르겠다.
[G] 오! 돼지고기라구요!?
[T] 그렇담 제가 본 아브리에서 오리고를 보내드리죠.
[G] 야!
[A] 오, 갸스똥, 너무 고맙군 그래. 이왕이면 우리와 함께 저녁을 하면 어떤가?
[G] 네, 그래요. 갸스똥! 우리하곤 한번도 저녁을 같이 안했잖아요.
[T] 나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은 정말 곤란한데. 자, 그럼 안녕히 게세요. 마미타!
[A] 잘가요, 갸스똥.
[T] 안녕, 지지.
[G] 오, 잠깐, 당신의 머리가 다 헝클어졌잖아요. (머리를 매만져 준다.) 이제 됐어요. 그리고
넥타이도 바로 매야죠. 자요!
(잠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A, 둘을 바라본다.)
오, 옆머리가 아직도 섰는걸.
(G, 양손에 침을 묻혀서 머리를 만져준다.)
[T] 갑자기 수줍어져서) 아, 고마워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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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치다 테이블에 걸린다.)
[G] 왜 그래요, 갸스똥?
[T] 아니 뭐가?
[G] 얼굴이 빨개졌잖아요.
[A] 지지, 너보다 어른을 놀리면 못써.
[G] 난 놀린게 아녜요.
[T] 아니, 괜찮아요.내 얼굴이 빨개졌었나. 하여튼 고마워 지지. 자, 그럼 스위스에 갔다와서
만나요.
[A,G] 안녕!
(T 퇴장)
[A] 지지,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줏어라.
[AN] (찻잔을 들고 마시면서 나온다.) 갸스똥은 갔나요?
[A] 그렇다.
[AN] 엄마, 리안느는 정말 바보예요. 그렇죠? 일시적은 충동때문에 갸스똥같은 남자를
놓치다니.
[A] 허지만 리안느는 적어도 갸스똥같은 남자를 붙잡긴 했었다.
[G] 할머니, 갸스똥이 내 페티코트와 사탕 사다주는걸 기억할까요? 너무나 잘 잊어버리니까요.
[A] 염려할 것 없다. 이제 우리집에 전화를 놓게 될테니까.
[AN,G] 전화를요?
[G] 오, 전화를 논다구요? 할머니 고마워요.
[AN] 그런데 엄마, 언제 전화를 놓기로 결심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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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바로 오늘이다.
[AN] 아니 왜요? 아침까지도그런 생각을 안하셨잖아요.
[A] 그건 지지가--- (말하려다 지지를 보고) 지지, 부엌에 가서 아스파라가스를 씻어놓으렴.
[G] 네, 할머니
[A] 고무장갑 끼는것 잊지 말고. 희고 깨끗한 손이야말로 여자의 가장 큰 매력이갈건 잊어선
안돼.
[G] 알았어요. (퇴장)
[AN] 오, 드디어 전화가 생기다니!
[A] 그 전화는 우편국과 통화를 하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니란걸 기억해. 그러니 너무 좋아하지
마라.
[AN] (침실로 들어가며) 오, 전화. 전화! (노래부른다.)
[A] 원, 저런 주책 바가지 하구.
(암전)
[페이지] 036
[막] 2막
[장] 1장
(새전화의 벨소리 들린다. 이 집의 파출부인 시드니가 부엌에서 나온다. 전화를 받는다.)
[S] (전화기 다루는데 서툴다) 알로! 알로! 누구시죠? 아네, 갸스똥 르샤이으씨요? 스위스에서
돌아오셨다구요? 아, 전 시드니라구 해요. 여기 알바레즈 부인의 가정부랍니다. -아, 그건 전 낮
12시 이전에 항상 퇴근하니까 못보셨을 거예요. 그렇지만 전 선생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답니다.
우리 이웃에서는 항상 선생님 얘기를 한답니다.
(도어벨)
잠간만요. 밖에 누가 온 모양이에요. 끊지 마시고 잠간만 기다려주세요.
(문을 연다. V, 등장) 오,당신이로군요.
[V] 안녕하셨나요?
[S] 네, 어서 들어오세요. 지금 갸스똥 르샤이으씨와 통화중이에요.
[V] 어서 계속하시죠. (샴페이을 여러병 바구니에 들고 들어온다.)
[S] (전화에)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녜요. 알바레즈 부인은 외출중이세요. 허지만 금방
들어오실거예요. 지지 아가씨를 학교로 데리러 가셨거든요. 요즘엔 아가씨를 아주 엄격하게
다루신답니다. 네? 카일레차를 끓일 물을 올려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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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을 보고) 샴페인을 드시겠어요? 네, 네, 네! 샴페인요! 알리샤 부인께서 마침 샴페인을
보내오셨답니다. 네. 그렇게 하죠. 안녕히 계세요. (수화기에 키스를 보내고 끊는다.)
샴페인이라! 다음엔 또 무엇을 보내오실까?!
[V] 글쎄요. 이것이 마지막인것 같은데요.
[S]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고 최고급 음식과 온갖 금은 식기들을 들여 오고 갖은 치장을 해대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V] 몰라서 물어요? 이 댁 지지 아가씨가 이제는 어른이 될 만큼 컸다고 판단한 때문이겠죠.
[S] 그래서 사교계에 내보낼 준비를 시키는 거로군요. 그렇담 상대가 누구죠?
[V] 그야 하루가 멀다하고 이 집엘 드나드는 갸스똥 르샤이으씨 일테죠.
[S] 오, 그 분은 지지를 단지 어린애로만 알고 있는걸요.
[V] 그럴까요?
(도어벨, S, 나가서 문연다. G, 등장)
안녕하세요. 아가씨? 부인께서 지지아가씨에게 오리 간 요리와 곁들일 샴페인을 보내셨답니다.
[G] 정말요?
[S] 그런데 할머니랑 같이 안오셨나요?
[G] 할머니는 요 앞에서 마저 장을 보고 오신다고 했어요.
[V] 부인께 전하실 말씀이라도 없으신가요.
[G]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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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나서)
[S] 르샤이으씨가 스위스에서 돌아오셨다는 것을 여기 빅터편에 알리샤이모님께 전하도록
할까요?
[G] (놀라서) 그이가 돌아왔어요?
[S] 방금 그분과 통화를 했는데 곧 이리로 오시겠다구요.
[G] 우리집에 전화가 있는걸 어떻게 알았을까?
[S] 할머니께서 스위스에 편지를 하셨답니다.
[G] 그래요- 빅터, 이모님께 갸스똥이 돌아왔다는 말을 전해도 좋아요.
[V] 알겠읍니다. 아가씨, 안녕히 계세요. (퇴장)
[S] 잘가요, 빅터! 아가씨, 새드레스로 갈아입으시는게 어때요?
[G] 서두를것 없어요.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리라곤 생각못했는데.
[S] 전 그럴줄 짐작했는데요.
[G] 그래요, 시드니?
[S] 전 오히려 왜 갑자기 스위스로 떠나셨는지 궁금한데요.
[G] 그야 리안느를 피해서 갔을 뿐이지.
[S]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G] 아니 난 그이와 그런 얘긴 하지 않아. 나 혼자 생각한거지. 떠나기 전날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 먹은 것 생각나요?
[S] 그럼요. 이튿날 접시를 닦으면서 알았는걸요.
[G] 그이가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긴 처음이었어. 얼마나 재미있었다구. 내가 학교에서 시험칠
때 옆자리의 친구걸 몽땅 베낀 얘기를 하면서 얼마나 웃었다구. 다 베끼구 보니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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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한칸씩 아래로 밀렸지 뭐야, 끝나는 종은 쳤는데. 그래서 맨 앞에다가 '모든 해답은 다음
칸을 보시오.'라고 얼른 썼지. 우습지 않아.
[S] 네, 조금요.
[G] 갸스똥하고 나는 배꼽이 빠져라고 웃었는걸. 하도 웃다가 나중엔 눈물까지 흘렸다구.
그리구 식사가 끝난 뒤엔 엄마가 노래를 불렀는데 '라크미'에 나오는 노래 들어봤어요?
[S] 매일 듣는걸요.
[G] 갸스똥은 그 노래를 듣고 소화제까지 먹었다구.
[S] 오, 저도 왜 항상 소화가 잘 안되나 했더니. (AN, 침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나온다. 오페라
대본을 들고 있다.)
[AN]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시끄럽게 하고 있지?
[G] 오, 안녕 엄마, 어디 편찮으세요?
[AN] 아니, 다만 새로 맡은 배역이 하도 까다로워서 골치가 아프구나. 시도니, 마실것 좀
갖다주겠어요?
[S] 샴페인을 갖다드릴까요?
[AN] 샴페인!
[AS] 네, 알리샤 부인께서 보내셨답니다.
[AN] 오, 좋아요. (대본을 펴며) 왜 이렇게 안외워질까?
[G] 제가 상대역을 읽어드릴까요?
[AN] 오, 그래
[G] (읽는다) 여왕폐하께서 혼자 가시도록 허락해 주시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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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노래로) 아- 니!
[G] 황태자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아십니까?
[AN] (노래로) 아- 니!
[G] 그들이 과연 결혼을 할까요?
[AN] (노래로) 아- 니!
[G]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요? (AN, 다음 대사가 생각나질 않는다.) 어서요.
[AN] 다음 대사가 뭐더라? 응- 한번 더 해줄래?
[G]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요?
[AN] 요, 요, 요, 아 맞았다. (노래로) 아-니! (A부인 등장)
[A] 지지, 갸스똥이 곧 온다는데 아무 준비도 하질 않고 있구나.
[G] 갸스똥이 오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A] 아랫층 수위한테서, 빅터가 나가면서 애기했다는구나. 자, 어서 새옷으로 갈아입으렴.
안드리, 넌 아직 잠옷을 입은 채냐. (S, 안에서 샴페인을 들고 나오다가 숨긴다.)
[AN] (혼자서 노래연습) 아-니-! 아-니! 아-니!
[A] 뭘 하는거냐?
[AN] 아-니! 연습중에요. (S, 샴페인을 살짝 AN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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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드니, 그게 뭐지?
[S] 알리샤부인께서 보내오신 샴페인예요?
[A] 샴페인!
[S] 네
[A] 다음부턴 내 허락없이 샴페인을 따라선 안된다.
[S] 알겠읍니다. 부인
[AN] (샴페인을 마시며) 음- 그런데 엄마, 리안느가 갸스똥을 따라서 스위스까지 갔다는
소문이 사실에요?
[A] 누가 그런 소릴 하던?
[AN] 어젯밤 극장에서 들었어요? (S, 그들의 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엿듣는다.)
[A] 그런데 그 얘기를 이제서야 한단 말이니? 시드니, 우리 얘기에 관심이 있니?
[S] 네, 부인! 아, 아뇨, 부인
[A] 그럼 어서 잔이나 들고 나가있거라.
[S] 네,부인 (퇴장)
[AN] (노래) 아-니! 아-니! 아-니!
[A] 아니고 자시고 좀 조용히 해라.
[AN] 엄만, 너무나 예술을 이해 못해요.
[A] 네가 하는 예술은 이해하고 싶지 않구나. 그래, 사람들 얘기가 리안느가 스위스에서
갸스똥과 화해라도 했다고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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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글쎄요. 의견이 반반이던데요.
[A] 오, 그 일이 파리에서 생긴 일이라면 온통 신문에 났을텐데. 알프스 산꼭대기에서 생긴
일이니 어찌 알 수 있담.
[AN] 엄마 생각엔 둘이 화해했을 것 같애요?
[A] 내가 어찌 그걸 알겠니? 알리샤 언니한테 물어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AN] 전화로 물어보시면 될텐데요.
[A] 오, 참 그렇지! (전화로 가서) 알로! 327번 부탁해요. 327번요. (AN 다시 노래부른다. A,
큰 소리로) 안드리! 너도 들어가서 갸스똥이 오기 전에 옷을 갈아입어라.
[AN] 네, 그러죠. (일어난다)
[A] 아, 그리구 오늘은 제발 노래를 부르지 말아다오. 특히 그 '라크미' 중에서는..
[AN] 염려말아요. 난 누가 청하기 전에는 노래하지 않아요.
[A] 그 점은 염려마라. 갸스똥도 자기 실수를 깨달았을테니까 (AN, 퇴장) 알로! 알리샤부인 좀
바꿔주세요. 난 알바레즈라고 해요. 오, 언니로군요. 이리로 좀 와주셔야겠군요--- 네, 곧
온다고 전화왔어요--- 그런데 소문을 듣자니 리안느가 스위스까지 갸스똥을 따라왔다는군요---
지지는 염려 없어요--- 문제는 그 리안느와의 관계인데 그 점은 아무래도 언니가 처리해
주셔야겠어요. (도어벨) 갸스똥이 왔나봐요. 그럼 곧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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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문 열어요. (시드니 등장. 문 연다.)
[S] 잠간만요, 곧 나갑니다.
[A] (안에다) 지지, 안드리, 갸스똥이 왔다.
[S] 안녕하세요. 르샤이으씨.
[T] 안녕하셨어요.
[A] 갸스똥, 잘 왔어요. 여행은 즐거웠나요?
[T] 마미타! (꽃다발을 준다.)
[A] 오, 고맙기도 해라. 지지가 정말 좋아하겠는걸.
[T] 허지만 이건 마미타에게 드리는 거예요.
[A] 저런, 더욱 고맙구만.
[T] 지지에겐 약속한대로 코르셋과 사탕을 사왔죠.
[A] 이렇게 많이! 지지가 무척 좋아하겠는데. 시드니 이걸 화병에 꽂아요. 그리고 안에 가서
샴페인을 가져와요. 잔도 잊지 말고.
[S] 알아요. 목이 길다란 잔 말이죠? (퇴장)
[A] 그래, 오늘 돌아오는 길인가?
[T] 아뇨. 며칠 됩니다. 마미타의 충고를 따라서 그동안 주로 남자친구들과 어울렸죠.
[A] 오, 그런가?
[T] 네, 지난 목요일엔 맥심을 몽땅 빌려서 호화판 파티를 열었죠.
[A] 맥심은 지금 문여는 계절이 안됐을텐데.
[T] 제가 보름정도 빨리 열게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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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 저런! 경비가 엄청나게 들었겠는걸.
[T] 약간 무리를 한 셈이죠.
[A] 갸스똥, 자넨 그렇게 낭비벽이 없었는데 사람이 변했나 보군.
[T] 네, 내가 생각해도 좀 달라진것같아요. 전에는 한번도 구런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내속의 무엇인가가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만들거든요. 모든게 따분하게 느껴져요.
[A] 소문에 듣기엔 리안느가 자네를 따라서 스위스까지 갔다던데.
[T] 그런가요?
[A] 그럼, 그게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T] 그럼, 그게 사실이란 건가요?
[A] 왜, 그것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인가?
[T] 하여튼 난 모르는 일인데요.
[A] 자넨, 아직도 리안느를 잊지 못하고 있군.
[T] 천만에요. 제가 무엇보다 소중한건 자존심예요. 이 세상에 어떤것도 나로 하여금 다시
리안느와 맺어지게 하지는 못할걸요.
[A] 그 말이 진실이기를 바라네.
[S] (등장) 자, 샴페인을 가져왔읍니다.
[AN] (등장) 오, 갸스똥, 안녕하세요?
[T] 지지는 어때요?
[AN] 오, 그 애는 요즘 너무 먹어서 탈이라구요. 하루종일 쉬질 않는걸요. 저러다 머리는
발달하지 않고 턱과 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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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발달할까봐 걱정이예요. (샴페인을 발견하고 가서 마시며)
[A] 안드리!
[AN] 엄마, 개는 요즘 특히 마늘 소세지를 그렇게 즐겨먹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지난 주엔
콧잔등에 여드름이 생겼다구요.
[A] 안드리, 그만해둬라.
[S] 네, 맞아요. 그래서 제가 그걸 짜면 안된다고 주의를 드렸는걸요.
[A] 시드니, 그만 들어가요.
[S] 네! (퇴장)
[AN] 그게 다 너무 먹어서 그래요. 그러니까 시도때도 없이 방귀를 뀌어대죠. (샴페인을 거푸
마신다.)
[A] 안드리! 갸스똥씨는 너의 생리학적 관찰에 대하여 관심이 없으시단다. (T, 크게 웃는다.
이때 G, 등장. 새드레스를 입었다.)
[G] 갸스똥, 안녕하셨어요? (T, G를 바라보고 대답을 잃었다.) 왜 그래요?
[T] 아니, 뭐가?
[A] 갸스똥씨는 하도 우리를 소홀히 한 나머지 네 얼굴을 잊은 모양이로구나.
[G] 이거봐요. 이게 내 새 드레스인데 밖에 나갈땐 이 위에다 박스코트를 걸치고 모자를 쓴
뒤에 하이힐을 신는다구요. 어때요?
[T] 아, 그야말로 갓 우리에서 탈출해 나온 원숭이 같은데!
[A] 갸스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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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오, 맞아요. 전적으로 동감이에요. (샴페인을 마신다)
[T] 게다가 그 목걸이는 그대로 원숭이 목걸이 같구만.
[G] 갸스똥!
[T] 난 차라리 옛날 차림이 더 나은 것같애.
[G] 잘 아는 척하고 뽑내기만 하지 당신이 여자들 옷차림에 대해서 알기나 해요! 엉터리,
무식꾼!
[T] 오, 저런 (AN, 드디어 취해서 "아-니!, 아-니!" 노래를 부른다. A, 가서 AN를 침실로
데려간다. 도어벨 소리, S, 튀어나오자)
[A] (나오며) 시드니 그만둬요. 내가 나갈께. (S, 퇴장. A, 문을 열자 AL등장) 오, 언니
어서와요.
[AL] 이네즈, 잘 있었니. 갸스동, 오랫만이군. 그래, 잘 있었나.
[T] 마담! (손에 키스한다)
[AL] 그게 새로 한 드레스냐?
[G] 네, 알리샤 이모.
[AL] (다가가며) 그런데 네 표정이 왜 그러니?
[G] 갸스동은 내 드레스가 마음에 안 든데요. 내 차림이 원숭이 같대요. (울음이 터뜨린다)
[AL] 오,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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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지!
[T]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 내 말은 그저 농담이라구. 지지, 울지마. 내가 너한테 사온
선물을 보겠니? 자, 여기 코르셋하구, 네 사탕도 있다.
[G] 이런거 다 필요없단 말야! (내던진다)
[T] 아, 이런!
[AL] 지지, 그게 무슨 버릇이냐.
[G] 나한테 원숭이라고 한건 괜찮구요. 갸스똥 당신은 뭐같은 줄 알아요? 당신의 비뚤어진 그
커다란 코를 보면 늙은 거위 같다구요. 알기나 해요!
[A] 지지 그만 네 방으로 가라.
[G] 알았어요.
[T] 오, 마미타, 정말 손녀딸 교육을 잘 시키신것 같군요. (돌아서 가다가 여기저기
부딪친다.) 실례하겠읍니다. (퇴장)
[AL] 아니, 지지가 어쩌다 그런 행동을 한거지?
[A] 나도 몰라요. 여태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AL] 꼭 벌거숭이 야만인처럼 굴다니.
[A] 그보다 갸스똥은 어떻하죠? 불같이 화를 내고 달아났으니.
[AL] 그러게 말야. 저러다 리안느의 품으로 되돌아 갈까봐 걱정이군.
[A] 그럴리 없어요. 방금 말하길 세상에 어떤 것도 자기를 리안느와 다시 맺어지게 할 수는
없을거라고 맹세했는걸요.
[AL] 딱하긴, 남자의 맹세를 믿어? 그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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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리안느인가 하는 계집은 만만한 아마차팅어가 아니라 프로라구, 프로구 말구. 자,
이걸 봐. 오다가 보고 신문에 난걸 오려왔다구. 리안느가 자살을 했다는 기사가 났어.
[A] 그래, 죽었나요?
[AL] 죽다니 죽으려면 왜 자살을 해!
[A] 그럼 살았어요?
[AL] 펄펄 살아있지. 능란한 프로다운 솜씨로 자살기도를 한거야. 갸스똥의 주의를 끌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쓴 거지. 타이밍까지 기막히게.
[A] 허지만 자살기도 같은 것은 이미 낡은 상투적인 수법 아닌가요. 우리 세대에서 끝나버린.
[AL] 이네즈. 남자란 것부터가 상투적인 존재라구. 게다가 이 갸스동 르샤이으의 여성편력에
있어서 자살은 처음있는 일이니까 제법 충격이 있을 거야. 리안느가 바로 그걸 노린 거지.
[A] (기사를 읽으며) 독약으로 아편을 사용했군요.
[AL]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게 실수야. 아편을 사용하면 고통은 없지만 그정도 먹고나서
깨어나면 눈밑에 큼직한 망울이 생길텐데. 결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 문제는 갸스똥의
동정심이 어느정도일까 하는 것이지.
[A] 언니, 그나저나 우리 지지를 사교계에 진출시킨다는 일이 이토록 험난할 줄은 몰랐어요.
[AL] 내 생각도 그래. 그래서 당장 내일부터 지지를 우리 집으로 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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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생각이야.
[A] 그건 안되요!
[AL] 내집에 있는 것이 나쁘다는 거니?
[A] 아뇨. 그런 뜻이 아녜요. 다만 그 아이는 우리와 같이 사는데 너무나 익숙해 있어요.
[AL] 그 점이 바로 문제라니까. 교양없는 주책바가지 애미와 함께 살면서 언젠가 세금장이나
우편배달부와 눈이 맞아버리기라도 하면 어떻한단 말이냐.
[A] 그렇지만 언니 댁에 가면 학교도 훨씬 멀어지구---
[AL] 학교라구. 갠 지나치게 많이 배운것 같더라. 학교는 그만 졸업시키고 내가 가르쳐야
겠어.
[A] (체념해서) 언니가 맡아 주시면 물론 다 잘되겠지만.
[AL] 그러니 오늘 중으로 짐을 정리해서 내일 아침 내게 보내도록 해.
[A] 알았어요.
[AL] 왜 그러니?
[A] 아녜요? 그 애 없이 어떻게 지낼까 걱정이 됐을 뿐이예요.
[AL] 그것도 미리부터 연습을 해 두는게 났다. 그 애한테 후원자가 생기게 되면 어차피 그 애
없이 살아야 될텐데. 그게 우리들 인생이잖니. (도어벨)
[A] 저건 갸스똥의 벨소리예요.
[AL] 그럼 어서 나가서 물을 열러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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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네. (T, 등장)
[T] 그만 모자를 잊었지 뭡니까.
[A] 아, 그랬었나?
[T] (모자를 챙기며) 그리구 지지를 데리고 잠시 바람이나 쐬려 프리카틀란 카페엘 데려갔으면
하는데요.
[AL] 프리카틀란에를?
[T] 네, 괜찮겠죠.
[A] 오, 그야 뭐 안될게 없--- (AL의 매서운 눈초리에 말을 끊는다)
[AL] 갸스똥! 우리 모두는 자네를 좋아한다네. 그러나 내 동생과 나는 동시에 지지의 장래를
책임지고 있음을 알아주게. 자네가 우리와 친구로 지내면서 항상 지지를 아껴주고 같이 놀아주고
사탕도 사다주고 하는동안 그 아이는 자네를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 아이도
이젠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닐세.
[T] 허지만 아직 열일곱밖에 안됐잖아요?
[AL] 열일곱이라니 열여덟이 넘었는걸.
[T] 아참! 그렇지 생일이 한번 더 지나갔군.
[AL] 그런데 그 아이를 프리카틀란엘 데려가겠다구?
[T] 허지만 파리에서 지지가 누군지를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AL] 허지만 자네가 누군지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 그게 문제야. 지지를 세상에 내어
놓으려면 공식적인 후원자가 나타난 후에야 가능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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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공식적인 후원자라구요.
[AL]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걸세. 이네즈. 난,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
[A] 지지를 부를께요. (안에다) 지지! 알리샤이모가 가신다.
[G] 나갈께요! (등장) 갸스똥, 간줄 알았는데.
[T] 아, 모자를 찾으러 왔어.
[AL] 이젠 다시 어린애같은 짓은 안하겠지?
[G] 네, 알리샤이모
[AL] 잘 있거라.
[G] 안녕히가세요.
[AL] 그리고 내일부터는 우리집에 와서 나하고 살게 되었다.
[G] 제가요?
[AL] 그래, 기쁘지 않니? 갸스똥 또 보세.
[T] 마담!
[AL] 아무때나 좋으니 우리 집에도 놀러오도록 해요. (퇴장)
[G] 할머니! 정말 날 알리샤이모네 집에 가서 살게 할거예요? 난 가고 싶지 않아요.
[A] 오, 이런 철부지 같으니. 넌 영원히 이 할머니랑 살게 될줄 알았니?
[T] 마미타! 그럼 이만 가볼께요.
[A] 그래요, 갸스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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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지지, 아까 내가 한 말에 대해서 사과하면 날 용서해 주겠니?
[G] 그럼요, 갸스똥. 난 당신한테 오랫동안 화낼 수는 없어요. (손을 내민다)
[T] 고마워! (손에 키스) 마미타, 지지와 화해한 기념으로 잠시 나갔다오면 안될까요?
[G] 어딜요?
[T] 카페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G] 오, 할머니, 가도 되죠?
[A] 안된다.
[G] 오, 왜요?
[T] 알리샤 이모한테 말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G] 네, 제발
[A] 지지, 오늘은 안된다. 넌 부엌에 들어가서 시도니가 주전자를 바로 올려놓았는지 보렴.
[G] 알았어요. (퇴장)
[A] 갸스똥, 난 자네한테 조금도 까다롭게 굴고 싶진 않지만 내 입장이 까다로운 편이네.
[T] 그렇지만 마미타! (부엌에서 그릇깨지는 소리)
[A] 저런 멍청한 시도니, 이번엔 또 뭐지? (안으로 퇴장)
[G] (소리) 할머니, 시도니가 아녜요. 제가 깨뜨렸어요. (T, 테이블에서 AL가 두고간 신문
쪽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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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소리) 그래 다치진 않았니?
[G] (소리) 아뇨.
[A] (소리) 그럼 괜찮다. 조심해라.
[G] (소리) 네.
[A] (나오며, T이 신문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리안느가 마침내 자살까지 기도했다는군.
자네의 관심을 끌기위한 상투적인 술책이 아니고 뭐겠나.
[T] 그럴까요? 그럼 가보겠읍니다.
[A] 지지를 부를까?
[T] 됐읍니다. 다음에 오죠.
[A] 언제쯤 오겠나.
[T] 글쎄요. 한동안 바쁘겠는데요. 안녕 마미타! (퇴장)
[S] (부엌에서 등장) 저, 부인께선 제가 그 주전자를 깨뜨린줄 아셨죠. 글쎄 아가씨가
들어오시자마자 팔꿈치로 건드려서 주전자를 바닥에 떨어뜨렸지 뭐예요. 그 바람에 제가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놓쳤다구요. (깨진 잔 두개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암전)
[페이지] 054
[장] 2 장
(알리샤의 거실. 전화기가 내려져 있다. AL, 등장해서 쇼파에 앉아 전화를 받는다. G, 문가에
와서 엿듣는다.)
[AL] 오, 이네즈, 또 전화했니? 이 일을 나한테 맡기라니까. 너한테 맡겼다가는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될테니까. 제발 나한테 맡겨. 오늘 갸스똥이 이리로 오게 되어있어. 분명히 나한테
뭔가를 제안할꺼야. 그래서 난 거기에 대비해서 지금까지 내내 구체적인 조건들을 작성해
두었어. 갸스똥은 보통내기가 아니라구. 프랑스에서 그 사람만큼 빈틈없는 사업가도 흔치
않아요. 그러니 일을 물샐틈없이 해내야 한단 말이다. 아니 넌 올 필요없어. 네가 자주 드나들면
그럴수록 지지의 신경만 피곤하게 만들 뿐야. 꼭 할말이 있으면 전화가 있잖니. 그걸 사용해.
그럼 또 보자 안녕!
[G] 할머니가 뭐래요?
[AL] 별일 아니다. 소화가 잘 안되셔서 두디박사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셨어.
[G] 할머니께서요? 여긴 안오시겠대요?
[AL] 너 엿들었구나. 전화를 엿듣는건 나쁜 짓이야. 그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란다.
그나저나 왜 그렇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G] 전 우울하지 않아요.
[AL] 않다구? 여자가 우울할땐 매력이 없어진단다.
[페이지] 055
기분을 바꾸기 위해 내 반지를 좀 끼구있어. 보련? (끼워준다)
[G] 아주 예뻐요?
[AL] 물론 예쁘지. 그렇지만 그건 그 반지에 대한 하나의 진실일 뿐이야.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진실이 무엇이지?
[G] 얼마짜리냐구요? 허지만 전 그런건 알고 싶지 않아요.
[AL] 당연히 알아야지. 너도 이제 머지않아 세상에 나갈텐데 세상이란---
[G] 오, 알리샤 이모 골치가 아파요. 머리 아픈 약좀 주실래요? (노크소리)
[AL] 들어와요.
[V] (등장) 갸스똥 르샤이으씨가 아랫층에 와계십니다.
[G] 갸스똥!
[AL] 이리 올라오시게 해요.
[V] 알겠읍니다.
[AL] 그리구 지지 아가씨에게 머리아픈 약을 방으로 가져다 주도록해요.
[V] 네, 부인 (퇴장)
[AL]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 지지, 이제 네 방에 들어가서 좀 쉬도록 해라. 이 모두가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다. 네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도 어른이 되는 증거야.
[G] 허지만 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AL] 어른이 되보면 좋은 점도 얼마든지 있단다.
[페이지] 056
이제 금방 기분이 나아질거야. (데리고 나간다)
[V] (등장) 앉아계십시요. 부인께서 곧 나오실겁니다. (퇴장)
[T] 고맙네. (앉는다)
[AL] (등장) 갸스똥, 어서오게.
[T] (일어나며) 부인! (손에 키스)
[AL] 앉아요.
[T] 네. (앉는다)
[AL] 그래, 내게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가?
[T] 지지에 관한 일입니다.
[AL] 지지?
[T] 네, 부인께서 며칠전에 지지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가운데 지지의 장래를 위해서 공식적인
후원자가 필요하다고 하셨을 때 전 사실 충격을 받았읍니다.
[AL] 이해할만 해요.
[T] 전 지지가 이제 어엿한 숙녀로 자랐다는 사실을 미쳐 깨닫지 못했읍니다. 물론 지지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라는 것은 모르지 않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내 눈 앞에 숙녀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읍니다. 그날 새 드레스를 입은 지지를 본 순간 저는--- 그
장난꾸러기 철부지가 그렇게 변하리라곤---
[AL] 그래, 그 다음 말을 계속해 보게.
[T] 네, 그래서 전 밤새도록 생각을 해봤읍니다. 생각을 해 본 결과 제가 지지의 장래를
보살펴줘야 겠다고 생각했읍니다.
[페이지] 057
물론 저는 제 명예를 걸고 성실하게 지지의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AL] 고마운 말이예요. 갸스똥, 그런데 당신 말은 추상적이예요. 나만한 경험이 있는 여자에게
있어서 당신의 말은 남자들의 상투적인 모호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해하겠나. 난
보다 구체적인 대답을 원해요.
[T] 물론 이해합니다. 제 말이 추상적으로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다시 말해서 전 지지에
대해서 그동안의 관계를 보아서라도 친오빠처럼 끝까지 보살피겠다는 뜻입니다.
[AL] 그 역시 모호하군.
[T] 그럼 부인께서 구체적인 제안을 해 보시죠.
[AL] 좋아요. 우선 지지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살 집이 있어야 돼요. 안 그런가?
[T] 네, 물론.
[AL] 그것도 상제리제가에 위치한 저택으로서 클 필요는 없지만 품위에 알맞는 적당한
것이어야겠지. 원한다면 내가 골라줄 수도 있네.
[T] 네, 고맙습니다.
[AL] 그리고 지지는 아직 매사에 서툴기 때문에 유능한 하인이 있어야 할 거예요.
초일류급으로.
[T] 네, 물론이죠. 유능한 하녀를 한 사람 제가 구해보죠.
[AL] 유능한 하녀를 한 사람 구해보겠다구?
[T] 그럼요. 제 말이 틀렸나요?
[페이지] 058
[AL] 그건 안되요. 적어도 세명은 있어야지.
[T] 오!
[AL] 그리구 자동차도 있어야겠구.
[T] 우선은 내 차중의 하나를 전용으로 내주겠읍니다.
[AL] 좋아요. 그런데 당신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걸 보면 때로 위험스럽게 느껴지거든. 만약에
그럴리는 없겠지만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다면 지지에 대한 사후의 대책은 무엇이죠?
[T] 이봐요, 부인!
[AL] 기분상할것 없네. 난 단지 사무적으로 만약의 경우를 가정한 것 뿐이니까.
[T] 그렇지만 지지의 저택은 지지의 명의로 사줄텐데요.
[AL] 그건 파리 시내의 저택이지. 만일에 1870년때처럼 또다시 프러시아가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죠?
[T] 프러시아라구요! 오, 부인, 그런 일이 있다면 그건 세상의 끝장이 오는 거죠.
[AL] 그러니까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시골에 따로 별장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T] 본 아브리 말씀인가요?
[AL] 그래요. 본 아브리, 지지가 편안히 여생을 보내기엔 적합한 곳이지. 거기 농장이 모두 몇
에이커나 되나?
[T] 잠간만요. 부인 말씀은 대단히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의 끝장, 프러시아의 침략, 자동차의
사고에 본 아브리! 종잡
[페이지] 059
을 수가 없군요.
[AL] 미안해요. 그렇담 내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내일 아침 내 변호사 사무실에서 다시 만나면
어떨까?
[T] 그러시다면 제게 더 좋은 생각이 있읍니다. 부인의 변호사와 함께 내일 아침 제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하죠.
[AL] 자네 변호사라구? 플란딘 의원 말인가?
[T] 왜, 반대하시나요?
[AL] 아, 반대는 아니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교활한 변호사를 상대해야 하다니.
[T] 그럼 내일 아침 열시로 하죠. (노크소리)
[AL] 좋아요. 내일 아침 열시에 봐요. 들어와요.
[V] (등장) 죄송합니다. 부인 지지 아가씨께서 이걸 전해드리라고 하셨읍니다. (쪽지를 준다)
[AL] (보며) 아가씨는 어디 있지?
[V] 나가셨읍니다.
[AL] 나갔다구? 어디로?
[V] 할머니 댁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셨읍니다.
[AL] 알았어요, 빅터. (빅터 퇴장)
[T] 지지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AL] 아, 아니. 그저 철없이 구는 것 뿐이지.
[페이지] 060
그런데 갑자기 두통이 일어나는데. 미안하지만 그만 돌아가 주겠나. 항상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다보면 이런다니까.
[T]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읍니다.
[AL] 잠간, 그 일은 잠시 연기하도록 하지.
[T] 무슨 일이 있나요? 그 지지가 쓴 쪽지 때문인가요?
[AL] 아, 아닐세. 지지는 문제가 아니라네. 다만 나로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싶어서 그럴
뿐이니까.
[T] 그렇지만, 부인.
[AL] 오, 갸스똥. 난 지금 몹시 불편한데. 오늘은 이만 용서해 주겠나? (손을 내민다)
[T] (절하고 손에 키스하며) 알겠읍니다. 편히 쉬십시오. (퇴장)
[AL] (줄을 당겨서 V를 부르고, 전화를 건다.) 알로! 알로! 581번 부탁해요. 알로!
581번이라구요. 뭐라구요? 통화중이라구요. 하필 통화중이라니. 그럼 통화를 중단시키고 이
전화를 연결해요--- 규칙에 어긋난다구? 이봐요. 아가씨. 이 기계는 인생을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발명된 것이지.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서 생겨난 물건이 아니라구! --- 멍청이 같으니!
(끊는다)
[V] 부르셨읍니까, 부인?
[AL] 내 차를 준비시켜요.
[V] 지금 대기시켜놓았읍니다. 알바레즈 부인댁으로 가실 것으로 짐작했읍니다.
[페이지] 061
[AL] 왜 그런 생각이 들었지?
[V] 무슨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요.
[AL] 사고라구! 이건 사고가 아냐. 이건 대재난이야. 재난! (퇴장) (V, 눈이 휘둥그래져서
코믹하게 따라 나간다. 암전)
[장] 3 장
(알바레즈댁 거실, 그 날 얼마 뒤, G, 전화를 하고 있다. 들리지 않게 목소리를 낮추어서)
[G] 알로! 알로! 거기 죠키클럽 맞죠? 갸스똥 르샤이으씨와 통화하고 싶은데요. 갸스똥
르샤이으씨요! 그래요? ---그럼 들어오시는 대로 지지 알바레즈 댁으로 와주십사고 전해주세요.
꼭 드릴 말씀이 있다구요. 부탁해요. (끊는다. 도어벨소리, 침실로 퇴장)
[A] (부엌에서 나오며) 나가요! 기다려요! 오, 언니 웬일이세요?
[AL] 네 손녀딸은 어디있지?
[A] 지지 말인가요?
[AL] 그럼 다른 손녀가 또 있기라도 하니?
[A] 언니댁에 없어요?
[AL] 그러니까 왔지? 갸스똥과 만사가 잘 됐다. 싶은 순간 도망을 쳐서 일을 망쳐놓았지 뭐냐.
그래, 그 애가 여기 없니?
[페이지] 062
[A] 아뇨! 없는데요! 종일 부엌에 있었는데. 지지! 지지!
[G] (소리) 네, 할머니.
[A] 저런 세상에! (쇼파에 주저 앉는다.)
[G] (소리) 부르셨어요?
[A] 그래, 알리샤 이모가 와 계시다.
[AL] 지지! 어서 나오지 못해!
[G] (소리) 옷 갈아 입구요!
[AL] 빨리 입고 나오너라.
[A] 오, 가엾은 것!
[AL] 그 가엾은 것이 내게 뭐라고 최후 통첩을 했는지 아니?
[A] 최후통첩이라뇨?
[AL] 내게 쪽지를 전해주고 내뺐는데 뭐라고 했는지 아니? 갸스똥과의 모든 문제는 단둘이
만나서 해결하겠다는구나.
[A] 하긴 당사자의 문제이긴 하지만---
[AL] 아니, 이런 중대한 문제를 이 방면의 전문가인 나를 제쳐놓고 철부지 어린애에 불과한
지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냐!
[A] 언니, 우리가 일을 좀 서두른것 같지 않아요? 아직은 사교계에 내보내기엔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AL] 나도 그 점은 이해해. 지지는 한번도 갸스똥을 이성으로 느껴보지는 못했을테니까. 항상
오빠에게 하듯 응석이나 부려댔으니---
[G] (등장) 절 부르셨나요?
[AL] 이리 오너라. 어디 설명을 해봐라.
[페이지] 063
[A] 언니, 제발 야단은 치지 말아요. 이 애는 아직 어리다구요. (G에게) 염려하지 말아라.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을테니까.
[AL] 물론 널 괴롭히는게 아니다. 내 말을 들어봐라. 넌 물론 갸스똥의 애인이 되는 일이
두렵겠지. 더구나 네 나이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를테니까.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선
설흔이 넘도록, 아니 때로는 영영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 수도 있는 거란다. 그리고 이런
경우엔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편이 오히려 나은거야. 사랑이란 그 순간은 달콤하지만 그것이
깨지고 나면 마음의 상처를 남기니까.
[G] 알리샤 이모, 전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진 몰라두요. 제가
두려운 것은 갸스똥이 언젠가 제 곁을 떠나게 되면 온통 신문에 나고, 죠키클럽과 극장무대
뒤에서 사람들이 진종일 수군대겠죠. 그리구 전 또다른 남자 품으로 옮겨가야 할 거구요. 전
그런 식의 삶은 원치않아요.
[AL] 그럼 의상실에서 평생 바느질이나 하거나 네 엄마처럼 싸구려 배우가 되겠다는거냐!
[G] 알리샤이모는 대단히 많이 아시는것 같은데요. 알리샤 이모님의 인생이 그토록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전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AL] 뭐!
[A] 지지!
[G] 이모님의 그 화려한 일생을 통해서 얻어내신 것들이 도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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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보석상자에 가득찬 번쩍번쩍하는 물건들 빼구요! 맨날 권태로워 하시면서, 습관적인 두통
빼구 뭐가 남았나요!
[AL] 그만두지 못하니?!
[A] 언니 야단치지 말아요. 그러다 언니 두통이 재발하면 어떻해요.
[G] 그리구 할머니두요! 할머니도 이모님과 한편이시잖아요.
[A] 지지, 난 다만 네가 가난하게 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G] 그게 어때서요. 우리는 항상 가난했지만 그래서 불행했나요. 전 그런 것은 상관 안해요.
하여튼 제 일생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어요.
[AL] 네 장래를 네 스스로 결정하겠다니 아주 대견스럽구나. 그래 네 계획을 좀 들려다오.
[G] 계획같은건 없어요. 계획같은걸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도어벨소리)
[A] 갸스똥이예요.
[AL] (일어나서) 지지를 이런 상태에서 갸스똥과 만나게 해선 안돼요.
[A] 지지, 네 방으로 가 있거라.
[G] 아녜요! 전 갸스똥과 만나고 싶어요. 제가 직접 얘기하겠어요. 네? 이모님.
[AL] 할 수 없구나. 그렇지만 이게 모두 네 스스로 한 일이란 것을 기억해 둬라. (퇴장)
[G] 할머니도 나가 계세요. 제발요.
[A] 알았다. (퇴장)
[페이지] 065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진 뒤 나가서 연다. 둘, 잠시 말없이 바라본다.)
[G] 안녕, 갸스똥
[T] 왜 빨리 문을 안 열어줬지, 아가씨?
[G] 미안해요. 자고 있었어요. 제 연락 받으셨어요? 클럽에 전화했었는데.
[T] 아니, 난 거기 없었는걸.
[G] 그럼 여긴 왜 오셨어요?
[T] 네가 이모님댁에서 집으로 무사히 왔는지 보려구.
[G] 그래요? 그 연미복이 아주 잘 어울리는데요.
[T] 이게 연미복이라구? 이건 모닝코트야. 멍청이 아가씨.
[G] 오, 참. 앉을래요?
[T] 고마워. (먼저 앉으려다 다시 일어나서 G가 앉은 뒤에 따라 앉으며) 미안해. 지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내가 왜 알리샤 이모한테 갔었는지 알고 있어?
[G] 알고 있어요. 당신은 오늘 알리샤 이모한테 가서-
[T] (말을 막으며) 됐어. 내가 왜 갔었는지는 나도 아니까 되풀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알고
싶은 건 네가 나한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알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해줄께.
[G]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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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그럼.
[G] 당신은 오늘 이모님한테 가서 나의 장래를 책임지겠다고 했죠?
[T] 아주 멋진 장래를!
[G] 그리구 나한테 그 멋진 장래를 책임져 주는 댓가로 난 이 집을 떠나서 당신 침대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두요.
[T] 지지, 그만!
[G] 왜요? 당신은 아무 거림낌없이 우리 이모님한테 한 말을 왜 나는 거리낌없이 말하면
안되죠? 난 내가 당신 집에 가면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아요. 내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날
것이고, 우리는 해마다 니스의 꽃잔치에 가게될 것이며, 뚜르비에의 자동차 경주에도 참석하고,
우리가 다투면 온통 주간지에 날 것이며 또 당신이 날 버리게 되면 가비 푸제르처럼---
[T] 가비푸제르? 그걸 어떻게 알지? 누가 그런 얘길 다 해줬지?
[G] 아무도 아녜요.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얘길 왜 나만 모르겠어요? 당신은 유명한
바람둥이니까요. 그리고 마리 슈께가 당신 지갑을 훔쳐서 당신이 소송을 제기한 것도 알구요.
파리스키 백작부인이 결혼을 안해준다고 파티에서 당신 따귀를 때린 일도 알아요.
[T] 오, 지지. 그것들은 모두 다 옛날 일들이야. 다 지나간 일들이라구.
[G] 물론 그래요. 그렇지만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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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나요? 당신이 바람둥이인 것은 할 수 없지만 나까지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아요.
[T] 지지, 그런 말로 진실을 감출 필요없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렇다고 말해줘.
최소한 난 그 대답을 들을 권리는 있다고 생각해. 내가 싫은거야?
[G] 싫으냐구요? 천만에 난 당신이 좋아요. 그 증거로 내가 한가지 제안을 할께요. 전에처럼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아니 전보다 더 자주요. 그래서 카드놀이도 하고 얘기도 해요. 내
생일날엔 사탕도 사다주고 샴페인도 사오구요. 그게 더 낫지 않아요. 내가 당신과 함께 산다는게
신문에 나서 파리 사람들이 모두 알게되는 것보다요.
[T] 하지만 지지, 넌 한가지 모르는게 있어. 난 그저 너하고 같이 놀고 싶은게 아냐. 난, 난
너를 사랑해.
[G] (놀라서) 날 사랑한다구요? 전에는 한번도 그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T] 지금 말했잖아.
[G] (화가 치밀어) 오,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예요!
[T] 지지!
[G] 나를 사랑한다구!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그런 길로 데려갈 수 있어요? 결국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곳으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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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가다니! 언젠간 싸우고 다투고 신문에 나고 헤어지고, 그래서 당신은 또다른 여자한테로
가고, 난 또다른 남자한테로 가야하는 그런 길로 나를 데려갈 수 있어요. 그리고도 나를
사랑한다구요!
[T] 지지, 내말 들어봐!
[G] 나가요! 이제 당신은 보기도 싫어요! 당신이 감히 누구를 사랑한다고 말하다니, 어서
없어져요. 아주 가버려요! (A, AL등장)
[A] 지지, 무슨 일이냐, 왜 그러니?
[AL] 왜 큰소리를 치는거냐?
<다음의 대사들은 동시에 진행된다>
[T] 댁의 손녀딸이 절보고 이 집에서 나가라고 했어요. 더 이상 날 보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AL] 지지!
[A] 지지!
[T] 내가 싫다고 했어요. 내 평생에 이런 말은 처음 들었어요.
[AL] 갸스똥,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T] 좋아요. 다 그만두죠.
[AL] 저 애는 지금 정상이 아니라네 이제 조금 있으면---
[T] 아닙니다. 필요 없어요. 저도 이젠 지쳤어요. (퇴장)
<여기까지>
[A] 오, 이 가련한 것.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거냐.
[G] 할머니, 날 그냥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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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그래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봐라.
[G] 갸스똥이 날 사랑한다고 했어요.
[AL] 무슨 말인지 난 못알아들었다.
[G] 갸스똥이 날 사랑한다고 했어요.
[A] 아니, 그 말이 나쁜 소리냐?
[AL] 그렇지 싫은 사람한테 사랑한다고 말할리가 없지.
[G] 그러면서도 나하고 자고 싶다는 얘긴 하지 못했어요. 겁장이 같이. 그래서 나가라고
한거예요. 그리곤 다시 오지 말라구요.
[AL] 그렇담 다 틀렸구나!
[A] 어쩌면 제 에미랑 그렇게 닮았을까.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날벼락이 떨어진담.
[G] 할머니 미안해요.
[AL] 오! 우리를 다 망쳐놓고나서 미안하다니. (도어벨소리) 누구지?
[A] 오! 갸스똥인것 같은데 그럴리가. 그 사람한테 단 한가지 중요한게 있다면 자존심 뿐인데.
(문을 열러간다)
[G] 할머니! 만일 갸스똥이면 난 그일 만날 수 없어요.
[A] 지지, 그대로 있어.
[G] 싫어요, 난 더 못참겠어요.
[AL] 정 그렇다면 들어가 있거라. (G,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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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언니-
[AL] 놔둬라. 그 애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거야.
[A] 무슨 생각요?
[AL] 어서 문이나 열어. (T, 등장. 사탕통을 들고 있다)
[T] 수선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지지에게 주려고 사탕을 가져왔었는데 아까는 잊어버리고 차
안에 두었어요.
[A] 고마워요, 갸스똥.
[T] 천만에요, 별것 아닌걸요. (사탕통을 내려놓으며 갑자기) 마미타 손녀딸을 제 평생의
반려로서 맞이하도록 허락해 주시겠읍니까?
[A] 평생의 반려로서?
[AL] 갸스똥, 그 표현은 좀 추상적인 것 같은데.
[T] 전 지지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A] 결혼이라구! 오, 언니!
[AL] 글쎄, 너무나 뜻밖이긴 하지만 당사자의 대답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지지! 지지!
[G] (등장) 그이는 갔어요?
[A] 지지! (위엄있게) 여기 갸스똥씨가 너한테 정식으로 청혼을 했단다.
[T] 지지, 나와 결혼해서 내 아내가 되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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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대답없이 눈물만 흘린다) 지지! 왜그래? 울고 있잖아.
[G] 난 부끄러워요.
[T] 부끄럽다구? 뭐가?
[G] 난 당신을 지금까지 불행하게 만들어준 다른 여자들처럼 못되게만 굴었어요.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게 아녜요. 왜냐하면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너무나요. (다시 운다)
[T] 지지!
[G] 갸스똥! 당신을 사랑해요. 굳이 나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아요.
[AL] 지지!
[G] 당신이 나한테 원하는건 뭐든지 해요. 당신 마음대로. 어디든지 날 데려가요.
[A] 지지, 이제됐다.
[T] 지지, 이것만이 내가 너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이란 걸 난 깨달았어. 조금전에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리고 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두 사람, 뜨겁게 키스한다. A, AL, 감동해서
숨죽인채 바라본다. AN, 노래 부르며 밖에서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노래를 멈추며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훌쩍이며 운다. 서서히 막이 내리는 동안 두 사람 떨어질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