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정착생활을 한 이후부터 쌀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밥이라는 음식을 만드는데..
똑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음식을 만듬에 있어서..
단지 조리 방법만 다를 뿐 인데도 그 결과물의 차이는 실로 엄청 나다.
한국 사람이라는 태생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서라도 역시나 쌀밥은 막 거둬들인 햇쌀을 가지고
가마솥에서 끓여낸 가마솥 밥이 최고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개다리 소반에 내어온 막 지어낸 고슬고슬한 밥 한그릇이면 시원한 찬물에 말아서 김치 한쪽 얹어서 먹는다 한들 그 달콤함을 어느 음식에 비할소냐 싶다..
그런데 그 재료를 가지고 베트남에서 풀풀 날리는 찐밥을 한단다..
예전 베트남에 참전을 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라치면 가장 타박을 많이 받는 먹거리가 바로 물 흩뿌려서 지어낸 쪄낸 밥이 아니였던가 ...
쌀알이 하나하나 낱낱개로 돌아다녀서 입안에 모래를 씹는 맛이라고 하시는데..
가끔 별식으로 베트남 음식을 하는 곳에 가 보면 역시나 그 나라의 찐밥은 우리네 입맛에는 부적합 하단 느낌이 강하게 다가 온다.
아침 일찍 공짜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겼다.
백화점 특성상 ...커다란 이벤트 홀을 가지고 있기에 가끔은 고객들을 위해서 상영하는 영화가 아닌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영화를 상영해 준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생날선생>을 상영해 준단다.
박건형과 김효진이 주인공을 맡아서 학교 생활을 코믹하게 그렸다는 학원 로망 코믹 영화...
처음부터 가슴 찡하게 땡기거나 하는 영화는 아니였지만..
일단은 나름대로 멋들어진 박건형이 나오는 영화라니까 ...게다가 공짜라니까...조금 일찍 일어나는 수고 정도는 감안해 줘야 겠다고 맘을 먹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돈 많은 교육자 할아버지를 둔 우주호(박건영)는 유산 상속을 목적으로 계약에 의거해서 일정 기간동안 어느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으로 근무를 해야 하는데....
어찌어찌 해서 교육을 이수 했는지 모르겠지만...사실 우리의 우주호 선생의 생활은 거의 생날나리 였기에....
일정 틀에 박혀서 생활해야 하는 학교라는 곳이 당연지사 그에게는 괴로운 나날의 연속일 밖에..
그러나 그 곳에 날 선생을 선도하는 선도부의 윤소주 선생이 있었으니...
한때는 침 좀 뱉고 껌 좀 씹은 모양인데...이 분 역시 어찌어찌 하여 선생님이 되었던 것이였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생일을 자축해야 하는 구슬픈 사연을 지닌 윤소주 선생은
맡은 바 사명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우리의 말썽꾸러기 우주호를 개과천선하게 만들고
그들 역시 해피한 결말을 맺는다....
학원 로망이므로 빠질 수 없는 학생들의 폭력(패 싸움)도 나오고...
날나리들의 타락 행태도 적절히 나오고..
암튼 ....여기저기 참으로 다양하게 골고루 빠짐 없이...몽창 나오기는 하는데...
정말 미안하게도...
이 영화 허섭하기가 짝이 없다.
한마디로 아침에 어렵사리 짬을 내서 영화를 보는데 소비한 2시간이 아깝기까지 하다.
그래도 보느라 소비한 2시간을 허비 하지 않을려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본다.
이 영화...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 동안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한국 영화에서 구지 정성 들여 찾아 보지 않더라도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까지 꽤 많이 만들어져왔다.
그런데 왜 유독 이 영화는 이리도 우왕좌왕 갈팡질팡 도무지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조차도 모를정도로 그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듯이 보이는것일까?
배우들의 연기력이 모자라서??
그건 아니다...그들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필요한 만큼 그들 나름대로 자기의 몫을 다 한것 같다.
그럼 ...감독의 연출력이 부족해선가?
사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솔직히 이 영화보다 더 엉망인 영화도 많았던것 같은데 ..
감독 같지도 않은 감독들이 영화를 하겠다고 설치는 꼴도 간간히 본 것 같은데..
그래도 그런 영화에선 그리도 허섭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것 같다.
그렇담...시나리오상의 문제?
것두 아니다...이 시나리오 그동안 나왔던 비슷한 장르의 여러 영화들과 그리 다를바가 없다.
식상하긴 하지만 오히려 나름대로의 맛깔스러운 면도 있다.
(우주호의 교과목이 수학이다..난 그점이 참 맘에 든다.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수학은 딱 부러진 답이 있어서 그렇게 인생을 산다면 우주호와 같은 마인드를 형성 함을 이해 할 수도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우주호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인정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므로 시나리오 상의 문제도 아닌것이 확실 하다.
그렇담 결론은??
이리저리 어줍지 않은 나의 지식을 총 동원해서 분석한 결과...
밥을 하는 방식이 잘 못 되었음을 인식했다.
쌀을 찌지 말고 끓여야 하는것을 ....그래서 서로서로 찰지게 끈기를 유지 시켰어야하는것을..
낟알 하나하나가 홀홀히 흩날리게 쪄냈으니...
도무지 찰진 끈기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어 버린거다.
다시 말하면 편집의 문제가 아니였을까 하는 얘기다.
분명 편집 본이 아닌 전체 필름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이 영화에 대해서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감정을 지니게 될것이다.
도무지 여기저기를 난도질을 해 놓은 느낌이라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내용 하나하나가 전부 따로따로 놀고 있다는 뜻이다.
좋은 쌀가지고...맛난 밥을 지어내는 기술..
어머님이 해주시는 따뜻한 쌀밥 한그릇에 목이 메이는 우리 한국사람들..
그래서 한국 영화가 베트남 영화 보다 더 우수 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날라다니는 찐밥보다 우수한 찰진쌀밥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