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의 합격수기를 읽으며 나도 꼭 합격수기를 쓸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런날이 왔네요.
제가 이 글을 쓰는건 특별한 공부방법이 있다거나 한건 아니구요,
저같은 아줌마나 노장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을까해서 입니다. ^^
저는 30대 후반(조금있으면 40이네요)의 주부입니다.
뭐.. 대학원(전산전공) 졸업하고 실무경력도 11년 가량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 키우며 맞벌이로 일반 사기업을 다닌다는 것이
특히 여자 프로그래머로 산다는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야근은 밥먹듯하고, 팀장의 위치에서 오는 중압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2008년 4월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제 동생이 일년반정도 준비해서 9급 행정직에 붙는걸 옆에서 지켜보니,
'전산전공자인데 조금만 하면 나도 되겠지...'하는 자만심도 생기더군요.
2008년엔 나이제한때문에 볼수있는건 7급뿐이었고, 그래서 7급을 목표로 준비했습니다.
다행스럽게 2009년에 나이제한이 없어져서 9급까지 시험을 볼수 있었네요.
2008년엔 국어,영어,한국사 유명강사의 동강을 겨우 한번씩 듣고,
전공은 인터넷을 뒤져서 무작정 과목별로 전공책 한두권사서 보고 7급 시험을 봤네요.
과연 이런식으로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탑스팟을 알게됐습니다.
교재와 문제집,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전공은 이것만 열심히 하면 될거라는 자신감이 마구 생기더군요.
문제는 공통과목이더라구요.
제가 워낙에 국사에 약한지라, 국사를 굉장히 열심히 했습니다.
교재는 정재준한국사가 젤 유명하더라구요.
처음에 그 교재를 선택한지라 바꿀수없어서 계속 한권만 봤습니다.
전체 흐름잡을때는 국정교과서랑 다시쓰는 우리역사 읽었구요,
계속 정재준 통합한국사랑 문제집만 풀었네요.
2009년도 시험때는 지방직 9급에서 국사 95점을 맞고나니(문제가 쉬웠나봅니다),
열심히하니까 정말 되는구나...생각했다가 7급시험때 또 한번 좌절했네요.
국사 35점. 완전 충격... 이때 문제는 정말 너무너무 어려웠던거 같아요.
그래서 7급 시험후 한두달간 고민했습니다. 계속 할것인가 말것인가...
2009년 시험이후엔 장기전으로 돌입해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시험에 못붙더라고 영어공부라도 제대로 해봐야겠단 마음에 영어공부방법을 바꿨습니다.
처음에 신홍섭 스파영어를 들을때만해도, 오~ 이런식으로도 공부하는구나...
참 새롭게 느껴졌는데, 계속하다보니 저한테는 좀 안맞는거 같았어요.
어휘파트는 아예 포기했고 독해에 나오는 어휘만 하자.
그나마 독해 점수가 제일 좋으니까 그쪽을 더 열심히 하자.
그래서 스파영어의 독해만 뜯어갖고 다니며 풀었고,
문법은 EGI(English Grammar In Use)로 새로 시작했습니다.
완전 문법의 기초인데, 어찌보면 중학교 영어정도? 그런데도 맨 첫장 시제문제에서 꽤나 많이 틀린걸 보고 충격을 먹었더랬죠.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어려운 공식 달달 외워봐야 무슨 소용있나 싶은것이...
2010년 시험때까지 영어는 이렇게만 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던 거죠.
결국 2010년 국가직 9급에서 독해는 다 맞고 90점 맞아서 영어가 합격의 1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국어는 처음 강의 들을때만해도 참 재밌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게 국어인거 같아요.
교재는 계속 재정국어만 봤구요, 사실 국어에 할애한 시간은 많지 않았어요.
전공과목은 다른건 하나도 보지 않았어요. 오로지 탑스팟 교재와 문제집, 동영상뿐...
다른분들보니 탑스팟 교재랑 문제집도 10번씩 보셨다는데, 전 그럴시간이 없었습니다.
2009년에는 간신히 교재2번 보고, 문제집 3번씩 풀수 있었네요.
7급 전공 4과목만 공부했기때문에 컴일에서 OS나 네트워크쪽은 전혀 공부를 안했거든요.
그래서 컴일 성적이 그닥 좋진 않지만 그쪽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면
그만큼 다른 과목 점수가 안나왔을테니 뭐 아쉽진 않습니다.
아줌마이다보니 제 하루 스케줄은 이랬습니다.
아침 9시에 딸래미 어린이집 보내놓고, 준비해서 도서관가면 9시반.
보통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공부. 점심먹고 오후 4시까지 공부.
집에와서 저녁준비. 애기는 5시에 집에 오고,
저녀먹고 치우고 어쩌고... 애기재우면 밤 9~10시가 됩니다.
그때부터 1시정도까지 공부.
따지고보면 하루에 7~8시간정도밖엔 안되더라구요.
그것도 주말엔 거의 못했습니다.
어린이집 여름, 겨울방학땐 일주일씩 아이랑 놀아줘야하고
아이가 감기걸려서 아프기라도하면 몇일씩 공부 못했고...
2008년 4월에 회사 그만두고 2010년 4월 시험에 합격했으니 기간으로는 딱 2년이지만
아마 고시촌에서 시험에 전념하시는 분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의 공부시간이었을 겁니다.
그치만 한가지 자신있는것은... 제가 공부할수 있는 시간에 졸거나 잡생각은 안했습니다.
왜냐면 하루중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집중도는 정말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지금 주부이긴하지만, 계속 아이키우고 살림만 하던 완전 전업주부는 아니었어요.
실무경력도 11년이긴하지만, 중고등학교때(80년대후반)부터 컴퓨터를 좀 가지고 놀아본지라
BASIC, FORTRAN, COBOL, PASCAL 한번쯤은 다 사용해봤고, C를 제일 많이 다뤄봤습니다.
대학원 전공은 DB였고, 직장에서는 웹관련 언어(날코딩 HTML, xxJavaScript, ASP, PHP, JSP, JAVA)는 두루 섭렵했지요.
DB도 Oracle, Informix, UniSQL 등등 써봤네요.
(음.. 쓰다보니 제자랑처럼 돼버렸네요. 쩝...)
SE 파트도... 벤처기업의 팀장이었기때문에 사업제안서부터 시작해 개발계획서, 중간보고서, 결과보고서, 통합시험절차서, 인수시험절차서, 운영자 매뉴얼 등등 다 작성해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실무경험없는 학생들보다는 이해가 빨랐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또 컴일파트에서 공부안했던 부분도 감으로 찍어 맞힌 문제도 있긴 합니다.
그치만 분명 실무경력과 시험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공자이신 분들이 시험을 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구요.
그치만 겪어보니 결코 만만한 시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날 저녁준비하다가 필기합격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믿기지가 않더군요.
분명 예년 커트라인이 80점대인데, 제 점수는 70점대라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평년보다도 10점이상 커트라인이 낮아진것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운이 좋았단 말밖엔 할수가 없더라구요.
면접준비때는 둘째 임신을 하게되었네요.(시험에 합격하고나니 그동안 안생기던 둘째도 생기더군요)
임신초기가 제일 힘들때거든요. 먹는것도 힘들고 잠도 쏟아지고, 그 와중에 남편은 무릎연골이 찢어져서
입원, 수술하고 한 2~3주 병원 쫒아다니다보니 면접준비도 거의 못했어요. 면접때도 입덧하는거 참느라 이중고였어요.
공부하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에휴~ 지나고나니... 저한텐 정말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최종합격통보 받고나서... 너무나 오랫만에 집에서 하고싶은 취미생활들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주절주절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공부하는데 있어서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단, 조금이라도 젊을때 하는것보다 능률이 떨어지는건 인정합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구요.
그치만 목표가 확실하고 본인에게 맞는 스케줄과 교재, 방법을 잘 선택해서 열심히만 한다면
박태순선생님 말씀대로 관운은 본인이 만드는것 같습니다.
모두모두 기운내서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참, 탑스팟이 아니었다면 합격할 수 없었을 겁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첫댓글 늦은 나이에 쉽지않으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축하드려요~~
와~ 대단하시네요. 축하드립니다.
경험이 많으셔서 전문적으로 전산업무하실때 많이 도움되실거 같아요- ㅎㅎ 축하드려여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같은 서씨라서 반가운 마음에 답글 달고 갑니다. 발령 받은 후에도 열심히 하세요!
저의 아내도 올해 7월에 회사 그만두고 공무원 준비 중인데, 애기가 둘이라 많이 힘들어 합니다. 공부시간도 하루에 6-7시간 밖에 안되는데, 이 글 보여주면 큰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와... 대단하십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들 하신 것 같습니다. 도전 받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_+ 제가 숙연해 지네요.
이제서야 이 글을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오 나도 그냥 눈감고 박태순선생님꺼 책 다살까나;; 이리저리 교재 고르는것도 문제인지라..
축하드립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