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이 흐르거나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경험을 대부분은 하게 되는 추운 날씨. 겨울철이 되면 유독 주위에서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감기는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으면 1주일 가고, 그렇지 않으면 7일이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다, 감기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감기약'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감기가 걸렸을 때 먹는 약은 콧물을 멈추게 하거나, 기침을 멎게 하거나, 열이 내리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작용을 하므로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방에서는 감기와 기침 치료를 어떻게 할까.
△감기는 만병의 근원
감기는 누구나 앓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질환이면서 또 쉽게 나을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감기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산 장수한의원 김봉근 원장은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며 "폐렴·기관지염을 비롯해 간염이나 췌장염·신염 등의 질환도 처음에는 감기에서 시작한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감기란 나쁜 기운에 감염된다는 말뜻인데, 나쁜 기운이란 공기나 습기 속에 들어있는 바이러스 등을 일컫는다.
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이라도 그것이 우리 몸에 침입하면 그 사람의 체질이나 영양상태·건강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며, 인체에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가에 따라서도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
감기가 처음에 코와 목구멍으로 들어온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발산하는 약을 먹고 땀을 내주면 빨리 풀어질 수 있다.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집에서 생강이나 계피를 달여 먹거나 해서 땀을 내게 되면 절로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기가 편도선이나 후두 쪽으로 넘어가서 목이 붓고 열이 난다면 한의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이 때는 열을 내리면서 동시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해야 하며, 3일 정도 약을 복용하면 편도선 감기는 가라앉을 수 있다.
감기가 기관지로 옮아가 기침이 심하다면 가래를 식히고 기침을 진정시키는 약을 쓰는데,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기관지염이 아니라면 1주일 정도 지나면 나을 수 있다.
△체력도 같이 길러야
일반적인 감기 외에도 겨울에는 고열과 몸살을 동반하는 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저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 팔다리와 머리가 아프고 뒷골이 뻣뻣하며 열이 오르는 증상들이 3∼4일 정도 지나면 사라지는데, 대부분은 이 경우 감기가 나았다고 잘못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때는 감기가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 단계이다.
대체로 몸이 으슬으슬 춥다가 갑자기 열이 확 오르면서 땀이 나고 다시 몸이 더워지는 특징적인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또한 속이 메슥거리면서 가슴이 갑갑하고 답답하며, 입맛이 없고, 입이 쓰고, 목이 건조하면서 갈증이 있는데도 물은 별로 마시지 않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귀가 한번씩 '왱'하고 울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길게는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열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지만 체력이 급격히 쇠약해져서 식은땀이 흐르고, 피곤하고 무기력해서 움직이기도 힘들어하게 된다.
이때는 병원에서 아무리 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감기가 속으로 깊이 들어온 상태에서 몸의 저항력까지 약해지기 때문에 감기약만 먹어서는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몸의 저항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태이기에 먼저 저항력 즉 체력을 기르고 난 이후에 비로소 감기증상이 호전되게 된다.
한방에서는 부정거사(扶正祛邪)라 하여 정기 즉 면역력과 기력을 도우면서, 스스로 감기기운이 외부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치료를 한다.
대개의 경우 감기질환에는 보약을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이런 정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보약과 감기약을 동시에 사용한다. 감기가 들어서 몸이 낫지 않는데 한의원에서는 오히려 몸을 보해야 한다고 하면, 이런 부정거사법을 통해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만성 기관지염의 한의학적 치료
한방에서는 기침을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한다.
기침소리는 있고 가래가 없는 것을 해(咳)라 하고, 가래는 있고 소리가 없는 것을 수(嗽)라 한다. 그리고 가래와 기침이 같이 있으면 이를 해수라고 칭한다.
이러한 해수의 원인은 많으나 크게 감기에 의한 경우와 과민성으로 인한 2가지가 있다.
감기 뒤끝에 감기기운이 기관지로 넘어와서 하는 기침을 흔히 기침감기라고 하고, 감기와 무관하게 몸의 과민성으로 인해 먼지나 건조한 공기를 흡입하면서 지속적으로 하는 기침을 마른기침, 혹은 과민성기관지염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하게 되는데, 이는 외부의 찬기운이 폐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폐의 기운을 속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응으로 기침을 하게 된다.
일단 감기만 들면 기침이 심하고 오래 가며, 가래가 많이 나오는 경우에는 기관지에 찬 기운이 있는 것으로 보아 기관지를 따뜻하게 하고, 가래를 삭히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또한 이런 환자는 위장장애를 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기관지뿐만 아니라 위장에도 찬 기운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래의 제거뿐만 아니라, 기관지를 따뜻하게 하는 치료법을 병행해야 완전한 치료를 할 수가 있다.
기침을 하되 가슴이 아프고, 폐가 울리는 느낌이 있으면서 '컹컹'거리는 기침을 하고, 가래가 농처럼 나오는 환자는 기관지에 열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기관지를 식히고 기관지주변의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법을 처방한다. 이는 체력은 비교적 양호한데, 유독 기관지만 약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기침의 양상이다.
또한 가래가 잘 나오지 않으면서 기침만 심하게 하고,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느낌을 가지는 환자는 기관지가 건조하고 과민하여 나타나는 증상으로, 기관지를 윤택하게 하여 가래가 잘 떨어지게 하고, 음액을 보충하여 기침을 멎게 하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이런 기침은 다소 감기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흔히 말하기를 알러지성 기관지염, 혹은 과민성 기관지염이라 한다.
이외도 예외적으로 몸의 다른 장기 부위에서 비롯된 질환이 기침을 야기하여 만성기관지염처럼 보이는 경우가 몇가지 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특정한 음식만 먹으면 기침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종류의 기침을 식적해수라고 하는데, 위장 내에 체한 음식이 있기 때문으로, 위내의 부패된 음식덩어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기침이 낫지 않는다.
또한 기침이 있으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붓는 사람이 있는데, 아침에 유독 심하게 붓고 누워있으면 숨이 차면서 더 심해지기도 한다.
천식약을 먹어도 기침이 낫지 않는다면 이는 기관지가 아닌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로, 신장의 수분여과가 잘 되지 않아 그 수분이 상부에 차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붓고 숨이 가쁘면서 기침이 나는 것이다. 이런 기침은 역시 그 원인이 되는 신장을 치료해야만 기침이 나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