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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본 라오스에서 가장 위쪽 마을인 므앙응오이를 시작으로 농키아우를 거쳐 루앙프라방, 그리고 방비엥에서 짧게는 이틀씩 길게는 닷새씩 머물면서 혼자만의 라오스 여행에 흠뻑 빠지다가 어느새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비엔티엔이 더이상 라오스가 아니라는 사람들의 말에 나도 서서히 공감하는듯 더 예쁘고 더 멋있는 마을이 참 많았다.. 더 머물러 있고 싶어도 여행자에겐 한정된 시간이 있기에 어쩔수 없이 그곳을 떠나야 하는게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듯 하다.. 여행하면서 나를 웃기고 감탄사를 내게 만든 아이들과 자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특히 농키아우에서 길거리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한쪽에서 울먹거리고 있는 여자아이를 달래어 옆에 앉혀 놓고 뜨거운 계란말이를 조그맣게 잘라 후후 불어서 먹여주니 내가 밥을 다 먹을때까지 한번도 자리를 안뜨고 내가 주는 족족 맛있게 먹던.. 배가 고파서 울고 있었구나.. 힘이 났는지 그제서야 기분이 나아보였던, 이제 내가 간다고 인사했을때 두 손을 오물모물 거리며 말똥말똥 나를 바라보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낯선자에게 이 아이는 무슨 말을 하고싶었을까..
므앙응오이의 밤늦은 시간에 길을 걸을때 함께 했던 꽃향기, 보름달, 반딧불이.. 농키아우와 므앙응오이에서 힘겹게 올랐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눈에 들어왔던 마을의 모습들.. 루앙프라방에서 집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2년전 그 근처에 머물면서 이틀을 보낸적이 있었는데 그 게스트하우스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재회의 악수를 나눴던 순간들..
사람은 추억을 그리워하는 존재인데 사회생활 20년 기간이 내겐 최근 두어달 동안 여행을 통해 있었던 추억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매순간 행복함으로 채워지기를 희망해본다..
매일같이 맹렬하게 내리쬐던 태양의 열기도 구름과 빗물의 저항에 밀려 비엔티엔의 아침저녁 기온도 차츰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온것처럼 편히 쉬면서 맛있는것도 먹으면서 다음 여행지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제 어디로 가볼까..
하루 만킵하는 자전거를 빌려서 남부터미널과 중앙터미널에 들러서 시간표를 확인했다.. 숙소 앞으로 오는 픽업을 택하는것 보다는 발품을 팔아야 여행자의 신분인 내가 비용면에서 조금이라도 더 절약할수 있기도 해서..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타켁행 버스를 탔다..
그리고 도착한 남부의 중심도시인 팍세.. 버스에서 내리니 터미널 주변의 상권과 사람들이 없는 황량함 가득한 분위기였다.. 여기가 대도시 팍세가 맞나 하는 의구심 마저 들었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여기는 시내에서 약 4킬로 떨어진 외곽이었다.. 버스가 도착할때쯤 해서 뚝뚝이 기사가 마중나와 있었다.. 시내까지 한사람당 7만킵을 불렀다.. 타켁에서 팍세까지 버스비가 6만킵인데 난 수긍할수 없었다.. 함께 내렸던 사람들은 뚝뚝이를 타고 벌써 출발했고 대합실엔 나만 홀로 어둠이 몰려오는 시간과 함께 있었다.. 방전된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어떡할까를 생각했다.. 안그래도 물가 높다고 소문나기 시작한 라오스인데 나까지 동참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 걷자.. 4킬로면 가로등 불빛따라 걸으면 충분히 시내까지 걸을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숙소에 7시에 도착하나 8시에 도착하나 내겐 아무 의미없는 시간, 조금있으면 밤하늘의 별빛도 가로등의 불빛도 잘 보고 걸으라고 도와줄거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으니 운동화끈 질끈 동여매는 준비절차도 없다.. 그냥 물 한목음 마시고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300여미터를 걸었을 때쯤이었나 오토바이 한대가 멈춰섰다.. 태워준다는 눈치였다.. 얼마 줄래라고 먼저 물어오길래 3만킵을 건냈더니 좋아했다.. 7만킵에 당연하다는 사람과 3만킵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돈은 정말 현명하게 써야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편안하게 시내로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는 간단한 요기로 저녁을 해결하고는 팍세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날이 밝았다.. 숙소에 짐을 챙기고 나와 잠시 길을 걷다가 오토바이 대여점에 서서 머뭇거렸다.. 하루에 5만킵이라.. 팍세에 대한 여행정보라는게 없이 무작정 온것이기에 오토바이로 이틀이면 구경을 다 할줄 알았다.. 결론은 시판돈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4일을 빌렸지만..
서류작성후 주인이 설명하면서 추천하는 장소를 두어번 머리속에 집어넣으며 오토바이의 첫 시동을 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다.. 팍세에서의 둘째날은 아주 먼 옛날, 내 조상들이 살았던 동시대에 지구 어딘가에서 똑같이 숨을 쉬고 살아갔던 사람들의 한 마을에 먼 미래의 내가 오토바이에 몸을 맡긴채 시간을 거슬러 찾아간 것이다..
참파삭과 왓푸..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이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고대 도시" 난 옛날것이 좋다.. 내가 힘들고 지치고 쉬고싶을땐 아무런 조건없이, 아무말없이 항상 언제라도 자리를 내어주어 포근하게 안아줄것같은 그런 옛날같은, 자연같은것이 난 좋다.. 자연스레 끌린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고향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왓푸, 왓은 절이고 푸는 산을 뜻하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다.. 입장료 5만킵에 오토바이 주차료 5천킵이라는 고가의 비용을 치르고서 내 기대에 부흥해주기만을 바라면서 천천히 조금씩 옛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걸어보았다..
먼발치에서 어렴풋이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사방이 온통 녹색인데 그래서 더 눈에 띄었던.. 다가갈수록 대단하고 신비롭고 경이롭다는 감정이 저절로 들었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지금, 나는 단지 통로일거라 추측되는 그 입구에서, 그 옛날 많은 사람들이 출입했을거라 단지 짐작만 할수 있는 그곳에 서서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칼세이건"의 말처럼 "창백한 이 푸른 점 하나" 에서도 내가 가보지 못했고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마치 다 아는듯한 했던 내 삶의 태도가 정말 부끄러워 졌던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물이여....
인간의 부귀영화는 결코 불멸이 될수 없다는걸 무너져 가는 건물을 보면서 느꼈다.. 현재는 오래된 미래이듯이 과거 또한 오래된 현재인것 처럼, 이 건물을 지을 당시에도 그들의 조상이 지은 건물들이 이처럼 무너지고 쓰러지는걸 분명 보았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이 건물처럼 세상엔 영원한게 없으니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라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장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았다.. 아득히 먼 옛날 정교한 장비 하나 없을터인데 어떻게 이리도 꼼꼼히 잘 만들어 놨을까..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나길래 뒤돌아봤더니 양복을 차려입은 젊은이가 향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소원을 빌려고 이렇게 먼길을 찾아왔나보다.. 부정타지 않게 절할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젊은이가 어떤 바램을 가지고 왔는지 몰라도 꼭 들어주길 바랍니다.. 종교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부처님께 빌게요..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혔다..
그 먼 옛날 통치자는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다 길을 내고 연못을 조성하고 바위를 다듬어 벽을 쌓고 건물을 지었을까.. 지배세력 강화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풍요와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신에게 바치는 성전이었을까..
우기와 건기, 그리고 땅속의 나무 뿌리들이 자라면서 생기는 땅의 변형에 의해 인간이 공들여 만든 건물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후손들이 기둥보를 받쳐놓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의 저 모습은 보지 못했을것이다..
어쩌면 이번 우기가 끝날때쯤이면 내가 쌓고 있는 건물이 무너져 버리는건 아닐까.. 세월의 힘이, 시간의 힘이 거역할수 없는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100년도 채 건강하게 살지 못하는 우리의 힘이 얼마나 약한지를.. 그래서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지를.. 많은 후손들이 한번이라도 더 보고 깨닫고 가는 세계 유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벽돌 한장 올려 놓았다..
많은 무언의 배움을 얻고 돌아오는길에 들른 레스토랑.. 입구에서 볶음밥을 시켰는데 2만5천킵이다고 하길래 그냥 갈까 하다가 나를 지켜보는 종업원들의 눈길이 너무 많아서 차마 거부할수 없어서 "그냥" 먹을수 밖에 없었다.. 나도 자존심이 있지, 에잇..
하지만 가게 안쪽으로 들어오니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신세계가 펼쳐졌다.. 커다란 나무에 매달린 그네와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 차분한 음악이 어우러져 나는 왓푸에 이어 또한번의 감탄사를 내질렀다.. 우와.. 테이블에 잠시 앉아 있다가 음식을 주문했던 곳으로 가서 가게 명함을 얻고 메모지를 달라고 해서 일기를 적었다..
팍세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여기 들리겠다고 다짐했다.. 볶음밥 먹으러가 아닌 이곳 하늘과 정원과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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