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수공간'은 강과 바다와 주민이 가까이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강과 바다를 접하고 있고, '수상레저의 메카'를 꿈꾸는 부산에 있어 친수공간은 시민 삶의 질과도 연관되고 미래의 먹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산의 친수공간은 오염된 수질과 이해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북구 대천천 홍수복원공사
갯버들 사라져 삭막한 하천으로
해운대 춘천 생태복원공사 불구
동백섬 입구 역겨운 악취 진동
부산천·초량천 오수 북항 유입
위협받는 '부산 미래 먹거리 '
■일등 생태 교육장이 사라진다 지난 23일 부산 북구 경남아파트 부근 대천천에는 홍수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북구청은 지난 2월부터 16억 원을 들여 올해 7월까지 대천천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덕에 강 주변은 황량하게 흙이 드러나 있었고 햇볕을 피할 그늘 하나 없었다.
지난해 6월에는 이 지역에는 갯버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갯버들의 서식처 삼아 노랑할미새, 왜가리, 쇠백로 등 60여 종의 조류들이 대천천을 주변으로 서식했다. 화명초등학교, 코오롱 아파트, 양음교 부근은 새들이 목욕하는 장소로 지역 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장소였다. 이 때문에 매년 수많은 학생이 생태교육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조류 생태 교육장으로 활용 가치가 높은 친수공간이었던 대천천은 올해부터는 보기 힘들다. 새들이 서식지로 삼고 있던 갯버들을 북구청에서 다시 복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천천네트워크 강호열 사무처장은 "지금도 공사로 인해 쇠백로, 흰뺨검둥오리가 양산으로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전 서식지가 복원되지 않을 경우 이들이 다시 대천천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주민공청회에서 갯버들이 강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 위험을 높여 이를 제거해달라는 주민의 요구가 있어 갯버들을 복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운대의 어두운 그림자 춘천 전국적 관광명소 해운대를 가로지르는 춘천은 장산에서 발원한 뒤 해운대신시가지를 거쳐 해운대해수욕장 앞 복개도로를 타고 들어 동백섬 앞바다로 이어진다. 그 길이만도 10㎞에 달한다.
장산 정상부에서 장산마을을 거쳐 폭포사, 대천공원까지 이어지는 장산계곡은 부산지역에서 가장 보존이 잘된 곳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천호수를 지난 춘천은 중동의 복개지점까지 1.5㎞가량 이어진다. 해운대구청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70억여 원을 들여 이 구간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했다. 그 결과 한때 음식점과 주택가 하수가 그대로 흘러들어 4급수 이하의 수질을 보였던 이 구간은 2급수 이상으로 깨끗해졌다. 은어와 다슬기 등 다양한 생물들도 서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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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같은 곳의 모습. 장병진 기자 joyful@ |
그러나, 중동에서 복개된 춘천이 그 모습을 드러낸 해운대 동백섬 입구 춘천은 하수 수준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 온천, 호텔지대를 지나온 이곳 춘천에는 온갖 하수가 모여들어 역겨운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이 구간의 춘천은 자체 정화기능을 상실한 채 빗물과 하수의 통로 기능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춘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인 동백섬 앞은 해양레저특구로 각종 요트와 반잠수정 등 다양한 레저활동이 가능한 친수공간이다. 지난해 5월 식당과 주점 등을 갖춘 클럽하우스 '더 베이 101'이 오픈하면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 관광객은 "요트계류장이 춘천과 연결돼 있는데 녹조가 끼고 냄새나는 물이 그대로 내려와 해양레저 활동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러운 수질. 부산의 먹거리 위협 지난 26일 동구 범일동 매축지 마을 부근 부산천 미복개 구간의 강 색깔은 잿빛이었고 가끔 검은색 물도 새어 나왔다. 그럴 때면 고무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는 피어올랐다. 이곳의 물은 1㎞가량 떨어진 북항으로 그대로 유입된다.
같은 날 북항재개발 지역 내 초량천 하류 구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여객터미널 옆으로 흐르는 초량천은 하수구 물이 바깥으로 드러난 것 그대로였다. 초량천 하류는 오는 8월 개장 예정인 국제여객터미널의 크루즈 관광객들의 주동선 위에 있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최대현 사무처장은 "아무리 바다가 넓다고 하지만 인근해역은 결국 하천 수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항으로 연결되는 부산천, 동천, 초량천의 수질은 . 2014년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하천수질 조사보고에 따르면 부산천 6급(매우 나쁨), 동천 3~6급(보통~매우 나쁨)이다. 초량천은 복개천이다.
부산시는 초량천과 부산천 등에서 나오는 생활오수 문제로 북항에 들어설 친수공간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에 따라 하수분리관거 사업을 기존 2018년에서 2년 앞당겨 2016년 착공하기로 했다.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는 '수질이 담보되지 않은 친수공간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에 들어설 에코델타시티도 마찬가지다.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평강천과 서낙동강을 잇는 수로에는 녹지시설, 요트 시설 등 친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평강천은 4급수라 핵심콘텐츠를 살리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별취재팀 river@busan.com
특별취재팀 : 박진국, 김백상, 황석하,이대진, 장병진 기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