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26
파派, 물 갈래 파. 큰 물줄기에서 갈려 나와 흐르는 수많은 파派. 이러한 지파支派가 복잡하게 엉켜 뻗어 나갈수록 땅은 비옥해지니 동의東醫 제국의 번영은 오로지 파派의 생명력에 달려있다. 따라서 학파學派가 부재한, 이에 논쟁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은 반만년 역사를 지닌 동의東醫 제국의 패망을 예고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학회學會와 학파學派는 의미가 다르니 파派는 큰 물줄기에 뿌리를 둔 생명력의 흐름이고, 회會는 물은 물이되 큰 물줄기와 연결됨이 없는 웅덩이의 고인 물이다. 따라서 파派 대신 회會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학문이 발전할 수 없고, 결국 한의학의 큰 물줄기 마저 마르는 정체성의 위기가 초래된다.
여기서 한의학의 큰 물줄기란 바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전통언어, <내경內經>과 <상한론傷寒論> 등 한의학 경전經典에 표현되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초회화, 전문회화인 바 파派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해석에 따라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결성되어 각자의 론論을 갖추는데 그 론論의 근거는 철저하게 <내경內經>과 같은 경전經典에 뿌리를 둔다. 각 파派의 논쟁이 가능함은 서로 해석만 다를 뿐 기본 바탕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큰 물줄기에 있기 때문이니 하나의 물줄기로 연결되는 파派와 달리 흘러서 서로 교감됨이 없는 고인 웅덩이의 회會에서는 논쟁과 토론이 절대 형성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서양의학이나 대체의학을 한의학 언어, 아니 한의학적的 언어로 억지 해석하여 마구잡이로 회會를 결성하기보다 큰 물줄기에서 갈래를 내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재해석하는 파派를 만들어야 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재해석... <내경內經> <상한론傷寒論> 등 경전經典의 재해석... 결국 파派의 목적은 ‘해석’에 있고, 개론강좌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이 글에서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언어’임을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도 ‘해석’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전통 한의학이 비과학적인 의학 취급에서 벗어나려면 다양한 ‘해석’을 통해
학파學派간의 토론으로 학문의 성숙과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바 이러한 파派의 ‘해석’을 위해서는 먼저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절대 진리화 되거나 미신화 되는 과부족過不足한 평가가 아닌 단지 ‘언어’로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해석’이란 옛것을 새롭게 함이니 새것이 나노면 바로 옛것이 잊혀지는 서양학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성현의 옛 언어를 씹고 또 씹어 우리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것. 이는 우리 한의학, 아니 동양학의 특성으로서 각기 다양한 해석에 따라 수많은 학파學派를 만들며 해석의 대상이자 공통분모의 옛 언어를 가지고 논쟁과 토론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한의학은 ‘언어’와 ‘해석’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연구되어야지 실험실의 흰쥐나 비이커 속에서 분석되는 서양의 획일적인 절대 기준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
첫댓글 다양성이 대폭발하여 각각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이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