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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얼어 있던 우리네 가슴속으로 꽃바람이 일렁이며, 싱그러운 봄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오동도에서는 동백이 피고 있고 매화, 산수유 꽃도 꽃망울을 준비하는 요즘, 남도의 꽃 향기 가득한 섬진강변의 매화, 산수유꽃을 보러 떠나보자.
광양 다압 매화마을 - 청보리밭에 내리는 하얀 매화비(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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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을 밤 11시 50분에 출발한 무궁화호 기차는 밤을 달려 하동역에 도착한다. 하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은근하게 퍼지는 매향을 좇아 다압행 버스를 타자 털털거리는 완행버스는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섬진교를 건너고, 구불구불한 861번 지방도로를 20여 분 달려 매화마을에 닿는다.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그렇게 지는지 섬진강 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잎처럼/물 깊이 울어보았는지요'라는 시인 김용택의 싯구가 자연스레 연상될 만큼 매화는 서럽도록 아름답게 피어 있다. 하얀 매화 꽃구름에 물도 사람도 들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청매실농원 이정표가 있는 입구에서 10분 정도 오르는 길 양옆에도 빈틈없이 매화가 피어 있다. 5만여 평 산자락이 희고 붉고 파리한 꽃잎을 터뜨리며 봄햇살을 밝게 맞고 있다. 하얀 시멘트 길을 따라 산중턱까지 오른다. 숨은 적당히 가쁘고, 체온은 적당히 올라간다 . 아-, 꽃-구-름. 산자락이 '노고단 운해'마냥 고운 구름빛이다. 꽃구름 뒤론 섬진강의 흰모래, 파란 물도 아름답게 어울렸다. 발 밑에 깔린 매화구름에 기분 좋을 만큼 취기도 오른다.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푸른 바람이 섬진강으로부터 불어온다. 매화꽃이 다 피고나면 매화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에 매화 하얀 꽃잎이 눈물처럼 져 내릴 게다. |
봄기운에 겨운 섬진강의 짙은 물빛을 따라 매화 향기를 뒤로하고 19번 국도를 따라 구례로 간다. 연일 계속되는 가뭄에 모래톱이 하얗게 넓어져 그 색깔이 진한 대비를 이루는 하동포구 칠십 리 길엔 하얀 벚꽃도 무리 지어 봉오리를 맺었다. 무르익을 대로 익은 봄만큼이나 탱탱하게 물이 올라 금새라도 봉오리는 터질 듯 잔뜩 달아올라 있는 모습이다. 섬진강 너른 품에 안겨 40여 분이나 달렸을까. 고샅길, 개울가 곳곳에서 노란 꽃무더기들이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한다. 돌담이 단정한 마을길로 들어서자 곳곳에 샛노란 구름이 피었다.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군락을 이룬 산수유 노란 꽃봉오리에 시선이 간다. 계곡을 지나 왼쪽 마을길로 접어든다. 돌담길에서 나와 육각정이 있는 마을 입구까지 내려왔다 다시 접어든 왼쪽길은 바다처럼 너른 산수유꽃밭이다. |
찾아 가는 길 - 자가운전
서울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산수유마을과 매화마을을 찾아갈 때는 산수유마을을 먼저 둘러본 뒤 매화마을로 가는 게 편리하다.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남원으로 향하는 17번 국도를 탄 뒤, 임실을 거쳐 남원시 직전에 있는 춘향터널을 지나자마자 19번 국도로 갈아타면 밤재터널을 지나 구례에 갈 수 있다. 또 17번 국도를 곧장 이용하면 곡성을 거쳐 구례∼하동에 이를 수 있는데, 17. 19번 국도 모두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인 아름다운 길이다.
산수유마을은 19번 국도 밤재터널을 지난 뒤, 산동면에서 지리산온천랜드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2km쯤 가면 된다. 온천부터 가장 윗마을인 상위마을까지 차가 들어가는데, 시간이 넉넉하다면 온천지구에 차를 대놓고 1km쯤 되는 길을 꽃구경을 하며 천천히 걸어도 좋다. 구례 산동 산수유마을에서 매화마을은 구례를 지나 하동으로 가는 19번 도로에서 하동읍내 못미처 오른쪽에 있는 섬진교를 건넌 뒤 우회전해 10분 정도 달려도 되고, 구례(19번 국도) 7.5km 지점에 있는 간전교(19번 국도 화엄사 입구 지나 바로)에서 우회전한 다음, 861번 도로(간전교~청매실 농원 약 26km)를 따라 가도 된다.
서울에서 구례나 하동까지는 5~6시간 정도가 걸리며, 매화마을이나 산수유마을(지리산온천랜드)은 이정표가 수시로 있는데다 입구부터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찾기 수월한 편이다.
찾아 가는 길 - 대중교통
산수유마을부터 가고자 할 때는 구례까지, 매화마을부터 가고자 할 때는 하동까지 가는 게 우선이다.
구례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차례 왕복하는 구례행 직행버스(4시간 소요)를 타도 되고, 하루 15회 출발하는 구례구역행 기차를 타도 된다. 산수유마을이라 불리는 상위마을까지는 구례공용터미널(061-782-3941)에서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지리산온천단지에 내려 상위마을까지 걸어서 가는 것도 좋은데, 상위마을까지는 걸어서 40여 분이 걸린다. 매화마을로 가는 출발점이 되는 하동은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1일 4회 운행하는 직행버스(5시간 소요)를 타도 되고, 서울역에서 밤 11시 50분에 출발(06:04분에 도착)하는 진주행 기차를 이용해도 된다.
매화마을이라 불리는 섬진마을까지는 하동시외버스터미널(055-883-2662~3)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1일 9회 운행하는 '다압행' 완행버스를 타면 된다. 구례터미널에서 상위마을까지는 30여 분 소요, 하동터미널에서 섬진마을까지는 20여 분 소요.
여행 팁
자가용을 가지고 갔다면 가는 길에 섬진강변 드라이브는 필수다. 경남 쪽은 19번 국도, 전남 쪽은 861번 지방도가 나란히 달린다. 경남 쪽은 모텔 등 건물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전남 쪽 경치가 더 좋다. 야산이나 마을 뒤뜰에도 매화가 만발했고, 밭에서는 파릇파릇 새순이 났다. 백사장을 껴안으며 흐르는 강물도 그리 차갑지 않아 시간이 나면 차를 세우고 19번 국도변에 있는 여울목 어귀에서 물에 발을 담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