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은 한강, 낙동강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대강 중 하나. 더불어, 정부의 ‘4대강 살리기’와 함께 자전거길, 공원 조성 등으로 여느 강가보다 즐길거리, 볼거리가 풍부해지고 야영장, 전망대 등 관광요소가 구석구석에 배치될 계획이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마무리 단계로 4월 말에 완료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공사가 남아 있어, 좀 더 말미를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기자가 둘러본 곳 중 지금 가봐도 좋은 곳을 골라 코스로 엮어봤다.
금강의 대표적 합류부인 합강정 근처, 합강공원에 대규모 오토캠핑장이 조성 중이다
금강은 발원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약 400km의 긴 여정을 가진다. 소백산맥 깊은 산골 ‘뜬봉샘’에서 샘솟는 물이 금강의 시작. 골짜기 따라 흘러내려, 대전 거치고 충북을 지나 충남과 전북 사이의 경계를 형성, 마침내 바다와 만난다.
금강은 흐르는 곳에 따라 이름도 가지각색. 부여군에서는 ‘백마강’으로, 웅진군에서는 ‘곰강’으로, 지류와 합쳐져 넓은 강이 되면 호수 같은 강이라고 해서 ‘호강’으로 부른단다. 이 긴 물길이 봄을 타는지 기지개 켜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까운 진원지를 찾아보니 고마나루라는 곳이다.
첫 번째 코스는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동의 ‘고마나루’ 곰녀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곰 전설도 아니고 ‘곰녀’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 전설이 곰사당의 비석에 새겨져 있다. 그 전문 중 일부를 소개한다.
곰사당과 웅신단비(雄神壇碑)에 새겨진 고마나루 전설
“아득한 옛날 한 남자
큰 암곰에게 몸이 붙들리어 어느덧 애기까지 얻게 된다.
허나 남자는 강을 건너버리고 하늘이 무너져 내린 암곰
자식과 함께 강물에 몸을 던진다
여긴 물살의 흐름이 달라지는 곳이어서 배가 자주 엎어지곤 하였다
곰의 원혼 탓일까 하고 사람들은 해마다 정성을 드렸는데 그 연원이 멀리 백제에까지 걸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흥미로운 전설이다. 암곰이 몰래 한 나무꾼을 연모했는데, 참지 못하고 그 남자를 탐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애기까지 낳았다. 헌데 남자는 자식을 포기하면서까지 곰하고 살 수 없다는 판단에 도망을 감행. 짝사랑에서 가정까지 순탄(?)했던 암곰에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으리라. 자식과 함께 강에 몸을 던질 정도의 한이 강에 서리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목숨을 잃게 됐고 말이다. 남자를 강제로 붙든 암곰의 잘못인가. 도망친 나무꾼의 잘못인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대목이다.
또한 단군신화와 마찬가지로 이곳 공주시 전설에도 곰이 등장한다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곰을 신앙하는 종족이 한반도를 남하했다는 근거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백제시대 이곳 지명인 ‘웅진’으로 보아, 곰으로 대변되는 토속신앙의 중요한 현장임이 틀림없다. 고마나루는 공주의 옛 지명이다. 고마는 곰의 옛말로, 신라 신문왕 때 이곳의 지명인 ‘웅천주’와 경덕왕 때의 ‘웅주’ 공통으로 곰 웅(熊)자가 들었다. 고려에 이르러 공주로 고쳐 지금에 이르며, ‘웅진동(熊津洞)’이라는 지명 또한 곰 웅(熊)자와 나루 진(津)자를 합쳐 고마나루에서 비롯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왼쪽/오른쪽]임시주차장에서 쉽게 눈에 띠는 고미나루 솔밭과 안내판 / 사당 내부 ‘석웅’
설명이 길었다. 공주보가 설치된 곳 근처가 고마나루 솔밭이다. 공원과 함께 조성됐으며, 임시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차장에서 금강 상류 방향으로 소나무 숲이 멋들어지게 자리해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곰사당부터 들리는 것이 순서다. 대대로 내려온 전설이 비석에 새겨졌으며, 사당에는 전설 속 곰을 떠올리게 하는 석웅을 모셨다. 1970년대에 출토된 유물을 따라 만든 것으로, 실제 유물은 공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곰사당과 고미나루 솔밭 사이에는 곰 석조물이 길을 안내한다
[왼쪽/오른쪽]솔이 지천으로 깔린 소나무 숲 / 잡목이 없어 소나무 숲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사당 뒤로 공주시의 자랑거리인 고마나루 솔밭이 펼쳐진다. 솔밭이라, 이름이 참 예쁘다. 어떤 풍경이 있을지 기대된다. 산책로를 따라 행복한 표정의 곰 석조물이 군데군데 자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솔밭, 말 그대로 솔방울이 지천으로 깔렸다. 강가에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솔밭 산책로가 끝난 것이 아쉽지만, 고마나루의 역사와 경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듯 뿌듯하다.
공주보 가까이 조성된 공원
연미산 일대 여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류 쪽으로 약 200m 내려가면 넓은 공원이다. 시원한 강바람이 기분 좋다. 시야가 탁 트이면서 건너편으로 유하게 흐르는 산자락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이 같은 지형 덕분에 다사다난한 일들이 여기서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백제 문주왕이 웅진 천도 시 수상 교통의 중심이 바로 이곳 고마나루였으며, 나당 연합군의 장군 소정방이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금강을 거슬러 올라와 주둔했던 곳이 또 바로 이곳이다.
두 번째 코스는 유명한 영화·드라마 촬영지이다. 지뢰를 밟은 군인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도움을 구한다. 들리는 건 바람에 이는 갈대 소리 뿐. 이때 북한군이 나타나 도움을 준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유명한 장면이다. 이 장면의 실제 현장 ‘신성리 갈대밭’으로 가보자.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지도 상으로 주차장 옆 제방 너머 금강이 있다. 갈대밭에 거의 도착했는데, 갈대의 ‘갈’도 보이지 않는다. 제방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도 갈대는 그리 많지 않다. 알아보니, 매년 이맘때에 올해 자랄 갈대 성장을 돕기 위해 작년에 자란 갈대를 정리, 일부를 태운다고 한다. 그 작업이 얼마 전에 이뤄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 분위기도 신성리 갈대밭이 아니면 아무 때나 볼 수 없는 풍경. 갈대밭이 그을려 흑색을 띠는 것이 사뭇 다른 기운이 전해진다.
[왼쪽/오른쪽]제방 위 ‘하늘 산책로’ / 하늘 산책로와 이어지는 갈대밭 방향 데크
강줄기를 따라 100m가 넘는 폭으로 약 1km 길이에 걸쳐 갈대밭이 형성됐다. 그 규모에 많은 사람이 감탄한다. 헌데 현재의 갈대밭 규모는 농토를 넓히기 위해 제방을 쌓으면서 강과 제방 사이에 갈대만이 남은 일부라고 한다. 제방을 쌓기 전에는 이 일대의 평야가 대부분 갈대밭이었다고 하니, 당시의 모습이 사뭇 궁금하다.
신성리 갈대밭 전경
[왼쪽/오른쪽]기묘한 분위기의 길, 걷다보면 많은 생각이 스친다 / 금강 가까이 마련된 쉼터
제방을 따라 이동, 갈대밭에 조성된 산책로로 내려간다. 미처 정리되지 못한 갈대가 듬성듬성 남았다. 아쉬움이 남지만, 현 모습 덕분에 다시 신성리 갈대밭은 가을에 한껏 멋을 부릴 것이다. 그을린 땅에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가 스며드니, 보이지 않아도 이곳에는 봄기운이 충만하다.
세 번째 목적지는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금강의 마지막 물길 ‘금강하구둑’이다. 하구둑이 생기면서 호수처럼 물이 고여,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조류 생태에 관한 전시관이 금강하구둑 근처에 있으니, 새를 직접 탐조하고 전시까지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조류생태전시관 내부
금강하구둑을 지날 때 들려보길 권하는 전망대가 있다. 금강하구둑 관광단지 뒤편으로 작은 야산이 솟았다. 그곳에 전망대가 있는데 조망권이 일품이다. 놀이기구와 음식점이 즐비한 금강관광지 샛길을 지나면 산을 오르는 계단과 ‘생태탐방로 입구’ 이정표가 보인다. 생각보다 경사가 높지만 15분 정도 오르면 충분히 전망대에 도달한다.
금강하구둑 관광단지 안쪽에서 찾을 수 있는 생태탐방로, 전망대로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 금강하구둑은 물론 전라북도와 충청남도를 두루 살필 수 있다
전망대에서 하구둑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충청도와 전라도, 금강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 아래가 바로 호남지방이다. 반대편 충청도는 광활하게 펼쳐진 논이 특징이다. 얼음 칸처럼 반듯하게 나뉜 논은 곧 녹색 물결이 일렁일 것이다. 하구둑을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갈매기, 왼편에는 오리들이 한가로운 낮을 보내고 있다. 올해 봄이 끝나고 여름이 되면 캠핑도구를 챙겨 다시 한 번 금강이 가이드 하는 물길 여행을 떠나야겠다.
TIP
1. 찾아가는길
* 자가용
공주IC → 공주IC 교차로(계룡산 방면으로, 우회전) → 곰나루 교차로(우회전) → 고마나루 솔밭 → 서천공주고속도로 → 동서천IC(부여, 청양 방면으로, 좌회전) → 광암삼거리(한산, 부여 방면으로) → 유산사거리(신성로 신성리 방면으로) → 신성리 갈대밭 → 신성로(화한로 좌회전) → 옥포사거리(금강하구둑 방면으로, 좌회전) → 금강하구둑 관광단지
2.맛집
꽃게장굴밥 : 강장꽃게장, 영양굴밥, 041)663-9121
황산옥 : 우여회, 황복탕, 041)745-4836
구드래돌쌈밥 : 돌쌈밥, 돌솥밥, 041)834-1212
3.숙소
그랑프리모텔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구아리 241번지, 041)835-0071
스카이모텔 :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구아리 297번지, 041)835-3331
공주한옥마을 : 충청남도 공주시 웅진동 337, 041)840-2763
비치하우스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원수리 141-14, 041)956-3230
모텔금강비치 :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당선리, 041-956-8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