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해는 하루하루 조금씩 경전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모르는 곳을 만나면 잠시 읽던 것을 멈추고서 그 구절을 사유(思惟)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선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사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책에는 비구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서 조용한 곳에서 그 가르침을 사유했다고 하는데, 나는 사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라고요.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선해는 책에서 읽은 부처님 가르침의 모르는 곳을 사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상하다’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해는 ‘무상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사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어 갔습니다. ‘무상하다’를 한번 마음속으로 발음해 봅니다. 그리고 그 무상의 뜻이 나타나도록 노력해봅니다. 그렇게 한두 번 노력하다가 그 노력이 멈추어지면 다시 숨소리가 들리면서 자신에게로 돌아옵니다. ‘무상하다’라는 것에서 마음이 잠시 떠났음을 알고 다시 ‘무상하다’로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러면 나무, 산, 생명 등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무상의 뜻이 그것들 속에 숨어 있다가 드러날 태세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다가 그것들은 저리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면 무엇일까 하고 노력하던 ‘무상하다’는 뜻을 모른 채로 그만 사유하는 것을 멈추고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숨소리가 들리고 지금은 사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유가 지금 쉬어져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다시 ‘무상하다’로 돌아가서 사유합니다. 주의를 기울이면 어떤 것이 점점 뚜렷해집니다. 처음에는 ‘무상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하나도 몰랐는데, 사유하려고 노력한 만큼, 그 시간만큼 무엇이 조금씩 명확해지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조금씩 알아지고 명확해지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상하다’라는 말의 뜻을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사유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무엇인가가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아까까지는 모르던 것이 지금은 알려졌습니다. 아까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마음에 나타났습니다. 어제까지 선해는 사유가 무엇인지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 스스로 말했습니다. ‘나는 오늘 ‘무상하다’라는 말의 뜻을 사유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사유하면 무엇인가가 알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르던 것이 알게 되는구나.’ 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선해가 조금 전에 사유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선해가 조금 전에 사유한 것을 보려면 다시 선해가 자리에 앉아서 사유해야만 조금 전에 사유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첫댓글 가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저는 사유를 거의 안합니다. 불법에 관한 글을 읽을 때는 (거의 불법에 관한 글 밖에 안봅니다)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냥, 그때, 그때 봅니다. 그렇게 계속하다보면 문득 조금 알아지는 것이 있고, 어느 순간 보면 또 하나도 모르고 그래요. 글 볼때 말고 일상생활에서는 순간 순간 깨어있으려고 좀 노력하는 편입니다. .... 잘보았습니다. 합장합니다.
아마 방편이
라서 오는 차이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제가 고요님께 많이 배우고 많이 느낍니다. 
제게는, 위와 같은 글이 어렵습니다... 저에게 제가 적은 글은 쉬워요. 누구나 그럴테죠? 사람마다 어려운게 다르다는... (^-^)
예전에 대승의 행자는 신심을 일으키는 것이 곧 아라한의 경지를 내포한다는 뜻으로 이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승의 행자가 대승의 신심을 놓아두고서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려고 하면 그 잠시동안은 아라한의 경지를 접어두고서 상대방의 마음에 맞추어야될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대승의 행자이신 두 분께서 자신들의 자리를 놓아두고서 잠시 상대방(저 자신 고요)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글을 읽어주려고 하시니까 제 글이 조금 이상했던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오늘 두 분의 꼬리말을 읽고 제 본글을 다시 읽으니까 제가 글을 썼지만 제 글이 참 이상했습니다.
고요님 글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경우를 얘기한 것이지, 고요님 얘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타인의 글을 보면, 저의 경우를 살펴보게도 되고, 또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고요님의 불법을 대하는 태도에 제가 신뢰감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더욱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잊지않기님. 저도 제 자신에게 한 말이었는데, 그만 제 댓글이 두 분의 꼬리말을 오해했습니다. 두 분의 꼬리말을 그만 제 선입견으로 보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남의 꾸지람을 듣지 않으려는 그런 태도가 내면 깊숙이 쌓여 있었네요.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기를 바라오며 이만 물러갑니다.
그래서 저 위의 본글이 제게 이상하지 않으려면 1. 다시 제 입장으로 돌아가서 다른 요소들에는 눈감아 버리고 마는 것이 있고(다른 것을 염두에 두면 살펴야 할 것이 점점 늘어나고 배워야 할 것도 점점 많아지니까요), 2. 아니면 그래도 제 본글의 잘못된 부분을 살펴서 그 잘못된 곳을 찾아내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 태도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제가 1의 태도를 취한다, 아니면 2의 태도를 취한다 라고 말씀드리지는 않을께요.
제가 고요님 글을 읽으면서 느낀건데요 ...고요님은 영화감독을 하셔도 잘하실거 같아요 ...묘사가 섬세하시거든요 ...그리고 고요님 글 이상하지 않아요 ...그리고 공부할 수 있는 글을 올려 주셔서 항상 감사하구요 ...^^
그냥 저에게 어렵다는 뜻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은 분들이, 어렵다는 소리를 종종 하거든요. 아무래도 상대적인 거죠. 덩치가 같더라도...고래는 수영을 하는게 어렵지 않지만, 코끼리에게는 좀 어려운 일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거죠... 코끼리도 수영하나요? 안하죠? 그러고보니 모르겠다는...
코끼리는 모르겠는데... 저는 수영 못해요. ( 괜히 기억하게 해드려서 미안해요. ) 큭.. 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