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살갗이 아프더냐 네 상처에 나는 심장이 멎었다. 상처에 아파 눈물 흘렸더냐 네 눈물에 나는 뇌수가 먹먹했다. 네가 아프다고 느끼면 나는 몇곱절 더 아프고 네가 슬프다고 느낄라치면 나는 천길 낭떠러지 끝도 없는 절벽으로 밑 바닥으로 꺼꾸러짐을 네가 정녕 모른단 말이더냐 몰랐단 말이더냐 네게 난 무엇이더냐 내게 넌 들숨이고 날숨인 것을 하루 한시 네 안위와 네 상념 걷어본적 없거늘 삼백육십날이 천날이 지나도록 내 안에 너를 담고 있거늘 이러한 내 맘 아는지 모르는지 못내 모른척 뒤돌아 저만치 가는 네게 난 무엇이더냐 네게 난 무엇이더냐 너를 알고 다시 태어 났거늘 너를위해 너를 위하는 나를위해 살고저 노력했거늘 내 모든 것 네게 주며 살자 했거늘 이러한 내맘 아는지 모르는지 끝내 모른척 외면하는 너는 네게 난 무엇이더냐... 전날 문지방 너머로 들려오던 너의 체읍(涕泣)하는 소리에 내 억장이 다 무너져 내렸다. 온 천지사방(天地四方)이 새까맣게 변하던 그 순간, 내 다시 몸을 돌려 너에게로 달려가고만 싶었느니라. 허나, 차마 그리하지 못하고 무거운 걸음으로 뒤꼍을 벗어나오면서 나 또한 너와 함께 울었다. 그 옛날 열다섯의 내 눈에 서린 아픈 눈물을 네가 일곱 살 조막만한 손으로 닦아주던 그날, 내 언젠가 이 보답을 반드시 하겠노라고 다짐하였었다. 너에게만큼은 세상 전부를 주고 싶었었다. 그런데 오늘 웃음만이 피어오르길 바라고 바라는 너의 얼굴에서 굵은 체루(涕淚)가 떨어지고 있다. 다 내가 못난 탓이다. 이 모두가 내 사랑이 부족한 탓이다. 세상이 더 이상 나를 서얼(庶孼)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면 너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맛난 음식을 먹일 수 있을 줄로 알았다. 세간에서 나를 나으리라 부르게 되면 너를 인간답게 살게 해줄 힘이 나에게 생길 줄로만 여겼다. 하지만 그게 아닌가 보다. 하마 아니었던가 보다. 내 밥상에는 언제나 고기가 올라오고 하얀 쌀밥이 수북한데, 너는 여전히 꽁보리밥과 김치쪽 두어 개로 끼니를 때운다. 나는 비단옷에 가죽신을 신고 사는데, 너만은 그대로 무명천을 몸에 두르고 다 헤어진 짚신을 신는구나. 어린시절 산사에서는 너와 나 같은 밥을 먹었고, 같은 나물을 상에 올렸다. 똑같은 무명천으로 의복을 해 입었고, 짚으로 꼬아 만든 신으로 사시사철을 한결같이 지냈다. 그런데 이 우라질 놈의 세속에서는 조선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은 유일한 정인(情人) 장채옥에게 비단옷 한 벌조차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조선 좌포청 종사관 황보윤은 하나뿐인 가인(佳人) 장채옥에게 가죽신 한 켤레조차 사줘서는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세상은 내가 널 사모하는 마음이 법도에 어긋난다고 말하더라. 세간에서는 내가 네 머리에 가채를 지워주는 것 역시 예가 아니라고 하더라. 대체 반상(班常)의 구별이라는 것이 무엇이더냐. 이 지긋지긋한 신분의 벽은 누가 만들어 놓았더란 말이냐! 정녕 조선 좌포청 종사관은 수하의 다모를 사랑해선 안 된다고 그 누가 규정을 지었다더냐. 하늘이더냐? 내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가 검으로 저 하늘을 두 동강 내버릴 테다. 아니면 백성의 신음에 귀 막고 민심의 고초에 눈 감아버린 조정(朝廷)의 간신배들이냐? 내 그럼 그 자들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릴 터이니라. 너는 내 앞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 말하며 네 목숨조차 내 꿈을 위해 내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옥아! 내가 꿈꾸는 것은 입신양명(立身揚名)도 아니요, 일신(一身)의 영달(榮達)은 더 더욱 아니니라. 오로지 옥이 너와 단둘이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픈 마음 하나뿐이다. 어깨의 견장 따위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님을 옥이 너는 왜 모르느냐? 너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조차 아깝지 아니하거늘, 하물며 이깟 종사관의 종 6품 벼슬쯤 언제든 벗어던질 수 있음이니라. 그러니 옥아! 날 두고 떠난다는 소릴랑 부디 이제는 하지 말거라. 정녕 네가 나를 아낀다면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다오. 참으로 네가 나를 생각한다면 제발 나를 힘들게 하지 마라! 茶母 드라마 중 윤의 편지중에서..
너무 가슴에 와닿아 빌려왔습니다 고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