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는 주인공 토토가 인생에 있어 가장 값진, 황금같은 시절이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자연과 친구와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당시의 스승과, 아이들의 인격과 개성을 존중한 수업방식의 탁월함을 풀어나간 이야기이다.
물질은 넘쳐나고 볼거리도 놀거리도 풍성한 요즘이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절실한 정서는 애써 찾아나서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다.
삭막한 가슴을 지닌 자에게는 삭막한 풍경만 돋보이는 법, 나 먼저 풍요로워질 일이다.
이 책을 하늘나라에 계신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께 바칩니다
처음 가 보는 전철역
오이마치선 전철을 타고가다가 지유가오카 역에 내리자, 엄마는 토토의 손을 잡고 서둘러 개찰구를 빠져나오려 했다. 전철을 처믐 타 보았기 때문에 표를 줘 버리기가 아까웠다. 전철표 파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창가의 토토
새로운 학교의 문을 들어서기 전에 토토의 엄마가 불안해 했다. 그 전의 학교에서 겨우 1학년에 퇴학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수업 중에 책상 뚜껑을 백 번도 더 열었다 닫았다 하고, 수업 중에 창가에 서서 친동야를 부르고, 교실 지붕 밑에 있는 제비와 대화를 하고, 미술시간에 술을 그리는데, 도화지를 넘어서서 책상 위에다가도 온통 노란색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렇게 퇴학당한 사실을 토토에겐 말하지 않았다. 얘기를 해봐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를 게 뻔하고, 또 그런 일로 토토가 콤플렉스를 갖게 되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에 언젠가 크면 얘길 해주자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새학교
새학교의 문은 낮은 나무였고, 잎도 달려 있고, 전철 여섯 량이 교실용으로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전철의 창문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토토의 뺨도 빛나고 있었다.
「도모에 학원」
마음에 들었어
토토는 와!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전철 교실 쪽을 향해 달려 갔다.
교장선생님
토토와 교장선생님은 대화를 나누었다. 교장선생님은 얘기하고 싶은 것을 말하도록 했다. (뭘 물어보면 그 때서 대답해야 하나...)하고 생각하고 있던 토토는 무슨 얘기든지 해도 좋다는 말을 듣자, 너무나도 기뻐서 금방 조잘조잘 얘기하기 시작했다. 순서도, 말투도 좀 뒤죽박죽이었지만 열심히 얘기했다.
꼬박 네시간 동안이나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얘기를 들어준 셈이었다.
전후를 막론하고, 토토의 얘기를 그토록 열심히 들어준 어른은 정말이지 없었다. 한편 아직 1학년 밖에 안 된 토토가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혼자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애깃거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엄마나 전에 다닌던 학교의 선생님이나 분명 놀랬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토토가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을 처음 만나고 느낀 감상은 바로 이랬다. 이 사람하고는 얼마든지 함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점심시간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다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 가져 왔니?”
이 학교는 너무 너무 유별나고 재미있을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이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것인지 토토는 여태 몰랐다.
도시락을 들여다보고 있는 교장선생님의 어깨에 한낮의 햇살이 부드럽게 머루르고 있었다.
오늘부터 학교에 간다
이제 ‘오늘부터 너는 이 학교의 학생이다’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을 들은 후부터, 토토는 내일이 기다려져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전철교실
전철교실은 운전사 자리에 칠판이 있는 것과 전철의 긴 걸상을 떼내고 학생용 책상과 의자가 진행방향을 향해 줄지어 있다는 것, 그리고 손잡이가 없다는 것 뿐이었다. 나머지는 천장이며 바닥이며 전부 전철일 적 그대로였다.
첫수업
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달리 이 학교는 그날의 기분이나 형편에 따라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수업방식도 대개의 학교는 첫째시간이 국어면 국어를 하고, 둘째시간이 수학이면 수학을 하는 식으로 시간표대로 하는데, 이 학교는 달랐다.
학생들은 국어든 수학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글짓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글짓기를 하고, 또 교실 뒤쪽에서는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가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여 플라스크를 부글부글 끓이기도 하면서 뭔가를 폭발시키곤 하는 광경을 어느 교실에서나 볼 수 있었다....이 수업방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 한 명 한 명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관심의 정도, 사고방식, 그리고 개성 같은 것을 점점 확실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에 선생님이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학생들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부터 해도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고, 설사 싫어하는 과목이라도 수업이 전부 끝날 때까지만 어떻게든 해내면 되니까 그리 힘들게 여기지 않았다. 따라서 자습 형식이 많았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선생님께 물으러 가든지 자기 자리로 서너생님을 불러 이해가 될 때까지 가르침을 받는다. 그리고 연습문제를 받아 다시 자습에 들어간다. 토토는 소아마비인 야스아키와 친구가 되었다.
산과 들에 바다에서 나는 것
토토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먹는 점심시간이 왔다. 교장선생님은 사과 들과 바다에 덧붙여 ‘무리하지 말 것’, ‘사치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산과 들은 우엉조림과 달걀부침, 바다는 오징어포 조림이라도 괜찮았으며, 더욱 간단한 예를 들자면 김과 매실장아찌라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엄마가 바빠서 못 사올 경우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얀 앞치마를 두른 교장선생님부인이 양손에 냄비를 하나씩 들고 따라다니면서 어느 한 쪽이 모자라는 아이 앞에서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누구의 반찬은 좋고 누구의 반찬은 늘 형편없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단지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 다 갖추어졌다는 사실이 기뻐서 서로 웃기도 하고 재잘거리기도 하였다.
꼭꼭 씹어요
교장선생님이 원래 음악가이기도 해서, 점심 먹기 전에 부르는 노래를 만들었다. 원래의 곡은 ‘배를 저어라(Row Your Boat)'를 꼭꼭 씹어요 모든 음식을 씹어요 씹어요 씹어요 씹어요 모든 음식을 로 바꾸어 불렀다.
산책
토토는 아빠랑 로키와 함께 산책을 하러 간 적은 있지만, 학교에서 산책을 하러 간다니 생소하고 놀라웠다. 도모에에선 선생님이 첫째시간에 칠판에 써놓은, 그날 분량의 학습 내용을 모두가 열심히 해서 오전 중에 다 끝나면 오후에는 대부분 산책을 하였다. 이것은 1학년이든 6학년이든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다시 유채꽃과 벚나무 사잇길을 줄지어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마냥 즐겁고 신나는 놀이 시간으로만 여겨지는 이 ‘산책’이 실은 귀중한 자연이나 역사, 생물 공부 시간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토토는 어느 틈에 아이들과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다.
나비들은 아직도 분주하게 날아다녔고 새들은 가까이서, 또 멀리서 재재거렸다....토토의 가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함에 벅찼다.
교가
토토에게는 그야말로 새롭고 놀라움으로 가득 찬, 도모에 학원에서의 하루하루가 흐르고 있었다.
토토는 이 학교에 교가가 있는지를 물러보고는, 전에 다니던 학교의 교가인 ‘센조쿠 연못은 얕지만 위인의 가슴을 깊게 퍼 올려---’를 큰 소리로 불렀다. 아이들은 토토가 어려운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존경과 동경심을 내비치었다.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에게 찾아가서 교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교장선생님은 ‘도모에, 도모에, 도---모에!!’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실망하고 투덜거렸다.
교장선생님은 약간 섭섭해하는 것 같았지만, 딱히 화는 내지 않고 말없이 지우개로 지워버렸다.
사실은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학교를, 그리고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장선생님의 마음이 담겨있는 교가도 없었는데, 아이들로서는 아직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 아이들도 교가에 대해선 잊어버렸고, 선생님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지 지우개로 지워버린 이후, 끝내 도모에 학원에는 교가라는 게 없었다.
원래대로 해 놓거라
토토는 화장실에 가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지갑을 학교 화장실애 빠뜨렸다. 토토는 학교 뒤편으로 돌아가 분뇨 퍼내는 구멍을 찾아서 자루바가지를 안으로 밀어 넣고 분뇨를 퍼내기 시작했다. 물론 한 바가지씩 퍼낼 때마다 지갑이 섞여있지 않은지 꼼꼼하게 검사를 했다. 토토는 분뇨더미에 온통 둘러싸인 채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토토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서 쳐다보며 친구 같은 목소리로 ‘끝나고 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 놓거라’라고 말했다.
마침내 분뇨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화장실 연못은 거의 바닥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지갑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화장실 언저리나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토토는 지갑을 찾지 못했어도 만족스러웠다. 제 힘으로 이렇게까지 찾아보았으니까. 시은 그 만족스러움 속에는 ‘교장선생님이 자기가 한 행동을 야단치기는커녕 신뢰해 주었으며, 또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 주었다’는 충족감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당시의 토토로서는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직 알 수가 없었다.
내 이름은 토토
토토의 진짜 이름은 ‘테츠코’이다.
사내아이일거라는 주변이야기를 듣고 ‘도오루’라는 이름을 정했고, 여자아이여서 ‘철’이란 글자만은 마음에 들어서 그 글자를 살리고, 거기에다 여자아이를 뜻하는 ‘자’자를 붙여 결국 ‘테츠코’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어릴 때 발음이 잘 되지 않아. ‘토토짱’이라고 대답해서 결국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만남
토토는 아빠와 엄마가 집에 안 계실 때만 롤래 만담을 들었다. 만담가가 잘하면 토토는 큰 소리로 웃었다.
어떤 어른이 이런 토토의 모습을 보았다면 “요 조그만 애가 용케도 그런 어려운 얘기를 알아들고 웃는군.”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아무리 어린애라도 진짜로 재미있는 것은 반드시 아는 법이다.
전철이 온다
대형 크레인 같은 게 없던 시절에 전철을 트랙터에서 내린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떼어내서 교정 구석의 정해진 장소로 옮기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었다. 운반해 온 아저씨들은 굵은 통나무를 몇 개씩 전철 밑에 깐 다음, 조금씩 그 위로 굴리듯 하면서 전철을 트랙터에서 교정으로 내려놓았다.
알몸으로 수영해요
도모에 학원의 수영장은 대부분의 수영장처럼 사각형이 아니라 앞쪽이 약간 좁은 보트 같았다. 도모에 학원의 아이들 가운데는 야스아키처럼 소아마비에 걸렸거나 키가 유난히 작다는 등의 신체적인 결점을 가진 아이들도 몇 명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벌거벗고 같이 놀다보면 그런 아이들의 수치심도 없어지고 나아가 열등감도 완화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통지표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텐트안에서 교장선생님은 외국이야기를 하셨고, 아이들은 눕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는 등 각기 편안자세로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외국이야기에 마냥 귀를 기울였다.
별도 달도 없는 야영이었지만 마음 속 깊이 행복한 아이들이 작은 강당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은 수많은 별님과 달님도 강당을 감싸듯 언제까지나 빛나고 있었다.
대모험
토토는 조그마한 손으로 야스아키의 손을 꽉 붙잡고, 있는 힘껏 잡아 당기기를 계속했다. 지나가던 소나기구름이 때로 강한 햇볕을 가려주었다....그리하여 마침내 두 사람은 나무 위에서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매미가 여기저기서 울고 있었다. 나무 위의 두 아이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러나 야스아키한테는 이때 나무에 오른 경험이...처음이자 마지막인 나무타기가 되었다.
귀신은 안 무서워
무섭고 냄새나고 맛있는 것은? 귀신이 화장실에서 만두를 먹는 것
아이들은 교문에서 묘지까지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토토를 비롯한 아이들은 귀신은 틀림없이 묘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자기들은 이미 담력테스트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만 돌아가기로 판단했다. 그래서 묘지에서 기다리는 아이들만 아무도 오지 않아 점점 무서워져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행히 순회하던 선생님에게 발견되어 돌아왔다.
아빠의 연습실
아빠의 연습실은 토토의 집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토토의 아빠는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였다. 콘서트마스터라는 건 바이올린 연주자를 말하는데, 연주가 끝나면 지휘자가 지휘대에서 내려와 악수를 청하는 연주자이다.
온천여행
“다 모였지? 기차도 타고 배도 탄단다. 미아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 자, 그럼 출발이다!”
교장선생님의 주의 사항은 단지 이것 뿐이었다. 하지만 지유가오카 역에서 도요코 선으로 갈아탄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고 뛰어다니는 아이도 없었으며, 또 옆에 앉은 아이와 할 얘기가 있을 때에는 얌전하게 소리낮춰 애기를 나눴다.
사실 도모에의 학생들은 한 번도 학교에서 ‘예의바르게 한 줄로 서서 걸을 것!’이라든지, ‘전철 안에서는 조용히 할 것!’이라든지,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면 안된다’는 따위의 주의사항을 배운 적이 없었다. 다만 하루 하루의 생활 속에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나 약한 사람을 밀쳐내거나 난폭하게 행동하는 것은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며, 또 어질러져 있는 곳을 보면 자기가 알아서 청소를 하는 등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되도록 삼가는 습관이 어느 틈에 몸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온천에서의 사흘간은 학교에서 야영을 하거나 담력 테스트를 했을 때와는 달리, 마치 실제 생활처럼 진행되었다.
한편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울창한 숲에는 매미소리가 무성했고, 아이스캔디 장수도 있었다. 그리고 혼자 해안에서 큰 나무배를 만들고 있는 아저씨도 만났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제각기 포즈를 취한 이 기념사진은 훗날 아이들의 귀중한 보물이 되었다.
리드미크
리드미크라는 것은 달크뢰즈라는 사람이 고안해낸 특별한 리듬 교육인데, 1905년경 이 연구가 발표되자 전 유럽과 미국 등의 나라가 재빨리 수용했다.
교장선생님이 강당의 작은 무대 위에 있는 피아노를 친다. 거기에 맞춰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걷기 시작한다. 이때 어떻게 걷든 상관없었지만, 남들의 흐름과 반대로 걸으면 부딪혀서아프기도 하고 기분도 안 좋으니까 자연히 같은 방향으로, 즉 원모양을 그리며 걷게 된다. 그리고 음악을 듣고 그것이 두박자라고 생각되면 두 박자에 맞추어, 지휘자처럼 양팔을 크게 아래 위로 흔들면서 걷는다. 이때 발은 쿵쿵 거리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발레처럼 발끝으로 걷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몸을 편안하게 하고 엄지 발가락을 끌 듯이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모습으로 걷는’것이다.
두박자에 맞추어 걷고 있는데, 갑자기 피아노가 세 박자의 리듬으로 바뀐다고 하면 동작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은 아이들에게 집중력이나 확고한 의지 같은 것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것을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도 못하며 더구나 가슴 속의 열정을 불사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평생의 소원
토토는 난생 처음으로 잿날 구경을 하러 갔다. 그리고 샛노란 병아리를 보고 그것을 사달라고 했다. 아빠가 금방 죽다다고 했지만, 잘 돌볼거라고 해서 사주었으나 닷새 째 되던 날 나머지 한 마리마저 죽어버렸다.
평생의 소원은 이렇게 해서 금세 사라져 버렸다. 이것이 토토가 인생에서 최초로 맛본 ‘이별’이란 것이었다.
가장 허름한 옷을 입히세요
토토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다른 집 울타리나 공터 울타리 밑을 틈만 나면 기어 들어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옷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정말 잘된 일이었다.
새로 온 친구
다카하시는 남자아이인데도 키가 아주 작았고 팔과 다리도 짧았댜. 모자를 쥐고 있는 손도 작았다. 하지만 어깨는 딱 벌어져 있었다.
뛰어들면 안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집 근처에서 토토는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다. 모래더미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신이 나서 높이 뛰어 올라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끈적끈적한 반죽 속에 동상처럼 가슴까지 빠지고 말았다.
마침내 저녁이 되어, 사방이 어두컴컴해졌는데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토토를 찾으러 나온 엄마가 막대기로 구해주었다.
그리고 말이지
점심시간에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도록 했는데, 어떤 아이가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그 아이는 더듬거리며 할 이야기를 찾지 못하자, 교장선생님은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올때까지의 이야기를 하도록 했고, 아이들은 그러니까, 그래서 말이죠 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은 박수를 쳤다. 토토와 아이들도 아주 힘차게 박수를 쳤다. 강당 안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그 남자아이는 이 날의 박수 소리를...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잊지 못했을 것이다.
장난을 쳤을 뿐이야
처음에는 장난에서 시작되었는데, 토토와 로키가 ‘늑대놀이’를 할 때 그만 사건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로키가 그만 장난과 진짜를 구별하지 못하고 갑자기 토토를 물어 뜯고 말았다. 토토의 귀에서는 엄청나게 피가 줄줄 흘렀다. 그런 순간에도 토토는 “로키를 야단치지마!”라고 말했다. 토토의 머릿 속에는 온통 로키 걱정 뿐이었다.
운동회
도모에 학원의 운동회 날은 늘 11월 3일로 정해져 있었다. 왜냐하면 가을 중에 비가 내릴 확률이 가장 적은 날이기 때문이다.
운동회는 다른 학교와는 달랐다.
줄다리기의 경우에도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선생님들 모두가 두 개 조로 나뉘어 아이들 사이에 섞여서 하는 것이다.
마지막 순서인 전교생 릴레이 또한 도모에 학원다운 것이었다. 승부가 결정나는 것은 대부분 학교 중앙의, 즉 문을 향해 부채꼴로 펼쳐져 있는 강당으로 오르는 콘크리트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계단 한 칸 한 칸의 높이가 보통 계단보다 휠씬 낮고, 경사 또한 상당히 낮다는 데 있었다.
이 계단 오르내리기 릴레이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몇 계단씩 한꺼번에 올라가면 안되고 신중하게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했기 때문에, 다리가 긴 아이나 키가 큰 아이에게는 오히려 불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그저 매일 점심시간이면 뒤어 오르내리던 계단이, 운동회용으로 바뀐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모두들 꺄아꺄아 소리를 질러대며 오르내렸다.
그리고 운동회의 상도 특별했다. 1등은 무우, 2등은 우엉 두 뿌리, 3등은 시금치 한 단 ....이었다. 아마도 교장선생님은 그런 채소들로 반찬을 만들어 저녁을 먹으면서 가족끼리 오순도순 오늘 있은 운동회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소박한 시인에 대하여
구혼부츠로 산책하러 갈 때나 비가 내려 다들 밖에서 못 놀고 강당에 모였을 때, 그때마다 도모에 학원의 ‘고바야시 잇사’는 아이들에게 하이쿠를, 또는 하이쿠를 통해서 인간과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가르쳤다.
정말 이상해요
등굣길에 5전짜리 동전을 주워서 역 바로 옆 나무숲에 막대기로 조그만 구멍을 파서 동전을 넣고 흙을 덮고 돌멩이를 얹어 두었다. 다음날 살펴보니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손으로 말해요
단지 토토는 눈을 반짝이며 상대방의 손짓을 열심히 좇고 있는 아이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는 친구하고 싶다고,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센가쿠 절
센가쿠 절에 도착하자 마루야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향과 물과 꽃을 나누어 주었다.
토토는 마루야마 선생님의 도수 높은 두꺼운 렌즈 너머에서 자상하게 빛나는 작은 눈과,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아주 좋아했다.
다 똑같은 친군데
“토토는 일본 사람이고 마사오짱은 조선이란 나라의 사람이란다. 하지만 너도 마사오짱도 똑같은 어린아이야. 그러니까 절대로 ‘저 사람은 일본인’이라든지 ‘저 사람은 조선인’이라든지 그런 걸로 구별하면 못쓴다. 마사오짱한테 친절히 대해 주렴. 조선 사람이라고 해서 그것만으로 욕을 먹어야 하다니, 얼마나 슬프고 또 좋지 못한 일이니...”
처음으로 땋았어요
토토가 머리를 땋고 나서 학교로 와서 자랑을 했는데, 오에라는 애가 뒤로 잡아 당겼다. 토토는 비틀거리다가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고 울었다. 그러자 토토는 교장실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고 오에는 교장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여자아이한테는 상냥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이건 언제까지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 까닭은 바로 오에가 도모에 학원을 다니면서 교장선생님께 꾸중을 듣기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므로.
땡큐
토토는 ‘땡큐’란 한 마디 영어로 이렇게 외국인들과 친해질 수 있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도서실이 생겼어요
도모에 학원의 전교생 50명이 한 대의 전철에 올라탔다. 절반도 의자에 앉을 수 없어서 나머지는 선 채로였지만 만원 전철 속에서 선 채로 책을 읽는 광경이어서 보고 있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아이들은 한없이 기쁘기만 했다.
꼬리
오늘 아침 담임선생님은 옛날에는 인간에게도 꼬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아이중 다카하시에게 남아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서 다카하시의 표정이 밝지 않았고 심각해졌다. 그 일로 교장선생님은 담임선생님에게 화를 내었다. 아니 슬프게 들렸다.
두 번째 봄
‘도모에 학원의 학생답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는 오히려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에게 자식을 맡기고 전면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는 토토의 엄마 아빠조차도 더러는 (괜찮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하물며 고바야시 선생님의 교육방침을 반신반의하며,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부모들 중에는 다른 학교로 전학수속을 밟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도모에 학우너을 떠나기가 싫어 울었다.
백조공주를 꿈꾸며
언제나처럼 엄마는 ‘무엇을 하라’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토토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러라면서 이것저것 캐묻지도 않고 어린애가 하기 어려운 절차를 밟아주곤 했던 것이다.
토토는 ‘어서 빨리 「백조의 호수」춤을 추는 사람이 되야지’하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스튜디오에 다녔다.
농부 선생님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고 그 밖의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을 선택할 테지만, 고바야시 선생님은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진짜’를 보여 주어야 마땅하고, 그것이야말로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앗! 뜨거
토토는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 곁에 착 달라붙어 칼질하는 법, 냄비 잡는 법, 밥 푸는 법 등을 연구했다. 그 중에서도 마음에 쏙 든 건, 엄마가 냄비 뚜껑을 손에 들고
“앗! 뜨 뜨거...”
하고 하고선, 그 손을 재빨리 귓불에 갖다대는 모습이었다.
사실은 착한 아이란다
교장선생님은 토토를 볼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넌,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란다.”
그때마다 토토는 활짝 웃으면서 신이 나 대답했다.
“그럼요, 난 착한 아이에요!”
그리고 스스로도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특히 육체적인 장애 때문에 다른 학교 아이들한테 놀림을 받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혼이 나는 한이 있어도 상대방한테 악착같이 달려들어선 친구들의 힘이 되고자 했고, 또 상처 입은 동물이 눈에 띄면 정성껏 돌봐주곤 했던 것이다.
색시가 될 수 없어
벌서 3학년이 된 토토는 같은 반 친구인 타이를 무척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씨름하면서 타이를 냅다 던져버려......
누더기 학교
도모에 학원의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 밖에서 ‘도모에 학원, 누더기 학교!’라는 돌림노래가 들렸다. 그래서 뒤쫒아갔지만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학교로 되돌아 오는데 토토의 입에서 무심코 이런 노래가 흘러 나왔다. “도모에 학원, 좋은 학교!”
어떤 교육자나 마찬가지겟지만 진심으로 아이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교육자는 하루하루가 고뇌의 연속이다. 하물며 이 도모에 학원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독특한 학교가, 다른 교육방침을 지닌 사람들한테 비난을 사고 있지 않을 리가 만무했을 것이다.
리본
선생님은 토토에게 미요가 리본 때문에 샘나는 것 때문에 안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토토는 애지중지하는 커다란 곰인형의 목에 리본을 묶었다.
문병
건강 나무껍질
토토는 아침마다 학교 가기전, 마치 비버가 열심히 깨물어 너덜너덜해진 것 같은 나무 껍집을 책상서랍에서 조심스레 거내 씹어 보고는,
“나는 건강합니다!”
외치고 집을 나서곤 했다.
영어를 하는 아이
도모에 학원에서는 일본과 미국이 친구가 된 셈이었다. 그러나 도모에 학원 밖에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적이었고, 따라서 영어는 적국의 언어라는 이유로 모든 학교 수업에서 배제 되었다.
학예회
토토가 맞는 역할을 맡았는데, 토토는 그러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 반항을 했다. 그래서 요시츠네 역은 타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 대신 토토는 수도승 역할을 했다.
토토는 아무도 없는 교정에서 하염없이 혼자 춤을 추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러나 막상 하게 되면 또 사이쇼를 할퀴고 때리고 할 게 분명했다.
분필낙서
도모에 학원의 아이들은 남의 집 담벼락이나 길거리에 낙서를 하는 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낙서는 이미 학교 안에서 충분히 하고 있었으므로...
음악시간에 강당에 모여 하얀분필을 가진 아이들은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면 강당바닥에 음악의 리듬을 음표로 그리곤 했다.
야스마키가 죽었다
여자 스파이
토토는 자기가 스파이가 될 수 있는 재능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음을 마침내 알았다. 역시 의논하길 잘했다
아빠의 바이올린
토토는 아직 예술이나 사상, 그리고 일이 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아빠가 너무나 바이올린을 사랑한 나머지 의절까지 하였고, 그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 사이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후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걸었다는 것을 아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도 아빠가 싫어하는 건 연주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약속
고바야시 선생님은 무척 기뻤다. 그리고 어른이 된 토토를 상상하기는 물론 어려웠지만, 틀립없이 도모에 학원의 선생님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누구든 도모에를 졸업한 아이라면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을 터이므로......
로키가 사라졌다
토토는 야스아키에 이어 또 한번 소중한 친구를 잃고 만 것이다.
다과회
도모에 학원의 아이들한테 인기만점인 료아저씨가 전쟁터로 불려나가게 되어 다과회를 열게 되었다.
안녕! 안녕!
도모에 학원에 불이 났다. B29는 폭탄을 떨구었다.
교장선생님은 그 한 가운데 서서 도모에 학원이 불타는 걸 꼼짝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열차는 불안에 젖은 사람들을 태우고, 깜깜한 어둠 속을 소리내어 달리고 있었다.
작가후기
실제 도모에 학원의 자리는 도요코선의 지유가오카 역에서 걸어서 3분, 현재는 피코크 슈퍼마켓과 그 주차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고바야시선생님의 교육방침은 항상 <어떤 아이든지 갓 태어났을 땐 선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이러저러한 주위 환경이나 어른들의 영향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니 이런 ‘선한 기질’을 일찌감치 찾아, 그걸 키워주며 개성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21114
첫댓글 우리집만 그런지 몰라도 여기있는거 다 안돼네 왜 이러지...??
그래, 다시 확인해 봐.
-_-대단하십니다 ;;
겁나게 많네~~
휴, 다읽었다, 흐흐ㅇ_ㅇ
이걸 이렇게 줄이시다니 대단해요
습관이지. 정말 나쁜 습관이야. 더이상 고칠 수도 없어.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한번 쭉 읽기만 해도 필독도서를 다 맞을수 있을지,... 걱정됨..
그럴 수 있다면? 나도? ㅎㅎㅎ 아무튼 최선을 다하길......
누가 다썻나... 대단하군.........
이거땜시 회원 늘어낫다 후후훗;;;
시험이 무섭긴 무섭다. 그리고 앞에 누구라니......내......참........ㅋㅋㅋ
수고하셨습니다.^ㅡ^)/ 국어시간에 시읽기는 어떻하지/'' 어쩄든 내일 시험 잘봅시다!
이거 다 읽었는데!야스아키 죽었을때 펑펑 울었어용=_ㅠ 근데 정말로 국어시간에 시읽기는 어떻하죠?안올려 주시나용????????????
ㅠㅡㅠ내용이 어려워요..뭔 말인지..
책을 안 읽었으니까......난 그렇게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