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간신히 섰습니다. 나날이 허접해지는 것 같군요..역시 우주전은 힘듭니다. 원 본적이 있어야지 풍월이라더 읊죠...쓰벌..아무튼 드디어 솔로몬 입니다. 우후...비그잠과 아무로...어떻게 묘사를 해야 하나...
루나2 표준시 12월 22일 22시 14분 루나 2 제 12 격납고.
“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격납고 이곳 저곳에서는 말 그대로 난리였다. 빈슨 계획에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던 얼마 전까지 북적거렸던 이곳은 이제 별 1호 작전을 위한 물자 수납과 무장으로 또 다시 시끌거렸다.
“제 1번 콘테이너에서 12번 까지 모두 적재 완료!!!!”
함정의 수납장치에는 탄약과 보급물이 적재되고 있었고 이곳 저곳에서 서류를 들고 다니며 물자의 적재 확인을 파악하는 장교들이 언뜻 보였다.
“제 11번 도크에서 15번 도크 까지 전 함정 적재 완료!!!”
“좋아!!! 상부에 지시하고는 승무원 탑승시킬 준비해!!!!”
사관의 그 한마디는 반나절의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던 전투 병력의 자유시간에 종언을 맺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약 30만의 병력이 어쩌면 최후가 될지도 모르는 휴식을 마치고 죽음으로의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이지…다들 떠나는 구만…”
이미 대다수의 함정이 도크 문을 열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오토는 내심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럽냐?”
에릭의 기름 때 묻은 얼굴이 쑥 하고 올라오며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응!”
“누구 때문에 출항하는 함정 내부에서까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에?!!! 젠장 나하구 내 팀원은 반나절 자유 시간도 누리지 못했다구!!!!”
오토의 대답이 나오자 마자 곧바로 고함을 질러댔다.
“아아…그래도 우린 최신예 전함인 페가서스 급에 탑승한 거 아냐…”
오토는 점짓 너스레를 떨었다.
“마치 자기 덕에 그렇게 된 것처럼 말하지 마!!!!”
에릭의 신경질은 점점 심해져 갔다.
“어허…스트레스는 건강에 적이야..자네 오래 살고 싶다며?!”
“…”
분노에 이글거리는 에릭의 눈동자가 순간 초점을 잃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물론 페가서스는 출항을 했으니 함내의 도크는 무중력 상태였지만 말이다.
“정말 마음에 들어…이 도장…게다가 황색 14번…”
오토는 에릭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자신의 기체가 될 짐 스나이퍼 커스텀을 올려다보았다.
오토의 짐 스나이퍼 커스텀은 완전 개수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암 록색의 카모플라쥬를 하고 있는 짐 스나이퍼 커스텀인 탓에 그다지 도장의 재 변경이 필요 없었지만, 오토가 하는 김에 도장까지 바꾸자고 난리는 치는 덕에 미드나이트 블루의 도장이 이루어 졌다. 게다가 왼쪽 어깨에는 14번의 기종 번호를 표시한 황색의 숫자 때문에 오토는 이미 애기의 이름까지 확정 짓고 있었다.
“한스 요하임 마르세이유….”
오토는 낮게 웅얼거렸다.
UC 0079 12월 23일 GMT 16시 11분. 솔로몬 인근 주역… 지구 연방 우주군 제 4 함대.
“솔라 시스템의 설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완료까지는 앞으로11시간!! 티안므 제독각하!!!!”
“너무 느리군…”
마젤란급 전함 타이탄의 브릿지에는 티안므의 예리한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임시 방편으로 항공우주국에서 막 설계한 장비니까요… 루나2에서 적재하는데 만도 5시간이나 걸렸습니다. 400만 개의 솔라판넬을 꺼내는 것도 엄청난 시간이 들게 마련이죠.”
“전쟁이 끝나면 쓸 일도 없겠지만 어쨌든 개량의 필요성이 있는 무기로군.”
티안므는 연방의 임시방편에 일침을 가했다.
“솔직히 이것으로 저 요새를 어쩔 수 는 없습니다.”
참모장의 조금은 의기소침한 발언이 이어졌다.
“그걸 모르는 건 아냐. 이건 어차피 깜짝 쇼에 불과하니까…아군의 돌격이 시작되면 이놈은 무용 지물이야…”
티안므의 조금은 거친 듯한 목소리는 브릿지를 잠시 배회했다.
UC 0079 12월 23일 GMT 18시 36분
솔로몬 인근 주역 지구 연방 우주군 제 4함대 주둔지역.
“여기는 SCV-73 블랑 리발 제 4함대와 함께 솔로몬 공략작전에 합류하기위해 도착했음!!”
페가서스 급 5번 함 블랑 리발은 뒤늦게 출발 한 탓에 작전 직전 합류하게 되었다. 조금은 우습지만 순백색의 독특한 형태의 페가서스 급은 솔직히 너무나도 눈에 띄는 함종이었다. 4함대가 마젤란과 살라미스, 그리고 다수의 콜럼버스급 수송함으로 구성된 탓에 페가서스 급 함정은 멀리 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튀었다. 게다가 먼저 합류한 페가서스급 2번함 ‘화이트베이스’와 함께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난 오토 발크만 대위다. 이번에 신 편성된, 4중대의 중대장이다.”
블랑 리발의 브리핑 실에서는 각 중대장과 소대장의 인사가 있었다. 오토는 제 4함대 예하 4 MS중대의 중대장을 맡게 되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원하지 않았지만, 대위 계급장을 달고 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특권은 아마도 자신의 함정과 지근 거리에 있는 화이트 베이스의 크루 외에는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저 사람이 연방의 전차 에이스 인가?…”
간이 좌석에 앉아 있던 파일럿들이 수군댔다.
“설마…전차 에이스가 MS파일럿이라니…믿을 수 없어…게다가 저 사람 우리랑 같이 훈련 받았잖아..”
“그건 그래..나 저 사람 처음 훈련하는 것 봤어…완전히 자기 몸을 내 던지더군…”
몇 몇 파일럿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콰직!!!!”
무중력임을 자랑하듯 오토가 발로 걷어 찬 데스크는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난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내가 말할 때는 좀 조용히 해줬으면 해.”
오토는 특유의 날카로운 눈으로 중대원을 노려보았다.
“잘 들어 둬라!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난 자네들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수시로 내릴 거다. 그때 내가 하는 지시를 무조건 따라라! 뭐 지시를 따르지 않는 다고 해서 나중에 욕 하지는않겠다. 아마도 내 지시를 무시하면 그대로 죽을 테니까 말이다!”
오토는 강한 어투로 외쳤다.
“자신 만만하군. 저 인간…”
중사 하나가 인상을 썼다.
“게다가 귀까지 밝지…”
오토는 중사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치잇…”
중사는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오토를 째려 보았다.
“좋은 눈이다. 그럼 이상! 각자 비상 대기 태세에 들어간다!!!!”
오토는 말을 마치고는 브리핑 룸을 빠져 나왔다.
“여전히 자신만만 하군요. 아므로 레이도 아니면서…”
다른 브리핑 룸에서 막 나온 스키모토가 그를 비꼬며 반겼다.
“이렇게까지 허세를 부리지 않으면 저 놈들 모두 우군의 지원사격에 맞아 죽을 걸..”
오토는 스키모토가 비꼬는 것을 간단히 무시하며 지나쳤다. 그러자 그가 뒤를 따랐다.
“그나 저나 자네는 어떻게 되었나?”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오토는 뒤따라오는 스키모토에게 물었다.
“아…네..2중대 휘하 2소대 전대장입니다.”
“나름대로의 실력을 인정 받았군. 탑승기는 신형 짐인가?”
“에?…아 예에.”
“다행이군…공이 아니라서.”
오토는 여전히 시선은 정면을 고정한 체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의 버릇인 듯 했다.
“저기 새로 배속된 병력 중에 쓸만한 녀석은 있었습니까?”
“모르지…하지만 눈빛이 좋은 녀석이있었다.”
“그렇습니까?”
스키모토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응… 원래 전장이란 성질 더러운 놈이 살 확률이 높으니까…”
“그래서 대위님은 지금까지 살아 남으신 거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벨만이란 녀석 한번 잘 봐둬야 겠어. 이번에 살아 남는지 말야…”
“그나저나 오늘은 유난히 말이 많으시군요.”
“긴장한 탓이겠지.”
오토는 순순히 인정했다.
“아무튼 죽지 마라. 스키모토.”
“아..네…대위님이야 말로.”
둘은 함대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UC 0079 12월 23일 GMT 21시 52분 솔로몬 인근 주역 4함대 주둔지 페가서스 급 우주항공모함 ‘블랑 리발’
“제독각하에게서 명령이 내려졌다. 각 전투요원 1종 전투 배치!!!!”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노말 슈트를 입고 있던 병사들의 눈에 긴장의 빛이 돌았다.
“대기중인 파일럿들에게 알립니다. 전원 1종 전투 배치!!! 반복합니다…”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의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들었나? 1종 전투 배치다! 전원 자기에 탑승하라!!!!”
오토는 파일럿 슈트의 지퍼를 올리며 외쳤다.
“나도 탑승하겠다.”
오토는 스탠드 배드위로 올라섰다. 그러자 아직까지 오토의 기체를 손보고 있던 정비요원이 만류했다.
“대위님! 아직 이놈의 벨런스는 엉망입니다. 에릭 소위님이 타 회사에서 지원 받은 엔진을 쓰는 바람에…혹여 트러블이라도 일으킨다면 치명적입니다. 신형 짐을 쓰십쇼.”
“지금 함내에는 MS의 여유가 없다. 단 1기의 공도 남는 게 없는데 뭘 바꿔 타라는 거냐?”
오토는 자신을 가로막는 정비요원을 밀치고는 콕피트에 올라섰다.
“라이플의 탄창은?”
시스템 체크를 시작하던 오토가 물었다.
“실드 안쪽의 2기 입니다.”
“실드는 신형 짐의 것인가?”
“네…주문하신 데로.”
“다행이군…의외로 곡면처리 된 실드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줄은…”
오토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22시를 기해 전 함대가 포격을 개시한다. MS부대는 1분간의 포격이 완료 된 후 지시한 대로 출격한다. 출격 후 30초간 지원사격을 개시하겠다!!!”
함내 방송이 오토의 귀를 때렸다.
“살살 이야기 해도 되 잖아 왜 소리는 질러대고 그래…”
오토는 시트에 앉아서 시트벨트를 걸었다.
“대위님! 사출 5분 전입니다!”
정비요원의 손이 올라갔다. 그러자 오토 역시 살짝 손을 들어보였다.
“자…이제 5분 후면 생과 사가 결정지어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겠지…과연 그 중에 나도 끼어 있을까?”
오토는 가만히 슬로틀에 손을 얹었다.
덱에 대기중인 병사들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앞으로 4분여 후 면 그들은 사지를 향해 내동댕이 칠 운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긴장으로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였다. 만면에 히스테리를 가득 띄운 사람도 있고 어린애 처럼 슈트의 손가락 부분을 물어 뜯는 사람도 있고 신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방법이야 틀렸지만 모두가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이 지옥에서 나만은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기를…’
“삐이!!!!!”
신호음과 함께 기함 타이탄으로부터 신호탄이 날아올랐다.
“전 함대 주포 재사!!!! 미사일 일제 사격!!!!”
연방군 4함대의 포격이 솔로몬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솔로몬의 외부에 붉은 화광을 내 뿜었다.
“MS부대 발진 준비!!!!”
“미노프스키 입자 살포 개시!!! 사출 후 아군의 지원사격에 주의해 주십시요!!!”
“111발진 준비 완료!!!!”
짐 스나이퍼 커스텀 1기가 덱위에 올랐다.
“사출!!!!”
“112 발진 준비 완료!!!”
짐 커맨트 우주용이 다음 사출기 위에 올랐다.
“발트만 대위님! 준비해 주세요!”
“오토 발크만 준비완료!!!”
사출기 위에는 미드나이트 블루의 짐 스나이퍼 커스텀이 올랐다.
“114 사출!!!!”
“우욱!!!!!”
아직은 익숙해 지지 않은 사출의 충격이 오토의 전신을 휘감았다.
“치잇!!!”
하지만 익숙해 지지 않는 다고 투정할 만한 상황이 절대 아니었다. 오토는 즉시 자세를 제어하고는 전속으로 전역을 향해 날아갔다.
“4중대는 나를 따르라!!!!!”
오토의 기체는 놀라울 정도의 기동력으로 전두에 섰다.
“어, 엄청나군…이 녀석..이 정도로 개량되었을 줄은..”
오토는 놀라움 보다는 두려움의 가까운 감정을 내 뿜으며 감탄했다. 왜 두려웠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감이라는 것이 아마도 그렇게 만든 듯 했다.
“각 MS소대 및 함제기! 지금부터 원호 사격을 개시한다!!!”
“라져!!!!”
곧 이어 2차 포격이 MS부대 주변을 훑었다.
“MS부대를 내보내라!!!! 결코 솔로몬을 내줄 수는 없다!!!!”
도즐 중장의 허스키 보이스가 솔로몬의 사령실을 뒤 흔들었다.
“발터 소좌님!!! 신형기의 라이플은 민감합니다!!! 주의해서 사용해 주십쇼!!!”
정비병의 목소리가 덱 주변에 울렸다.
“알고 있다. 저격용 MS의 무서움을 놈들에게 보여주겠다!!!”
“건투를 빕니다!!! 소좌님!!!”
정비병의 손이 올라갔다.
“반드시 솔로몬을 지키겠다.”
“선행양산형 겔구그 준비 완료!!! 라이덴 소좌!!!”
“알았다!!!!”
검은 빛이 도는 붉은 색의 갤구그 선행양산형이 사출기에 올랐다.
“젠장!!!! 이래 가지고 서는!!!!”
스키모토의 짐 커맨드는 이미 2회 이상 피탄되었다. 운이 좋았는지 전부 자크 머신건으로 인한 피탄이었기에 폭발은 면할 수 있었다.
“삐삐삐!!!!”
이미 한참 전부터 울려대던 피 조준음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다. 아니 되려 들리지 않으면 긴장이 풀어져 유탄에 맞아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스키모토를 휘감는 듯 했다.
“타타타타타!!!!”
순간적으로 자쿠 고기동형이 스키모토에게 파고들었다. 정면이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정면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하단부에 있는 듯 했다.
“빌어먹을!!!”
스키모토가 조종간에 힘을 주자 급히 메인 슬라스터가 좌우로 역분사를 하며 기수를 내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군 것인지, 적군 것인지 알 수 없는 유탄들이 주변을 스쳐갔다.
슬러스터의 분사광이 멋대로 짐의 표면을 휘감기 시작하며 스키모토의 짐과 자쿠 고기동형의 접근전이 시작되었다.
“이이이…”
스키모토는 최대한 상대방에 근접해야만 했다. 어차피 접근전이 된 이상 승부는 단 한방에 나버리게 마련이니 기왕이면 무조건 휘둘러야만 타격을 줄 수 있는 자쿠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일단 찌르는 게 가능한 짐의 경우는 무조건 파고 드는 수 밖엔 없다.
“빌어먹을 파고 들게 내버려 둘 것 같냐?!!!!”
자쿠 파일럿은 있는 힘껏 암벡을 걸었다. 덕분에 자쿠는 완전히 360로 회전하며 히트호크를 수직으로 휘둘렀다. 덕분에 붉은 원이 허공에 그어졌다.
“크읏!!!!”
스키모토는 간신히 회피 했지만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유탄이 난무하는 지역에서 쓸데 없이 접근 전 시간을 늘려 봤자 적군이든, 아군이든 간에 포격에 의해 날아가 버릴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치잇…더 시간을 끌었다간…”
물론 상황판단은 지온 군 역시 비슷하게 내리고 있었다. 그가 살아 남은 몇 안 되는 베테랑인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도즐 휘하의 병력들이 지닌 많은 실전경험과 지휘관의 뛰어난 지휘 때문에 배양된 능력인 듯 했다.
“젠장…더 이상은 무리다!!!”
스키모토는 짐 커맨드의 양 다리를 자쿠에게도 내밀었다. 암벡을 위한 행동이었지만 사실상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재수가 없다면 히트 호크에 다리가 잘려나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웅~!!!”
예상 대로 히트 호크가 반 원을 그리며 달려들었지만 MS의 컨트롤에 이제는 숙달 되어가던 스키모토는 간발의 차이로 자신의 애기가 다리 병신이 되는 것을 피했다.
“이런~!!!”
지온 파일럿의 동공이 순간 확대되는가 싶더니 짐 커맨드의 종아리 부분에 있던 슬러스터가밝은 빛을 내 뿜었다. 그러자 짐 커맨드는 4~5분 정도 자신과 혈투를 벌이던 자쿠와의 거리를 벌리고는 이내 자세를 전환하려 했다.
“도망가게 내버려 둘 성 싶으냐?!!!!”
자쿠 고기동 형의 묵직한 레그 슬러스터가 불을 뿜으며 고속 역전해 왔다. 스키모토는 6시 방향으로 수직 회피기동을 하려 했으나 들고 있던 빔 샤벨이 영 걸리적 거렸다.
“철컥!!!”
하는 수 없이 스키모토는 빔 샤벨을 래칫에 꽂아 넣고는 등 부분의 빔 건 래칫에 메니퓨레이터를 가져갔다.
“이 상황에서 총을 꺼내다간!!!!”
자쿠 파일럿의 미묘한 손 놀림이 슬로틀을 조작 할 때 마다 자쿠 고기동형의 메인 부스터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요동치고 있었고, 어떻게든 스키모토의 짐에 히트 호크를 박아 넣으려고 끈질길 정도로 달려들었다.
“당하게 된다아아…우악!!!!”
너무나 상대를 의식한 탓일 까? 고속으로 짐에게 달려 들은 자쿠 고기동 형의 숄더 실드에 유탄이 피탄했다. 다행이 피탄 장소가 실드였고, 이미 추력을 잃은 유탄 인지라 폭발력에 의해 컨트롤을 잃는 것 외에는 사실상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았다. 순간적으로 컨트롤을 잃은 자쿠에게 스키모토의 짐 커맨드가 달려 들었다.
“치잇!!! 빔 샤벨인가? 그렇다면 다시 꺼내는 대는 시간이 걸린다!!!!”
아직도 피탄으로 인한 진동이 가시지 않은 콕피트에서도 파일럿은 침착하게 남은 G와 슬러스터의 추력을 이용하며 히트 호크를 밀어 올렸다.
“끄끄끄끄끅!!!!”
유압식 관절을 사용하는 지온계 MS인지라 파일럿 뿐 아니라 G가 관절에게도 부하를 걸어 왔다. 파일럿은 급격한 방향전황으로 자신의 몸에 걸리는 G와 관절의 부하까지 감당하며 짐 커맨드의 사타구니로 히트 호크를 밀어 넣었다.
“이야아아아아!!!!”
“하아아아아!!!!”
쌍방의 고함 소리가 울렸지만, 고함소리의 태반은 자신들이 착용한 헬멧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고막만을 자극할 뿐이었다.
“이런!!! 비, 빔 건을 그대로?!!!”
순간 자쿠 파일럿의 표정이 경직 되었다.
전혀 감속을 하지 않은 체 자신에게 달려드는 짐 커맨드가 여전히 빔 건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스키모토가 트리거에 걸어 논 손가락을 미련 없이 당기자. 빔 건은 자쿠 고기동형의 콕피트의 외부장갑을 붉게 달구고는 이내 백팩까지 관통해 버렸다. 하지만 빔이 발사 되는 순간 가속을 조절하지 못한 스키모토의 실수로 빔 건은 그대로 자쿠와 충돌하더니 폭발해 버렸다.
“으윽!!!!”
진동에 의해 충격을 받은 스키모토의 비명이 잠시 헬멧에 울렸지만 침착한 성격의 스키모토는 서둘러 해당 공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향을 전환하고는 출력을 올렸다. 교범 대로의 회피기동을 하며 후퇴했지만 출력 저하 때문인지 아니면, 프로펠런트의 부족 때문인지 출격 당시의 경쾌한 움직임이 결여 된 듯 하다.
“여기는 112… 오른쪽 메니퓨레이터가 파손 되었고, 주 무장을 손실했다. 착함을 요청한다.”
스키모토의 피로에 지친 듯한 목소리가 블랑 리발의 제 2번 오퍼레이터의 고막을 자극했다.
“이벨만 이 멍청아 어딜 노리는 거냐?!!!!”
오토의 고함이 이벨만의 청신경을 자극했다.
“젠장! 당신이 지시한 대로 했단 말야 안 맞는 걸 어떻해?!!! 저 자식들도 회피 기동은 한단 말야!!!!”
이벨만은 자신의 성격이 더럽다는 것을 언행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중사 주제에 대위에게 반말이라니 당장에라도 후려 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던 오토지만 때와 장소의 구별을 못할 정도로 감정직인 인물은 아니었기에 일단은 넘어갔다.
“빌어먹을!!!”
오토는 들고 있던 스나이퍼 라이플로 자쿠 고기동 형을 노렸다. 과연 숙달된 파일럿 답게 회피기동이 날카로웠다.
“삐삐삐삐삐!!!!”
조준 상태를 알리는 FCS의 소리가 오토의 청신경을 자극했고, 원활한 조준을 위해 눈 앞에 걸어 놓았던 HMD가 오토의 시신경에 딴지를 걸었다.
“젠장 되려 정신이 사나워지잖아!!!!”
오토는 투덜거리며 트리거에 손가락을 걸었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농도가 짙어 지면 어쩔 수 없이 유시계 전투 위주로 될 수 밖에 없지만 FCS의 도움은 어쨌든 전투에 있어 플러스 적인 요소였지 마이너스 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미련할 정도로 기계의 도움을 싫어하는 오토의 성격상 어린 애 마냥 찡찡 대는 FCS는 귀찮기만 한 존재 였다.
“피웅!!!! 피웅!!!”
순간적으로 2발의 빔이 연사로 나갔다. 하지만 각자 방향이 틀렸다. 오토는 초탄을 발사하면서 상대방의 회피 기동 예상 지역으로 순간적으로 총구를 돌리며 나머지 한 방을 더 날린 것이다.
“크읏!!! 우악!!!!”
아니나 다를까 자쿠는 초탄을 회피 했지만 두 번째 빔이 날아드는 곳으로 달려드는 바람에 파괴되었다.
“철컥!!!”
스나이퍼 라이플의 탄창이 탈락 되었다. 에너지의 잔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오토는 실드에 남아있던 마지막 한 개의 탄창을 라이플에 장착했다.
“대위의 사격 술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하지만 엄밀히 말해 탄환 낭비 입니다!”
이벨만이 볼 맨 소리를 했다.
“그래서?”
“아무튼 전 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싸우겠습니다!”
“맘대로 해…네 목숨은 네 것이니까.”
오토는 잠시의 머뭇 거림도 없이 승락했다. 그 덕에 이벨만은 잠시동안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는 기함 소속 정찰정 ‘호크 아이’ 귀 소대에서 부각 30도 방위 4시 방향에 적 순양함이 출현 했습니다. 진행 방향이 기함 주둔지로 예측 되어 격퇴를 요청 합니다.”
“여기는 114… 알았다. 이곳에서 저격하겠다.”
오토는 말을 마치자 마자 뒤로 넘겨 놓았던 HMD를 다시 꺼냈다.
“대위님! 설마 이 거리에서 저격할 셈은…”
볼에 탑승하고 있던 병사 하나가 조금은 걱정스러운 투로 질문했다.
“녀석들을 이곳으로 끌어 들이면 거울을 보게 된다. 게다가 근접 전이면 공에 타고 있는 네 놈들이 죽게 돼.”
“기이잉.”
짐 스나이퍼 커스텀의 바이져가 메인 카메라와 포개어졌다. 동시에 왼손은 라이플의 출력을 조절하고, 방위를 미새 조정하기 위해 전 아포지 모터를 일제히 분사 시켰다.
“치이이익…”
그러자 무중력의 공간에서 건들거리던 오토의 짐이 일순간 얼어 붙었다.
“삐삐삐삐삐…”
고 배율의 바이져가 무사이급 순양함을 포착했다. 운이 좋았는지 상대는 측면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목표는 후방의 2기 엔진…”
무사이급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2기의 엔진이 병렬로 장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사이 급 순양함의 탁월한 설계였고, 상대적으로 직렬로 설계되어 있는 살라미스에 비해 속력은 떨어지지만 기동성의 우위를 잡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전방에 3개나 부착된 2연장 주포는 뛰어난 기동성을 살려 적의 함정을 파괴 할 수 있게 적절한 장소에 배치 되었다고 지온 군들은 자랑했다. 물론 그런 점이 전쟁 초반에는 자랑 거리 였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 버렸다.
후방에서 본체와 따로 떨어진 엔진이 피격 될 경우 완전히 항행 불능상태가 되고, 재수가 없다면 그대로 격침이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엔진과 본체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가느다란 프레임으로 연결되어 있어 굳이 엔진을 파괴하지 않고 절단하는 것 만으로도 무사이 급을 정지 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전방으로 배치된 포는 구 시대의 전투기 마냥 후방 하단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의 을 막아낼 수 없었다. 물론 무사이급이 기동성으로 회피운동을 한다면 무중력 공간용 전투기는 기동성의 특징상 공격이 불가능 했지만, 연방 역시 MS를 운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러한 단점은 말 그대로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 버렸다.
“치이이이이…”
짐 스나이퍼 커스텀의 거의 모든 아포지 모터는 여전히 분사 중이었다. 상당한 거리에서 정밀 저격을 해야 했기 때문에 미세한 움직임도 오차를 만들 수 있었다.
“피이이이웅!!!!”
스나이퍼 라이플에서 고출력의 빔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으로 후방의 메인 부스터가 짧고 강하게 분사되면서 라이플의 반동을 잡았다.
실탄만큼 강한 반발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고출력의 빔 역시 반작용을 지녔고, 작용점에서 생기는 반발력은 정 반대 방향에서 흡수 해줘야만 했다.
오토는 여전히 HMD를 뒤로 넘기지 않았다. 초탄이 명중 되지 못하면 곧바로 재 사격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현실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에릭의 정밀한 셋팅은 단 한방에 무사이급 순양함의 병렬식 2기 엔진을 한꺼번에 관통시켰기 때문이다.
“후우……고맙다 에릭…”
바이져로 무사이급 순양함의 폭발을 확인한 오토는 그제서야 에릭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성격이 성격인지라 도저히 당사자 앞에서는 못할 말을 혼자서 하기 위해 통신 체널도 잠시 끊어 버리고 한 말이었다.
그러나 아직 날짜는 여전히 12월 23일이었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려면 아직 36분이나 남았다. 그리고 티안므 함대가 전개하고 있는 솔라 시스템이 완전 전개 되려면 4시간이 조금 못 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병사들의 마음을 짓 누르는 것은 솔로몬 요새가 점령되려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