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 가는길 ◈
서산...
정말 끊을수 없는 인연이 있는곳이다.
서산과 수많은 이별의 자국과
거기에서 흐르는 눈물도 많건만
다시 돌아가곤하는 곳...
서산은 역시
내가 눈감기 전까지 계속 꽃피워야할
아름다운 꽃밭이 있는 장소이다.
어제...
일찍 암치 천안에서 서산으로 출발했다.
삽교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해물 칼국수를
먹었다.
바닷가 향기를 실컷 가슴속으로 들이키며
고향바다를 생각하며.
고향이 왜 그리도 아름다운가?
세상에는 수많은 땅덩어리가 있지만
고향은 그 어느곳보다 달리 눈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사람은 어릴적 추억을 먹소살기때문이 아닐까?
고향의 꽃밭과 뒷동산,그리고 갯펄이 머리속의 메모리에 너무 진하게
박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향의 향기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코를 열어야하고
고향의 모습을 보기위해서는 눈을 열어야하고
고향의 아름다움을 알기위해서는
내 마음까지도 열어야했기에...
그랬기에...
내 마음까지도 열어야했기에
고향을 사랑했던 마음을 차마 닫지 못하고
항상 고향을 향하는 것이 아닐까?
음암, 구시울 처가에 도착하여
팔순이 한참 넘으신 장모님의 손을 잡았다.
도착하자마자 고구마 박스를 챙기신다.
막내사위가 고무마를 좋아하는 걸 알고
벌써 잘생긴 놈으로 담아 놓았던 것이다.
엇그제 캔 고구마 밭에 가보니
아직도 흙속에는 고구마들이 덩어리로
매달려 나온다.
한 참을 캐고 있는데...핸드폰이 울린다.
"어니여?"
"음암 처가"
"그럴줄 알았대닌깐...빨리 이곳에 와라"
신정리 친구가 자기집으로 오랜다.
동창모임을 같이 가자고...
트럭에 가득차있는 벼나락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고향집 같은 신정리 친구네...
집을 둘러보아도 아무도 안보인다.
집 뒤뜰로 나가보니 친구부인이 콩대를 꺽고있다.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부인...
농사일이 너무 좋아 시골로 시집온 그 부인을
볼때마다 옛날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와 차한잔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하며
고향 바닷가나 가보자고 나섰다.
삼섬 바닷가를 돌아 철새들의 온다는
넓고 넓은 들판을 한바퀴 돌았다.
녀석이 농사터인 논바닥에도 가보고...
사람들은 그러더라
세월이 흐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잊혀져간다고...
그런데도 난 이렇게 옛날의 갯펄에서 살조개
깨는 소리를 들으며 울고있다.
이렇게 옛날의 갯내음을 맡으려 울고있다....
이제 가을도 가겠지.
겨울이 오면 이제 봄이 올텐데...
그런데도 난 아직도 옛친구를 옅에두고...
지는 석양을 보며 속으로 그렇게 울고 있었다.
그렇게,
평생을 한 사람의 가슴안에서만 있는 고향땅...
고향땅이 나를 부를때
내 삶이 다 끝날때까지
고향의 꽃 안에서 머무르다가
삼섬 끝자락에 달려있는 잎새가 다 질때, 그 때
내가 다음 세상으로 가거든
고향을 그렇게 사랑하다 갔다고...
이고향만 사랑하다
떠나 간 사람이라고
그때...그렇게 불러주거라...
하며 고향 갯펄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