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초보자가 장비를 선택하려면 늘 고민이다. 평소 등산에 별 관심이 없을 때에는 등산객들이 맨 배낭이나 옷들이 그게 그거인 것 같았는데, 막상 장비를 사려고 장비점에 들어서면 한 품목에도 여러 제품이 진열돼 있어 어느 것으로 구입해야할지 망설이게 된다. 특히 준비할 것이 많아지는 겨울이면 더욱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춥고 위험스런 겨울 산에서 자신을 지킬 유일한 방편은 장비밖에 없으니 피할 수도 없다. 이 연재 첫 품목으로 겨울철 필수소품인 등산용 장갑을 선택한 것은, 비록 소품이긴 하지만 얼마나 다양하게 제품이 개발돼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하물며 다른 주요 장비들은 얼마나 다양하게 개발돼 있을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면 무작정 장비점으로 나서거나 한 장비점에서 덥썩 사고나서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코너는 장비의 기능을 먼저 이해하고 제품 정보를 습득해야 장비를 고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초보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별로 춥지 않으면 얇고 통기성 좋은 것이 유리
겨울철 장갑의 용도는 외부의 찬 기온으로부터 손을 보호하는 것이다. 때문에 히말라야와 같은 극지에서는 물론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근교 산을 오를 때도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며 그다지 춥지 않은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언제 날씨가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준비해야할 장급은 보온성이 좋고 땀이 쉬 배출되지 않는 것보다는 통기성이 좋은 얇은 울이나 플리스 소재의 장갑이 적합하다. 최근 시중에 선보이기 시작한 아주 얇은 윈드스토퍼 소재의 장갑도 활동성과 땀 배출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이런 날씨에는 목장갑이라고 불리는 작업용 면장갑도 막 쓰기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갑자기 추워지거나 젖었을 때 보온성능을 기대할 수 없으니 등산용으로는 부적합하다. 활동성이 좋은 얇은 장갑들은 동상이 염려될 정도로 추울 때 속장갑이나 막영시 취사용이나 허드렛일에도 쓸 수 있다. 얇은 장갑은 등산용으로 쓰임새가 많은 것이 장점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 배낭 속에 한 켤레쯤 여벌로 가지고 다니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눈이 많으면 방수투습 장갑이 필수
눈이 많이 쌓인 곳은 기온의 높고 낮음과는 별개의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 눈길을 헤치기 위해서는 손과 발을 이용해 온몸으로 길을 만들며 나아가야할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 때 옷과 장갑을 적시며 녹아드는 눈이 복병이다. 젖은 옷과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적설기 등반 시엔 반드시 방수투습성 소재의 의류와 장갑을 마련해야 한다.방수투습성을 지닌 겨울용 장갑은 보온용 장갑 위에 착용하는 덧장갑(overgloves) 스타일과 보온용 장갑의 겉감에 방수투습 소재를 적용한 것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덧장갑은 방수기능을 지닌 원단으로만 만든 얇은 장갑으로 보온성능은 기대할 수 없지만, 팔꿈치까지 올라올 정도로 길고 손목과 밑단 등에 조임줄을 달려 있어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평소에는 활동성이 좋은 속장갑을 이용하다가 눈이 많은 곳에서는 덧장갑을 착용하면 유리하다. 덧장갑은 벙어리장갑처럼 단순한 모양이 끼고 벗기에 좋다. 꿰맨 부분은 방수테이프로 꼼꼼히 처리했는지 잘 살펴야 한다. 마찰이 심한 손바닥과 끝부분엔 마찰력이 좋은 내구성 소재를 덧댔는지도 살펴야 한다. 방수투습원단에 보온재를 덧대어 만든 장갑은 보온력이 우수하며 젖지 않고 땀도 덜 차는 편으로 인기가 있다. 값은 비싸지만 장기 심설등반이나 빙설벽등반시 훌륭한 성능을 발휘한다. 구입 시 재봉선과 방수처리 조임끈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웬만한 적설에도 덧장갑이 필요없어 편리하지만, 약간 짧아 깊은 눈에서는 손목 부위로 눈이 스며들 수도 있다. 또한 기온은 높은데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는 너무 더워 손에 땀이 찬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근교 산 정도 다닐 요량이라면 플리스나 윈드스토퍼 장갑으로도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점점 산행의 심도가 깊어져 가끔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개척산행이나 유명 고산에 가려면 덧장갑이나 방수투습 원단 장갑을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결국 겨울 한 철을 나려면 위에 열거한 장갑들을 모두 구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매우 추우면 바람 막을 수 있는 두터운 것
한겨울 높은 산은 히말라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람도 세게 불고 춥다. 이런 날씨에는 방풍성과 보온성이 좋은 두터운 장갑이 필수다. 예로부터 보온용 장갑의 대명사는 순모장갑이었다. 특유의 뛰어난 보온성과 함께 젖어들어도 보온력이 크게 감소되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순모 소재는 이러한 장점 덕분에 오랫동안 등산용 보온재로 인기를 얻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합성섬유가 등산용 보온재 분야를 완전히 점령해 버렸다. 장갑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보온용 장갑이 자연소재 보다는 합성섬유를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재가 파워스트레치나 폴라텍, 윈드스토퍼와 같은 플리스류다. 이러한 소재들은 원단 자체의 보온력에 활동성이 좋아 단독으로 사용해도 훌륭한 보온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단 소재만으로는 극심한 한파를 이겨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때문에 혹한기에는 윈드스토퍼나 고어텍스 겉감에 신슐레이트와 같은 보온재를 넣어 보온력을 높인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합성섬유 소재의 제품들은 순모 제품에 비해 가볍고 착용이 좋은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불에 약한 것이 최대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담뱃불과 같은 작은 불씨만 닿아도 순식간에 구멍이 난다. 화기를 멀리해야하는 것이 취급 시 철칙이다.
◈ 윈드스토퍼 장갑
플리스 원단에 얇은 필름을 밀착해 방풍성능을 높인 제품으로, 보온력이 뛰어나고 바람에 강해 최근 겨울철 일반적인 산행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땀 배출력이나 착용감이 플리스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고 눈과 물에는 약하기 때문에 적설기 산행시에는 반드시 덧장갑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속장갑용으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초박형 윈드스토퍼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 실장갑
실장갑은 양모나 실크, 면과 같은 천연섬유는 물론, 나일론과 같은 합성섬유로도 만든다. 단순한 작업용부터 혹한기 보온용 속장갑으로도 사용하며 가볍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얇은 것은 허드렛일을 하거나 속장갑으로 쓰며, 두터운 양모제품은 겨울철 보온용으로 사용한다. 실장갑은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 플리스 장갑
폴라텍과 같은 플리스 류의 합성섬유 소재의 얇은 장갑은 보온용으로 인기가 있다. 착용감이 좋고 부드러우며 땀을 신속히 건조시켜 쾌적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열에 약해 버너나 불꽃에 닿기만 해도 녹아버릴 정도로 내열성이 떨어지고 순모 제품에 비해 내구성도 떨어진다. 이 제품 역시 바람은 막아주지 못한다. 춥지 않은 날씨에 사용하거나 속장갑용으로 적합하다.
◈ 손가락장갑 vs 벙어리장갑
손가락장갑은 물건을 쥐거나 움직이기는 편리하지만 추울 때는 손끝이 시린 것이 단점이다. 반면 벙어리장갑은 손가락을 써야할 때는 불편하지만 손가락장갑에 비해 월등히 보온성능이 뛰어나다. 따라서 암빙벽등반과 같이 로프를 다뤄야하거나 손가락을 쓸 일이 많을 때는 손가락장갑이, 능선 종주처럼 손가락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이 걷기만 할 때는 벙어리장갑이 적당하다. 두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손가락과 벙어리형을 혼합한 스타일의 제품도 나와 있다.
◈ 방수투습 소재 장갑
적설기 산행이나 빙설벽 등반시 큰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덧장갑보다 보온재를 넣은 두터운 방수투습 원단 장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웬만한 적설에도 덧장갑이 필요없어 편리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오래 사용하면 고어텍스 막이 손상되면서 물이 스며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빙벽등반이나 적설기 산행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
첫댓글 손이 시려워 꽁 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