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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롤알파인클럽(Tyrol Alpin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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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롤인소식 스크랩 -* [알프스의 4,000m급 명봉 (4)] 브라이트호른 *-
이철주 추천 0 조회 32 09.03.24 19:07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알프스의 4,000m급 명봉 (4)] 브라이트호른

 

4,000m급 중 오르기 쉽고 조망도 좋은 봉우리,
       중앙봉과 주봉 사이 안부 이용해 두 봉 모두 올라.

발래(Valais) 알프스는 스위스의 론(Rhone) 계곡과 이탈리아의 아오스타(Aosta) 계곡 사이에 위치한, 알프스에서 가장 많은 4,000m급 봉우리들을 거느린 산군이다. 이 산군 대부분의 영역이 스위스 땅에 속해 있지만 많은 봉우리들이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선을 이루고 있으며, 몇몇 주요 능선과 계곡들은 산군의 남쪽인 이탈리아 영토로 뻗어내려 있다. 주요 4,000m급 봉우리들 중 28개가 이 산군에 속해 있다. 알프스 주요 봉들 중 27번째 높이의 브라이트호른(Breithorn·4,164m) 또한 이 발래 산군의 국경선에 위치해 있다.

▲ 체르마트쪽에서 본 브라이트호른. 가장 오른편 눈 덮인 봉우리가 주봉이며 중앙봉은 그 왼편이다.

브라이트호른 즉, ‘브로드피크(Broad Peak)'란 뜻의 이 봉우리는 말 그대로 4,000m대 능선의 길이가 2.5km나 된다. 하여 이 긴 능선에는 국제산악연맹이 인정한 4,000m급 봉우리가 5개나 솟아 있다. 동서로 길게 이어진 능선을 두고 북쪽은 가파른 암벽과 빙설벽이 펼쳐져 있으며, 남쪽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설사면과 빙하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4,164m의 주봉은 능선의 서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으며, 동쪽으로 중앙봉(Central Summit·4,159m)과 웨스트 트윈(West Twin·4,139m), 이스트 트윈(East Twin·4,106m), 그리고 로치아네라(Roccia Nera·4,075m)가 차례로 있다. 특히 체르마트(Zermatt)에서 클라인 마터호른(Klein Matterhorn·3,884m) 전망대행 케이블카를 이용해 남남서면으로 손쉽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들이라 알파인 등반의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4,000m급이다.


▲ 브라이트호른 고개에 도착한 일행이 텐트를 치고 있다.

우선 우리는 브라이트호른 주봉과 중앙봉을 오르기로 했다. 알프스 4,000m급 82개봉 중에서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로 오르는 봉우리다. 이번 산행에는 지난번 베르너 알프스 등반에 함께 한 임덕용 선배와 후배 나현숙 외에 파리에 거주하는 남동건 선배도 동참했다. 알프스를 동경해 20대에 유럽에 건너온 남 선배는 젊었을 적의 못 다한 꿈을 위해 휴가시즌이면 종종 알프스를 찾는다. 마침 시간이 맞아 이번 등반에 동행했는데, 유럽 거주 한국 산악인이 거의 다 모인 셈이다. 하여 샤모니 계곡을 벗어나 스위스로 넘어가는 승용차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나누는 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체르마트~푸리~트로케너~클라인 마터호른까지 케이블카로


▲ 커니스가 심하게 진 브라이트호른 중앙봉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스위스의 산악도시 마르티니로 내려온 승용차는 곧장 론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계곡 바닥은 샤모니에 비해 고도가 낮아 덥지만 곧 있을 브라이트호른 등반을 생각하면 얼마든 참을만하다. 2시간 후 우리가 탄 차는 체르마트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차츰 눈 덮인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이 처음인 후배는 표정만 봐도 들떠 있다. 물론 종종 이곳을 찾는 세 선배들도 마찬가지인 것은 사실이다. 모두 알프스에 반해 유럽에 넘어와 살고 있지 않은가.


샤모니를 출발한 지 3시간만에 우리는 태시(Tasch)에 도착했다. 새롭게 건설한 대형 주차장에 주차한 우리는 등반 짐을 꾸려 체르마트로 오르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10여 분만에 도착한 체르마트에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공해방지를 위해 운행하는 전기차량은 관광 인파로 가득 찬 골목길을 잘도 오간다. 마을 중앙을 지나 한참 계곡을 따라 올라 20분만에 클라인 마터호른행 케이블카역에 닿는다.


▲ 중앙봉에서 주봉으로 가고 있는 일행. 저 멀리 마터호른이 구름에 휩싸여 있다.

8인승 고속 곤돌라인 마터호른 익스프레스를 탄 우리는 중간역인 푸리(Furi)로 향한다. 창밖에는 알프스의 전형적인 마을풍경이 펼쳐져 있다. 풀밭 위에 오순도순 위치해 있는 통나무집들 위로 저 멀리 마터호른이 보인다. 하지만 짙은 구름에 가려 하단부만 살짝 드러나 있다. 곧이어 푸리에 도착한 우리는 트로케너 슈테크(Trockener Steg·2,939m)행 케이블카에 오른다. 점심때가 지나 그런지 우리 외에 함께 탄 관광객은 몇 되지 않는다. 고도가 3,000m 가까이 되는 케이블카역 주변에는 황량한 돌무더기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클라인 마터호른 전망대에 오른다.


▲ 브라이트호른 주봉 정상에 선 일행.

단숨에 2,000m 이상 고도를 높인 탓에 한기가 들어 모두들 배낭에 넣어온 두툼한 옷을 꺼내 입는다. 긴 전망대 복도를 빠져나오다 길을 잘못 든 탓에 얼음동굴로 들어간다. 관광객들을 위해 얼음조각들이 전시된 동굴은 공사 중이었다. 이윽고 전망대를 빠져나온 우리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맞서 남쪽으로 이어진 스키 슬로프를 따라 걷는다.


약 400m 평탄한 눈밭을 걸은 후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우리는 드넓은 브라이트호른 설원(Breithorn Plateau)을 횡단한다. 한동안 동쪽으로 이어지다 동북쪽으로 약 30분 걸으니 브라이트호른 주봉의 남쪽 사면 아래의 브라이트호른 고개(Breithorn Pass·3,824m)에 닿는다. 편편한 설사면이 꽤나 넓다. 여기서 우선 텐트를 친다. 몇 십m 옆에는 이미 텐트 하나가 쳐져 있다. 등반하러 갔는지 텐트에는 아무도 없었다.

 

등반장비를 챙긴 우리는 우선 브라이트호른 중앙봉 등반에 나섰다. 주봉 오른편에 위치한 중앙봉에 오르기 위해 주봉 아래쪽 설사면을 대각선으로 오른다. 즉 주봉과 중앙봉 사이의 안부에 오르기 위해서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산악인 3명이 인사하며 지나간 후 더는 산악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오후 3시가 넘어 우리처럼 설원에서 야영하지 않으려면 체르마트행 오후 3시 막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남쪽 아래로는 이태리의 베라(Verra) 빙하가 한낮의 열기에 무겁게 피어오른 뭉게구름 아래에 펼쳐져 있다.


후배 나현숙, 남동건 선배, 그리고 임덕용 선배 순으로 모두들 한 발 두 발 위로 발걸음을 움직인다. 고소적응을 전혀 하지 않은 남 선배가 걱정되지만 다른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남 선배는 얼마 전에 구입했다며 자신이 지고 온 300mm 줌망원렌즈를 자랑이라도 하듯 열심히 등반 모습과 주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 남서쪽에서 몰려오는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브라이트호른 주봉에서 하산하고 있다.

 

이윽고 두 봉우리 사이의 안부에 오른다. 북쪽으로 체르마트 계곡과 그 주변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 왼편으로 당블랑쉬(Dent Blanche), 오버가벨호른(Obergabelhorn), 치날로트호른(Zinalrothorn), 바이스호른(Weisshorn) 등과 오른편으로 알라린호른(Allalinhorn), 알푸벨(Alphubel), 돔(Dom), 나델호른(Nadelhorn) 등 수많은 4,000m급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다. 언젠가는 저 봉우리들 또한 모두 올라야 할 대상임을 의식하며 동쪽으로 이어진 설릉을 오른다.


한동안 설사면을 오른 후, 커니스가 심한 설릉을 따른다. 몇몇 구간은 커니스가 무너질 위험마저 있다. 3m쯤 되는 능선 가장자리가 갈라져 있고, 어떤 구간은 작은 크레바스처럼 벌어지기도 했다. 조심해서 그 옆을 지난다. 안부에서 채 30분이 걸리지 않아 우리는 브라이트호른 중앙봉에 선다. 커니스의 위험 때문에 최정점에는 서지 못하고 완만한 설사면에 서서 모두들 환한 웃음을 짓는다. 동쪽 저 멀리 리스캄이나 몬테로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브라이트호른 주봉과 오른편에 솟은 마터호른이 뭉게구름에 휩싸여 있다.


▲ 좁은 설릉 좌우로 천길 낭떠러지라 주의를 요한다.

 

발래 산군에서의 첫 4,000m급 등정을 기뻐하며 우리는 정상에서 보온병에 넣어간 따뜻한 차를 마신다. 남서쪽 하늘에는 구름이 많아 이태리쪽 풍광은 즐길 수 없지만 이 산군 대부분의 봉우리들이 우리가 위치한 국경선의 북쪽 즉, 스위스 땅에 위치해 있어 발래 산군의 아름다움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윽고 우리는 정상을 떠난다. 이제 브라이트호른 주봉에 오르기 위해 서쪽으로 길을 잡는다. 한동안 두 봉우리 사이의 안부로 내려간다. 어렵지 않은 능선길이지만 오를 때에 비해 바짝 긴장하며 한 발 두 발 아이젠을 내딛는다. 누구 한 명이라도 미끄러지면 빙벽처럼 단단해진 이 빙설사면에서 피켈로 추락자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발래 산군 거의 모든 봉이 한눈에


▲ 동쪽에서 접근하는 주봉의 칼날설릉을 오르는 일행.

 

이윽고 정상 안부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쉰다. 복장도 고쳐 입고 안자일렌 자일도 다시 정리해 묶는다. 또다시 출발이다. 한동안 설사면을 오른다. 그리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긴 칼날능선에 접어든다. 어깨 넓이보다 좁은 능선 위에서 모두들 바짝 긴장하며 한 발 두 발 위로 움직인다. 오른편으로는 표고차 1,000m에 가까운 북벽이며 왼편으로도 몇 백 미터는 족히 되는 낭떠러지기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오른편 바로 발 아래로 펼쳐져 있는 체르마트 계곡의 풍광도 이 200m 이상 이어지는 칼날능선에서는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내딛는 발걸음 앞만 주시하며 오른다.


드디어 브라이트호른 주봉 정상이다. 중앙봉과는 달리 커니스가 지지 않은 정상 눈 언덕에는 아이젠 발자국이 어지러이 나 있다. 서쪽에 위치한 마터호른은 여전히 뭉게구름에 휩싸여 삼각형 모양의 정상부만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마치 마터호른에 불이 붙은 형상이다. 브라이트호른 주봉은 알프스 4,000m급 82개봉 중 여섯 번째로 오른 정상이다. 모두 손을 맞잡고 등정의 기쁨을 나눈다.


이렇게 우리는 발래 산군에서의 첫 등반을 즐기며 주변 풍광을 둘러본다. 남쪽 이태리쪽은 여전히 많은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구름들은 이곳 브라이트호른에서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며 몬테로자까지 뻗은 4,000m 이상의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발래 산군의 모든 봉우리들이 거의 다 눈에 들어온다. 필자가 오래 전에 올랐던 봉우리들에서부터 앞으로 새롭게 오를 것들까지 하나씩 가슴속에 담아본다. 욕심 없이 순수하게 차분히 저 봉우리들을 대하면 무난히 오를 수 있으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해둔다.


▲ 남쪽에서 몰려오고 있는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브라이트호른 중앙봉 정상에 이르고 있는 일행.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차다. 이제 하산할 시간이다. 우리는 서쪽 능선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주봉에 오를 때의 칼날능선에 비해 넓고 안전한 길을 따라 내린다. 한동안 서쪽으로 난 능선을 따르다가 능선에서 벗어나 남쪽 설사면을 지그재그로 걸어 내린다. 눈앞에 펼쳐진 구름바다를 즐긴다. 이윽고 하산길은 정상부 사면을 가로지르며 남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브라이트호른 고개에서 출발할 때의 길과 만나기 위해서다. 한낮의 열기에 잔뜩 젖은 눈밭을 걸어내려 마침내 드넓은 설사면에 도달한다. 그리고 우리가 묵을 야영지에 도착한다.


모두들 첫날 등반을 무사히 마친 기쁨을 악수로 나누며 등반장비를 푼다. 어느새 몰려온 구름이 우리를 감싸더니 우리가 오른 브라이트호른마저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래도 우리의 즐거운 기분은 사라지지 않아 브라이트호른 고개 설원에서 우리는 즐거운 저녁을 맞이했다.


등반정보


1813년 8월에 메이나드(H. Maynard) 일행이 초등한 브라이트호른은 아마도 알프스에서 가장 접근이 용이하고 쉽게 오를 수 있는 4,000m급 봉우리다. 물론 2.5km 능선에 펼쳐진 5개 4,000m급 봉들 중 맨 서쪽에 위치한 주봉과 중앙봉인 경우에 한한다.


일반적인 접근은 체르마트에서 클라인 마터호른 전망대를 경유하지만, 남쪽인 이태리쪽에서도 많은 산악인들이 오르고 있다. 이 경우 등반이 보다 길고 어렵지만 성취감은 더할 것이다.


브라이트호른 주봉과 중앙봉 등반은 클라인 마터호른 전망대를 경유할 경우 당일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 접근이 편하고 쉬워 연중 어느 시즌이든 등반이 가능하다. 다만 브라이트호른 설원을 횡단할 때 안개로 인해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곳서 며칠 묵으려면 전망대 아래의 강데그 산장(Gandegg Hut·3,029m·전화 028672196)을 이용해도 되며, 능선 가장 동쪽 봉우리인 로치아네라 아래의 비박산장을 이용해도 된다. 그리고 보다 더 가까운 브라이트호른 설원에서 캠핑도 권하고 싶다.

- 글·사진 / 허긍열 한국산악회 대구지부 회원 / 월간 산 [471호] 20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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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09.03.24 19:07

    첫댓글 산악인이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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