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스스로 망가지며 웃음을 선사하던 개그우먼들이 어느 순간 센스 만점의 패셔니스타에 도전하고 있다. 케이블 패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시작한 그들. 자신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이제는 패션으로 말하기 시작한 김효진과 안영미의 패션 이야기.
패션 고수 패션으로 팔색조의 옷을 입다
김 효 진
편견을 깨면 패션이 보인다
최근 김효진을 보면 패션에 물이 올랐다는 느낌이다.
쇼프로면 쇼프로, 행사장이면 행사장 어느 장소에서도 빠지지 않는 패션으로 은근히 존재감을 과시한다. <토크 & 시티>라는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할 때만 해도 잡지나 TV에서 보여주는 유행을 좇기 바빴다는 그녀는 방송을 통해 패션에 대한 편견을 깬 것이 자신의 패션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고 말한다.
“옷을 입을 때는 공식처럼 적용하는 룰이 있었어요. 동그란 얼굴을 커버하기 위해서 브이넥을 입는다거나 하이웨스트 원피스나 미니스커트로 작은 키를 감추는 식으로요. 그리고 오색찬란한 옷이나 총 천연색이 들어간 나팔바지처럼 독특하고 눈에 띄는 스타일을 즐겼죠. 그렇게 입는 스타일이 한정되다 보니 늘 비슷한 모습이더라고요.”
패션 프로그램을 시작한 초창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될 때는 가급적 피했다. 그러다 마지못해 입었던 배기팬츠를 계기로 패션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방송 중에 앤디앤뎁 브랜드의 디자이너 선생님이 옷을 골라주신 적이 있어요. 배기팬츠 스타일의 블랙 정장 바지와 볼레로 재킷이었는데요, 단신인데다 동안이라 평소 팬츠 정장을 잘 안 입었거든요. 선생님이 권하시는 거라 거절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입고 나왔는데, 생각과는 달리 제가 봐도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동안 제가 편견에 사로잡혀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초창기에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패션에 도전하고 싶은 마인드를 갖게 됐다.
왼쪽) 프릴이 달린 오프 숄더 블라우스와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하이웨이스트 팬츠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의상은 나인걸.
오른쪽) 청량감이 느껴지는 블루&화이트 시폰 원피스. 브라운 컬러 모자와 벨트, 웨지힐로 자연스럽게 포인트를 주었다.
원피스 파파야. 웨지힐 주코앤.
옷에 날개를 달아주는 자신감은 필수
다양한 스타일의 옷에 도전하면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 바로 자신감이라는 것도 귀중한 깨달음이다. 아무리 명품을 입더라도 스스로 주눅이 들어 있으면 옷이 제값을 못하는 것. 반면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 옷이라도 자신감 있게 입으면 사람의 그 매력은 배가 된다.
“함께 방송을 진행했던 하유미 씨나, 이승연 씨, 우종완 씨는 워낙 스타일이 좋잖아요. 어떤 옷을 입어도 예쁘게 소화하니까 부러웠죠. 또 명품 매장에서는 옷을 희화화시킬까봐 제가 입는 걸 싫어하는 눈치라 주눅이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용기를 내서 도전하다 보니 이제는 어떤 옷에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덕분에 옷맵시도 좋아져 더 멋지게 소화할 수 있게 됐죠.”
그녀는 요즘 자신의 단점을 충분히 이용하는 여유도 갖게 됐다.
9㎝ 이상 되는 킬힐로 키를 커 보이게 하고 발목을 예쁘게 연출할 때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플랫슈즈를 신어 작은 키를 그대로 드러내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자신의 단점을 활용해 다양한 스타일로 패션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그녀는 트렌디한 아이템을 멋지게 소화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주부들에게 베이식한 아이템에 포인트가 살짝 가미된 스타일을 권한다. 적당히 멋스럽게 입을 수 있으면서 유행이 지나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에 있는 아이템들을 다양하게 매치해보면 충분히 새로운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옷을 잘 입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요. 동대문에서 구입한 티셔츠에 좋은 백 하나만 들어도 충분히 멋스러우니까요. 대신 저렴한 가격의 아이템이라면 한 번도 안 입어본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해보세요. 그리고 구입한 옷은 다양하게 매치해 활용하다 보면 패션 센스가 느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1. 톡톡 튀는 오렌지 컬러가 경쾌한 매력을 더해준다. 10만원대, MULE.
2. 작은 키를 보완하면서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웨지힐. 41만8천원, 세라.
3. 컬러와 볼드한 스프링 뱅글은 밋밋한 패션을 업시켜준다. 5만5천원, 폴리폴리.
1. 데님 유행 동참이 부담스럽다면 데님 빅 백 하나만 들어도 충분하다. 12만5천원, 주코앤.
2. 디테일의 힘을 놓치지 않는 그녀. 블랙과 화이트 투 톤 선글라스로 세련미를 연출한다. 개인 소장품
패션 초보 패션 테러리스트의 반란이 시작된다
안 영 미
안영미처럼만 입지 말라고?
‘분장실의 강선생님’ 속의 골룸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안영미. 그녀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온스타일의 ‘패션 오브 크라이’라는 프로그램의 4명의 MC 중 한 명으로 방송을 시작한 것. 아직 방송을 못 본 사람들이라면 ‘안영미가 옷을 꽤 입는 구나’ 하고 생각할 법하지만 지인들에게 그녀는 꽤 유명한 패션 테러리스트로 통한다.
“함께 방송하는 무한걸스 멤버들이 듣고서는 바로 웃음을 터뜨리더라고요. 패션에 ‘패’자도 모르는 사람이 뭘 안다고 패션 프로그램을 하냐는 거죠. 유세윤 선배도 평소 옷 좀 사 입으라고 구박할 정도로 제가 패션에 무관심한 편이거든요. 하하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옷을 물려줄 동생이 없어 아깝다는 이유로 친척 오빠의 옷을 물려 입고 자란 이야기,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에 남자 옷을 입고 다녀 목욕탕에서 제지당했던 이야기, 브랜드를 몰라 ‘엘레소’라는 가짜 브랜드가 크게 새겨진 옷을 입고 나타나 놀림을 당했던 이야기 등등….
그런 중에도 그녀는 옷을 잘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단다.
“고등학교 때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면서 한껏 차려입고 시내에서 만났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저한테 도로 집으로 가라더군요. 친구들한테 소개시켜주기 창피하다나. 집에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고 나서요? 예뻐져야겠다는 생각 대신 ‘내가 왜 걔한테 잘 보이기 위해 꾸며야 돼?’라는 반발심이 생겨 그 뒤로도 제 스타일대로만 입었죠.”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억지로 꾸며지는 것도 싫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편안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그녀가 가진 패션 철학이었다.
왼쪽) 올여름 주목받고 있는 민소매 트렌치코트에 스키니진을 매치해 연출한 프렌치 룩. 킬힐로 마무리해 스키니 진의 매력을 높였다. 캡소매 트렌치 코트 에고이스트. 스키니 진 cc 컬렉션. 클러치 백 루이까또즈. 화이트 킬힐 자라. 골드 이어링 스프링스트링스.
오른쪽) 평소 즐겨 입는 심플한 점프슈트에 화이트 마린 재킷을 매치해 도회적인 스타일을 연출했다. 블루 킬힐과 블루 숄더백이 더위를 잊게 만든다. 화이트 재킷 제시뉴욕. 점프 수트 탑걸.스트랩 힐 자라. 숄더백 시슬리.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패션 초보
그러던 그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평소 잡히는 대로 입고 외출하던 습관이 사라졌다. 이제는 바쁜 중에도 옷장 앞에서 한 번 더 고민하게 됐다. 옷을 살 때도 조금은 신중해지는 변화도 생겼다.
틈틈이 패션에 대한 책도 읽는다. 어려운 용어에 머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조금씩 패션을 알아가는 것이 꽤 재밌는 눈치다.
“방송을 통해 호응이 좋았던 패션을 생활에 응용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옷장을 열어보면 갑갑해요. 지하철 역 지하상가에서 1만원에 몇 벌씩 하는 옷들만 사곤 해서 제대로 된 옷이 없거든요. 그래도 패션 방송도 시작하고 주변에 여자들끼리 하는 방송도 여러 개 되다 보니 ‘어떻게 입고 나가야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방송에서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후로 자신감도 부쩍 붙었다. 주변에서 ‘예쁘다’, ‘여자였네’, ‘그렇게 꾸미고 다녀라’라는 즐거운 반응이 줄을 이었던 것.
대학교 시절 통통한 몸매 때문에 커다란 치수로 가리느라 급급했던 스타일도 그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제 패션계에 갓 입문한 그녀. 짧은 기간이나마 패션 방송을 통해 배운 것은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아집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하체가 굵어서 무조건 긴 치마에 힙합 바지처럼 펑퍼짐한 옷으로 가리고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다리가 짧아 보이고 결점이 더 부각되더라고요. 이제는 미니스커트로 확실하게 다리를 드러내고 스키니 진으로 다리 결점을 가볍게 커버할 수 있게 됐어요.”
패션 방송을 통해 조금씩 배우면서 닮고 싶은 패셔니스타도 생겼다. 빅토리아 베컴이 바로 그 주인공. 자신에게는 없는 패션 센스와 카리스마가 부럽게 느껴진단다.
“저만의 매력을 찾아 조금씩 변해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안영미가 만만한 애인 줄 알았는데 저런 카리스마도 있었네’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패션을 통해 변신해보고 싶어요.”
1. 다양한 스타일의 재킷에도 부담 없이 매치할 수 있는 베이식한 아이보리 가죽 숄더백. 12만8천원, 리스트.
2. 스키니진과 쇼츠팬츠에 잘 어울리는 킬힐은 다리를 더욱 길어보이게 하는 필수 아이템. 20만원대, 더 슈
3. 부담 없이 패션에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 활용하는 빅 사이즈의 블랙스톤 반지. 가격미정, 스프링스트링스
4. 재킷 스타일링에 더하면 시크한 포인트로 스타일을 업해주는 가죽 숄더백. 가격미정, 루이까또즈.
/ 여성조선
진행 박미진 기자ㅣ사진 방문수
스타일리스트 김진실ㅣ제품 MULE(02-6259-6259), 나인걸
세라·폴리폴리(02-512-4329), 주코앤(02-6241-0803), 파파야(02-546-7764)
스타일리스트 박성연ㅣ제품 더슈(02-547-0807), 리스트·에고이스트·제시뉴욕·ys’b,
cc 컬렉션(02-3442-0151), 스프링 스트링스(02-508-1397), 시슬리(02-6259-6259),
자라(02-3413-9820), 루이까또즈·탑걸(02-546-7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