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기에 별거 아니지만, 몇 가지 미용용어의 유래에
대해 한 번 톺아보고자 한다.
먼저 상고머리에 대해 알아보자.
원래 상고머리는 일본어에서 온 말로, 한자 上+五(상+오)의 일본어 발음인데,
윗머리는 5센티 정도로 하고 아랫머리는 살이 보일정도로 짧게 자른 머리를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5센티라는 수치의 정의는 사라지고, 형태의 의미로만 남게 된 것이다.
또 바리캉은 원래 프랑스의 클립퍼 만드는 회사 이름(정식명칭은 바리캉 에 마르-Bariquand et Marre-)이었는데,
1800년대 말엽에 통되즈(tondeuse)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클립퍼가 일본으로 건너가 톤즈즈로 불리다가
이게 발음이 귀찮았는지 어쨋든지 영문은 모르겠지만 이발사들이 기계이름보다는 회사이름을 더 선호해
부르게 되면서 일본어 발음의 바리캉으로 불리게 된 것이 그대로 우리나라로 건너와 굳어지게 된 것이다.
이건 '곱슬머리 스트레이트 파마' 가 '매직'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과도 유사한 것인데,
매직도 처음 도입되었을때에는 '곱슬레이트' '축모교정' 등의 몇 가지 이름이 있었는데, 내 기억으론 어떤 회사에서
잘 펴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약이나 기계에 카피문구 형식으로 매직 스트레이트로 썼던것이 매직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 같다.
고데こて( 고테,鏝- 흙손만) 는 일본말로 벽에 흙칠이나 시멘트를 바를때 쓰는 흙손이라는 미장 도구나
또, 옷 다림질 할 때 쓰는 인두를 뜻하는 말로만 쓰이던것이,
서양에서 건너온 미용도구인 헤어아이론(hair iron)의 머리를 피거나 구부리는 원리가 인두와 비슷하므로,
가미고데(髮鏝-머리인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 고데(饅)라는 말에 기계를 뜻하는 기(機)가 붙어 고데기가 된 것이다.
이렇듯 용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처음에 비롯된 연유가 점점 퇴색되거나, 곡해되거나, 아예 잊혀지게 되는 것 같다.
개그맨 윤택이 하고 댕기는 머리를 생각해보자.
윤택머리는 녹색유니언 롯드로 촘촘하게 만 파마스타일이다.
윤택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금에는 윤택머리를 윤택머리라고 했다고 해서 누가 시비를 걸진 않겠지만,
세월이 한 50년쯤 후에 윤택이 인기가 떨어지거나 별세해서 그 이름이 잊혀졌을때에는
윤택이의 뽜마머리의 연유도 결국 잊혀질것이고 오로니'윤택머리'라는 파마용어만 남을 것이다.
그때 유래를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 저렇게 심하게 부시시하기만 하고 윤택함이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머리를 왜 자꾸 윤택머리라 하는거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