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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도 낮경기…간이식당서 점심 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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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빈은 20일 오전 6시30분쯤 피곤함을 겨우 떨쳐내며 잠에서 깼다. 아직 단잠을 자고 있는 아내와 딸을 내려다보면 뜨거운 눈물이 가슴속에 흐른다.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한채 짐을 챙겨 서울 강동구 암사동집을 나선다.
7시30분쯤 구리에 있는 선수단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물리치료를 받고, 보강훈련을 한다. 숙소를 떠나 근처 구리구장에 도착하면 9시30분부터 시작하는 오전 훈련에 앞서 곧장 특타를 시작한다. 배트 스피드가 느려졌다는 주위의 평가 때문에 한때 스윙폼도 바꿔봤다. 하지만 최근엔 예전 폼대로 컨택트에 중점을 두고 훈련한다.
이날은 두산과의 2군 경기가 있어 11시까지 수비와 팀플레이 훈련을 마쳤다.
11시30분 숙소 식당에서 출발한 '밥차'가 도착했다. 군대 훈련소때 생각이 살짝 스쳐지나간다. 땅바닥에 늘려 있는 밥통과 반찬통에서 음식을 직접 접시에 퍼 담는다.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간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잠실구장 식당 음식과는 하늘과 땅 차이. 먹는걸로 당하는 서러움만큼 절절한게 있을까. 한숨이 절로 나올 때가 식사시간이다.
식사후엔 야구장 바로 옆 FC 서울 축구 연습장에 훈련하러 온 최용수를 오랜만에 만났다. 서용빈은 LG 트윈스, 최용수는 LG 치타스에 지난 94년 나란히 입단한 동기생이다.
지난 10년간 우정을 쌓아온 친구다. 정상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은퇴한 최용수와 마주앉아 있자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또다른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오후 1시에 시작된 경기. 서용빈은 첫 타석에서 시원한 2루타를 쳐냈다.
경기후 서둘러 숙소로 가서 샤워를 한 뒤 자동차를 잠실구장으로 몰았다. 주장으로서 임무를 다 하기 위해 서울에서 1군 경기가 있는 날엔 꼭 선수단과 함께 한다. 잠실구장에 도착해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오후 6시쯤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면 그땐 아무도 없다. 이미 선수들은 식사를 마치고 그라운드에서 경기 준비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혼자 먹는 저녁식사에 익숙해졌다.
경기에 뛰지는 못하지만 게임 내내 파이팅을 외치며 후배들의 사기를 북돋워준다.
서용빈은 경기가 끝난뒤 자정이 다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1,2군을 오가는 '이중생활'로 매일같이 몸은 천근만근이다. 씻자마자 곯아 떨어진다.
호텔 vs 여관
뷔페 vs 분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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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군은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이다. 1군과의 심리적 거리는 까마득하다. 더구나 1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스타 출신 2군선수에게는 더욱 그렇다. 눈물 젖은 빵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2군 선수들이 가장 서러워하는 부분이 음식이다.홈에 있을 땐 그나마 낫다. 전담 식당에서 해주는 밥이라도 먹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원정경기를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2군 경기는 주로 오후 1시에 열린다.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할 여유가 없다. 대부분 경기 직전 햄버거나 김밥 몇줄로 때우기 일쑤.
1군 선수들이 2인 1실로 나눠 호텔에 묵는데 반해 2군 선수들은 모텔이나 여관을 이용한다. 1군 선수 26명은 우등고속버스 2대에 나눠타고 편안하게 이동하지만 2군엔 33인승 일반고속버스 1대가 고작. 40명이 넘는 2군 선수들 중엔 버스에 자리가 없어 원정에 끼지 못하는 경우마저 있다.
세탁은 각자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미처 빨래를 못한 선수들은 전날 땀에 절어 식초 냄새가 풍기는 유니폼을 그대로 입는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속에서 어금니를 꽉 깨물고 견딘다고 해도 1군으로 올라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매년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가 자리잡는 선수는 구단별로 많아야 1~2명이 고작이다. 게다가 시즌이 끝나면 2군 선수 40여명중 20~30%가 방출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 팀이 보유할 수 있는 전체 선수 인원을 62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인 선수들과 군제대 선수들을 받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수다. 입단 이후 5년이 지나도록 1군에 단 한차례도 올라가지 못할 경우엔 그나마 2군 생활마저 접어야 하는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