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여시광이 이혼을 하면서 본가로 복귀한다. 그가 돌아온 집안에는 '시커먼' 세 동생이 있다. 4형제는 용감한
듯하지만, 아직 청소년기를 벗어나지 못한 고등학생 막내를 빼고 나면 모두가 '온달형' 인물들이다. 서른 셋의
장남은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결혼했지만 결국은 실패해 아버지 그늘로 다시 돌아오며,
스물 여덟의 차남은 아버지로부터 자기 몫의 유산을 빨리 물려받아 카페나 레스토랑을 운명하며 인생을 적당히
즐기려는 스타일이다. 그의 눈에는 '섹시한 여자'가 최고의 신부감으로 비친다. 그 한 살 아래인 셋째는
운동 중독에 걸린 무능한 터프가이이다.
그러나 아내를 제외하고도 첩을 연달아 거느려 자식들 속을 썩인 아버지 덕에, 4형제는 남부럽지 않게
호의호식하며 성장한다. 그 형제들에게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는 불행하게도 '온달'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짐만
잔뜩 남긴다. 가구 공장 화재에 이은 회사의 부도로 형제들은 하루아침에 ‘쪽박’차는 신세로 변해버렸으며,
아버지가 남긴 달갑지 않은 또다른 유산을 떠안게 되어버렸다. 천하의 바람둥이였던 아버지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 스물일곱 살 난 여비서와의 사이에서 낳은 젖먹이 막내 동생을 맡아야 하며, 아버지의 두 번째 여자인
김영숙과 졸지에 신세가 뒤바뀌는 불행을 당하기도 한다.
여씨 형제들은 아버지가 생존했을 때도 장남보다 불과 세 살밖에 많지 않은 김영숙을 '어머니'라 부르기는커녕
'샛별 엄마', '그 여자'라 부르며 박대하고 홀대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그나마 유산을 미리 받은 김영숙에게 비굴하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온달'과에 속한 '왕자'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주창균과 그의 부인 서향옥은 나이 쉰이 넘어서도 신혼부부처럼 살아가는 '신세대
중년 부부'이다. 큰딸인 주선미는 아버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집안의 장남과 결혼을 감행하며,
그 동생인 주장미는 더 당차다.
여재만과의 사이에 샛별이라는 일곱 살짜리 딸을 둔 김영숙은 여씨 형제들에게 온갖 구박을 당하면서도 참고
견디어내 마침내 위치를 역전시키며, 남편이 더 젊은 여자를 만나 아들을 낳자 늙은 남편을 집에서 내쫓아버린다.
여재만의 옛 여인으로 여씨 형제 가운데 한 명의 어머니인 이일인은 고급 음식점을 운영하며 온달들에게 온정을 베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