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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大長今)] 52
줄거리 :
민정호는 좌의정과 우의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종의 명을 받들어 교지를 꾸민다.
신익필은 한때 장금이 제자였지만 이제 장금을 윗사람으로 모시겠다며
장금에 대한 존경을 밝히고 진정으로 장금을 인정한다.
중종은 내의녀실로 장금을 찾아가고 두 사람은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중종은 장금에게 임금으로서의 고뇌와 인간적인 신뢰를 얘기한다.
중종을 보다 못한 대비는 장금을 후궁으로 삼으라며 중종에게 역정을 내는데...
씬1 대전
(앞부분 생략)
신익필 : 의녀 장금의 의술은 어머니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이 같았으며
자식을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빠른 예방을 시키고자하는 것이 같았으며..
자식을 낫게 하기 위해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이 같았습니다.
중종 : ......
신익필 : 도성의 두창과 대군마마의 두창으로 그것을 모두 보였으며
내의원 의관과 의녀들은 이미 실질적으로 의녀 장금의 지휘 하에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모두 고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움직였습니다.
하여.. 전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
모두 : (잠잠)
민정호 : ......
중종 : ......
좌의정 :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전하! 허나.. 이는 조선의 근간을!
중종 : 듣거라! 의녀 장금을 종 7품 직장에 명한다!
대신들 : ......
신익필 : ......
민정호 : (그런 중종을 보고)
우의정 : 전하! 신 우의정 돈수백배하고 아뢰옵니다! 이는 불가한 일이옵니다!
중종 : 들으시오! 의녀 장금을 종6품 주부로 명한다!
대신들 : (멍한 표정인데)
민정호 : (중종의 뜻을 알겠는지 미소가 띄어지고)
중종 : 동부승지는 교지를 꾸미라!
씬2 궁일각
아무것도 모르는 채
탕약을 끓여 내가는 장금의 모습(51부 엔딩)
씬3 대전 밖
대신들 모두 언짢은 표정으로 대전을 나오고 있다.
민정호도 나오는데..
이광희 : (민정호에게) 잠시 따르게!
민정호 : ......
우의정 : ......
씬4 대신들 집무실
이광희 좌의정 대사헌 병판을 비롯 대신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민정호 추궁을 당하고 있다.
이광희 : 전하의 명을 받들지 말게!
민정호 : ......
이광희 : 교지를 작성치 말란 말야!
민정호 : 전하의 명이고 저는 전하의 명을 받들어야할 소임이 있습니다.
우의정 : (버럭) 그것이 어찌 자네의 소임이야? 무작정 전하의 명을 받드는 게 승지의 소임인가?
민정호 : ......
우의정 : 동부승지로서 지금 자네의 소임은 부당한 명을 거두시라 전하께 주청을 올리는 것이야.
민정호 : 어찌 부당하다 하십니까?
대사헌 : 어허.. 허면 자넨 임금이라하여 이 나라 만세불변의 법전인
경국대전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민정호 : ......
병판 : 아무리 전하라하나 성헌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야.
우의정 : 전하께 명을 거두어 달라 주청을 드려!
민정호 : ......
우의정 : 그리하게!
민정호 : 송구하오나 저는 그리할 수 없습니다.
좌의정 : 뭐라?
민정호 : 이 나라 성헌인 경국대전은 그 누구라도 따르고 지켜야 할 것입니다.
좌의정 : 헌데?
민정호 : 허나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 또한 성헌의 취지입니다.
전 경국대전의 문구보다 취지가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우의정 : 자네 정말..
민정호 : (OL) 송구하오나 이는 왕명이고 저는 전하의 명을 받드는 승집니다.
좌의정 : 세종대왕때 예문관 대교 권보근이 어찌 유배를 떠났는지는 잘 알게야!
민정호 : ......
좌의정 : 정녕 그럴 각오인가?
민정호 : ......
씬5 우의정 집무실
우의정 분노와 근심의 표정으로 민정호를 보고..
민정호는 묵묵히 있는데..
우의정 : 좌의정의 말이 틀리질 않아. 세종대왕때 예문관 대교 권보근이 어찌 유배를 떠났는가?
민정호 : ......
우의정 : 천민인 장영실에게 관직을 제수하자 모두가 불가하다 하였지만 혼자서 찬성을 하였네.
자네처럼 명을 받든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소신을 밝혔을 뿐인데도 유배를 떠났어!
민정호 : 허나.. 장영실의 업적은 지금도 저희가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혼자 찬성했던 예문관 대교의 행동은 옳았습니다.
우의정 : 자네! 정말 이럴 것인가!
민정호 : ......
우의정 : 우리를 믿고 출사한 사람들을 모두 버리고 이런 행동을 할 것이야!
민정호 : 저희가 조정에 출사를 한 뜻이 무엇이었습니까?
권력에 아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야에 내동댕이쳐져있는 인재들을 등용하여
나라를 강건케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우의정 : ......
민정호 : 대감께서도 서얼이라하여 천민이라 하여.. 재능을 썩히고있는 많은 인재들을
곳곳에 쓰자하지 않으셨습니까?
우의정 : 그렇다고 여인을 등용하자고는 안 했네!
민정호 : 조선에서 여인이나 천민이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우의정 : 자네가 사감이 있는 여인이라 하여..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을 벌여도 되는게야?
민정호 : 사감때문이라면.. 저는 그냥 도망을 쳤을 겁니다. 이건 사감을 버렸기에.. 행하는 일이구요.
우의정 : (분노하여) 좋네.. 그럼 교지를 쓰게! 만세에 남을 간신의 교지를 써! 대신! 나와는 끝일세!
좌상이 유배를 보내지 않아도.. 내가 보낼게야! 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우의정.
답답한 심정의 민정호.
씬6 내의원실
신익필 있고 장금을 뺀 모든 내의원사람들 있다.
문이 열린 틈으로 민정호 보고 있다.
어의녀 : 아무리 그래도 나으리께서 계신데 어찌 장금이가 내의원을 맡습니까?
내의녀 : 예. 저희 의녀들 또한 장금의 재주를 높이사긴 하오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녀로서입니다.
신익필 : 의원이기이전에 나도 사람으로서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오.
모두 : ......
신익필 : 더구나 의녀가 한때의 제자가 내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참으로 치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오.
모두 : ......
신익필 : 허나 이번 일을 통해 장금이는 나를 욕심이 있는 사람에서 의원 신익필로 다시 돌려놓았소.
모두 : ......
신익필 : 나는 어떤 의원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소.
의원에게 있어 선(善)이란 병자를 고치는 것뿐이오. 고칠수 없었다면 고치려 하는 것.
또 그 이전에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는 것.
의원의 자리와 등급을 나누어야한다면 오직 그것이오.
모두 : ......
신익필 : 그런 면에서 장금이는 단순했소. 될까 안될까 이건 해봐도 안되는데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장금인 단순하게 판단하고 단순하게 시도했소!
자식을 살리려는 어머니처럼 말이오.
모두 : .....
신익필 : 의술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병에 대한 부단한 정복욕과 병자에 대한 마음이
나보다 훌륭하단 말이오.
모두 : ......
신익필 : 하여 나는 장금을 내 윗사람으로 모실 수 있다는 것이고
또한 여기 있는 의관과 의녀들도 이미 그리 한 것이오.
장금의 지시를 믿고 모두 한마음이 되어 대군마마를 살려내려 한것이란 말이오.
모두 : ......
신익필 :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깎아내리지 맙시다! 그건 치졸한 짓이고 어리석은 짓이오.
모두 : ......
신익필 :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오.
같이 더 나은 것을 도모할 수 있기에 행운이오.
모두 : ......
신익필 : 허니 내의원의 모든 의관들과 의녀들도 내 뜻을 받아주고 따라주길 바라오.
모두 : ......
보는 민정호.
씬7 내의녀실
은비 조동 초복 신비 어의녀 내의녀 있는데..
초복 : 정말 은비 의녀님까지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은비 : (화내며) 그렇다니까?
조동 : 근데 왜 화는 내세요?
은비 : 내가 무슨 화를 낸다고 그래?
초복 : 근데 왜 소리를 버럭 지르십니까?
은비 : 내가 언제 버럭 질렀다고 그래?
조동 : 받아들이시려면 그냥 받아들이셔야지..
그렇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받아들이시면 어쩝니까?
은비 : 아니 이것들이 정말! 버럭 안질렀다니까! (하고는 나가면)
초복 : 아디 가십니까?
은비 : 서고에 의서보라 간다 왜?
조동 : 예? 은비 의녀님이 의서를요?
은비 : 이것들이 정말 나는 의서보면 안돼?
초복 : 그것이 아니라..
은비 : 받아들일 건 받아들인 거고 나도 지고 살긴 싫어. 지금부터라도 해서 장금이보다 뛰어나 질거야.
조동 : 예?
초복 : 예?
은비 :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구! 장금이가 하는데 나는 왜 못해!
나도 단순하기로 말하면 둘째가라면 서운한 사람이라구!
단순하게 병만 생각하면 된다잖아. 단순하게 병자만 생각하면 된다잖아.
할거야! 그게 내 장긴데 왜 못해! (하고는 나가면)
조동 : 뭐라는 거야?
초복 : 단순하대.
조동 : .....
씬8 내의녀 집무실 밖
듣고 있던 민정호.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씬9 새 대군 처소
장금이 정성스레 대군에게 죽을 먹이고 있다.
받아먹는 대군의 표정이 편안하다.
그런 모습을 보는 정운백.
장금 : 마마 탕재도 드셔야지요.
대군 : (도리질을 하는데)
장금 : 자꾸 이러시면 더 쓴 약을 올릴 것입니다.
대군 : .....
장금 : 그러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
대군 : (싫은 표정인데)
장금 : 좋습니다. 탕재를 드시면 후원에 나가 투호도 하고 연도 날리시게 해 드리겠습니다.
대군 : 정말이냐?
장금 : 예 마마. (운백에게) 그렇지요 나으리?
정운백 : 예. 허니 어서 탕재를 드시지요 마마.
대군 : (좋아서는 장금이 주는 탕재를 먹는)
씬10 대군전 앞
대군과 장금.. 투호를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민정호. 자신의 집무실로 간다.
씬11 민정호 집무실
먹을 갈고 있는 민정호.
두루마리의 교지를 펼치고는 붓을 잡는다.
그러다가는 품에서 장금에게 받은 삼작 노리개를 꺼내는데..
노리개를 보는 민정호.
노리개에서 붓을 뺀다.
그리고는 그 붓으로 교지를 쓰기 시작하는데..
씬12 대전 앞
민정호 교지를 받들고 중종에게 보고를 하러 가는데..
부산하게 움직이는 나인들.
민정호, 의아해 보면 돗자리를 깔고 있다.
잠시후 만류하는 소리와 함께 상궁들이 나타나고..
소복을 차려입은 대비가 나타난다.
민정호, 뭔가 불길한데..
중종 : (E)(놀라) 석고대죄라니! 석고대죄라니!
씬13 대전
놀란 중종.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장번내시.
중종 : 자식에게 어찌 석고대죄를 한단 말이냐?
장번내 : ......
중종 : (뛰어 나가는)
씬14 대전 앞
자리가 모두 준비돼 있고
대비를 지켜보는 상궁들.. 민망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중전이 대비를 막고 있다.
중전 : 어마마마!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대비 : 중전은 물러서시오!
중전 : 마마!
말리는 중전을 뿌리치고 자리에 앉으려는 대비.
중종 : 어마마마! (하고는 단숨에 달려와 앞을 막아서는)
대비 : .......
중종 : 어마마마! 세상에.. 아들이 어미의 석고대죄를 받는 경우는 없사옵니다!
대비 : 사사로이는 어미이나 나도 전하의 신하요! 어찌 안된단 말이요?
중종 : 어마마마!
대비 : 더구나 나는 일국의 군주인 주상을 나라의 근간조차 헤아리지 못하게 잘못 가르친 몸입니다.
중종 : 나라의 근간을 헤아리지 못하다니요?
대비 : 그러니 여인인 의녀에게 관직을 제수한다는 명을 내리신 게 아니오.
중종 : ......
민정호 : ......
대비 : 이는 어느 선대왕들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일이외다.
하여 어미인 내가 그 죄를 받을 것이니 주상은 비켜서시오.
중종 : 어마마마! 어느 어미가 자식에게 죄를 고한단 말입니까?
제발 노여움을 푸시고 자릴 물리시옵소서.
대비 : 비키시오.
중종 : 어마마마. 이는 제가 천륜을 어기게 되는 일입니다.
대비 : 지금 천륜을 어기는 일이라 하시었소?
중종 : ......
대비 : 주상이 지금 벌인 일이 이와 같은 일임을 정녕 모르시겠소?
여인에게 관직을 제수하는 것이 천륜을 어기는 일임을 정녕 모르시겠냔 말이오!
중종 : ......
대비 : 비키시오.
중종 : 어마마마.
대비 : 나는 주상이 바른 길을 갈 때까지 자릴 지킬 것이오.
중종 : ......
대비 : 그게 자식을 잘못 가르친 어미의 죄입니다. 비키시오.
중종 : 어마마마!
대비 : 비키라는데두요!
하고는 대비가 앉으려하자
중종 : 알겠나이다!
대비 : ......
중전 : ......
민정호 : ......
중종 : 어마마마의 뜻을 알았으니 제발 석고대죄를 거두어 주십시오!
대비 : 진정이요?
중종 : (허탈) 예 어마마마..
민정호 : .......
중종의 말에 상궁들 달려들어 대비를 모시고..
대비는 못 이기는 척 상궁들의 부축을 받는데..
이를 허탈하게 보고 있는 민정호.
그런 민정호를 보는 중종.
씬15 민정호 집무실
힘없이 들어오는 민정호.
털썩 자리에 앉고는 교지를 책상 위에 놓는다.
책상 위에는 여전이 마르지 않은 삼작 노리개 붓이 있고..
씬16 대전
중종은 끓어오르는 심정을 삭히려 노력하고 있다.
장번내시, 그런 중종이 안됐고.
씬17 중궁전(밤)
중전 착찹한 표정으로 장금에게 얘기를 하고 있다.
중전 : 대비마마의 뜻을 꺾긴 어렵다.
장금 : ......
중전 : 너의 공을 봐서는 종6품의 주부직이 아니라 당상관을 제수한다 한들 누가 막겠냐마는...
장금 : ......
중전 : 니가 여인인 것을 탓하거라
장금 : 어린시절 사내아이들과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토끼를 잡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중전 : ......
장금 : 어머니께서는 말리셨지만 저는 왜 안되냐며 늘 그러고 다녔습니다.
중전 : 그래 나도 그랬다. 어찌하여 오라버니만 서당을 보내고 나는 보내주지 않느냐고.
장금 : (미소짓고는) 전하께서 주치의를 명하시기 전에..
제주에서 제게 의술을 가르쳐주신 수의녀님께서
중전 : ......
장금 : 남자의원이 병을 고쳐주면 상을 내리고 은인으로 알지만
의녀가 병을 고쳐주면 하룻밤 잠자리를 하는 것으로 상을 대신했답니다.
중전 : ......
장금 : 그러니 주치의관을 고사치 말고 의녀도 의술인임을 보이라구요.
중전 : ......
장금 : 하여 전하의 뜻을 받들었습니다만.. 참으로 모르겠나이다.
중전 : ......
장금 : 어렸을 적부터 가졌던 그 의구심은 오히려 더 커져.. 꼭 해내고 싶기도 하고
어디에 있든 의술만 행하면 되는데 저 하나로 인해 이런 불란이 생기는 것이
너무도 싫어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옵니다.
중전 : (그런 장금을 안쓰럽게 보는데)
장금 : ......
씬18 내의원 집무실(밤)
신비 있는데.. 장금 들어온다.
신비 : 안 들어갔어?
장금 : 너무 늦어서.
신비 : 힘들지?
장금 : ......
신비 : 네 맘 알어. 하지만 너는 중전마마와 전하.. 또.. 내의원의 의관과 의녀들이 이미 인정했어.
장금 : ......
신비 : 세상이 인정하지 않았으나.. 네 주위의 사람들은 인정한 거야.
장금 : ......
신비 : 그걸로도 나는 네가 한발 나아갔다고 생각해.
장금 : ......
신비 : 너는 계속 병자를 고칠거니까..
장금 : (웃는데)
신비 : 아무튼 오늘은 나하고 은비의녀님이 대군마마를 돌볼거니까 대군전에 올 생각은 마.
장금 : ......
신비 : 나도 그렇고 은비의녀님도 열심히 해보기로 각오를 했으니까!
장금 : ......
신비 : 너 오면 우리가 잘 되는 걸 시기하는 걸로 생각할거야.
장금 : (웃는데)
신비 나가면 혼자 남은 장금.
그 동안의 피로가 몰려오는지 의자에 앉더니.. 발을 주무른다.
그러다가는 한쪽 버선을 벗고는 발을 주무른다.
씬19 민정호 집무실
생각에 잠겨있는 민정호.
옆에 있는 삼작노리개를 보다가는 손에 쥐고 일어나 나간다.
씬20 내의원실 앞
걸어오고 있는 민정호.
뭔가를 보고 놀라는데서..
씬21 내의원 집무실
한쪽 버선을 벗은 채 발을 주무르던 장금.. 놀라 일어나 있다.
장금 : 전하!
보면.. 중종이 내의원실에 와있고..
중종이 벗어놓은 버선을 보고 있다.
보면.. 장금의 발 한쪽이 맨발이고..
민망한 장금.. 어찌 할 줄을 몰라.. 맨발을 치마 속으로 들이밀고..
얼른 버선도 숨긴다.
중종 : 힘들었던 게로구나.
장금 : ..전하..
씬22 내의원실밖
지키고 섰는 장번내시와 내시들 상궁들 속에
민정호도 있다.
씬23 내의원실안
내의원실을 둘러보는 중종.
중종 : 내의원이란 곳이 이리 생겼구나.
장금 : ......
중종 : 나 하나를 위해 이리들 고생을 하는데 한 번 와보지도 않았어.
하고는 의자에 앉는 중종.
장금 : 망극하옵니다 전하.
중종 : 모두 날 위해 애쓰는데 정작 임금인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구나.
장금 : .......
중종 : (자탄조로)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장금 : 전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중종 : 너에게 참으로 민망하고 할 말이 없다.
장금 : ......
중종 : 너에게 뿐이냐? 왕이 된 이후로 늘 민망하고 할말이 없었다.
하고는 깊은 한숨과 회한이 드는 모습인데..
장금, 그런 중종의 어딘가(주먹)에 시선을 두고(주먹임을 보이지는 않는다)
장금 : 전하..
중종 : 왜 그러느냐?
장금 : 봄밤이옵니다. 산보를 하시는 것이 어떠실런지요?
중종 : ......
씬24 산책로
중종과 장금이 말없이 산보를 하고 있고..
그 뒤로는 상선을 비롯, 상궁 내시들과 민정호가 따르고 있다.
바라보고 있는 민정호.
중종 :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워 동사한 백성이 많다 들었다. 무심한 겨울이 가니 봄이 또 오는구나.
장금 : 추운 겨울을 무심하게만 생각마옵소서.
중종 : 왜?
장금 : 겨울이 추우면 보리가 잘자라옵니다. 동사한 백성은 안타까우나 굶어죽는 백성은 줄 것이옵니다.
또 겨울이 추우면 한사로 인한 병자는 많아지나.. 남은 세 계절 돌림병은 적어집니다.
중종 : ..그러냐?
장금 : 예. 저도 수련의녀시절 신익필스승님께 처음 배워 알았습니다.
중종 : 그래?
장금 : 하여 겨울이 추우면 이듬해에는 한사로 인한 병자를 돌볼 준비를 하고
겨울이 따뜻하면 역병에 대비를 하라구요.
중종 : 오오.. 그래..
장금 : 자연은 늘 가르쳐주니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에서 강건해지는 법을 배우라구요.
중종 : 그래.
장금 : 하여.. 저희는 꼭두새벽부터 맨발로 산을 오르며 호흡하고.. 걷는걸 시켜 저흰 매일 투덜댔습니다.
중종 : 투덜대긴? 너흴 잘 가르치고.. 강건케 한것인데.
장금 : 그럼 전하께서도 해보시겠습니까?
중종 : 과인이?
장금 : 예.. 전하..
중종, 신을 벗고는 걷기 시작하고..
장금 : (옆에서 신을 받아들고는) 호흡은 길게 내뱉으셔야합니다.
중종 : (하는데)
장금 : (따라가며) 더 길게 내뱉으시옵소서.
중종 : (하다가는 장금을 보며) 그러고 보니 네가 과인에게 이걸 시키려 데리고 나왔구나.
장금 : ..황공하옵니다. 전하!
중종 : 왜?
장금 : 매일 이렇게 하시면.. 밤에 잠을 잘 청하실 수 있습니다.
중종 : (조금 놀라) 내가 잠을 잘 청하지 못하는 것을 어찌아느냐?
장금 : ......
중종 : 어찌 알았어?
장금 : 전하께서.. 말씀하실 때 늘 한쪽 주먹을 꼭 쥐고 계시는 걸 아시는지요?
중종 : (얼른 자기 주먹을 본다)
장금 : 소인이 전하의 깊은 심중 한끝이나마 알 수는 없사오나 그리하고 계시면
어깨에 무리가 가고 그리하면 뒷골에 무리가 가 늘 불안하시고.. 잠을 이루지 못하십니다.
중종 : ......
장금 : 또한 간에도 침습하여 옥체를 상하시옵니다.
실제로 지난번 전하의 옥체를 진맥하였을 때 칠정울결이 적체되어 있었사옵니다.
중종 : ......
장금 : 칠정울결은 옥체와 마음을 모두 상하게 하옵니다.
중종 : ......
장금 : 하오니 전하 잠이 오질 않으시면 억지로 침수 드시지 마시고 오늘과 같이 산보를 하시옵소서.
중종 : ......
장금 : 또한 심려되시는 일이 있으시올 때는 화기를 억누르지만 마시고
가장 믿고 가장 전하를 잘 이해할 사람에게 털어놓으시옵소서.
좋아하셨던 그림을 다시 그리셔도 좋습니다.
중종 : ......
한 발 물러선 곳에 이를 지켜보는 장번내시.
또한 민정호도 보는데..
씬25 대전(아침)
좌의정과 대사헌 그리고 우의정이 들어 있다.
중종의 앞에는 산더미 같이 상소가 쌓여 있다.
대사헌 :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좌의정 : 유생들마저 동부승지 민정호를 탄핵하여야 마땅하다 주청을 드리고 있나이다.
중종 : 그것은 내가 내린 명이었소. 어찌 동부승지를 탄핵한단 말이오!
우의정 : 전하! 이 나라 성헌을 뒤로 하고 전하의 심중을 흩트린 민정호의 죄는 반드시 물어야 하옵니다.
하여..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하옵니다!
중종 : 그 얘기는 지금.. 과인에게 들으라 하는 것이오?
우의정 : 전하의 뜻이 그릇될 수 있기에 수백의 신하가 있는 것이옵니다.
전하의 뜻이 그릇되었을 때 바로잡는 것이 신하의 도리이옵니다.
신하의 도리를 저버린 민정호를 벌하시옵소서!
대사헌 :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버럭) 통촉! 통촉! 뭘 통촉하라는 것이오!
나는 아직도 내 뜻이 그르다 생각질 않는데 뭘 통촉하라는 게요? 당장들 물러가시오!
모두 : (놀라고)
좌의정 : ..전하! 내일 다시 들겠사옵니다.
하고는 대신들.. 나가면..
분개하는 중종.
그리고는 꽉 쥐어있는 자신의 주먹을 본다.
생각에 잠기는 중종.
컷. (밤)
중종이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다.
장번내 : 전하! 침수드셔야하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중종.. 생각에 잠긴 채 24씬의 장금의 말을 떠올린다.
장금 : (E) 또한 심려되시는 일이 있으시올 때는 화기를 억누르지만 마시고..
가장 믿고.. 가장 전하를 잘 이해할 사람에게 털어놓으시옵소서.
좋아하셨던 그림을 다시 그리셔도 좋습니다.
중종 : ..중궁전으로 가자.
씬26 중궁전 앞(밤)
앞에 서서 망설이고 있는 중종.
상선 : 전하 아뢸까요?
중종 : ......
상선 : 전하!
중종 : 숙원 처소로 가자.
상선 : 예 전하.
발길을 돌리는 중종.
씬27 연생 전각 앞(밤)
역시 처소로 들지 않고 망설이고 있는 중종.
상선은 중종을 보고있는데..
다시 발길을 돌리는 중종.
중종 : 그냥 산보를 하고싶구나.
장번내 : ..예.. 전하.
씬28 산책로
산책을 하고 있는 중종.
장금이 하라는대로.. 호흡을 해본다.
중종 : 상선은 임금인 내가 부러우냐?
장번내 : 전하! 그 무슨 당치않은 하문이시옵니까?
중종 : 괜찮다! 말해보거라..
장번내 : 부러워 할 수도 부러워 해서도 안되는 일이옵니다.
중종 : 괜찮다는데두..
장번내 : ......
쩔쩔매는 상선을 보고는 더욱 외로워지는 중종.
씬29 대전
쓸쓸히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중종.
책상 위를 보면 올려진 상소와 장계가 가득하고..
머리가 복잡한 중종.
씬30 산책로
장금과 중종이 수행원들과 거리를 두고 걷고 있다.
멀리서 보는 민정호.
중종 : 어느날 밤이면 내 손으로 폐한 신씨가 꿈에 나온다.
장금 : (놀라고)
중종 : 또 어느 날 밤이면 내 손으로 사약을 내린 경빈이 나오고 또 어느 날 밤이면 정암이 나오고
장금 : (당황하여 어쩔줄을 모르면서) 전하! 받잡기 민망하옵니다! 멈춰주시옵소서
중종 : (그런 장금을 보며) 네가 이리 하라 하지 않았으냐?
장금 : 예?
중종 : 가장 믿고 가장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흉금을 털어놓으라 하지 않았느냐?
장금 : (놀라는데)
중종 : 찾아보니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허나 너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중전의 명을 받들지 않았고..
또 내게 고하지도 않았다. 허니 나는 너를 믿는다.
내가 너에게 한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 하리라 생각지 않아.
장금 : ......
중종 : 또한 너는 병자만 보면 시료를 하고싶어 하는 의녀이니 나도 시료하고싶을 것이고
그러니 나도 이해해 줄 것 아니냐?
장금 : ......
중종 : (다시 걸으며) 내가 원했던 용상이 아니었다.
허나.. 나를 용좌에 올린 자들은 내게 댓가를 원했어.
그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나는 사람만 죽여가는 왕이 되었다.
장금 : ......
중종 : 어느날은 원망으로 밤을 지새고.. 어느날은 분노로 밤을 지샌다.
허나..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자책이야.
장금 : ......
중종 : 왕이 될 재목이 아니라는 자책. 왕으로서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자책.
왕권을 확립하지 못하고 공신들 손에서 움직이는 왕이라는 자책.
장금 : ......
중종 : 그것이 아마도 내가 항상 주먹을 쥐고있는 연율것이다!
하고는 중종이 걸어가는데..
그런 중종을 바라보는 장금.. 안쓰럽고..
씬31 다른 산책로(다른 날)
중종이 소리내어 환하게 웃고 있다.
장금 옆에 있고..
중종 : 정말로 토끼를 앉혀놓고 걷지 못한다 회초리를 쳤단 말이냐?
장금 : 예 전하.
중종 : 차라리 간을 빼달라는 자라가 낫지.. 회초리를 치는 인간이라..
장금 : 전하의 어린 시절은 어떠하였나이까?
중종 : 글세 내 어린 시절이라.. 대군와 군들은 따로 궁에서 교육을 받는다.
허나 나는 요리 조리 피해다녔지.
장금 : ......
중종 : 어차피 형님이 계시기에 내가 용상에 앉을 거라 생각도 못하고
사냥과 무술을 연마하는데만 힘을 쏟았지.
장금 : ......
중종 : 궁밖으로 나가니 더욱 좋았지. 천문이나 의술 음악 그림을 하는 자들과 교류했어.
천하를 두루 주유하는 자들을 따라 다니기도 하고.
장금 : 하여 전하께서 동국여지승람을 신증(新增)하셨나봅니다.
중종 : 그래 동국여지승람이 너무 오래 전의 것이라.. 맞지 않는 것이 많았다.
장금 : 간의혼상도 새로 제조하시구요..
중종 : .....
장금 : 여진과 왜구의 축출에 특히 힘을 쏟은 것도 아마도 그때의 기억이셨나봅니다.
군기시에서 벽력포도 제조하시구요..
중종 :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장금 : 대군의 교육을 피해다니셨을지는 모르나 왕재로서의 수련은 다 받으신 듯합니다.
중종 : ......
장금 : 백성의 입장에서 외침을 막아주고 널리 이용할 서적과 천문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백성들은 모두 간의혼상으로 일년의 농사를 짓습니다.
중종 : (보고는 웃으며) 네가 나를 놀리는구나.
장금 : 전하! 무슨 당치않은 말씀이시옵니까! 감히 전하를 놀리다니요.. 진심이옵니다.
중종 : ......
장금 : 어느 대왕께서는 문치를 이루시고 어느 대왕께서는 무를 강화하셨고
어느 대왕께서는 예를 강조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연산군조의 피폐한 왕실과
흐트러졌던 제도를 모두 다시 바로잡으셨습니다.
중종 : ......
장금 : 그것만으로도 전하의 위업은 크신 것입니다.
중종 : ......
장금 : 어쩔수 없이 벌어졌던 많은 참상에 대해 전하께서 전하 스스로를 용서하시옵소서.
중종 : ......
장금 : 그리고.. 앞으로를 생각하시옵소서.
중종 : ......
장금 : 전하의 신하로서 전하를 시료하고싶은 의녀로서 충심으로 드리는 청이옵니다.
중종 : ..(정말 고맙다)..
씬32 대전 앞
중종은 보이질 않고
장금이 장번내시에게 이것저것 얘길 하고 있다.
민정호는 그런 모습을 보며.. 대전으로 들어가고..
장금 : 매일 전하께 재담을 들려줄 사람을 붙여 주십시오.
장번내 : 그래.. 알았다.
장금 : 또한 침수 드시는 자리 곁에 늘 사과향이 배어 나도록 사과를 곁에 두십시오.
장번내 : 사과향이라?
장금 : 예. 은은한 사과향이 침수 드시는데 도움이 되옵니다. 사과를 많이 드셔도 좋구요.
장번내 : 그래 그렇구나.
장금 : 또한 수랏간 최고상궁께 일러 등푸른 생선인 고등어나 정어리를 많이 올리게 하시고
식욕이 떨어지시면 동치미나 물김치를 올리면 될 것이라 전해 주십시오.
또한 밤에 녹차를 올리지 마시구요.
장번내 : 알았다. 그리 하마.
씬33 대전
민정호가 중종에게 장계등을 올리고 있다.
민정호 : 전라도에서 마친 양전이옵니다.
중종 : 그래.. 드디어 양전이 끝났구나.
하고는 보다가는 민정호에게
중종 : 의녀 장금은 참으로 총명하네. 아니 그런가 동부승지?
민정호 : 그러하옵니다.
중종 : 자네는 어찌 의녀 장금을 알고 지냈는가? 중전의 밀명을 따를 때부터인가?
민정호 : 아니옵니다.
중종 : 허면?
민정호 : 의녀 장금의 수랏간 시절부터이옵니다.
중종 : 그래?
민정호 : 예 전하. 수랏간 시절 서나인이 어선경연을 치를 때 경연에 쓸 재료를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여 소인이 내금위 종사관으로 있던 때라 그 일을 조사하게 되었고..
중종 : 허면 그 때 처음 알았느냐?
민정호 : 아니옵니다.
중종 : 허면?
민정호 : 실은 교서각에서..
중종 : (OL) 궁녀를 어찌 교서각에서 만나?
민정호 : 실은 서나인이 채마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채마밭 의관인 주부 정운백의 서찰 심부름으로
교서각엘 왔었습니다. 헌데 교서각에서 서찰을 품에 쥐곤
여러 경서를 쭉 뽑아 보고 있었습니다.
중종 : 경서를 보고 있었다?
민정호 : 예 전하. 어찌나 몰입하여 읽고 있는지 제가 곁으로 다가가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중종 : 그랬구나. 그렇게 알게 되었어.
민정호 : 저.. 실은..
중종 : ......
민정호 : 처음 알게 된 것은 그 때이오나..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그 이전이었던 같습니다.
중종 : 그건 또 무슨 소린고?
민정호 : 교서각에서 만나기 전의 일이온데.. 내금위 영감의 밀명을 받고 왜국의 밀정을
은밀히 내사하던 중 자객에게 칼을 맞은 일이 있었습니다.
중종 : 어허.. 그런 위험한 일이..
민정호 : 허나 칼에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저를 누군가 시료하고 의원에게 알려주어
목숨을 건졌는데..
중종 : ......
민정호 : 그게 바로 의녀 장금이었습니다.
중종 : 동부승지와 의녀 장금은 참으로 인연이 깊구나.
민정호 : 예 전하.
중종 : 밀정을 쫓던 중 칼에 맞았고 그런 동부슬질 의녀 장금이 살렸다.
민정호 : 예 전하.
중종 : 허나 의녀 장금을 먼저 알게 된 것은 동부승지보다 내가 먼저인 듯 하네.
민정호 : ?
중종 : 패주 연산을 몰아 내기 바로 전 날이었네.
민정호 : .....
중종 : 그 때 어린 아이 하나가 어찌나 똘똘하였는지 잊혀지지가 않았어.
민정호 : ......
중종 : 대비전의 상궁이 찾아 얘길 하고 있었는데..
박원종 대감이 내 생일에 보낸 술이라며 어린 아일 심부름으로 보낸 게야.
민정호 : ......
중종 : 그 때만해도 우리 집엘 누군가 직접 찾는 것은 목을 내놔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민정호 : .....
중종 : 술을 누가 보냈는지 궁금하여 아일 들이라 했는데..
방에 들자마자 옆에 있던 김상궁에게 넙쭉 절을 하는 게야.
민정호 : 상궁에게요?
중종 : 그래. 내색은 안하였다만 어찌나 맹랑한지..
민정호 : 궁에 들어오려 그랬나봅니다.
중종 : 그래. 사연을 듣고는 왜 그랬는지 알았지.
민정호 : ......
중종 : 어떤가? 동부승지의 인연도 참으로 기묘하지만 나 또한 그렇지 않은가?
민정호 : 예 그러하옵니다.
중종은 내내 들떠있고..
민정호는 웬지 불안한데..
씬34 장덕 약방(밤)
장덕과 장금과 민정호 있다.
장덕 : 벼슬을 준다기에 니 덕을 좀 보나 했다.
장금 : 수의녀님.
장덕 : 왜? 그만큼 가르쳐 놨으면 덕 좀 봐도 되는 거지. 안그렇습니까? 영감!
민정호 : ......
장덕 : (분하여) 너만한 의술과 심성을 갖춘 의원이 어딨다고..
장금 : 수의녀님.. 이젠 저보다도 더 입에 발린 소리를 더 잘하십니다.
장덕 : 입에 발린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분통이 터져 하는 소리야! (하고는 홱 나가버린다)
장금 : 수의녀님!
민정호 : 두십시오.. 제게도 한바탕.. 모자란 관원이라 호통을 치셨습니다.
헌데도 분이 풀리지 않으시나 봅니다.
장금 : .....
민정호 : 헌데 서의녀!
장금 : 예 말씀 하십시오.
민정호 : 저.. 전하의 심병까지 치유하려는 서의녀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침마다 전하와 산보를 하시는 것은..
장금 : ..(무슨 소린가?)..
민정호 : 전하시옵니다. 궐내 모든 사람들이 보고있습니다.
장금 : (그제서 알아들었는지 놀라는데) 예?
씬35 대비전(아침)
대비가 있고.. 중전과 중종이 아침문안을 들었다.
중종 : 어마마마..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대비 : (당당하게) 아닙니다. 평안칠 못했어요.
중종 : (놀라보면)
대비 : 주상. 밤에 내의원실에 찾아가 의녀 장금이를 만난적이 있으시다구요?
중종 : (놀라고)
대비 : 요즘은 아침마다 불러 후원에서 산보를 하시구요?
중종 : ......
대비 : 그 무슨 모양새입니까! 주상!
중종 :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어마마마.. 의술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대비 : 의술의 도움이라면 응당 의관을 부르셔야지요. 명도 거두신 마당에 따로 찾아가 만나시다니요.
중종 : ......
중전 : ......
대비 : 정.. 그리도 곁에 두고 싶으시다면.. 후궁을 삼으세요!
중종 : (놀라며) 어마마마!
중전 : (놀라고)
중종 : 오해십니다.. 의녀 장금은 단지.. 저의 심병을 시료하고자..
대비 : (바로) 심병이라뇨? 주상이 뭐가 아쉬워 심병이 걸립니까?
중종 : ......
대비 : 모두가 그 아이를 곁에 두고 싶은 주상의 뜻 아닙니까?
허니 차라리 후궁으로 삼으시라는 말입니다.
중종 : (답답하고)
중전 : (그런 중종을 보고)
씬36 수라간
수랏간 나인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지적을 하는 민상궁.
민상궁 : (한상궁의 톤으로) 적의 굵기가 왜 그리 둘쭉날쭉인게야?
일정해야 간이 고루 배고 보기가 좋아야 손이 가는 법이다..
허나인 : 예..
민상궁 : 이런 작은것에서부터 정성을 들여야 한다 몇 번을 얘기했어..
허나인 : 송구합니다..
민상궁 : 음식은 정성이다.. 첫째도 정성.. 둘째도 정성..
나인2 : 그럼 정성 다음엔 무엇입니까?
민상궁 : 다음? (순간 당황하고)
나인들 : (궁금하여 보면)
민상궁 : 다음은 맛이지.. 맛 또한 정성이 들어가면 자연히 배어나오는게다.. 알겠느냐?
나인들 : 예..
민상궁 : (휴.. 위기를 잘 넘겼다 생각하는데)
이때.. 창이가 급히 들어오는데..
창이 : 마마님! 큰일났습니다!
민상궁 : (원래대로 돌아가 호들갑스러워지며) 왜 그래? 왜 그래?
하는데.. 나인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곧 바로
창이를 혼내며..
민상궁 :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 이 무슨 소란이오!
창이 : (놀라) 예?
민상궁 : 할 말이 있거든 조용히 따르게.
창이 : 예..
하고는 둘이 나가는데..
자기가 더 다급하여 나간 문 입구부터 창이를 끌고 가고 있다.
씬37 주자헌
들어오는 민상궁과 창이.
민상궁 : (궁금하여) 뭐야? 뭔데?
창이 : 아깐 놀랐습니다.
민상궁 : 뭐냐니까?
창이 : 글쎄말입니다..
민상궁 : 응..
창이 : 장금이가요?..
민상궁 : 아휴 답답해!.. 빨리 좀 얘기해봐.
창이 : 후궁이 된답니다.
민상궁 : 뭐! (거의 쓰러질 듯 한데) 어떻게 그런 일이?..
창이 : 금방 대비전 나인에게 들었는데.. 대비마마께서 그리 하라 하셨답니다.
민상궁 : 갑자기 장금이를 왜?..
창이 : 전하께서 주치의 명을 거두셨는데도.. 장금이를 따로 만나셨답니다.
그러니 차라리 후궁으로 올리라 하셨대요.
민상궁 : 이게 희소식이야 울소식이야?..
창이 : 그러게 말입니다..
민상궁 : 숙원마마도 알고계셔?
씬38 연생처소
연생과 민상궁 있는데.. 민상궁이 얘기를 전한 눈치고..
연생 : (흠칫 놀라며) 뭐라구?
민상궁 : 대비마마께서 그리하라 하셨답니다..
사실 그런 문제야 내명부의 일이라 중전마마께서 첩지를 내리면 끝 아닙니까?
또 전하의 의중을 미리 알아서 넌지시 하는게 중전마마의 덕이구요.
연생 : ......
민상궁 : 전하께서 지병도 나으셨는데.. 왜 그리도 장금이를 찾아계시는 걸까요?..
주치의 명도 거두셨으니 의관들을 불러야 하는거 아닙니까?
연생 : 장금이를 그만큼 믿으시는게지.. (하면서도 뭔가 의아하고)
씬39 사옹원 은밀한 일각
덕구와 덕구처 있는데.. 창이가 급히 온다.
창이 : 말씀 들으셨습니까?
덕구 : 무슨 말씀이요?
덕구처 : 뭘 말입니까?
창이 : 장금이가 후궁이 된답니다.
덕구 : (그런가하며) 예에.. (하다가는 눈이 번쩍 뜨이고) 예!
덕구처 : 그게 사실입니까?
창이 : 예.
덕구 : 이 무슨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말입니까?
덕구처 : 이 무슨 자다가 집안이 벌떡 일어날 소립니까?
덕구 : (덕구처에게 화내며)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해?
덕구처 : 무슨 생각하긴?.. 나쁘진 않으니까 하는 생각이지..
덕구 : 민정호영감과 혼인을 해도 첩실밖에 못된다구 한스러워 한게 누군데?
창이 : (놀라며) 민정호영감이요? 동부승지로 계신?.. 혼인이라구요?..
덕구처 : (창이말은 아랑곳 않고 덕구와 싸우듯) 그건 그냥 첩실이구.. 이건 후궁아니야. 후궁..
이게 어디 비교나 될일이야?
덕구 : 여태까지 민정호 영감과 우리 장금이 보고도 몰라?
그 두사람의 애틋함을 그렇게 보고도 모르냐고?
덕구처 : 알지 그걸 왜 몰라?..
창이 : (더욱 놀라고) 애틋해요?..
덕구 : 아는데? 아는데?
덕구처 : 아니.. 도망을 쳤어도 안되는 사람들이라면.. 장금이는 그냥 후궁을 하는게 낫지 뭘그래?
그럼 당신은 저 둘이 평생을 혼자 살아야 맘이 편하겠어?
창이 : 도망을 쳐요?
덕구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안돼! 절대 안돼! 내가 상소라도 올릴거야!
창이 : (덕구에게) 도대체 뭐가 어찌 된겁니까?..
덕구 : 그러니까 말입니다..
하고는 주위를 살피고는 덕구..
창이에게 조근조근 말을 해주려는데서..
씬40 장덕 약방
장덕 있는데.. 덕구와 덕구처 와서는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덕구 : (장덕에게 울듯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도 아니고
떨어졌던 날벼락이 다시 튀어올라가는 소리도 아니고!
덕구처 : (바로) 마른하늘에 돈떨어지는 소리지.
덕구 : (쏘아보고)
장덕 : 난감하게 됐습니다.. 분명 장금이의 뜻과는 상관없는 일인 듯 한데요..
덕구 : 그러니 걱정입니다. 민정호영감을 두고 그리 된다고 하니 장금이 속이 어떻겠습니까?..
장덕 : 장금이는 만나보셨습니까?
덕구 : 못만났습니다 어디에서 울고 있지나 않은지.. 어찌 할 방법은 없는겁니까? 예?
장덕 : 궁이라는 곳이 이래서 저는 싫습니다.. 제 뜻대로 안되는 것이 너무 많아서요..
덕구 : 민정호영감과 상의라도 해야하는건 아닐지..
장덕 : 그 분 속도 속이 아닐겝니다..
덕구 : 그렇겠지요?..
덕구처 : (둘의 말은 듣지도 않고 꿈에 부풀어) 장금이가 후궁이 되면.. 그러다가 수태라도 하고..
그러다가 왕자아기씨만 낳아도.. 그러다가 보위에라도 오르면?..어..(스스로 놀라고)
덕구 : (화를 버럭내며) 이 사람이 진짜!
덕구처 : (놀라고)
장덕 : (걱정스럽고)
씬41 내의원실
민정호 신익필 정운백 조치복이 있는데..
신익필 : 후궁이라니요? 그렇다면 분명 의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할 것입니다.
민정호 : ......
정운백 : 저희는 장금이가 여인으로서 전하를 보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으로서 보필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조치복 : 그렇습니다. 아니.. 싫습니다. 절대.. 안됩니다.
장금이가 후궁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민정호 : ......
신익필 : 이건 저희가 전하께 올린 뜻과도 다릅니다.
조치복 : 허나.. 내명부의 일이니..
신익필 : 저희는 저희대로 전하께 뜻을 전하겠습니다.
민정호 :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씬42 내의녀실
신비 은비 조동 초복 있는데.. 장금이 들어온다.
은비 : 이게 도대체 어찌된일이야?..
장금 : ......
초복 : 그러게 말야.. 설마.. 너 그걸 원하고?
신비 : 넌 장금이를 지금까지 보고도 그런 몰라?
초복 : ..하지만 나쁜건 아니잖아.
장금 : ......
신비 : 장금인.. 의술을 해야하고 의술을 하고싶어 한다구
조동 : 니가 장금이 속을 어떻게 다 알아?
신비 : 알아. 난 다 안다구.
장금 : ..(뭐라 할 말이 없는데)....
은비 : 이렇게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야. 중전마마께서 첩지를 내리시면 끝인데.
조동 : 그건 그렇지.
초복 : 그러게.
신비 : 장금아..
듣고 있던 장금.. 도저히 안되겠는지 어딘가로 나간다.
모두들 그런 장금을 보고..
씬43 내의원 일각
급히 어딘가로 가는 장금.
오는 민정호를 본다.
멈춰서는.. 서로 보기만 한다.
서로 뭐라 말을 꺼낼 듯 한데.. 말을 못하고..
그러다가는 속이 상한지 장금 그냥 가는데..
가는 장금을 보는 민정호.
가슴 한켠이 아리다.
씬44 중궁전
중전이 있는데.. 장금이 들어온다.
장금 : (앉으며) 마마!
중전 : 무슨 일로 들었는지 알겠다.
장금 : 마마..
중전 : 내 너를 오해하지는 않으니 말을 하거라..
장금 : 저는 의녀입니다.. 제 뜻은 의술을 펼치는 것이옵니다..
그 뜻 외에 다른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뜻으로 권력을 잡아보고자 그 뜻으로 자리에 앉아보고자
그 뜻으로 누구의 마음에 들어보고자 한 적도..
중전 : 안다.. 너의 뜻이 무엇인지는 내가 충분히 알아.. 또한 너의 뜻을 믿는다.
장금 : ......
중전 : 전하께서도 대비마마께 의술의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이라 말씀을 드렸다.
아무리 대비마마의 뜻이라 하여도 전하께서도 그리 생각하지 않으시면
대비마마께서도 어쩔 수는 없으시다. 너무 걱정 말거라.
장금 : ......
씬45 대전
중종이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다. 그 위로..
(45부 82씬 대전)
장금 : (E) 전하.. 이제 눈을 떠보시옵소서.
중종 : .....
장금 : ......
중전 : (E) 마마! 눈을 뜨시옵소서!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는 중종.
눈을 뜨는 중종.. 희미한 장금의 얼굴
중종의 희미한 시선으로
차츰 또렷해 보이는 장금의 얼굴
(48부 62씬 대전)
중종 : (E) 헌데.. 혹..
장금 : .....?
중종 : (E) 혹.. 말이다.
장금 :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 아주 오래전.. 내가 보위에 오르기전 사가에 있을 때..
한 어린아이가 술을 들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장금 : ..(흥분되고)..
중종 : 그 때 그 아이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상궁에게 절을 하며 궁녀를 시켜달라 했었지.
장금 : ..(점점 더 흥분되고)..
중종 : 그때 그 아이가 혹 네가 아니었느냐?
장금 : (흥분되어)..예.. 맞습니다.
중종 : 그래? 진정 너였어?
장금 : 예에
(49부 58씬 중궁전)
장금 : (E) 그 어떤 이유도 그것을 넘지 못합니다. 그것이 제 경계입니다.
중전 : (E) 그것이 나라도!
장금 : 예.
중전 : 널 살려준 나라도!
장금 : 예.
중전 : 너의 목숨을 쥐고있는 나라도!
장금 : 예. 제 목숨은 가져가실 수 있으나. 제 뜻은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중전 : ......
장금 : 허니 제 목숨을 거두어 가십시오!
(21씬)
한쪽 버선을 벗은 채 발을 주무르던 장금..
놀라 일어나 있다.
장금 : (E) 전하!
보면.. 중종이 내의원 집무실에 와있고..
중종이 벗어놓은 버선을 보고 있다.
보면.. 장금의 발 한쪽이 맨발이고..
민망한 장금.. 어찌 할 줄을 몰라.. 맨발을 치마 속으로 들이밀고.. 얼른 버선도 숨긴다.
생각에서 깨어나는 중종. 고민하는데..
중종 : (장번내시에게) 장금이를 후원으로 부르라..
장번내 : 예.. 전하..
씬46 산책로
중종과 장금이 걷는데..
둘 다 아무말없이 걷기만 하고 있다.
민정호는 그런 둘을 보며 가는데..
장금.. 걷다가는..
장금 : 전하!
중종 : (보고)
장금 : 제가 전하의 심병을 고쳐드리고자 무례를 했습니다. 하여.. 대비마마의 곡해를 불렀사옵니다.
차제에 저를 다시 활인서로 보내주시옵소서!
중종 : ......
장금 : ......
중종 : 대비마마의 곡해라?
장금 : (놀라) 예?
민정호 : (표정이 얼어붙고)
중종 : 진정 그뿐이냐?
장금 : (불안)
민정호 : ......
중종 : 실은 나도 몰랐구나! 어마마마께서 그리 말씀 하시기 전까지는 몰랐어!
장금 : (얼어붙고)
민정호 : (얼어붙고)
장금 : (그런 정호를 보고)
민정호 : (그런 장금을 보고)
씬47 빈청(대신들 집무실)
좌의정 우의정 대사헌 병판 등 대신들 있는데..
좌의정 : (반기는 분위기로) 묘안이로고!
우의정 : (차라리 이 방법이 낫다 싶고) 저도 그리 사료되옵니다.
대사헌 : 아무리 전하께서 주치의 명을 거두셨다고는 하나 의녀 장금을 계속 찾으신 것은..
그 뜻을 완전히 꺾으신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병판 : 그러니 대비마마께서 적시에 적절한 대책을 세워주신게 아닙니까?
좌의정 : 그럼요.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되었어야 합니다.
아니면 전하의 뜻이 이것이었는지도 모르구요.
대사헌 : 의녀 장금이 후궁으로 올려진다 해도 동부승지 민정호의 탄핵 상소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좌의정 : 당연한 말이오. 무너뜨린 기강을 다시 잡아 놓아야 하오.
우의정 : 그럼 의녀 장금을 후궁으로 올리는 것과
동부승지 민정호의 탄핵에 모두가 힘을 실어 청을 넣읍시다.
대사헌 : 예.
병판 : 예..
씬48 대전
중종과 장번내시 있고..
좌의정 우의정 대사헌 병판등 대신들 있는데..
이들을 보는 중종.
좌의정 : 전하.. 아직도 상소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않으신다면 조정에 또 한번 파란이 있사옵니다..
동부승지 민정호의 탄핵을 처결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고민하는데)......
우의정 : 민정호 한사람의 희생이옵니다.. 아니면.. 더 많은 조정 대신들과 유생들이 떠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대사헌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병판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
좌의정 : 또한 대비마마께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셨사옵니다.
우의정 : 조정신료들은 대비마마의 뜻에 따르고.. 받들기로 하였사옵니다.
좌의정 : 하오니.. 전하께서도.. 의녀 장금을 후궁으로 삼으시고.. 민정호를 유배하는 것으로..
이번 일을 모두 종결하시옵소서!
우의정 : 예.. 전하! 그리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
씬49 중궁전
중전이 있는데.. 대비가 들어와 앉으면..
대비 : 중전. 의녀 장금에게 후궁 첩지를 내리지 않는 이유가 뭐요?
이 늙은이가 내명부의 일에 관섭하는게 싫은게요?
중전 : 아니옵니다. 대비마마..
대비 : 허면.. 무엇입니까? 주상이 그리도 총애하고.. 장금이의 신분도 회복이 되어 문제될게 없질않소.
중전 : 장금이는 의녀입니다.. 전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전하의 옥체를 살피고자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실겁니다. 저 또한 대군이 아팠을 때 그런 마음이 생겼기에
전하의 심정이 이해가 되옵니다. 그 마음이 괜한 오해가 된 것이 아닌가 하여..
대비 : (버럭 화를내며) 뭐라구요 중전! 이 늙은이가 상황도 모르면서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생각하시는구려.
중전 : 그런 것이 아니오라..
대비 :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중전의 투기로만 생각이 됩니다.
중전 : 대비마마.. 곡해십니다..
대비 : 아니라면 당장 첩지를 내리세요!
중전 : ......
씬50 대전
고민하는 중종.
씬51 궁터
무작정 활만 쏘아대고 있는 민정호.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장금.
씬52 약재창
한쪽에서 약을 썰고 있는 장금.
이때.. 밖에서..
조치복 : (E) 아니.. 어쩌다가 손이 이렇게 되셨습니까?
하는데.. 들어오는 민정호.
장금이 민정호의 손을 본다.
얼마나 활을 쏘았는지 물집도 맺히고 피가 맺혀있다.
장금, 얼른 의료용 광목을 가져오는데..
민정호, 말없이 손을 내민다.
장금, 역시 말없이 손을 묶어주는데..
민정호 : (E) 그때.. 그때.. 잡아줬어야 할 손이오.
장금 : ......
민정호 : (E) 이제 다시는,
장금 : ......
민정호 :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손이오!
장금 : (역시 미치겠고)
그렇게.. 장금과 민정호.. 안타깝기만 한데.. .
씬53 연생처소
연생 민상궁 창이 있는데..
창이 : (비밀 얘기하듯) 제가 다 들었다니까요
민상궁 : 뭘 말이야?
연생 : ......
창이 : 장금이가..
연생 : (놀라) 장금이가 뭐?
민상궁 : (답답해하며) 빨리 좀 얘기해봐.
창이 : 동부승지 민정호영감을..
연생 : .....?
민상궁 : .....?
창이 : 연모한대요..
연생 : (기겁을 하고) 뭐!
민상궁 : (기겁을 하며) 뭐! 정말?
창이 : 예..
민상궁 : 후궁첩지가 내려질 이 마당에?
연생 : (걱정되고)
창이 : 근데.. 그게 민정호영감도..
연생 : 서로?
민상궁 : 어쩌다가 어쩌다가?
창이 : 덕구 아저씨가 그러는데요.. 장금이 금계 구하러 갔던 일로
민정호영감의 목숨을 살려드린 일이 있었대요.
연생 : (진지하게 듣고).....
민상궁 : (듣고).....
창이 : 그때는 서로 몰랐고.. 민정호영감께서 은인의 징표만 가지고 찾고 다녔대요..
민상궁 : 그래서?
창이 :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장금이가 다재헌에 있을 때 교서각에 심부름을 갔다가 처음 본거죠..
민상궁 : 교서각? 그럼 장금이가 몰래몰래 보던 그 서책들이..
창이 : 예..
연생 : ......
민상궁 : (어느새 둘의 로맨스에 젖어들고) 그러다가 서로 마음을 줬구나.
그땐 장금이가 궁녀였는데.. 얼마나 슬펐을까?..
창이 : 결정적으로 장금이가 제주 관비로 쫓겨났을 때 그 생명의 은인이 장금이란걸 아신거죠..
민상궁 : 이런 인연을 어찌해?
연생 : 그래서 제주 수군 만호로 가신게로구나..
창이 : 뿐만 아닙니다.. 역병마을에 감진부어사로 가셔서도 마을에 갇힌 장금이를 구하시고..
연생 : (점점 안타깝고)......
민상궁 : (마찬가지고) 그래서 내의원부제조도 겸하시는 거구나..
창이 : 또한 이번 중전마마의 밀명도.. 장금이 사연을 아시는 민정호 영감께서 장금이를 돕다가..
민상궁 : 어쩜 어쩜 멋있다..
창이 : 지금 그게 문젭니까? 그런 장금이가 후궁이 된다는데요..
민상궁 : ..슬프네 그럼 장금이가 의녀일 때 혼인을 하시지 않구..
창이 : 헌데 그때는 신분이 회복되질 않아서 첩실밖엔 안되지 않습니까?..
그건 정말로 싫고 미안한 일이라 하셨답니다..
민상궁 : 이런! 세상에..
창이 : 그래서 이번에 둘이 도망도 했답니다.
연생 : 도망을 했단 말이냐!
민상궁 : (허걱) 언제?
창이 : 헌데 전하의 주치의 명이 떨어지는 바람에..
민상궁 : 그럼 그냥 갔어야지..
연생 : (생각하는데)
민상궁 : (창이에게) 아무튼 너 이 얘기 절대 누구에게도 하면 안돼!
이게 알려지면 장금이하고 민정호영감은 끝이야 끝.
창이 :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연생 : 가서 장금이를 불러와.
민상궁 : 어쩌시게요?
연생 : 얼른!
씬54 후원일각
장금과 연생이 있다.
연생 : 민정호영감과 연모하는 사이라는게 사실이야?
장금 : ......
연생 : 사실이구나..
장금 : (눈물을 터트리고)
장금을 안아주는 연생.
연생 : 얼마나 힘이 들었을고.. 얼마나 힘이 들고.. 이를 어찌하면 좋아.. 이를 어찌하면..
장금은 연생의 품에 안겨 우는데..
씬55 덕구네 집 밖(밤)
집 밖에서 장금의 방을 보고 있는 민정호.
(50부 12씬 나룻배안)
민정호 : (E) 두렵습니까?
장금 : (E) 설렙니다.
민정호 : (E) 설레십니까?
민정호 : (E) 두렵습니까?
장금 : (E) 기쁩니다. 벅찹니다. 편안합니다.
민정호 : (E) 저는 두렵습니다.
민정호 : (E) 이것이 하룻밤의 꿈이 아닐까 두렵습니다.
하염없이 바라만 보는 담담한 표정의 민정호.
씬56 덕구네 장금의 방(밤)
멍하니 앉아있는 장금. 그런 위로..
(50부 씬28 민가마을)
그러다가 문득.. 민정호 고개를 돌려 장금을 본다.
장금.. 민정호를 보는데..
민정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
그런 채로 장금에게 손을 내미는데..
민정호 : (E) 지금이 아니면..
장금 : ......
민정호 : (E)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그와 같은 꿈을 꿀 수 없습니다..
장금 : ......
장금.. 애절한 정호의 눈빛을 바라보다가는
정호의 손을 본다.
잡아야하나 말아야하나..
정호는 애절하게 장금을 바라보고..
민정호 : 어서요.. 어서요..
떨리는 장금의 눈.
떨리는 민정호의 눈.
떨리는 장금의 손.
떨리는 민정호의 손.
급기야 민정호의 손을 잡는 장금.
장금 : 못 갑니다.
민정호 : ......
장금 : (눈물이 흐르고) 못 갑니다.
민정호 : ..(역시 눈물이 흐르고)..
장금 : (눈물이 흐르고) 못 갑니다.
민정호 : ..(역시 눈물이 흐르고)..
생각에서 깨어나면..
눈물이 흐르고 있는 장금의 얼굴.
씬57 대전(밤)
혼자 있는 중종.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이때.. 장번내시 들어온다.
장번내 : 전하 숙원이씨가 전하를 뵙고자 하옵니다.
중종 : 숙원이?
장번내 :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 하옵니다..
중종 : (생각하다가는) 들라하라.
장번내 : (나가면)
연생 : (들어와 앉는데)
중종 : (연생을 보고)
연생 : 전하! 법도에 어긋나는 줄은 아오나.. 긴히 드릴 청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중종 : 청이라?
연생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중종 : 편히 말을 하시오 숙원..
연생 : 전하! 신첩의 말이 투기라 생각되실 지 모르오나 곡해없이 들어주시옵소서..
중종 : (무슨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연생 : 전하의 여자가 아닌 장금이를 가장 아끼고 가장 잘 아는 동무가 드리는 청이옵니다..
중종 : 말을 해보시오.
연생 : 전하께서도 장금이를 아실 것이옵니다.. 음식을 할 땐 음식으로 의술을 할 땐 의술로
자기의 모든 것을 보이는 아이옵니다..
중종 : ......
연생 : 이는 대비마마의 곡해로 비롯되었다 들었습니다.
중종 : ......
연생 : 대비마마께서는 장금이의 일에 대한 열심을 모르셔서 그리 생각하시는 것이옵니다.
중종 : (끄덕이고)
연생 : 전하께서는 아실 것이옵니다. 의녀로서 장금이를 두심이 마땅하옵니다.
중종 : ......
연생 : 후궁으로 올리시는 것은 장금이의 재주를 꺾는 일이옵니다.. 장금이의 뜻을 꺾는 일이옵니다..
중종 :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나도 그리는 생각하오.
연생 : (더 힘을 내어) 전하! 동무인 장금을 행복하게 해주시옵소서!
중종 : ......
연생 : 잘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하게 해 주시옵고 그동안 힘들었던 삶을 정인과 나눌 수 있게..
중종 : (흠칫) 정인이라?
연생 : 예. 전하 장금이는..
중종 : ......?
연생 : 동부승지로 계신 민정호영감과 서로 연모하는 사이이옵니다..
중종 : (놀라며 그간의 일들이 꿰어지는 듯 한데)
연생 :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 평온을 찾은 아이옵니다..
하해와 같으신 전하의 아량으로 장금이를 살펴 주시옵소서..
중종 : ......
연생 : ......
중종 : 알았으니 숙원은 이만 나가보시오..
연생 : 예.. (하고는 조용히 나오면)
중종.. 무표정하게 있다가는
앞에놓인 술을 한잔 벌컥 들이키는 중종.
질투의 표정이다. 그 위로..
민정호 : (E) 의녀 장금의 수랏간 시절부터이옵니다.
민정호 : (E) 어찌나 몰입하여 읽고 있는지 제가 곁으로 다가가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민정호 : (E) 처음 알게 된 것은 그 때이오나..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그 이전이었던 같습니다.
민정호 : (E) 허나 칼에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저를 누군가 시료하고 의원에게 알려주어
목숨을 건졌는데.. 그게 바로 의녀 장금이었습니다.
씬58 대비전(아침)
대비와 중전이 있고.. 중종이 들어와 앉는데..
중종 : 문후들었사옵니다.. 어마마마..
대비 : 예.. 내일 중전께서 의녀 장금을 후궁으로 올리는 첩지를 내릴것입니다.
그리 알고 계십시오 주상.
중종 : ......
대비 : 중전께서도 그에 따른 준비를 하시구요..
중전 : ..예..
중종 : ......
중전 : (중종의 표정을 살피는데)
씬59 대전
중종과 장번내시 있고.. 민정호도 있고..
좌의정 우의정 대사헌 병판 등 대신들이 있는데..
좌의정 : 의녀 장금에게 후궁 첩지가 내려진다는 소리에 조정이 크게 반기고 있사옵니다..
민정호 : (흔들리는 눈빛)
중종 : (민정호의 표정을 살피고)
대사헌 : 예조에 명을 내려 준비를 하고 있나이다!
중종 : (묵묵부답)
민정호 : ......
중종 : (정호를 보는 시선이 예전 같질 않고)
민정호 : ......
중종 : ......
컷. 시간경과(밤)
중종이 대전에 혼자 앉아있다.
중종 : 상선은 가까이 오라.
장번내 : (다가가면)
중종 : 대전에 있는 모든 신하들을 물리고.. 의녀 장금을 들라 하라.
장번내 : 예에 전하..
중종 : ......
씬60 내의원실(밤)
멍하니 혼자 앉아 있는 장금.
장번내시가 들어오는데..
장번내 : 무슨 상념에 젖어 사람이 오는 줄도 모르느냐?
장금 : (놀라 보며) 상선영감..
장번내 : 전하께서 찾으시니 대전으로 들거라.
장금 : 예?..
씬61 대전(밤)
중종만이 앉아있는 대전안.
장금이 들어오는데..
중종 : 다가와 앉으라.
장금 : (머뭇거리며 다가가 앉는다)
중종 : (빤히 장금의 얼굴을 보는데)
장금 : (그런 중종의 시선이 따갑고)
중종 : 동부승지 민정호를 연모한다 들었다. 사실이더냐?
장금 : (고민)......
중종 : ......
장금 : (고민)......
중종 : ......
장금 : ......
중종 : ......
장금 : (눈물이 맺히고) 예.. 전하..
중종 : (질투심이 눈에 가득하고)
벌겋게 충혈된 눈물 가득한 눈으로 중종을 보는 장금의 얼굴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