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지리망산]
○ 일시 : 2011. 3. 19(토요일)
○ 장소 : 지리(망)산(통영시 사량면)
○ 참석 : 전남대학교 교수산악회
◌ 사량도 지리산 가는 길
사량도 지리산은 지리산(智異山)이 바라다 보인다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으로 불리다가, 그 말이 줄어 지리산이 되었다고 한다. 산행 종주길이 5시간이란다. 무리가 아닐까 염려됐지만, 꼭 가고 싶은 산이라, 집사람까지 동원하여 참석키로 했다. 교수산악회는 2년 반 전쯤에 송광사 조계산 산행시 한 번 참석하고, 사실상 오늘이 처음이다.
사량도(蛇良島)는 경남 통영시 사량면으로 통영시 서남부 해상에 위치한 섬이다. 배편으로 통영시 충무항과 사천시(삼천포)에서 다 같이 약 19km 거리에 있으며, 40분 정도 걸린다.
2011. 3. 19(토). 아침 7시에 학교에서 스쿨버스로 출발한 우리는 9시경에 삼천포수협냉동냉장 뒤편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하여, 09:30 사량도행 여객선(세종1호)을 탄다. 꽤 큰 배이건만, 우리 같은 단체등산객 두어 팀 이외에는 별 손님이 많지 않다.
◌ 오르는 길
40 분 만에 사량도 내지항에 도착한다. 경영대 양 교수님의 구령에 맞춰 보건체조로 몸을 푼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그림이다. 10시 15분. 내지항 선착장 출발, 5분 정도 해변도로를 지나는가 싶더니 좌측에 “등산로”라는 조그만 안내표지를 따라 산 속으로 들어선다. 섬산행 대부분이 그렇듯 초입부터 가파르다. 일행들은 앞 달려가고, 언제인지도 모르게 아내와 함께 뒤로 쳐진다. 처음 참석으로 걱정되었던지 산악회장 김현태 교수님이 맨 뒤에서 함께 해준다.
날씨가 포근하다. 오르막에 땀이 흥건해 진다. 얼굴에서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여름산행에서나 흘리는 정도의 땀이다. 아마 평소의 산행보다 속도가 꽤 빠르기도 한 탓인가 보다.
잠시잠시 쉬면서 오르다 보니 첫 번째 이정표가 한 시간도 넘어서야 나온다. 거의 능선에 도달한 모양이다(11; 30.). "지리산 0.64km"이다.
◌지리망산
이제는 능선을 따라간다. 좌우로 호수 같은 바다가 펼쳐지고 좁다란 능선 바윗길, 자갈길이 계속된다. 쉬다가 걷다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조경에 넋을 잃는다.
첫 번째 위험구간 표지가 나온다. 바위능선 구간이다. “난, 처자식이 어리니까-”하고 우회길로 가는데, 정작 우리집 싸모는 위험구간이라고 표시된 바윗길로 간다.
다시 가족재회를 하고서, 잠시 만에 정상이 나온다. 모처럼 가제수건이 적시도록 땀을 흘렸다. 12:00 정각이다. 수수한 표지석이 놓여있다. “지리산 해발 397.8”, 간단하고 단정해서 좋다. 자연석을 일부러 세워놓은 여느 산과 달라서 더 좋다. 어느 배로 왔는지 산행객들이 성시를 이룬다.
육지의 지리산 쪽을 바라본다. 안 보인다. 오늘 같이 맑은 날에도 보이지 않음은, “지리산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 [지리망산]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상을 조금 지나 능선 길 가에서 김밥 등 간식으로 정말 간단히 점심을 때운다.
◌ 힘든 능선구간
바윗길이 계속되지만, 단순한 바윗길이 아니다. 암석 하나 하나가 모두 소품들이다. 바윗길과 숲길이 반복되더니 한참을 지나자, 막걸리 파는 사람도 있다. 그곳이 옥녀봉까지 구간의 절반지점이란다.
내지항-지리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 총 5시간 구간 중, 가장 높다는 불모산(399m)은 표지석이 없어 어딘지도 모르게 지났다. 몇 차례 위험구간을 우회하면서 가다보니, 거침없는 우리 집 싸모가 대단해 보인다.
굵은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고, 가마봉 표지판을 지나고서는 가파른 철사다리를 뒷걸음으로 내려오니 무릎 위 허벅지에 쥐가 난다. 계속되는 옥녀봉까지의 유격코스에 사지를 동원하는 엄살산행이다.
엄살로, 수석(壽石) 같은 아름다운 능선 길도 좌우의 한려수도도 볼 수 없다. 오로지 바닥만 보고 가는 구간이 많아진다.
◌옥녀봉
“옥녀봉만 나오면 내리막인데---” 별 쉬운 구간이 없다. 누군가 뒤로 보이는 비껴온 암벽이 옥녀봉이라고 한다. 휴- 한숨을 돌리고, 조그만 암벽에 잠시 유격훈련을 하고나니 그곳에 옥녀봉이라는 표지가 서 있다. 아- 이제, 드디어 다 왔구나!!!(15:00).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이 안 보인다. 맨 후미에서 짐이 될까봐 종일 열심히 따라다녔는데, 낙오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마음이 급하니 하산 길이 더욱 헷갈린다. 한참을 헤매다 곡예길 같은 곳을 지나 겨우 내리막에서 회장님을 만나니 안도의 숨이 나온다. 이제사 옥녀봉에 다다른 후미진과의 전화통화를 보고서야 여유롭다. 산 밑 도로 선착장에는 먼저 온 산행객이 많이도 몰려 배를 기다린다(15:30). 16:20 뱃시간이니 다소 여유롭다. 막걸리 한잔에 멍게는 꿀맛이다.
삼천포에 도착한 일행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저녁 7시가 넘는다. 학교에는 9시에 도착한다. 내일 성당행사에 참가해야 하는 우리 싸모는 밤 12시가 넘어 심야버스로 서울로 간다.
2011.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