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책을 꺼내서 보고 있어요.
읽으면서 힘을 얻어요."
최근 북한에서 사진 한 장이 전달됐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
사진이었다.
어려운 일 있을때마다 읽으면서 힘을 얻어요"라는 메모도 함께 왔다.
사진 속 주인공은 본회 일꾼이 20여 년 전
만난 사람으로, 중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복음을 전했던 이었다.
그가 중국에서 머물 수 있는 기한이 끝나
북한으로 돌아갈 무렵,
뜻밖의 제안을 일꾼에게 했다.
성경책을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국 요한복음을 떼어서 북한에 가져갔는데
그 후를 소식이 끊겼다가
얼마 전 사진과 메모해 온 것이었다.
20년 넘게 북한 내부에서 쪽 복음을 읽으며
믿음을 지켜온 북한 성도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어렴풋한 불빛의 말씀을 비춰 주고
그 안에 생명이 있었고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둔 가운데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 (요1장 4절~ 6절 )
어둠이 푸른빛에 살짝 내려앉기 시작한
초저녁 무렵. 강훈은 아직 희미한 빛이
남아 있는 창문에 기대서서
요한복음 1장을 읽고 있었다.
그는 행여라도 이웃집에서 볼세라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는데도 불을 켜지 않고
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으며 그 내용을 집중했다.
"형님, 안에 있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강훈은 깜짝 놀라 황급히 성경을
구들 밑에다 감췄다.
" 저녁인데 불도 안 켜고 뭐 하오?"
성경책을 급하게 밀어 넣고 짐짓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앉는
강훈을 영일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휴~ "
다른 사람이 아닌 영일이라는 걸
확인한 강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일은 강훈이 유일하게 흉금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었다.
" 형님, 또 그 책 봤소?"
영일이 투명스럽게 대꾸했다.
"쉿, 조용히 하라. 누가 듣겠어.
무서운 줄 모르고...." '
강훈는 눈을 흘기며 영일에게
주의하려는 시늉을 했다.
" 형님, 근데 있잖소. 그 책 어떻게 구했소?" 강훈은 책이란 말에서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는 온 촉각을 곤두세워 미세한
바람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아무도 없다는 걸 거듭 확인한 다음에야
그는 자리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
"지난번 중국에 갔을 때 말이야.
어떤 선한 사람을 만났는데 ..."
20년 전에 일이 떠오르는지
강훈의 눈이 아득해졌다.
보석 같은 말씀을 북에서도 보고파서
"선생님, 하나님이 살아 계십니다.
선생님 못 사는 건 하나님을 안 믿어서 그럽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북 조선는 자원이 풍부합니다.
예전부터 하나님만 잘 믿으며
북조선도 얼마든지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회상 속에서 강훈은 목사님이 하는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는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이건무슨 소리야?
하나님이 어쩐다고? 하며 마음이 요동쳤다.
"선생님, 하나님이 우리와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고 함께 하기를 원하시지만
사람이 하나님을 떠나 죄를 지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셔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이셨습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믿고 고백하면
영원한 하늘나라에 갈 수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우리에게는 돌아 갈 곳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선생님, 이 땅에서 고생만 하다가 죽지 말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십시오.
목사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강훈의 심장을 흔들어 놓았다.
다 동의되거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보통 말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강훈는 방금 들은 한마디 한마디로
곱씹으며 골똘히 생각했다.
" 선생님, 여기 하나님 말씀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강훈에게 목사님의 성경책을 건넸다.
'성경책? 당국이 금지하는 불온 서적이 아닌가.'
오랜 기간 세뇌를 당한 강훈의 뇌는 절대로
성경책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반짝반짝 윤이 나는 성경책
그 표지에는 어서 펼쳐 보라는
유혹의 손길을 보냈다.
강훈은 마치 뭐에 이끌린 듯 성경책을 들어 보았다.
숙소에 도착한 강훈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성경책을 펼치는 것이었다.
그는 일단 손가락으로 책장을 휙휙 넘기며
보이는 구절들을 훑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태복음 2장에 눈길이 머물렀다.
헤롯 임금 시대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시자. 동방에서 현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와서 말하기를 유대인의 임금으로 태어난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하니
헤롯 임금과 온 예루살렘이 함께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마 2장 1절~ 3절 말씀 이하 )
"아하,예수가 유대인의 왕이구나."
강훈은 무릎을 탁 쳤다.
성경 지식이 전무한 그로서는
작은 실마리를 하나 잡은 것 같았다.
강훈은 그 장을 기점 삼아 정독하며
읽기 시작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강훈은 손에서 성경책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말씀을 읽는 주경야독의 삶이
여러 날 계속되었다. 이윽고 강훈은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짜가 되었다.
그는 인사도 할 겸 마지막으로
교회를 찾아갔다.
"저... 성경을 몇 장 가지고 돌아가도 일 없겠습니까?"
강훈이 쭈뼛거리며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건 장담 못 합니다.
위험을 무릅써야 하기에 선생님이 선택하셔야
합니다. 특별히 가지고 가고 싶은 장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그저 두루두루 읽어 보니까 좋은 말 같아서 집에서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요한복음을 드리겠습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나와 있는 성경입니다.
목사님은 신약 성경에서 요한복음을 뜯어내
안이 보이지 않게끔 비닐로 꽁꽁 쌌다.
강훈은 선뜻 성경책을 잡지 못하고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비장한 얼굴이 되어
품속 깊이 성경을 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다음편에~~
첫댓글 아멘~
아멘,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