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5일 나자렛 성가회 제 5회 자선 음악회 초대의 말씀
이 소식지를 읽으시는 모든 회원들과, 음악회에 함께 가시자고 권유 받으신 회원님의 친지들에게, 그리고 회원님의 가족들과 하시는 일 들 위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음악회 초대장을 사 주시고 참석은 못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라면, 단 두 세 명이라도 인도하여 음악회에 참석해 주시는 것은 사랑의 결실입니다. 이번 자선 음악회에 참석하실 회원님과 함께 가자고 이웃에게 권하시는 회원님들의 가슴과 입술을, 하느님께서 더욱 더 크게 축복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회원님! 드디어 일 년 중의 가장 큰 행사인, 저희 집 자선 음악회 날, 6월 25일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오늘 건강하여 나자렛 성가회 자선음악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십시다. 우리 삶 속에 늘 기적을 선물로 주시고 우리 생명을 지키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세상이 지금 너무도 무섭게 각종 위험과 부도덕과 유혹에 노출되어 있어서, 회원으로 살 수 있다는 일 자체가 이미 은총입니다.
이번 음악회를 위하여 자선으로 출연해 주는 이 지민 요안나 이화여대 음악대학교 피아노학과 교수와 많은 경비를 감당해 주시는 그 부모님 이 원기 아브라함과 이 영희 데레사 부부에게 그리고 동생을 위하여 늘 뒤에서 돕는 이지민 교수의 언니 파이프 올가니스트 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 출연하려 하였는데 파이프 오르간이 없어서 이 지민 요안나 교수만 출연하는 것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굳이 사회복지법인 나자렛 성가회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6.25로 인하여 제가 불행에 빠졌고, 6.25로 인하여 제가 고난 중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6.25 로 인하여 제가 고통이 끝나는 자리에는 행복이 그리고 슬픔이 끝나는 자리에는 기쁨이 있음을 세상에 알리는 교육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6 ․ 25 동란 후 지금까지 57년 동안을 오직 한 가지 소망으로 살아 왔습니다. 미혼모와 성매매 여성과 남편 덕을 못 보고 살다가 오히려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여성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공동생활을 하는 나자렛 성가정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하느님 섭리 안에서 그 절반이 이루어졌습니다. 나머지 절반도, 하느님께서 완성시켜 줄 것입니다. 회원님들을 통하여 하느님이 운영하시는 일입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자주 묻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그러면 저는 대답합니다.
세상에는 가슴 찢어지게 서러운 여인들이 너무 많아서 라고. 내 대신 세상에서 고통당한 아내들이 있어서 내가 이혼하지 않았고 가출하지 않았고 과부 되지 않았으며 교수도 되고 세상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산 것이 미안해서 라고. 그들이 내 대신 교수 되고 대우 받고 전국 전 세계로 강의하러 다녔더라면 내가 무직의 빈곤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내가 상담한 사람들 가운데 차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남편이 죽고 재혼하였는데 전 남편의 딸이 열세 살이던 때 계부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 참고 살았는데 둘째 딸이 열 살을 넘겼을 때 그 둘째 딸마저 상습적으로 성폭행 당한 사실을 오랜 후에야 알았다는 것. 그래서 두 딸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게 된 여성이 있었습니다. 세 모녀의 정신치유가 참으로 오래 걸렸습니다.
한 남성을 사랑하였는데, 혼인 준비를 하던 중, 애인이 돈 많은 과부와 가까워지더니, 종당엔 이별선언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여인은 그 버림받음을 이기고 반드시 일어나 성공함으로써 복수하리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이제는 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던 남편이 병사한 후 직장에 나가 일하면서 아들딸을 대학교육까지 시키고 자기는 야간대학을 졸업하여 복지사가 된 여성이 있습니다. 고통이 그를 훌륭한 복지사로 만들었습니다. 자기 능력을 펴보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살았을 한 여인이 남편과 사별한 후에 능력을 발휘하는 유능한 복지사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좌절해서는 안 됩니다. 고통은 행복으로 슬픔은 기쁨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슬픔과 고통이 할퀴고 간 자국에 반드시 기쁨과 행복과 은총이 수용됩니다.
사랑하는 회원님들! 우리 집 회원님들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도직을 수행하며 사시는 분들입니다. 2005년 9월에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서 권고 말씀 주시기를, 성매매는 현대판 노예제도이고 성구매자는 악에 억압된 영적 질환자이니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 다 이들을 구원하는 데 진력하라 하시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 1월에는 교황님께서 첫 번째 회칙을 발표하시었는데 “자선은 선택이 아니고 의무” 라고 강조하시었습니다.
바로 그 가르침대로 사시는 분들이 우리 집 회원들입니다. 나눔은 덕이 아니라 생명의 의무입니다. 나누지 않으면 자아 생명에 불충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고통당하는 사람들은 내 대신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고 사는 나의 작은 구세주들이고 그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았더라면 내가 그 사람이 아닌 내가 그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자선을 덕이 아닌 생명의 의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낙태한 일이 있다면 우리는 살인자인데 나의 살인은 탄로 나지 않아서 내가 감옥에 안 갔고, 다른 사람의 살인은 탄로 나서 감옥에 간 것입니다.
가정의 달, 어머니 아버지의 달, 찬란한 5월이 다 지나갔습니다. 내년의 찬란한 5월을 다시 기다리기 시작하면서, 김영랑 시인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생각해 봅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찬란한 것과 슬픈 것은 동일한 것이라는 메시지의 시입니다.
그렇습니다. 찬란한 것은 슬픔이고 슬픔은 찬란한 것입니다. 슬픔이 지나면 기쁨이 오고 기쁨이 지나면 다시 슬픔이 오고 각자가 치러 낸 슬픔의 질량만큼 인생의 행복을 목숨 속에 축적하는 것입니다.
회원님들! 이 순간 우리 음악회에 참석하기로 결심하십시다. 우리 음악회 안에는 반드시 하느님이 현존하십시다. 또 이번 음악회는 저의 7순 생일날을 함께 기념해 준다하니 음식 잔치도 있을 모양입니다. 또 참석자 모두에게 좋은 책을 기증한다고도 합니다.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때』 라는 책이 있습니다. 착한 사람이 왜 고통을 당하느냐는 의문과 항의에 답하는 내용입니다. 인간이 고난 중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내적 충만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불교의 선문답을 통해 답해 주는 『행복한 사람들의 현주소』 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성령의 치유가 어떻게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를 가르치는 가톨릭 적 성령 충만의 길 『성령쇄신을 위한 참고 지침서』 가 있습니다. 이렇게 세 권의 신간 중에서 한 권을, 자유로 선택하여 받으십니다. 그리고 그날 회원으로 신입해 주시는 분에게는 위의 책 중 두 권을 무료로 기증합니다. 좋은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선한 친지들을 대동하여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 회원들이 하실 일은, 자선음악회에 참석하려는 애정, 사람 한 명을 더 인도하여 음악회에 데리고 와서 우리 성가원의 회원 한명을 더 증원해 주시는 용기와 노력과 희생봉사의 열성, 그것이 성령께서 주시는 오늘의 기적 사건입니다. 주님은 혼자서 기적을 이루지 못하십니다. 인간이 하느님 손을 잡아 드릴 때 거기 기적이 발생합니다. 하느님의 손을 잡아드리는 사도들이 되어드리기 바랍니다.
이제 막 글을 마치는데 정 명조 부산 교구장 주교님의 임종 연락이 왔습니다. 주교님께서 육군본부 군종감이시던 때 저를 불러 육본에서 여러 날 강의하게 했던 70년 대 말을 생각합니다. 그 때 신부님이던 분이 곧 주교가 되셨습니다. 돌아가신 주교님께서 하늘나라에 먼저 가시어 이제는 눈물도 질병도 또 하나의 고통도 죽음도 없는 영생의 나라에 태어나시어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육군 본부 강의에서 1000명 장교들에게 죽음에 관한 강의를 듣게 하고 죽음에 관련된 저서를 구입하게 함으로써 참으로 성가원을 크게 도와주셨던 어른입니다. 그래서 주교님은 누구보다도 장수하시는 어른이십니다. 강의를 들은 그리고 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그분이 살아계시니 주교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나이를 합한 것이 주교님의 연세가 되는 것입니다.
회원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축복을 빕니다. 성가원을 통하여 오래 장수하시리라 믿습니다.
2007년 6월 7일
사회복지 법인 나자렛 성가회 대표 이 인복 마리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