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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1만여 명의 경기도 남양주시의 시사(市史)는 길지 않다. 하지만 이 도시를 관통하는 찻길과 기차길은 길다.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동북부 26km 거리에 위치한 남양주시는 지난 1995년 미금시와 남양주군을 통합해 도농복합형태의 시로 발족했다.
수도권 지역의 상수원인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고, 5개 노선의 국도와 2개 노선의 철도가 지난다. 남양주시는 천마산, 축령산, 수락산 등 500m에서 800m급 명산들이 10여 개 있어 수도권 시민들의 당일산행과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야생화 향기 짙은 숲속의 통나무집 한가람
자가용 승용차가 많지 않던 시절,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열차를 타고 평내역에 내리면 천마산 정상은 눈앞에 다가섰다. 산으로 가는 길, 좁은 시골길 위로는 긴 행렬이 이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차가 없던 시절, 열차로 가는 산행이 훨씬 더 즐겁고 편했다. 지금은 노선 버스도 많기야 하지만 경춘국도는 언제나 붐비기에 시간은 더 많이 걸리고 짜증은 증폭된다.
천마산을 오르는 등산로 들머리는 여러 갈래지만 그래도 가장 고전적인 루트는 호평동 버스종점부터 시작되는 호평동 코스다. 수진사로 가는 이 코스에는 퇴계원에서 출발, 교문동을 거쳐 들어가는 10번 마을버스가 있고, 그 종점에는 통나무로 지은 숲속의 쉼터 '한가람'(031-591-6161)이 있다. 야생화 향기 가득한 이 집에서는 전통의 토속음식을 먹을 수 있고, 초록의 싱그러운 자연이 빚어내는 분위기에 취할 수도 있다.
통나무집 건축가이자 이곳 토박이인 신영화(46)-이봉옥(44)씨 내외는 자신의 집을 찾아 오는 손님들을 지극정성으로 모신다. 백 사람이 한 번 찾아오시는 것 보다는 한 사람이 백 번을 찾아오시는 집으로 가꾸어 나가겠다는 것이 이 부부가 손님들을 맞이하는 자세와 철학이다.
보리밥정식 10,000원. 불고기쌈밥정식, 황태구이정식 각 13,000원. 단체메뉴로 흙돼지바비큐를 주문할 수 있고, 별체의 통나무집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주인 내외는 월 단위로 매출액의 1%를 결식아동 후원금으로 내놓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조경 평창갈비
천마산은 남양주군 시절에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지금도 그대로 군립공원으로 통한다. 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매표소를 통과해서 깔딱고개~뾰족봉~정상을 오르는 코스를 천마산 등산코스의 첫번째로 꼽는다. 사무소 앞쪽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9천여 평의 넓은 땅위에 환상적인 조경의 '평창갈비'(031-594-9933)가 성업 중이다.
순수한 갈빗살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고기는 갈빗살 안에 있는 힘줄을 완전히 제거한 후 모양을 잡아서 식탁에 올린다. 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연하게 한다는 것이 이 집만의 비법이라고 했다. 영양갈비탕 7,000원. 숯불갈비 220g 18,000원. 특별메뉴로 돼지갈비(250g 9,500원)를 내고 있는데 예상 밖으로 대단한 인기란다.
46번 경춘국도 평내동에는 '평창갈비 평내점'(031-591-8363)이 있다. 저명인사들이 즐겨 이용하는 집으로 유명하고, 어느 전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들렀던 일로도 유명세를 치른다고 한다. 특히 그 대통령의 영부인께서는 수행원들이 맛있게 먹는 곱창전골 맛을 보게 된 이후로 매료됐다는 일화를 남겨 놓고 있다. 곱창전골은 추운 계절에만 차려내는 음식이다.
경춘국도 상의 25년 전통 천마산곰탕
호평동과 화도읍의 경계점은 마치터널이다. 터널의 호평동 입구쪽에는 25년 전통의 '천마산곰탕'(031-591-3657)이 있다. 사골을 당귀, 산초 등 10여 가지 한약제를 넣어 반나절이나 궁중비법으로 고아내는 집으로 유명하다. 옥호와 같은 천마산곰탕(7,000원)은 여러 가지 식물성 약제를 가미해 36시간 동안 끓여낸다.
이 집만의 특별메뉴 임금탕(8,000원)은 소의 양즙에 호두, 잣 등을 갈아서 끓인다. 소 볼태기살의 기름기를 뺀 수육(16,000원)도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구는 빼놓을 수 없는 맛으로 술안주로 상위에 오른다. 옛길인 마치고개 아래쪽 찻길이 조금은 까다로운데도 이 집만의 곰탕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고갯마루에 착륙한 비행기식당 747함흥면옥
경춘선 열차 창밖, 고갯마루에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해 있다. 46번 경춘국도 호평동쪽 마치고개 입구에서는 손에 잡힐 듯한 거리다.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가 아니고 3실 150객석의 '747함흥냉면'(031-591-1555)이라는 이름의 식당이다. 한반도 북부 함흥지방에서 즐겨 먹던 냉면이 6.25 이후 남쪽으로 내려와서 서울의 오장동에서 맥을 이어 왔다. 그 맛 그대로의 쫄깃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 맛의 조화를 이룬 함흥냉면(5,000원)을 비행기 속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별난 식도락이다.
씨암닭 샤브샤브 전문 토종닭집 옹달샘
뚝배기보다는 장맛이라고 했다. 천마산 동쪽 자락, 마석우리와 가곡리 버스종점을 잇는 길가에는 옥호 '옹달샘'(031-594-7082)처럼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아주 허름한 토종닭고기집이 있다. 자동차를 타면 지나치기 일쑤인 그런 집인데도 주말 오후에는 손님들로 늘 북적거린다. 집에서 갖고 있는 양계장의 토종닭이 언제나 1,500수 수준인데, 이 닭들은 모두가 샤브샤브로 요리하기에 알맞은 200일 정도 자란 성계다.
이 양계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사료로 자란 닭들이라 그 맛이 특출하다는 것이 이 집주인 김영환씨(42)의 설명이다. 씨암닭 샤브샤브 35,000~45,000원. 한 번 찾은 손님들이 다시 찾는 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집 앞에서 송라산(493m)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현리유원지 깊고 긴 계곡 끝나는 곳 다래산장
천마산의 또 한쪽 자락인 오남읍 팔현리 계곡에는 자연발생 유원지가 형성되어 있다. 여느 유원지들과 다름없이 20여 곳의 먹거리집들이 계곡 따라 늘어서 있다. 깊고 긴 계곡을 따라 정상이 가까워지는 위치에 가면 넓게 터를 잡은 '다래산장'(031-573-3600)이 나온다. 천마산 정상까지는 2시간 반이면 다녀올 수 있는 위치라 민박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민박방 9개. 80명이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크기다. 닭백숙 30,000원. 통돼지바비큐도 주문할 수 있다.
철마산 가는 길 팔야리 광릉돌솥밥
철마산 산행들머리의 한 곳인 팔야리의 팔야는 여덟 밤이라는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 조선조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한양(서울)으로 돌아오면서 여덟 밤이나 묵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얻어진 지명이다. 그 시절 상왕께서 깊은 이 산골에서 8일간이나 어떤 일들로 소일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면 흥미롭다.
47번 국도 장현에서 일동 방향 쌍용주유소 건너편에는 20년 전통의 '광릉돌솥밥'(031-528-2828)이 있다. 집주인 조봉구(56)-백귀예(52)씨 내외가 밤 대추 잣 등 견과류와 각종 버섯, 새우, 굴을 포함한 여러 가지 해물에 싱싱한 채소들을 섞어서 영양가 넘치는 돌솥밥을 차려낸다.
광릉수목원이나 베어스타운을 찾는 길이라 먼 곳에서 오는 단골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 이 집에서 내 세우는 자랑이다. 영양솥밥 7,500원. 해물솥밥 버섯솥밥 각 10,000원. 전복솥밥 12,000원. 주차에 불편함이 없다.
화끈하고 매운 맛 낙지생각
음식점 이름이 참 좋다. 음식점 이름에 끌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식당 안 분위기 역시 좋다. 블랙스타일의 내부 분위기가 고급스럽다. 서울 교보문고 뒤쪽, 낙지골목의 여느 집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음식도 다르다. 낙지는 맵고 화끈하게 조리해서 엄동의 추운 겨울날에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먹는 것이 제격이다. 지금은 그런 계절이 아니지만, 소주 한 잔 걸치는 것은 기본이고. 하산길 큰 길가에서 이러한 낙지집을 만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낙지생각'(031-572-0717)은 진접읍 장현 사거리에서 멀지 않는 곳, 신동아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낙지 전문점이다. 갯벌에서 자라는 싱싱한 낙지를 신선한 야채와 곁들여 조리하면 그 맛은 담백하고 스태미나 음식으로는 짱이다. 낙지볶음 6,000원. 산낙지 15,000원. 낙지전골 28,000원.
47번 국도변 돌갈비탕의 최고 명소 우남하우스
‘갈비탕은 우남하우스에서 먹기로 하고 다른 것들로 주문하라.’ 우남하우스에서 돌갈비탕을 먹어본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 중 하나라고 한다. '우남하우스'(031-571-9233)에서 돌갈비탕을 먹어본 사람들은 다른 식당에서는 갈비탕을 먹지 않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겠다. 그만큼 이 집의 돌갈비탕은 유명하고, 그 유명도에는 그만한 이유가 따르고 있다.
식당으로 쓰고 있는 4층 건물 지하, 100평이나 되는 한 층은 최고 육질의 한우만을 골라 서울 시내의 유명 백화점으로 고기를 납품하는 육가공 공장이다. 우남하우스는 이 유통업체 ㈜우선유통이 직영하는 식당이고 보니 고기의 양이나 질, 그리고 가격면에서 다른 업소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 변종완 대표의 설명이다.
음식재료인 고기가 육가공공장에서 바로 식당 주방으로 가게 되면 유통과정을 거치는 경우보다는 음식값에서 30%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손님들이 계산서를 보고 “혹 계산에서 빠진 것은 없습니까?” 하고 묻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하루 한 끼를 우남하우스의 돌갈비탕으로 하는 단골이 있기도 하고, 매일 갈비탕을 포장해 가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자신 있게 추천한다는 멍석갈비는 칼집을 곱게 낸 생갈비를 즉석에서 소금간으로 구워 먹는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갈비살 맛이 일품이다. 최근에는 특선 메뉴로 해물샤브샤브를 내고 있다. 돌갈비탕 7,000원. 멍석갈비 21,000원. 모듬고기 25,000원. 해물샤브샤브 10,000원. 3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승용차 50대 주차가 가능하다.
글·사진 박재곤 산촌미락회 고문·60대산회 회원
첫댓글 좋은 자료 제공에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