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
우리는 이말을 듣기 위하여 얼마나 고단한 길을 걸어 왔는지 모른다.
정숙해야할 법정이 술렁인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었다.
1. 프롤로그
완연한 봄이 왔다는 설렘보다도 진실을 왜곡하는 정권에 저항의 날로 기억되는 2010년 4월 9일의 중앙지법으로 가는 과천에는 이른 봄이기는 해도 군데군데 꽃들이 상서롭지 않게 피었고 평온한 일년중의 하루쯤으로 기억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서초동 큰길은 오나가나 주차금지 팻말이 자동차의 수 만큼이나 많았다.
중앙지법의 웅장한 모습은 평범한 시민들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고 역사의 현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리의 시민들은 말없이 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2. 중앙지법
12:00
그동안 누구랄 것도 없이 검찰의 빨대 역할을 하며 한명숙 총리를 흠집 내기에 바빴던 언론들이 요란을 떤다. KBS, SBS차량이 가장 먼저 도착하여 한명숙 총리님의 기자 회견장에 생방송을 위하여 진을 치고 있었고 이어 CBS, YTN차량이 보이기 시작 하였다.
점심시간을 알리듯 법원 직원들이 무리가 되어 내려 온다.
12:40
한 대의 버스가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치장한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다가가 물어보니 일산에서 온 한명숙 총리님의 지지자들이라고 신분을 밝힌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을 따라 중앙지법 서관으로 이동 하였다.
언론사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12:50
한명숙 총리님 지지카페, 정당인, 일반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 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13:20
지지자들의 현수막이 여기저기서 눈길을 모은다. 현수막 설치는 실정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손으로 들고 있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자청한 우리의 “한명숙 지키자” 카페 회원은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어떤 이는 무를 들고 나와 무죄를 상징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부산에서 상경했다며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3:30
유력 정치인들과 재야인사들이 속속 집결했다
13:40
한명숙 총리님이 도착한다는 소식에 술렁이기 시작했고 누구랄 것도 없이 V자로 형성된 포토라인에 서서 현수막으로 길을 만들었다.
이때 KBS를 성토하는 한 시민의 찢어질 듯 한 고성이 터졌다.
“그동안 올바른 보도는 뒷전이더니 이거 찍어서 뭣에 쓰려고 하냐 !!!”
영악한 KBS기자가 못 알아 들을 리 없었다. 이어 조선일보 기자를 발견 했는지 한쪽에서 웅성인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의 신문사 로고도 맘대로 들어 내놓지 못하고 다니다 한 시민에게 들킨 모양이다.
13:41
한명숙 총리님 서울중앙지법 서관에 도착.
이어 시민들이 “무죄”를 합창하기 시작 하였고 조금은 상기 되었지만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으신 한명숙 총리님이 시민들을 향해 야트막하게 고개를 숙인다.
언론기자들의 무차별 촬영 포화가 시작 됐다.
시민들 자리에서 질서를 유지 한 채 계속 “무죄”를 외쳤다.
13:43
한명숙 총리님이 법정으로 들어간 자리에 시민들의 함성이 분노가 되어 외치는 소리가 법원을 흔들었다.
문득 오늘 온다던 어버이 단체가 궁금해 법원 서문으로 달려가자 이들이 자리를 잡고 시위를 시작 하고 있었다.
13:45
기자들이 일제히 중앙지법 정문으로 이동.
13:50
법정 입구는 아비규환이다.
공개법정임에도 선별하여 들여보내는 법원 직원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국회의원, 언론사 기자 외엔 철저히 통제 하는 모습에서 여기서도 차별의 벽을 실감했다.
13:55
5분 동안 다툼을 하다 겨우 기자증을 제시 하고서야 법정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들어오지 못하는 시민들이 눈에 밟혔다.
3.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 법정
14:04
법정은 이미 방청객으로 초만원이다.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빼곡하다. 특히 법정 뒤쪽은 생지옥과 같다.
법정 의자는 물론이고 중앙통로 좌우 통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기로 한여름 열대야를 연상케 했다.
14:11
예전의 공판과 달리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이례적이다.
여간해서 시간을 엄수하지 않는 판사들인데 오늘따라 늦어지면서 법정이 술렁인다.
이어서 법원경호팀이 정숙을 요하는 당부를 했다.
법정 뒷문이 닫히면서 재판의 임박을 알렸지만 문이 닫히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참다못한 시민들이 문을 열었다. 경호관들이 제지 했지만 문은 끝내 닫히지 않았다.
14:13
판사 입장
재판장을 중심으로 우측으로 총리님과 강금실 변호사가 가끔씩 머리를 숙여 감정을 고르는 듯 하고 변호인단이 두 줄로 앉아 있다.
좌측으로 검찰이 아무런 말도 없이 시선을 아래로 하여 앉았고 정면에서 우측으로는 흰머리로 덮인 곽영욱이 두 명의 변호인과 무상의 표정으로 앞을 응시 하고 있다.
입장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복도에서 서성인다.
14:15
김형두 재판장의 정숙을 요한다는 방청객에 대한 짧은 당부가 이어진다.
4. 공소장 낭독
14:16
추가사항 없음을 확인 개략적 공소장 낭독 시작
14:25
검찰에 대한 공소장 낭독
14:27
곽영욱에 대한 공소 사실 낭독
14:29
한명숙 총리님에 대한 공소 사실 낭독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가운데 기자들의 모든 취재는 수동으로 전환 되어 열심히 펜으로 써내려 간다.
견디다 못한 일부 정치인과 시민들 자리를 나가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땀을 닦으며 에어컨을 왜 안트냐며 어눌한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5. 공소장 요지
공소사실에 대한 것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었기에 생략하고 땀을 쏟으며 기록한 필자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을 하였다.
재판장은 우선 4번에 걸쳐 대법원 판례를 들며 재판의 성립 과정과 검찰과 진술자의 무책임을 엄중하면서도 우회적으로 꾸짖고 있었다.
다시 말해 항소 해 봐야 같은 판결이 나온다는 재판장의 충고라고 받아들이면 좋을 듯 하다
4개의 쟁점 가운데 첫 번째 쟁점인 5만달러 수수에 관하여 성립이 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 갈 수 없다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5만달러 수수에 관하여 준 사람의 일관 되지 못한 진술과 받은 사람이 5만달러를 받는 과정이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한명숙 총리님은 5만달러를 넣을 바지 주머니가 없었고 핸드백이나 외투는 비서관이 가지고 있었으며 이런 복장은 당일 오산의 군부대 방문 때 복장을 보면 안다는 것이다.
또한 서랍에 넣었다는 것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참석인들이 모를 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법원 판례를 들며 진술인의 인간 됨됨이를 거론하며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검찰의 합리적이지 못한 공소사실과 관념적인 의심을 정중하게 질타를 했다.
다시 말해 곽영욱은 이일로 인하여 자신이 얻게 될 이득이란 게 구치소에서 사람들이 이러다가는 뒷문으로(죽음을 의미함) 나간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검찰이 만들어 놓은 진술에 편의에 의하여 동조했다는 재판장의 말이었다.
곽영욱이 그나마 3~6년의 양형 기준으로 볼 때 고령과 병증등을 고려해 최하위인 3년으로 하면서 집행유예를 고민한 재판부는 그동안 재판과정에서의 행위로 인하여 불가함을 밝혔다.
순간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올랐다.
노무현대통령님도 이렇듯 재판장이라도 서서 하고싶은 말이라도 하셨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땀인지 눈물인지 수첩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서러움이 몰려온다. 왜 우리가 이런 재판에 목숨을 걸고 달려 와야 했고 수많은 세월을 허비했단 말인가.
“길고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저처럼 억울하게 공작정치에 당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라고 밝힌 한명숙 총리님의 말대로 우리는 또 그렇게 또 다른 노무현을 보아야 했다.
끝이 아님을 안다. 2막, 3막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 우리는 또 이 길을 걸을 것이다.
그날 선고공판이 끝난 중앙지법 밖에서는 어버이 단체와 민주전역시민회와 우리의 자랑스런 지키자 카페회원들간의 충돌로 한동안 법원 앞 인도엔 경찰들로 범벅이 되었다.
의무적으로 나온듯 피곤해 하던 어버이 단체들을 바라보며 안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왜였을까?
첫댓글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한 것만으로 고맙기 한량 없는데 메모까지 정성스럽게 해주신 잊혀진386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현장에서 변변히 인사 건너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덧붙입니다많이 하셨습니다^^
항상 실천하시는 님에게
오늘 수고 아주
아직도 안주무셨군요?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라 잠이 쉬 올것 같지 않아서요.
채님 오늘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모두들 좋았구요
정리 잘 하셨네요~~ㅋ
오늘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해 속상하고 안타깝고 궁금하고 송구한 하루였습니다.
386님의 생생하고 성의로운 현장기록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크게 일어서는 우리들의 자리가 있었으면 합니다.
한명숙 전 총리님을 비롯한 재판장, 우리 모두 승리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사가 살아서 튀네요 . ..^^* 대통령님께서도 ..아쉬운느낌이있습니다
글을읽다 노무현대통령님 글을 보니 아침부터 눈물이 쏟아지네요.
이 부끄러운 정권과 하수인들 언제나 끝이나련지.
생생한 현장 보고 정말 감사합니다.
꼭 그 자리에 참석한 듯 느껴집니다.
학교에 있을 때 이 글들을 읽고서 답글을 당장 달고 싶었는데
학교에 한글폰트가 없는것이 아쉽더군요.
정말 생생한 보고 다시 감사드립니다.
잘 봤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님 곁에는 님처럼 적극적인 지지자와 저처럼 소극적인 지지자 등 약 2천만명의 지지자가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야호~~~~~~~
보리, 미몽, 이상맘 다 찾았다~
나도 하루웬종일 맘 졸였으니 차라리 필드에 뛰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 고맙습니다..... 어버이들이 오긴 왔네요......... 까스통은 안가져왔나보네요..ㅋㅋㅋ
정리 참 잘해주셨네요...어느새 안주무시고 이렇게 생생한 현장 스케치를 하시다니....존경스럽습니다....오늘 반가웠어요...겁나게요 ㅋ
참으로 감사드립니다..가보지 못해 죄송하고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저 할배들은 멀 알고나 저러는지 원 ㅉㅉㅉㅉ
시간대별로 정성스럽게 정리해서 올려주신 386님께 감사드립니다.
386님은 법정안에 계셨었군요....저도 재빨리 법정으로 들어가려 했으나...이미 만원...제앞에서 커트당했습니다..ㅜㅜ
386님 사진과 글을 읽어내리다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노대통령님....ㅜㅜㅜㅜㅜㅜㅜㅜ
"항소 해 봐야 같은 판결이 나온다는 재판장의 충고"에도 불구하고...떡찰은 즉시 항소한다고 하네요?
ㅎㅎ 머리가 장식품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그럴수록 무덤을 파게 된다는 걸 과연 모를까요?
우린 관이나 짜고 파묻을 준비합시다!!
386님! 건강 잘 챙기시구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버이연합도 알바생들 같네요 늙은이들 불쌍하군....
저 어버이님들은 하도 생각없는 분들이라서 가스통 안들고 온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느껴지네요.